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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일본

일본 규슈 : 천천히 걷자… 시원한 녹색 바다가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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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올레'로 떠나는 여행

규슈 올레 야메 코스는 광활한 녹차밭을 가로질러 걷는 길이다. 중앙대다원이라 불리는 62만㎡ 차밭에 온통 초록의 물결이 펼쳐진다.
규슈 올레 야메 코스는 광활한 녹차밭을 가로질러 걷는 길이다. 중앙대다원이라 불리는 62만㎡ 차밭에 온통 초록의 물결이 펼쳐진다. / 야메(규슈)=이한수 기자
'팔녀(八女)'라고 쓰고 '야메'라고 읽는다. 일본 규슈 후쿠오카(福岡) 남동쪽, 자동차로 1시간 떨어진 인구 7만명 소도시 야메(八女). 일본을 대표하는 차(茶) 생산지다. 지난 6일 이곳에 '규슈 올레' 새 코스가 오픈했다. 온천으로 유명한 벳푸(別府) 코스와 함께 개장했다. 2012년 시작한 규슈 올레는 야메와 벳푸 두 코스가 추가 오픈해 14개 코스로 늘었다. 올레는 제주도에서 시작한 '걷는 길'의 대명사. 규슈관광추진기구는 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올레'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야메 코스는 광활한 차밭과 5~6세기 고분군(古墳群)을 걷는 9.2㎞ 길이다. 평탄한 길이어서 트레킹 초보자도 3~4시간이면 완주한다. 출발점인 야마노이(山の井) 공원에서 500~600m 걸으면 옛 무덤이 나타난다. 서기 500년대 만들어진 고분 300개 중 조성 시기가 가장 늦은 것으로 추정되는 도난잔(童男山) 고분이다. 길이 18m에 이르는 석실(石室) 일부를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다.

1시간 정도(야메시에서 준 팸플릿에 따르면 3.4㎞ 지점) 걸었을까. '녹색 바다'가 탄성을 자아낸다. 중앙대다원(中央大茶園)으로 불리는 차밭이다. 총면적 62만㎡.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온통 초록색 물결이 안구(眼球)에 넘실댄다. 지역민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야메차(茶)는 일본 정부가 최우수 농산물에 주는 '덴노(天皇·일왕)상'을 받았다.

조금 지칠 무렵(7.3㎞ 지점) 마을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옛날식(式) 사이다 '라무네'(110엔)를 파는 가게가 있다. 라무네는 '레모네이드'가 바뀐 이름. 병 입구를 막고 있는 둥근 구슬을 아래로 밀어뜨려 마시는 독특한 음료다. 시원한 탄산음료가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 땀이 식는다.

벳푸 코스. 눈 덮인 유후다케가 후지산처럼 보인다.
벳푸 코스. 눈 덮인 유후다케가 후지산처럼 보인다.
벳푸 코스는 해발 500~600m 산길을 걷는 11㎞ 길이다. 야메 코스보다 난도(難度)가 조금 높다. 길을 걸으면서 몸이 더워져 여러 차례 외투를 벗었다. 대나무·삼나무·향나무 숲이 번갈아 나타나 지루할 틈이 없다. 눈을 들어 멀리 보면 눈 덮인 유후다케(由布岳·1583m)가 후지산처럼 시원하다. 낙엽이 쌓인 푹신한 산길을 밟을 때마다 다리 근육을 타고 오르는 땅의 기운이 홍진(紅塵)에 지친 뇌에 기분 좋은 울림을 준다.

벳푸는 한국인에게 유명한 온천 관광지다. 벳푸 방문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이 60%를 차지한다. 이곳 온천을 여러 번 다녀온 사람이라도 벳푸의 속살은 보지 못했다. 길을 걸으면 "아, 이런 곳이 있었구나" 감탄하게 된다. 코스를 완주하고 지친 몸을 뜨거운 물에 담그면 예전 경험했던 어떤 온천욕보다 큰 행복감이 밀려온다.

혼자라도 걱정 없다. 푸른색과 붉은색 리본이 곳곳에 달려 있어 갈 길을 알려준다. 제주올레와 똑같은 표지다. 이 길이 맞나 싶을 때쯤 여지없이 나타나 당신이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노라고, 험하고 멀지라도 내가 가는 길이 바른 길이라고 일러준다. 길을 걸으면서 튼튼해진 종아리만큼 내 정신의 힘줄도 더 단단해졌으리라는 믿음이 차오른다.

야메 코스 / 벳푸 코스
인포메이션
여행정보

후쿠오카공항
 도착. JR하카타(博多)역에서 하이누즈카(羽犬冢)역으로 이동해 호리가와(堀川) 버스 타고 가미야마우치(上山內) 정류장에서 내리면 도보 2분 거리에 야메 코스 시작점인 야마노이 공원. 벳푸역에서 벳푸 코스 출발점인 시다카코(志高湖)로 가는 가메노이 버스 이용. 숙박 야메 그린호텔(0943-22-2156), 플라자호텔 아베뉴(0943-25-6100). 벳푸 가메노이호텔(0977-22-3301), 하나비시호텔(0977-22-1211) 등. 규슈관광추진기구(092-751-2947, www.welcomekyushu.or.kr)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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