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서 태어나 자라난 세계적 작가 오르한 파묵은 현재에도 ‘파묵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곳은 그의 말에 따르면 “어머니가 나를 품에 안고 처음 세상을 보여주고, 처음 사진을 찍었던 곳”이다. 그의 가족들, 어머니, 아버지, 형, 할머니, 삼촌들, 고모들, 숙모들이 살았고 살고 있는 ‘파묵 아파트’는 5층짜리 건물이다. 삼대에 걸친 대가족은 이 건물의 각층을 차지하고 살았다. 오르한 파묵이 태어나기 일 년 전까지만 해도 돌로 지은 대저택에서 함께 살았던 이 대가족은 그 건물을 사립초등학교에 임대하고 그 옆에 현대적인 아파트를 지어 ‘파묵 아파트’라 이름지었다. 가로로 넓었던 대가족의 저택이 세로로 올라앉은 셈이다. 파묵은 그 아파트들의 문이 대부분 열려 있었던 것을 회상한다. 터키의 이 부유한 대가족은 파묵 아파트 안에서 서로 겹치고 영향을 주고 간섭하다가 결국 오르한 파묵의 작품세계에까지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파묵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는 니샨타쉬는 구찌, 루이뷔통, 휴고보스, 아르마니 등 여러 명품샵들이 들어서있는 고급주택가이다. 부유층과 유명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 동네는, 원래는 아르누보 스타일의 아파트 빌딩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지명인 니샨타쉬의 의미는 ‘타겟스톤’. 옛날 오스만의 군인들이 돌을 세워놓고 사격연습을 하던 곳이었다. 작은 오벨리스크처럼 생긴 그 돌은 아직도 포도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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