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 툴룽부터 이탈리아까지 이어지는 40킬로미터의 해안을 일컫는 코트다쥐르.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2곳의 휴양지 칸과 생트로페를 찾았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휴가를 보냈다.
↑ 남프랑스 ㅋ코트다쥐르의 바닷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승자는 혼자다>에는 영화제 기간 동안 칸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등장한다. 영화 제작자의 눈에 들기 위해 1년 내내 모은 돈으로 산 가장 비싼 옷을 입고 온 배우 지망생, 다시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영화제를 찾은 왕년의 스타 등 칸 영화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꿈과 욕망의 파노라마에서 칸은 꿈과 허영, 패션과 유명인, 물질과 가치 등 모든 것이 공존하는 곳으로 표현된다. 크루아제트 거리Boulevard de La Croisette의 벤치에 앉아 있는데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던 람보르기니와 롤스로이스가 차례로 지나갔다. 관광객은 물론이고, 동네 할머니 패션조차 예사롭지 않다. 택시 운전사도 레스토랑 점원도 할리우드 배우 빰치게 잘생겼다. 칸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칸은 압도적인 레드 카펫의 이미지에 밀려 도시 자체의 아름다움이 가려진 것도 사실이다. 은막에 고정된 시선을 잠시 돌리면 칸은 영화만의 도시가 아니다. 도회적인 건물들과 큰 도로에 일렬로 종려나무가 서 있는 풍경은 언뜻 하와이나 캘리포니아와도 겹쳐진다. 니스에서 남쪽으로 26킬로미터 떨어진 칸은 코트다쥐르의 피한, 피서지로 유명하다. 중세까진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았으나 19세기에 해수욕장으로 발전했으며, 특히 제2제정시대(나폴레옹 3세 통치 시대) 이후 대규모 호텔이 건립되면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칸은 니스의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크기지만 비즈니스는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에요. 작지만 4성급 이상의 호텔이 100여 개나 있고, 매달 이벤트와 국제적 규모의 각종 축제가 열리죠. 9월 9일에는 인터내셔널 보트 쇼인 칸 요팅 페스티벌Cannes Yaching Festival이 열리기도 했어요." 칸 관광사무소의 카린 오스Karin Osmuk은 칸이 고급 휴양지인 동시에 비즈니스 포럼이나 영화제, 광고제 등 국제적인 페스티벌이 많이 열리는 문화와 비즈니스의 도시라는 것을 강조했다.
관광은 보통 칸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데 페스티벌에 데 콩그레Palais des Festival et des Congres'(이하 '팔레 데 페스티벌')부터 시작한다. 세계적인 영화제가 열리는 곳 치고 생각보다 평범해서 실망스러웠을 때, 길바닥에 새겨진 세계적인 배우들의 프린팅이 눈길을 모았다. 새겨진 이름을 하나하나 살피며 시동을 걸다보면 그 옆에서 칸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크루아제트 거리가 손짓을 하며 유혹한다.
웅장하고 고전적인 고급 호텔들과 명품 부티크, 길게 뻗은 백사장, 호화로운 요트와 바닷가 앞의 바, 거리를 수놓은 종려나무, 웃통을 벗고 거리를 뛰는 청년들. …, 이국의 정취가 물씬하다. 2킬로미터 남짓의 크루아제트 거리를 거닐다보면 마치 레드 카펫을 걷는 것처럼 흥분되고 들뜬다. 크루아제트 거리 앞 백사장은 대부분 호텔과 레스토랑 소유라 백사장에 몸을 눕히는 게 쉽지 않지만, 거리 벤치에 앉아 코발트빛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국의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영화제가 열리는 시즌의 칸에서는 호텔 잡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수상작 못지않게 어떤 배우가 어떤 호텔에 머무는가도 이 시즌의 핫 이슈다. 크루아제트 거리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칸과 인터컨티넨탈 칼튼 칸은 그중에서 가장 핫한 호텔들이다. 인터컨티넨탈 칼튼 칸은 1911년에 생긴 유서 깊은 호텔로 그레이스 켈리, 알프레드 히치콕, 소피 마르소, 시드니 폴락 등 내로라하는 배우와 감독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그레이스 켈리는 1955년 칸 영화제 때 이 호텔에 머물다 모나코의 왕자 레니에 3세를 만나 이듬해 결혼했다. 7층에는 그녀의 이름을 딴, 이 호텔에서 가장 럭셔리한 그레이스 켈리 스위트룸이 있다. 이외에도 스타들이 머물렀던 39개의 객실들은 스타의 이름이 붙어 있는데, 배우들이 이 호텔에 오면 그 방에 우선적으로 머문다. 그랜드 하얏트 칸 역시 오랜 역사와 고풍스럽고 우아한 건축 양식으로 유명 배우와 감독들이 즐겨 찾는 호텔이다. 이곳에는 27개의 스위트룸과 유럽 내에서 가장 큰 스위트룸인 '펜트하우스 스위트'가 있다. 리비에라 해안을 둘러싼 크루아제트 거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펜트 하우스의 테라스는 칸의 드라마틱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가장 좋은 위치에 넓은 프라이빗 해변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이 있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 거리의 악사.
구시가는 크로아제트 거리와 달리 정감 있다. 포빌 시장 앞 거리의 악사.
↑ 칸에는 영화와 관련된 13개의 벽화가 있다.
칸에는 영화와 관련된 13개의 벽화가 있다.
↑ 구시가의 골목길을 찾은 관광객들.
구시가의 골목길을 찾은 관광객들.
↑ 이국의 정취가 물씬한 크루아제트 거리 앞 바다.
이국의 정취가 물씬한 크루아제트 거리 앞 바다.
살아 있는 칸을 만나는 법
살아 있는 칸의 모습을 만나려면 옛 항구 비외 포르Vieus Port로 가야 한다. 팔레 데 페스티벌 건물 서쪽, 크루아제트 거리가 끝나는 곳에 고깃배들이 가득 정박해 있는 비외 포르 서쪽의 르 시케Le Squet 지역과 서북쪽의 생앙투안Saint-Antoine 거리 근처가 바로 구시가다. 버스 터미널 건물에 그려진 거대한 벽화가 먼저 시선을 모은다. "거주민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칸은 2002년부터 거대한 벽화 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도시의 다양한 장소에 영화와 관련된 그림을 그린 거죠. 모두 13개의 벽화가 있어요."
느긋하게 도시를 걷다보면 제임스딘, 마릴린 먼로, 찰리 채플린, 베트맨 등의 벽화가 있는 곳에서 발을 멈추게 된다. 언덕을 따라 좁은 골목을 올라가면 사람 냄새 나는 정겨운 풍경과 마주친다. 포빌 시장은 칸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현지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치즈, 올리브 등을 파는 푸드 마켓으로, 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오전 7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열린다. 월요일에는 각종 앤티크 그릇, 책, 인형, 잡화 등을 파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구시가 르 시케의 카스트르 광장 슈발리에 언덕으로 가면 칸의 역사적인 장소와 만난다. 카스트르 박물관Musee de La Castre은 12세기에 바다를 통해 침입하려는 외부의 적들을 감시하는 망루이자 선원들의 무사 귀환을 비는 예배당 역할을 했던 요새를 개조해서 만든 박물관이다. 네덜란드 출신 19세기 탐험가 바롱 뤼크마나Baron Lyckmana의 수집품을 기반으로 한 민속 인류학 유물, 아프리카,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부터 19세기 남프랑스 화가의 작품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보존되어 있다. 시계탑에서는 칸 시내를 360도 파노라마로 내려다볼 수 있어 늘 관광객들이 북적인다.
↑ 카스트르 광장 슈발리에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카스트르 광장 슈발리에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 앙티브 거리에서 만난 멋진 할아버지, 할머니.
앙티브 거리에서 만난 멋진 할아버지, 할머니.
↑ 인터컨티넨탈 칼튼 칸의 그레이스 켈리 스위트룸.
인터컨티넨탈 칼튼 칸의 그레이스 켈리 스위트룸. 1955년, 그레이스 켈리는 이 호텔에서 모나코 왕자를 만났다.
↑ 모차렐라 토마토 샐러드
그랜드 하얏트 칸 호텔 마르티네의 레스토랑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모차렐라 토마토 샐러드를 맛보았다.
↑ 구시가에 있는 포빌 시장. 월요일에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구시가에 있는 포빌 시장. 월요일에는 벼룩시장이 열린다.
칸은 아주 작은 도시다. 구석구석까진 아니어도 이틀이면 웬만한 데는 둘러볼 수 있다. 하루 더 머문다면 주변 섬으로 반나절 외유를 떠나는 것도 좋다. 칸 앞바다에는 레랭 제도로 묶이는 2개의 섬 생마르그리트Saint-Marguerite와 생토노라 Saint-honorat가 있다. 생마르그리트Saint-Marguerite는 둘 중 큰 섬인데 칸의 옛 항구 비외 포르에서 배로 15분이면 닿는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철가면>의 배경이 되었던 곳으로 <철가면>의 모델인 수수께끼의 죄인이 갇혔던 성채가 있다. 요새였던 이곳은 오랫동안 초소와 감옥 등으로 사용되었는데 그 형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 학생들에게도 좋은 견학 코스가 되고 있다. 좁은 감옥에 직접 들어가 보니, 철가면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성채 안의 박물관 뮤제 드 라 메르Musee de La Mer에서는 오래전 침몰한3해적선이나 화물선에서 건진 전시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유칼립투스 나무와 소나무로 뒤덮인 섬은 산책하기에 좋다. 그리 크지 않아 1시간이면 넉넉히 돌아볼 수 있다. 소나무 숲이 울창한 해안가는 동서양이 섞인 오묘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같은 지중해이지만 배 타고 불과 15분 걸리는 육지에서와는 바다 빛깔이 전혀 다르다. 깨끗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생마르그리트 섬은 현지인들이 망중한을 즐기는 장소로 인기가 높다. 생마르그리트 섬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한 번 갇히면 영원히 탈출할 수 없는 유배의 섬이었지만 <철가면>과 달리 <뇌>의 주인공은 건너편 섬으로 헤엄을 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처럼 외롭고 어두웠던 '유배의 섬'에서 이제 어둠은 사라지고 자유만 남았다. 자발적인 고립감을 느끼기 위해 15분만에 아름다운 섬으로 외유를 떠날 수 있는 칸 사람들이 마냥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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