당신에게 허락된 자유
'리얼 타이' 치앙마이
방콕의 카오산로드에 가보면 카오산 장기여행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별히 할 것을 찾지도 않고 특별히 뭘 하지도 않은 채 여행지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인데 고백하자면 제가 그랬습니다. 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가져다 주는 '좀 느리게 가도 괜찮다'는 여유 때문인지, 여행자들도 낯선 곳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카오산 로드에만 들어서면 어디 가지 않고도 한 두 달을 그저 맥주만 마시며 보내게 되는 셈이지요. 그러나 그렇게 허락된 게으름을 잔뜩 부리다보면 어째 여행이 여행같지 않고, 마음이 너무 늘어질 때가 있죠. 그럴 때 마다 매번 떠올렸던 도시는 바로 치앙마이였습니다.
치앙마이에서 즐기는 특별한 액티비티
유서깊은 유적들을 간직했을 뿐 아니라, 나이트 마켓을 비롯하여 생생한 태국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거기다 고산족의 생활까지 엿볼 수 있는 '특별함'을 간직하고 있기에 더더욱 '리얼 타이'로 여겨지는 치앙마이. 그러나 이러한 치앙마이를 대표하는 또 다른 이미지는 바로 '역동성'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치앙마이는 송크란 = 치앙마이라는 등식이 통용될 정도로, 매년 세계 10대 축제 중 하나라는 '물의 축제 송크란'을 즐기기 위해 태국 전역과 해외에서까지 여행객들이 몰려 오는 곳이지요. 또 열대의 기후가 무색한 선선한 기후를 만끽하며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365일 끊이지 않습니다.
치앙마이 액티비티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하나의 프로그램이 단발적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여러 프로그램과 연계해서 복합적으로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도인타논을 품은 치앙마이는 70% 가까운 지역이 산악지대로, 동남아 트레킹의 메카로 불립니다. 그 안에는 1050여 소수민족 마을까지 있어 트레킹의 묘미를 더욱 풍성하게 해줍니다.
또 치앙마이 트레킹의 가장 큰 장점은 '도보 트레킹'만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코끼리 트레킹, 우마차, 뗏목체험 등 다양한 액티비티와 연계하여 체험 할 수 있기에 더욱 어드벤쳐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는 사실인데요, 이 중에서도 원하는 체험만을 선택할 수도 있기에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저 역시 한 명의 '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이번 치앙마이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느긋하게 산 속을 걸으며 고산족의 모습을 훔쳐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도인타논 국립공원이 6월에서 10월까지 자연보호와 안전을 이유로 입산이 제한되어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실망하긴 이릅니다. 아직 치앙마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다른 액티비티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느긋한 마음으로 한번 즐겨봅시다. :)
뗏목 체험
뗏목을 타고 내려오는 동안, 울창한 숲이 둘러싸여 온 몸으로 자연을 호흡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살짝 엿볼 수도 있었고요.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이 코 끝을 간질이고, 느긋한 강물의 흐름에 시간마저 멈춘 것만 같은 이 때. 눈에 띈 것은 코끼리였습니다!
코끼리 트레킹
“일본 국왕 원의지(源義持)가 사자(使者)를 보내어 코끼리를 바쳤으니, 코끼리는 우리나라에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명하여 이것을 사복시(司僕寺:궁중의 말과 가마를 맡아 관리하던 관아)에서 기르게 하니, 날마다 콩 4·5두(斗)씩을 소비하였다.”(1411년, 태종 11년)
“수초를 먹지 않아 날로 수척해지고 사람을 보면 눈물을 흘렸다”(태종 14년)
저는 조선왕조실록에 나온 코끼리의 기록을 찾아 보았을 정도로 코끼리를 좋아합니다. 위압적인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순박한 모습을 한 코끼리들. 그 어떤 동물보다도 사회적 동물인 코끼리는 무리 중에 연로한 코끼리를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고아가 된 어린 코끼리가 있다면 입양하여 공동으로 돌보기도 하지요. 그리고 무리 중 일원이 생을 마감하면 장례의식까지 치뤄주는 녀석들 입니다. 사람과 다르지 않은, 아니 어떤 면에서는 사람보다 나은 코끼리를 볼 때 마다 자연스레 아빠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여기서 코끼리의 관광상품화에 대한 이야길 잠깐 해볼까요. 조금 무거운 주제일 수는 있지만, 우리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케냐의 코끼리 보호단체가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야오밍'을 앞세워 반대 캠페인을 할 만큼, 많은 코끼리들이 상아의 불법유통으로 인해 목숨을 잃어 가고있지요. 그와 동시에 이 아름답고 현명한 동물을 착취하는 것을 반대하는 운동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관광상품화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밀렵은 당연히 엄격히 제한해야하는 문제지만, 코끼리를 관광상품으로 활용하는 동남아 각지의 사정은 조금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지 주민의 생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이기 때문이지요. 사람의 생존이냐 코끼리의 보호냐를 두고 의견대립이 팽배한 가운데, 최근에는 나름의 자구책으로 원주민 출신의 코끼리 보호활동가를 필두로 사람과 코끼리의 '공생'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치앙마이는 태국 정부에서도 에코 투어리즘의 허브로 육성하고 있는 바, 그 어느 지역보다도 코끼리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요. 그 사례로, 이번에 저는 치앙마이가 아닌 3시간 떨어진 치앙라이에서 코끼리 트레킹을 체험했는데요. 치앙마이의 코끼리들이 관광 성수기를 막 지나 휴식기간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관광 성수기 외에는 코끼리들에게 충분히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었어요. 그 뿐인가요. 코끼리 트레킹을 볼 때 마다 가장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커창(코끼리를 조련할 때 쓰는 뾰족한 도구)'을 사용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Hello, Stranger! :)
하늘을 가르는 짜릿함, 짚라인
여유를 만끽하는 뗏목체험. 마음이 따뜻해졌던 코끼리 트레킹. 이렇듯 치앙마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하나만 꼽자면 바로 '짚라인'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생겼지만, 치앙마이의 짚라인은 그 규모가 다르다.
줄 하나에 매달려 모험을 떠나기 전, 숙련된 조교의 사전교육이 진행된다. 구릿빛 피부의 현지인이 언제 특유의 동남아 영어로 말을 걸어올까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는데, "형님! 여길 잡으면 멈추는데 조심해서 잡아야해요." 이게 웬 구수한 말투? 유창한 한국어로 친절하게 설명해줘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빵 터져버렸네요. (^^)
최근에는 치앙마이를 찾아오는 한국 여행객들의 수요도 증가하여 한글 표지판도 곳곳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코스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유격훈련을 연상시키는 수직강하 코스도 있고 아찔하게 흔들리는 구름다리를 건너기도 하는데, 성별이나 연령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즐기는 모습에 평소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던 저도 자연스레 용기가 났습니다. 아찔한 높이에 매달려 산등성이를 가르니 시원한 바람과 함께 희열이 느껴지더군요!
이 때 짚라인 초보 기를 죽이는 조교분의 화려한 자세! 차마 따라할 엄두는 안나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총 27개의 포인트를 지나는 동안 노폐물처럼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는걸요! 마치 인디아나존스가 된 것처럼 산 속을 헤치며 나아가는 '모험'의 세계가 동심을 자극하던 짚라인. 연령대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겁게 체험할 수 있어 가족 여행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INFORMATION
Zipline Chiangmai
주소 : Baan Mae Ta Mann , Moo 2 Mae Taeng District Chiang Mai , Thailand
홈페이지 : www.ziplinechiangmai.com
* 취재 : 하나투어 Get About 트래블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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