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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리의 발견'―도쿄
2000년대 초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이란 책을 발견했을 때, 나는 이게 딱 내 얘기인 줄 알았다. 책에서 말한 풍수 회로 9개는 지금 사는 집에 바로 적용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현관은 지식, 지혜, 자기 수양, 안방은 창조성, 자녀, 계획, 거실은 좋은 친구, 정, 여행 등을 상징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부, 재산, 풍요로움, 재물의 축복을 상징하는 다용도실이 더러우면 이런 행운은 스스로 당신을 비껴가게 될 것이라는 것이 풍수 회로의 지침인 셈이다.
"풍수에 대한 나의 접근법은 다른 풍수 전문가들과 좀 다르다. 왜냐하면 나는 각 공간의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중략) 잡동사니로 가득 찬 곳을 발견할 때면 에너지장(場)의 변화는 틀림없이 느껴진다. 그것은 전체 에너지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우 불쾌하고 축축한, 마치 보이지 않는 거미줄 사이로 손을 움직이고 있는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처음 이런 경험을 했던 순간, 나는 잡동사니가 사람들의 삶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책의 문제는 효과가 짧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론 알겠는데 실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한때 '청소의 여왕'이라든가 '세탁의 여왕' 같은 책을 엄청나게 사들여 읽던 나도 더는 정리나 청소에 관한 책을 사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사를 앞둔 며칠 전, 바로 이 책 '인생의 축제가 시작되는 정리의 발견'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곤도 마리에라는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가 쓴 책인데, 우연히 이 책의 문장 하나가 마음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옷만큼은 도저히 버릴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세제는 꼭 쌓아놓고 써야 하는 사람도 있다. 말하자면 근육의 뭉침처럼 정리에서의 뭉침, '응어리'다. 이렇게 특정 카테고리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대인 관계나 일, 그 외의 개인적인 생활에서 반드시 '응어리'가 있다. … 예를 들어 '지금 하는 일이 재미없다' '엄마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있다' 하는 식이다. 본인이 알든 모르든 이런 생활 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이 정리 전에 하는 질문의 목적이다. 정리는 물건뿐 아니라 모든 것의 제 위치를 찾아주는 작업이다."
모든 물건의 제 위치를 찾아주는 작업. 그녀는 정리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물건'과 '수납'에 대해 좀 특별한 얘길 한다.
"모든 물건은 당신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그런 물건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사실은 바로 이것이 수납의 본질이다. 모든 물건을 제 위치에 돌려놓는 신성한 의식, 그것이 수납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물건의 기분을 충분히 느껴봐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정리가 단순한 수납 요령이 아니라 물건과 깊이 있는 소통을 나누는 행위임을 알게 된다."
수납과 정리가 '물건과 깊이 있는 소통을 나누는 행위'라고 말하는 여자 앞에서 나는 뭔가 머릿속이 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잠자기 전에, 방 안의 물건들을 보면서 "이곳에 있어줘서 고마워"라고 말하거나 "속옷이나 옷들을 개면서 '나를 지켜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면 옷이 기뻐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정리'는 단순히 '청소'의 의미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물건이 오랫동안 제 역할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당신을 도와주었다는 증거다. 이제는 당신이 그 물건에게 은혜를 갚을 차례다. 물건을 소중히 하면 그 물건과 관계도 깊어진다. 그럼 다른 물건들에 비해 애착이 가기 때문에 당신과 물건 모두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 모양을 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매우 구체적인 생활 철학서다. 실제로 저자는 이상적인 생활은 이상적인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며 '이상적인 집'과는 다르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정리를 마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갑자기 이사를 하거나 실내 장식을 바꾼 사람은 거의 없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시간'에 대한 생각이다.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자신이 꿈꿨던 '이상적인 집'과 똑같지는 않아도 '지금의 집'을 좋아하게 된다. 집은 바꿀 수 없지만 생활은 바꿀 수 있다."
그녀에 따르면 정리를 끝내면 물건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 줄어들어 시간이 늘어나고, 시간이 늘어나면 설렘의 감도 역시 높아진다. 선택하는 물건의 소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화학섬유로 된 옷이 줄어들고, 플라스틱 수납 케이스가 나무 선반으로 바뀌고 비닐봉지 속의 물건들은 천 주머니로 옮겨진다.
"설렘의 감도가 높아지면 물건을 만졌을 때의 기분과 집 안 공기의 편안함을 우선하기 때문에 소재에 민감해지는 것이다. 여기서 후각으로 느끼는 공기란 아로마 향초나 방향제로 만든 향기가 아닌 보다 본질적으로 집 안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공기다. 구체적으로는 나무로 된 물건은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 스틸 제품은 '차갑고 싸늘한 느낌' 플라스틱은 '소란스럽고 요란한 느낌'이다."
"풍수에 대한 나의 접근법은 다른 풍수 전문가들과 좀 다르다. 왜냐하면 나는 각 공간의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중략) 잡동사니로 가득 찬 곳을 발견할 때면 에너지장(場)의 변화는 틀림없이 느껴진다. 그것은 전체 에너지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매우 불쾌하고 축축한, 마치 보이지 않는 거미줄 사이로 손을 움직이고 있는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처음 이런 경험을 했던 순간, 나는 잡동사니가 사람들의 삶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책의 문제는 효과가 짧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론 알겠는데 실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한때 '청소의 여왕'이라든가 '세탁의 여왕' 같은 책을 엄청나게 사들여 읽던 나도 더는 정리나 청소에 관한 책을 사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사를 앞둔 며칠 전, 바로 이 책 '인생의 축제가 시작되는 정리의 발견'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곤도 마리에라는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가 쓴 책인데, 우연히 이 책의 문장 하나가 마음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옷만큼은 도저히 버릴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세제는 꼭 쌓아놓고 써야 하는 사람도 있다. 말하자면 근육의 뭉침처럼 정리에서의 뭉침, '응어리'다. 이렇게 특정 카테고리에만 집착하는 사람은 대인 관계나 일, 그 외의 개인적인 생활에서 반드시 '응어리'가 있다. … 예를 들어 '지금 하는 일이 재미없다' '엄마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있다' 하는 식이다. 본인이 알든 모르든 이런 생활 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것이 정리 전에 하는 질문의 목적이다. 정리는 물건뿐 아니라 모든 것의 제 위치를 찾아주는 작업이다."
모든 물건의 제 위치를 찾아주는 작업. 그녀는 정리의 정의를 이렇게 내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물건'과 '수납'에 대해 좀 특별한 얘길 한다.
"모든 물건은 당신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그런 물건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사실은 바로 이것이 수납의 본질이다. 모든 물건을 제 위치에 돌려놓는 신성한 의식, 그것이 수납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물건의 기분을 충분히 느껴봐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정리가 단순한 수납 요령이 아니라 물건과 깊이 있는 소통을 나누는 행위임을 알게 된다."
수납과 정리가 '물건과 깊이 있는 소통을 나누는 행위'라고 말하는 여자 앞에서 나는 뭔가 머릿속이 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잠자기 전에, 방 안의 물건들을 보면서 "이곳에 있어줘서 고마워"라고 말하거나 "속옷이나 옷들을 개면서 '나를 지켜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면 옷이 기뻐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정리'는 단순히 '청소'의 의미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물건이 오랫동안 제 역할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당신을 도와주었다는 증거다. 이제는 당신이 그 물건에게 은혜를 갚을 차례다. 물건을 소중히 하면 그 물건과 관계도 깊어진다. 그럼 다른 물건들에 비해 애착이 가기 때문에 당신과 물건 모두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 모양을 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매우 구체적인 생활 철학서다. 실제로 저자는 이상적인 생활은 이상적인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며 '이상적인 집'과는 다르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정리를 마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갑자기 이사를 하거나 실내 장식을 바꾼 사람은 거의 없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시간'에 대한 생각이다.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자신이 꿈꿨던 '이상적인 집'과 똑같지는 않아도 '지금의 집'을 좋아하게 된다. 집은 바꿀 수 없지만 생활은 바꿀 수 있다."
그녀에 따르면 정리를 끝내면 물건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 줄어들어 시간이 늘어나고, 시간이 늘어나면 설렘의 감도 역시 높아진다. 선택하는 물건의 소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화학섬유로 된 옷이 줄어들고, 플라스틱 수납 케이스가 나무 선반으로 바뀌고 비닐봉지 속의 물건들은 천 주머니로 옮겨진다.
"설렘의 감도가 높아지면 물건을 만졌을 때의 기분과 집 안 공기의 편안함을 우선하기 때문에 소재에 민감해지는 것이다. 여기서 후각으로 느끼는 공기란 아로마 향초나 방향제로 만든 향기가 아닌 보다 본질적으로 집 안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공기다. 구체적으로는 나무로 된 물건은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 스틸 제품은 '차갑고 싸늘한 느낌' 플라스틱은 '소란스럽고 요란한 느낌'이다."
좁은 집에 살아야 하는 도쿄 사람이나, 넓지 않은 집에 살아야 하는 서울 사람이나 정리는 언제나 큰 화두일 수밖에 없다. 사실 가만히 두면 집이 어질러지는 것은 당연지사인데, 이는 물리학자들이 '엔트로피의 법칙'이라는 거창한 우주적 이론으로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새로 이사할 집에 가기 전 버려야 할 물건 목록을 만들었다. 이 책의 조언대로 수납하면서 물건을 버릴 게 아니라 버려야 할 물건부터 즉각 버리는 게 낫겠단 생각이 들어서였다. 수도 없이 정리해야 할 물건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나도 어지간히 버리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이다. 책을 읽고 오래도록 반성하기도 오랜만의 일이었다.
●인생의 축제가 시작되는 정리의 발견―일본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의 책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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