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온천… 저렴하게 즐기기
'눈의 도시'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조잔케이(定山溪) 온천마을. 삿포로 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면 도달한다. 도요히라 강으로 이어지는 계곡을 끼고 산 중턱에 자리 잡았는데, 그 아늑함과 절경으로 '삿포로의 안방'이라 불린다.
삿포로답지 않게 11월 말까지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는데, 객지에서 온 손님을 알아본 건지 도착 첫날부터 함박눈이 펑펑이다. 곳곳이 온천수가 뿜어내는 열기로 희뿌옇다. 마을 안에는 누구나 공짜로 온천수에 발을 담글 수 있는 '족탕'이 3군데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위로 개구리같이 생긴 석상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관광안내소에 물어보니 '갓파'라는 전설의 동물이란다. 온천을 지켜주는 수호신 역할이다.
조잔케이 마을은 150여년 전 '조잔'이라는 수도승이 '수백리 산속에 신비의 효험을 지닌 온천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발견한 곳이다. 초막(草幕)을 짓고 몸 아픈 이들이 와서 치료받고 쉬게 했다. 온천마을이라 해서 '료칸'을 기대했더니 호텔에 대중탕이 붙어 있는 형식이었다. '불황'이 만들어낸 풍경이라 했다. 예전엔 료칸이 있었지만 가격이 비싸 손님이 줄었고,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대신 1인당 1박에 10만원 내외의 호텔이 십여개 들어섰다. 짐을 푼 곳은 '조잔케이 호텔'이다. 이 지역 온천의 원탕(원조). 호텔 명칭에 별다른 설명이 붙지 않고 마을 이름만 떡하니 붙은 이유가 있었다. 호텔 입구에 조잔의 동상이 서 있다. 호텔은 1918년 완공됐으니 거의 100년이 돼 간다.
73℃의 용출수가 나오는데 식염 온천이다. 식염 온천은 류머티즘, 부인병, 만성 피로 등에 치유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대욕탕과 중욕탕으로 나뉘는데, 2~3시간에 한 번씩 남녀가 교환해 이용한다. 예를 들어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대욕탕을 남자가 쓰면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는 여자가 대욕탕을 쓰는 형식이다. 온천 자체의 치유 효과도 있지만, 남녀의 기를 서로 통하게 해 몸을 좋게 한다는 게 호텔 측의 설명이다. 탕 입구에 보니 '이곳을 다녀오면 애인 없는 이는 사랑이 이루어지고, 부부는 그 관계가 더 뜨거워진다'고 적혀 있다. 일본 무라야마 전 총리가 최근 다녀갔다. 2644.64㎡(800평) 규모의 대욕탕은 노천탕을 비롯해 9개의 크고 작은 탕과 사우나실로 이뤄져 있었다. 호리병 모양의 대형 탕과 자수정이 있는 수정탕, 원천수 그대로를 44도 내외로 식혀 사용하는 원천탕 등이 있다. 25m 길이의 차가운 풀도 있다. 이곳이 원천탕이어서 주변 호텔 온천의 물이 모자랄 경우 물을 대주는 역할도 한다. 온천을 하다 답답하면 노천탕에 들어가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틔울 수 있다. 또르르 계곡 물소리가 청아하기만 하다. 따로 로션을 바르지도 않았는데 피부가 땅기는 것도 없이 보들보들하다.
조잔케이 마을의 유서를 간직한 이곳이 자칫 역사 속으로 그대로 사라질 뻔한 적이 있다. 경영 악화로 문을 닫을 뻔한 것을 4년 전 재일교포 2세 김태일 회장이 매입했다. 교토 출신인 김 회장은 "교토엔 500년, 600년 된 역사를 지닌 가게들이 그렇게 많은데 100년이 채 안 된 건물이 무너지는 걸 가만두고 볼 수가 없었다"며 "당장 이익은 보지 못하더라도 그 뜻은 오래오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마을을 만든 승려 조잔이 조선인 출신이라는 설(說)도 있어 마음을 더 굳게 먹었다고 했다. 호텔 가격은 아침·저녁 식사(뷔페형) 포함 4인실 기준으로 평일 1인당 7000~8500엔. 지금 환율로 하면 6만~7만원대면 즐길 수 있다. 주말엔 2000엔이 더 붙는다. 목욕탕만 이용할 수도 있다. 가격은 성인 880엔(약 8200원)으로 온종일 이용 가능하다.
여행사 JTB에서 나온 온천 투어권인 '유루리 패스'를 예약하면 제휴된 9개 호텔의 온천탕을 이틀간 이용할 수 있다. 보통 숙박하는 곳에 500~1000엔 정도만 더 내면 되는 금액이다. 온천탕 가격이 800엔에서 1500엔 사이인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편이다. 조잔케이 호텔을 포함해 밀리오네, 후루카와, 스이잔테이, 쇼케츠 그랜드 호텔, 그랜드 호텔 즈이엔, 하나모미지 등이다. 7군데를 가봤는데 조잔케이 온천탕이 가장 크고 탕의 개수도 많았다. 대부분 미지근한 탕(39도 내외), 뜨거운 탕(42~44도 내외), 노천탕 등 3개로 구성돼 있다.
한국인들이 자주 찾는 곳 중 하나인 스이잔테이는 고급 료칸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로 눈길을 끈다. 온천탕은 1000엔인데 시설은 평범했다. 하나모미지 호텔 온천탕은 대중탕은 탕 3개가 전부였지만, 가족들만 따로 온천을 쓸 수 있는 '프라이빗탕'이 마련돼 있는 게 특징이었다. 45분간 이용하는 데 2200엔 정도 내면 된다. 밀리오네 호텔 온천탕이 1500엔으로 가장 비싸고 시설도 현대식으로 넓고 깨끗했다. 다만 수영장 같은 냄새가 다소 나는 점은 아쉬웠다.
위치 삿포로 시내에서 1시간, 삿포로 지토세 공항에서 1시간 반 정도.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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