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등하굣길을 책임지는 코펜하겐의 카고 바이크

앞 바구니에는 짐을, 뒷자리에는 아이를 싣고 집으로 향하는 엄마 아빠들을 마주하는 일에 익숙해질 즈음이면 우리는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대체 자전거는 덴마크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코펜하겐의 자전거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카고 바이크. 오후 네 시경 아이들이 하교하는 시간이면 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러시아워도 함께 시작된다.

30년 역사의 카고 자전거, 뒷자리는 아이들 차지

덴마크 가정에서는 대개 자녀가 세 살 무렵부터 여섯 살 사이에 자전거를 가르친다. 예전에는 페달이 달린 세발자전거를 주로 이용했지만 오늘날에는 페달이 없는 트레이닝 자전거로 균형 감각을 익히고 스피드 조절을 하며 아이 스스로 자전거를 놀이처럼 즐기면서 배울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자전거는 유년 시절 코드의 하나로 깊숙이 자리매김된다. 이런 동기 부여 과정은 부모가 자전거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가정에서 더욱 극대화되는데, 특히 덴마크에서 눈에 띄는 자전거는 아이들의 등하굣길을 책임지는 카고 바이크다.

카고 바이크는 말 그대로 수레를 끄는 자전거다. 매일 아침 8시에서 9시경 학교 앞에는 아이들을 카고 바이크에 싣고 등교시키는 부모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일곱 살과 두 살배기 두 아이를 둔 젊은 워킹 맘 스티느에게 카고 바이크는 차보다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우선 차를 차고에서 빼내고 또 학교 앞에 주차하느라 걸리는 시간이 절약되므로 아이들은 그 시간만큼 아침잠을 더 잘 수 있다.

또 출근 시간에 차가 막혀 지각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아이를 등하교시키며 운동까지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학교 앞의 자전거 등교 풍경 속에서 만난 리센느 역시 아들을 등교시키는 중이었다. 그는 카고 바이크의 일종인 크리스티아니아 바이크를 만들고 있는데, 흔쾌히 인터뷰에 응하며 바이크 제작 공간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만든 자전거로 아들과 함께 등하교하면서 더 많은 교감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등굣길에는 아이의 컨디션과 기분을 체크하고, 하굣길에는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란다.

크리스티아니아 대장간은 올해로 30년을 맞아 그동안 만들어낸 자전거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외부에 전시를 해놓고 있었다. 자전거 카고의 형태와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기본적인 패밀리 모델은 1만1600크로나(한화 210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조금은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튼튼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한 번 구매하면 자신이 탄 뒤 다시 수리하여 자녀가 타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대를 물려 이어지는 덴마크인의 자전거 사랑을 엿볼 수 있다.

하교 시간인 오후 세 시 반, 리센느는 아들을 데리러 가는 길에 필자를 카고 바이크에 태워 시내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한 바퀴로도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는 그에게 믿음이 가 카고에 올라타니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버스로 40분 남짓 걸렸던 거리가 20분 거리로 짧아졌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자전거 수레 속에서 봤던 가을날의 풍경은 정말로 아름답고 경이로운 추억으로 남았다.

1

아빠가 운전하는 카고 바이크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꼬마 숙녀. 어린아이들에게 안전을 위해 헬멧을 착용시키는 것은 부모의 의무이다.

2

학교 앞에 가지런히 세워져 있는 아이들의 자전거와 카고 바이크들. 자신의 자전거로 등교하는 아이들은 이미 이 자전거 주차장에서 질서를 배운다.

크리스티아니아 바이크

크리스티아니아 바이크는 카고 바이크 브랜드의 오리지널로 꼽힌다. 크리스티아니아 바이크가 만들어진 이후 7~8개 브랜드가 후발 주자로 생겨났지만 카고 바이크 하면 여전히 크리스티아니아 바이크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자전거 구매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www.christianiabikes.com)에서 얻을 수 있다. 본사를 직접 방문하고 싶다면 Christiania Smedie, Mælkevejen 83a, 1440 København K.

유모차만큼 흔한 필수품, 소규모 가판대로도 이용

덴마크 사람들에게는 카고 바이크보다 크리스티아니아 바이크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1971년부터 코펜하겐시 동쪽의 해군 기지 터에 히피, 예술가, 젊은 사회 운동가들이 자리 잡으면서 만들어진 문화 예술 공동체 혹은 새로운 대안 마을인 크리스티아니아에서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곳의 초창기 주민 900여 명은 버려진 군사 시설이던 34헥타르의 땅에 평화를 지향하는 자신들만의 문화를 보존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정부는 긍정적인 측면의 '사회적 실험'으로써 이들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물질적 가치로 결정되는 삶을 거부하고 작은 일 하나도 표결을 통해 결정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데, 이 작은 공동체 부락에는 자동차가 없다. 허락된 유일한 교통수단은 자전거뿐.

1978년 문을 연 대장간 'Christiania Smedie'에서 침대 프레임을 이용해 짐을 옮길 수 있는 카고 바이크를 만들어 자신의 약혼녀에게 선물한 대장쟁이의 아이디어가 크리스티아니아 바이크의 시초가 되었다.

1984년 이 자전거의 시중 판매가 이루어진 이후 30년을 맞이한 올해, 크리스티아니아 바이크는 덴마크의 오래된 자전거 문화에 한 획을 긋는 발명품일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수출까지 하면서 덴마크의 심벌로도 유명해졌다.

현재 크리스티아니아 바이크는 열두 가지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우체부가 모터바이크 대신 카고 바이크를 타고 우편 배달을 하고,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유모차만큼이나 흔한 육아 필수품으로 사용된다.

더욱이 아이들뿐 아니라 아이를 동반한 어른 한 명을 태워도 거뜬하며(자전거 운전자를 제외하고 100kg까지 적재 가능하다), 가판대로도 활용 가능한 수레가 달린 이벤트 바이크도 있어 자신만의 소규모 창업도 가능하다. 이쯤 되면 카고 자전거가 갖는 매력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덴마크에서 카고 바이크를 비롯한 자전거가 가장 편리하고 긍정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덴마크는 가장 높은 지대가 해발 150미터에 불과할 만큼 국토 대부분이 평지로 이루어져 있는 등 자전거를 타기에 쾌적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 환경 보호 정책의 하나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에 매기는 탄소 배출세를 자동차 구매 시에는 180퍼센트나 부과한다.

여기에 안전하게 정비된 자전거 도로(코펜하겐 시내에만 411km의 자전거 도로가 마련되어 있다)와 자전거를 위한 교통 시스템도 큰 몫을 차지한다. 따라서 덴마크인들에게 자전거는 '가장 빠르고 편리하면서 가장 경제적인 교통수단'인 것이다. 즉 자전거가 환경을 보호하며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덴마크인의 정서와 이를 정책으로써 뒷받침하는 국가의 노력이 고루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쓴 정민혜는…

도쿄를 거쳐 파리에 정착한 지 5년. 온라인 빈티지 숍을 운영하며 틈나는 대로 유럽의 도시에서 한 달 동안 살아보기 프로젝트를 통해 체험한 그곳의 라이프스타일을 사진과 글로 전하고 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