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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일본

일본 : 아시아 와인의 신흥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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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와인 시장은 자국 와인이 전체 소비량의 35%를 차지하는 동아시아 전체를 통틀어 보기 드문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일본 와인은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생산량도 높아 양질의 와인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훗카이도(북해도)는 일본 내의 와인 산지 중 생산량으로 야마나시(山梨)나가노(長野)에 이어서 3번째이다. 그러나 유럽계(vitis vinifera)품종의 재배로는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고지대는 한여름에도 25도가 잘 넘지 않을 만큼 사시사철 서늘한 기후로 식용 포도의 생산량은 적지만, 강우량이 많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6~7월 장마와 8~9월 태풍 피해가 없는 지방이며 건조한 기후가 와인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케르너(Krener), 게뷔르츠트라미너(Gewurztraminer), 리슬링 등 주로 독일 프랑스를 잇는 알프스 근방에서 자라는 냉랭한 기후에 적합한 화이트 와인 품종을 많이 제배한다.

훗카이도 와인 주식회사의 쓰루누마 와이너리 홈페이지.
훗카이도 와인 주식회사의 쓰루누마 와이너리 홈페이지.

와인과 유제품 이용한 와인 투어리즘 발달해

100년이 넘는 와인생산 역사를 지닌 일본에서도 훗카이도는 개척시대부터 포도주 양조장이 만들어지는 등 인본의 와인 발상지 중 한 곳이다. 현재 10곳이 넘는 와이너리가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강설량이 많고 추위가 심한 토지에서 양질의 와인이 양조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일이다. 

그렇지만 현재와 같은 본격적인 대규모 와인 생산은 6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 시작은 훗카이도 동부 토카치 평야에 위치한 토카치 지방자치단체였다. 1952년 강도 8.1의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곳은 그 다음 해부터 2년 연속으로 기록적인 냉해를 겪어 큰 타격을 입었다. 무너져 가는 지방 경제 재건을 위해 지속가능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했다. 당시 경제발전을 위해 주로 채택되는 방안을 대기업 공장 유치 등 도시화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토카치는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을 살리는 새로운 농촌 만들기를 지향했고 가을이면 풍성히 열리는 야생 산포도에 주목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유럽계 포도를 재배할 수 있게 되고 양조 기술력까지 높아져 오늘날 일본인들에게 사랑받는 와인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훗카이도는 와인 투어리즘이라는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할 정도로 와이너리를 비롯한 양조장 관광상품이 발달해 있다. 현지에서 생산한 신선한 원료로 만든 와인은 물론 훗카이도의 특산물인 치즈, 잼 등을 함께 맛보고 구매할 수 있는 코스로 만든 대표적인 6차 산업의 성공 모델이다. 훗카이도의 관광 중심지 오타루에 위치한 '훗카이도 와인센터'에서는 수십 종의 향토 와인과 유제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소라치, 시리베시는 훗카이도의 양조용 포도가 재배되는 주요 산지이다. 이곳은 경도와 지대가 높아 낮밤의 기온차가 크고 겨울이면 많은 눈으로 포도의 단맛이 강해져 달콤하고 부드러운 와인이 생산된다. 일본 최대의 와인용 포도밭으로 유명한 쓰루누마 와이너리가 바로 소라치에 있다.

축구장 500배 크기 압도적인 규모, 청정지역에서 재배하는 최고 품질의 포도

쓰루누마 와이너리 전경.
쓰루누마 와이너리 전경.

오타루에서 약 100km 떨어져 있는 ‘훗카이도 와인 주식회사’의 쓰루누마 와이너리 포도밭은 일본에서 가장 넓은 와인용 포도밭이다. 축구장 500배 크기인 477ha에 달해 눈으로 봐선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걸어서 돌아보려면 반나절 이상 걸려 차 없이는 구경조차 힘들다. 

농약을 거의 쓰지 않아 토끼와 노루가 수시로 포도나무와 포도를 먹기 위해 출몰하는 청정 지역이다. 재배중인 포도를 둘러보기 위해 차를 몰고 포도밭에 들어서자 거대한 독수리 한 마리가 날개를 펴고 저공비행으로 일행을 맞았다. 안내를 맡은 와이너리 관계자는 토끼를 쫓고 있는 중이라면 독수리 두 세 마리쯤은 매일 볼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곳의 포도나무는 대부분 15년 전 독일 등지에서 들여온 냉해에 강한 품종이다. 하지만 엄청나게 내리는 눈에는 속수무책일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포도나무를 처음부터 비스듬하게 심어 눈의 무게로 가지가 끊어지지 않게 했다. 또 비스듬히 자람으로써 높이가 낮아져 눈에 완전히 파묻히게 만들어 상대적으로 따뜻한 눈 속에서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하는 등 훗카이도만의 독특한 재배 방법을 총 동원했다. 

이렇게 재배한 포도는 1차로 착즙하여 오타루 시내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양조장 겸 갤러리로 보내져 와인으로 재탄생한다. 산 중턱에 자리한 '인 와인 갤러리'는 오타루 시내와 동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평소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전시장과 판매장도 겸하고 있어서 훗카이도 와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수십 종의 와인 및 관련 상품을 맛보고 시음할 수 있다.

훗카이도 지역 내에서만 수십 종에 이르는 와인과 맥주 등이 생산, 판매 중이다.
오타루 와인.
오타루 와인.

이곳에서는 지역명을 따라 오타루 와인이란 이름으로 판매 중이다. 케르나, 게뷔르츠트라미너 등 일본은 물론 세계적인 와인 품평회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한 고품질 와인들을 비롯해 지역색이 강한 와인들도 다수 판매한다. 

관광지나 대형마트, 어디를 가도 훗카이도 산 주류가 대세

꼭 와이너리가 아니더라도 훗카이도 와인은 시내 대형 마트와 관광지, 삿포로(치토세) 공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산 와인을 찾아보기 힘든 한국과 달리 훗카이도의 주류 코너에는 향토 와인과 유명 위스키, 맥주 등이 전면을 차지하고 있다. 닛카 와인, 삿포로 맥주 등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가 즐비한 훗카이도에서 해외 브랜드는 오히려 뒷전이다. 

오타루 시내의 유명 관광지는 더하다. 한국에는 미스터 초밥왕의 무대이자 오르골로 더 유명한 오타루는 운하를 중심으로 관광지와 식당, 기념품 가게가 모여 있어 훗카이도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꼭 들리는 곳이다. 낙농업이 발달해 유제품이 풍부한 고장답게 고급 케이크와 디저트를 파는 가게가 성업 중이다. 

케이크와 함께 꼭 등장하는 것이 나이아가라 품종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이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아이스 와인 품종으로 당도가 높고 추위에 강해 좋은 와인의 원료가 된다. 신맛은 좀 부족하지만 깔끔하고 풍성한 탄산으로 디저트와 함께 마시기에 최적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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