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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 오스트리아를 빛낼 슈타이어마르크의 '소비뇽 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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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어마르크의 주도이자 오스트리아의 제2 도시인 그라츠는 빈에서 남쪽 200km에 위치한 역사적인 도시다.

잘츠부르크를 떠나 바트 이슐, 할슈타트를 거쳐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연출하는 오스트리아 남부 슈타이어마르크 주도 그라츠까지 280km를 달렸다. 할슈타트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호수와 호반마을의 풍경이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할슈타트에 도착하기 전 알프스 산록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휴양도시 바트 이슐에 들렀다. 이곳에 엘리자베스 황후의 생애를 볼 수 있는 황제의 별장이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원풍경을 연출하고 있는 슈타이어마르크의 와인가도. 구릉 아래 왼편은 슬로베니아 영토다.

엘리자베스 황후의 드라마틱한 일생


엘리자베스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의 마지막 황제 프란츠 요제프의 부인이다. 그녀의 일생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아름답고 비극적이었다. 그녀는 독일 바이에른의 비텔스바흐 공작의 둘째 딸로 태어났다. 언니 헬레나가 요제프와 선보는 자리에 따라갔다가 그녀의 미모에 반한 황제가 언니 대신 동생을 선택하여 16세의 어린 나이에 황후가 되었다. 천성이 자유분방하였으나 궁중생활에 압박감을 느꼈고 유일한 아들인 황태자 루돌프가 애인과 자살한 이후, 우울증과 허무주의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유럽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다 1898년 레만 호숫가에서 이탈리아의 무정부주의자에 의해 암살당했다.

1914년 황제 계승자인 그녀의 조카 페르디난도 황태자 역시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청년에게 암살당하자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였고, 1918년 600여년 동안 유럽을 호령하였던 합스부르크 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엘리자베스 황후의 드라마틱한 일생은 빈에 있는 황제의 아파트먼트와 시시(황후의 애칭)박물관에 잘 전시되어 있다. 이곳 알프스의 작은 마을 바트 이슐의 별장에 전시되어 있는 암살 직전의 시시의 유품을 보면서 당시 유럽을 울렸던 황후 부부의 사랑과 비극, 인생의 무상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그림같이 아름다운 할슈타트 호수와 호반마을. 고대에 와인 생산을 한 유적이 발견됐다.

슈타이어마르크의 주도(州都)이자 오스트리아의 제2도시인 그라츠는 빈에서 남쪽 200km에 위치한 역사적인 도시다. 중세의 유적이 많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슈타이어마르크의 포도 재배면적은 총 4400ha로 비교적 넓은 와인산지다. 100% 블라우어 빌트바허(Blauer Wildbacher) 포도로 만든 쉴허(Schilcher) 와인으로 유명한 서부, 화산재로 형성된 테루아로 인해 스파이시한 트라미너(Traminer) 와인을 생산하는 남동부, 그리고 소비뇽 블랑 와인을 주로 생산하는 남부 등 세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 중 남쪽 슬로베니아 국경지역 구릉에 펼쳐져 있는 2350ha의 쥐트슈타이어마르크 지역이 세계 최고 품질의 소비뇽 블랑 와인 생산지다. 이곳에서는 소비뇽 블랑 이외에도 이곳 테루아의 특징을 반영한 벨쉬리슬링, 모리용(Chardonnay), 뮈스카텔러, 트라미너 등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재배한다. 토양은 샌드스톤, 혈암, 점토, 그리고 조개화석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남쪽 아드리아해의 영향을 받아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이며, 밤 기온이 시원하다. 소비뇽 블랑 재배에 있어 풍부한 아로마와 우아한 과일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최적의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은 다뉴브 강변 바하우 계곡과 함께 오스트리아 최고의 와인 관광지로 유명하다. 특히 슬로베니아와의 국경지역을 따라 동쪽 에렌하우센에서 감믈리츠, 라이프니츠의 서쪽 소설 지역까지 경사진 구릉 위로 꼬불꼬불하게 연결되어 있는 낭만적인 와인가도를 달리는 것이 이곳 여행의 백미다. 왼쪽은 슬로베니아, 오른쪽은 오스트리아 영토 내의 포도밭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나무바람개비는 포도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돌면서 나는 요란한 소리를 이용하여 새를 쫓는 시설로, 이 지방의 상징이기도 하다.






슈타이어마르크 근교 슬로베니아 영토에서 테멘트 와이너리가 새로 개발한 척박한 포도밭에 포도묘목을 심고 있다.

오스트리아 최고의 와인관광지


별 다섯개의 이 지역 최고 품질의 소비뇽 블랑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테멘트(Tement)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와인가도 치어렉 마을에 위치한 테멘트는 남쪽 슬로베니아 영토를 내려다보는 구릉 위에 현대적인 양조시설을 갖췄다. 75ha의 포도원에서 55% 이상 소비뇽 블랑을 재배하고 있었다. 이웃집 드나들 듯이 자유롭게 양국의 국경을 넘나들며 포도밭을 구경했다. 특히 슬로베니아 영토 내 암반에 가까운 땅을 개발하여 트랙터로 어린 포도묘목을 심고 있는 것을 보았다.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저 척박한 토양에서 어떻게 포도나무가 자라고, 그렇게 향기로운 와인이 탄생될 수 있을까? 새삼 인간의 도전정신과 자연의 소중함을 절감하였다.

테멘트는 오스트리아에서 7개 와이너리만이 가지고 있는 품질인증마크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스트리아 클래식'(Steirische Klassik)은 신선하고 과일향이 풍부하도록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숙성시키고, 한 단계 높은 품질의 'STK-Lagen' 와인은 잘 익은 포도를 수확하여 저온 장기발효와 대형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복합적이고 스파이시한 맛을 낸다.






테멘트 와이너리에서 시음한 세계 최고 품질의 화이트 와인들. 맨 왼쪽이 대표와인 '소비뇽 블랑 치어렉 STK Lagen'으로, 크리스탈 병마개를 볼 수 있다.

이곳의 토양을 잘 알 수 있도록 절개하여 만든 지하 와인셀라 구경을 마치고 와이너리 오너 아들 아민 테멘트의 설명을 들으며 와인 시음을 하였다. 소비뇽 블랑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와인을 시음했다. 테멘트의 대표와인 '소비뇽 블랑 치어렉 STK-Lagen 2006' 빈티지의 풍미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짙은 녹색 병과 검은 바탕 위의 심플한 황금색 레이블의 로고가 현대적이다. 코르크 대신 특별히 제작한 크리스탈 마개는 1유로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엷은 녹색이 감도는 노란 빛깔에 구스베리, 벌꿀과 민트향, 입안을 감도는 미네랄과 약간 스파이시하고 부드러운 바닐라향이 비단결처럼 산도와 절묘하게 복합된 풍미가 일품이었다.

필자에게 소비뇽 블랑의 정석이라고 하는 뉴질랜드 와인은 너무 정직하게 포도의 맛을 표현해 신비감이 떨어지고, 소비뇽 블랑의 원조격인 프랑스의 보르도와인은 우아하지만 무거워 신선함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어쩌면 슈타이어마르크의 와인이 이 두 와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소비뇽 블랑의 새로운 와인 스타일'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됐다.

다뉴브강변의 토양을 품은 그뤼너 벨트리너가 현재 오스트리아의 자랑이라면, 이곳 슈타이어마르크의 소비뇽 블랑은 오스트리아를 빛낼 미래의 와인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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