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버터 없이 천연균으로 발효 시킨 빵 
자연의 한 조각을 먹는 듯했다

올봄 돗토리현으로 자리를 옮긴 ‘다루마리 빵집’은 천연효모를 사용해 빚는 반죽으로 화덕에 피자도 구워내기 시작했다. 와타나베 이타루씨 부부가 구워내는 모든 빵은 무공해 자연 그대로의 맛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한다. 화·수요일엔 문을 열지 않는다.
올봄 돗토리현으로 자리를 옮긴 ‘다루마리 빵집’은 천연효모를 사용해 빚는 반죽으로 화덕에 피자도 구워내기 시작했다. 와타나베 이타루씨 부부가 구워내는 모든 빵은 무공해 자연 그대로의 맛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한다. 화·수요일엔 문을 열지 않는다. /조선닷컴 미디어취재일본팀 하성기 기자
자동차는 고깔 모양 초록색 삼나무 숲이 병풍처럼 이어진 길을 달렸다. 건너편엔 철 지난 해변이 펼쳐졌다. 그 길 끝자락에 가이케(皆生) 호텔이 있었다. 통유리창 너머 감청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바다. 어둠 내린 모래사장을 부드럽게 핥고 물러가는 파도 소리가 온몸을 파고들었다. '오늘이 며칠이었지?' 시간이 멈춘 듯한 마을. 불도 켜지 않은 채 고요로 출렁이는 풍경을 보다 서울로 문자를 띄웠다. "이곳이라면 세상 허섭한 시름 다 내려놓고 곤히 잠들 수 있겠어."

일본 돗토리현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이다. 옛날 방식으로 닭을 키우고, 소젖을 짜고, 음식을 만들고, 빵을 만드는 가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지난해까지 스타벅스가 없는 유일한 지자체였다. 7년 전 돗토리현으로 유학 와 현청 공무원이 된 배지영(30)씨는 "오지인데도 돗토리현이 1위 하는 게 많다"고 자랑했다. 대게 어획량 1위, 커피 소비량 1·2위, 그리고 카레 소비량이 1위란다. "가난한 맞벌이 부부가 많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카레를 한 솥씩 끓여놔야 하거든요(웃음)."

고개만 돌리면 하루키 소설에 나옴 직한 풍광이 달려드는 돗토리현으로 '힐링여행'을 떠났다. 지난해부터 별렀던 '다루마리 빵집', 해발 800m 산중에 자리한 전통 산채음식촌 '미타키엔', 그리고 산꾼들에게 유명한 다이센(大山) 목장마을까지. 여럿이보다는 혼자, 또는 둘이서 떠나면 좋을 소박한 청정 여행지다.

◇해피해피 브레드… '다루마리 빵집'의 행복 실험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라는 책으로 한국에도 수많은 독자를 거느린 빵집 '다루마리'가 오카야마현에서 돗토리현으로 자리를 옮긴 건 지난봄이다. 돗토리시에서 자동차로 30분 걸리는 지즈(智頭)마을, 폐교된 초등학교에 새로 문을 열었다. 깡마른 체구에 동그란 안경을 쓴 주인장 와타나베 이타루(44)씨는 "더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서"라며 맑게 웃었다.

해피해피 브레드… '다루마리 빵집'의 행복 실험
다루마리 빵집은 천연효모로만 빵을 만들어 일본 전역에 유명해진 곳이다. 이스트와 설탕, 버터, 우유, 계란을 사용하지 않는다. 천연균을 채취하기 위해 물 맑고 고택(古宅)이 있는 오지만 찾아다니며 빵을 구웠다. 오카야마현에 있을 땐 산 중턱에 자리한 100년 고택에서 천연균을 채취했다. 지즈로 이사한 뒤로는 공기 중에서 천연균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돗토리현은 수돗물을 틀면 바로 지하수가 나올 만큼 물이 풍부하고 깨끗해요. 산이 높고 숲이 울창하니 천연균이 자라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요."

평일 낮인데도 빵집은 사람들로 붐볐다. 단체 여행객이 줄을 서 들어오기도 했다. 오렌지빵, 호두빵, 건포도빵은 일찌감치 동났다. 빵값이 1개에 7000~8000원 할 만큼 비싸고,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다루마리 빵은 구워내기 무섭게 팔려나갔다. "설탕, 버터 없이 어떻게 맛을 내느냐"고 묻자 안주인 마리코씨가 대답했다. "이스트로 빵을 부풀리면 설탕, 버터를 넣어야 맛이 나지만 천연균을 발효시켜 빵을 만들면 설탕, 버터 없이도 그 자체로 고소하고 깊은맛을 낼 수 있어요."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에서 자동차를 몰고 빵을 사러 오는 손님들을 위해 부부는 폐교를 카페처럼 꾸몄다. 교실 한 곳은 아이들 놀이공간이다. 오렌지 껍질로 단맛을 낸 통밀빵을 한입 베어 물었다. 입안 가득 담백하고도 구수한 풍미가 번졌다. 이 집 단골이었다는 한 노인이 임종 직전 "다루마리 빵을 먹고 싶다"고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마치 자연을 먹는 듯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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