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관광청은 9월 와인의 달을 맞아 최근 떠오르는 와인 지역 3곳을 소개했다. 테메큘라, 로디, 산타 크루즈는 캘리포니아 주 최대 와인 산지인 나파밸리나 소노마밸리 못지않게 와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다. 캘리포니아 관광청이 선정한 캘리포니아의 신규 와인 성지를 알아보자. 

◇ 테메큘라 밸리 와인 컨트리 (Temecula Valley Wine Country)

테메큘라 밸리는 1970년대부터 와인을 생산해 오고 있는 지역으로, 우수한 품질의 빈티지 와인으로 유명하다. 특히, 서늘한 기후에서 잘 생산되는 샤도네이(Chardonnay)와 온화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시라(Syrah)와 그르나슈(Greanache)의 품종을 모두 수확하는 독특한 지역이다. 최근 와이너리를 배경으로 한 고급 레스토랑도 들어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www.visittemeculavalley.com

◇ 로디 와인 컨트리 (Lodi Wine County)

샌프란시스코 동쪽에 있는 로디는 굵은 포도, 특히 진판델(Zinfandel) 품종으로 유명한 지역으로, 미국 포도재배지역(American Viticultural Area)으로 공식 등록되었다. 특히, 이곳은 선도적인 친환경 농법을 시행, 유기농 포도 품종을 수확하고 있다. 모든 와인 테이스팅 장소가 로디 시내에서 불과 15분 사이에 위치해 와인 테이스팅 투어 시 매우 편리하다. www.visitlodi.com/wineries

◇ 산타 크루즈 와인 컨트리 (Santa Cruz Wine Country)

산타 크루즈 와인 지역에는 약 70개 이상의 와이너리가 있으며, 특히 토양에 광물질이 섞여 있어 다채로운 포도 품종을 수확할 수 있다. 산타 크루즈는 미국 최초의 포도 재배지역으로 지정된 곳 중 하나로, 최고 품질의 피노 누아(Pinot Noir), 샤도네이(Chardonnay), 카베르네 소비뇽(Carbernet Sauvignon)를 재배한다. 특히, ‘리지 빈야드(Ridge Vinyards)’는 1976년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에서 보르도(Bordeaux)의 유명한 와인들을 제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으로 유명하다. http://scm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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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휴스턴·뉴올리언스 투어

미래의 어느 날, 외계인이 온다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미국 휴스턴과 뉴올리언스가 될 것이다. 왜냐고? 우주탐색선 보이저 2호 때문이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2호에는 외계인을 만났을 때를 대비해 지구의 음악이 담겨있는 황금 음반이 실려있다. 거기엔 미국의 재즈 거장 닐 암스트롱과 블루스 뮤지션 블라인드 윌리 존슨의 노래가 들어있다. 보이저 2호를 만난 외계인이라면 그걸 발사한 휴스턴의 미 항공우주국, 즉 나사(NASA)를 먼저 찾을 것이다. 그리고 가까운 뉴올리언스, 즉 재즈와 블루스의 고향을 찾아갈 것이다. 외계인이 가기 전 그곳을 찾는 게 좋겠다. 지구에서 가장 멋진 장소 중 한 곳을 외계인보다 늦게 가서야 지구인의 체면이 서지 않을 것이니.

미국 휴스턴의 미 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
미국 휴스턴의 미 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 이곳에선 실제 사용됐던 우주복과 월석 등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무중력 상태 체험 등 다양한 우주 탐험 관련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 사진가 김정민씨 제공
◇휴스턴:나사, 나사, 나사

휴스턴에 들르면 반드시 가야 할 곳은 나사다. 나사의 존슨우주센터엔 방문객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아이는 상상이, 어른은 동심이 실현되는 장소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우주 센터 극장(Space Center Theater). 5층 높이에 이르는 크기의 화면에 우주인들이 입소부터 첫 우주 탐험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보는 걸로 만족하기 힘들면 우주선 발사 극장(Blast Off Theater)에서 무중력 우주 공간을 체험하면 된다. NASA 트램 투어(Tram Tour)는 우주비행 관제센터를 거쳐 초기 우주 개발 시대에 사용되었던 로켓이 전시된 로켓 공원(Rocket Park)까지 둘러보는 코스다.

◇레이크찰스:고요의 바다

"휴스턴, 여기는 고요의 바다. 이글호는 착륙했다."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디디면서 보낸 이 메시지가 휴스턴과 뉴올리언스 사이에 있는 레이크찰스(Lake Charles)시에서 떠올랐다. 삼나무로 둘러싸인 찰스호(湖)를 끼고 있는 이 도시는 그야말로 고요한 바다처럼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어주는 풍경을 자랑한다. 커피 로스팅, 남부 음식 제조법 등 다양한 체험 여행도 가능해 오감이 즐거운 여행지가 될 수 있다.

재즈의 고향인 미국 뉴올리언스에선 길거리에서도 수준급 재즈를 연주하는 음악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재즈의 고향인 미국 뉴올리언스에선 길거리에서도 수준급 재즈를 연주하는 음악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뉴올리언스:풍경, 음식, 그리고 재즈

뉴올리언스는 가을에 물이 오른다. 풍부한 해산물도 제철이고, 무엇보다 거리와 클럽에서 밤낮 들리는 재즈 음악이 날씨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시기다. 이 모든 걸 즐기려면 뉴올리언스의 구(舊)도심인 프렌치쿼터(French Quar ter)에 가야 한다. 18세기 초에 프랑스인들이 조성한 정착지라서 지금도 유럽식 거리의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다.

재즈도 일단 식후청(聽)이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거쳤고, 흑인 노예들까지 유입된 역사 덕에 독특한 요리문화가 정착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솔푸드는 검보(Gumbo)라는 음식이다. 프랑스 음식과 남부 흑인 음식이 섞이면서 생긴 요리로 걸쭉한 수프에 밥을 말아서 먹는다. 국밥 같은데 매콤달콤해 한국 사람 입맛에도 맞는다. 포보이(Poboy)라 불리는 뉴올리언스식 샌드위치는 새우나 고기를 바게트에 넣어 만든 것인데 길거리에서 파는 것도 맛있다. 반드시 가야 할 식당도 있다. 프랑스식 도넛 '베네'를 파는 '카페 두 몽(Cafe du monde)'이다. 바삭하게 튀긴 도넛 위에 슈거파우더만 뿌렸는데 마법 같은 맛이 난다.

그리고 드디어 재즈다. 프렌치 쿼터는 거리 공연의 천국이다. 매일 어디선가 재즈를 연주하는 이들이 있다. 이왕 뉴올리언스까지 왔다면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재즈클럽인 프레저베이션홀(Preservation Hall)에 가보는게 좋다. 매일 밤 8시부터 재즈 밴드들의 공연이 열린다. 낡고 어둑어둑한 공연장에 앉아 100년 전 초창기 스타일에 가까운 재즈를 듣고 있으면 왠지 우주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 별이 빼곡히 박힌 밤하늘이 보일 것이다. 그 별 중 하나는 보이저 2호일 것이다. 거기 실린 노래의 주인공 블라인드 윌리 존슨을 떠올린다. 어릴 때 실명한 그는 길거리 공연으로 연명하다가 노숙자로 생을 마쳤다. 비참한 삶이라고? 그래도 그의 노래는 우주를 날고 있다. 우리도 뉴올리언스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와 함께 날아오르는 상상쯤은 할 수 있다. 언젠가 만날 외계인은 덤이다.


** 여행정보

작년 5월부터 대한항공이 휴스턴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매일 인천에서 오전 9시 20분에 출발해 현지 시각으로 오전 8시 50분에 도착한다. 현지에선 렌터카로 이동하는 게 좋다. 휴스턴 공항 인근에 있는 허츠(Hertz)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편하다.

대한항공과 연합사(하나투어, 모두투어, 한진관광, 롯데관광, 참좋은여행, 온라인 투어)가 선보이는 미중남부 일주 8일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휴스턴과 뉴올리언스 및 멤피스, 내슈빌, 애틀랜타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문의 미국관광청 (02)777-2733 또는 대한항공 (02)751-7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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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카우아이 트레킹

카우아이 와이메아캐니언 아와아와푸히 트레일의 종점. 사진 우측 황토 언덕이 끝나는 지점이 높이 1200m 수직절벽이다.
카우아이 와이메아캐니언 아와아와푸히 트레일의 종점. 사진 우측 황토 언덕이 끝나는 지점이 높이 1200m 수직절벽이다.

닷새 동안 2~4시간짜리 트레킹 코스 11개를 답사하는 '살인적' 일정이었다. 일정 내내 허리케인까지 예보돼 있었다. 카우아이 트레킹은 개인적 '버킷 리스트' 중 하나. 마음이 복잡 미묘했다.

카우아이는 하와이를 구성하는 8개 섬 중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자, 관광객이 주로 찾는 4개 섬 중 가장 작은 섬. '태평양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와이메아 캐니언과 섬 북쪽 27㎞에 이르는 해안 절벽 나팔리 코스트, 그 절벽 위로 난 왕복 36㎞의 칼랄라우 트레일 등이 유명하다. 칼랄라우 트레일 시작 지점 주차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차가 빼곡했다. 허리케인은 다행히 비켜갔지만 장대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여자는 비키니나 쇼트 팬츠 차림이 많았고, 샌들을 신은 사람도 있었다. 처음엔 제법 가파른 산길. 황톳길이 비에 젖어 진창이 됐다. 수시로 미끄러져 온몸에 황토칠을 해대는 비키니 아줌마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15~20분쯤 올라 숨이 가빠질 무렵 숲길이 끝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제부턴 해안선 절벽과 나란하게 이어진 길. 그러나 시야를 꽉 막고 있는 회색 구름이 가슴을 내리눌렀다. 나팔리 해안의 절벽은 구름을 겹쳐 입어 제 모습을 꽁꽁 감추고 있었다.

길이 미끄러워 온 신경을 집중해 걸었더니 어느새 목표 지점인 '비치'다. '장맛비 맞으며 동네 뒷산 오르는 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되돌아가려니 짜증이 밀려와 좀 더 가기로 했다. 목표는 3.2㎞ 전방 하나카피아이 폭포. 샌들 신은 관광객 대부분이 비치에서 발길을 돌렸다. 아무도 없는 숲의 적막을 나뭇잎에 부딪치는 빗소리가 가만히 노크했다. 비가 훑어 내리는 초록 냄새와 습기에 나뭇잎 썩는 냄새는 얼마나 싱싱하고 상큼한지. 비에 떨어진 복숭아 비슷한 열대 과일은 또 얼마나 농염한 향을 내는지. 에덴동산 하와를 유혹한 선악과 향기처럼 환각적이었다. 코스는 훨씬 다이내믹했다. 초입의 대나무 숲을 지나자 이름 모를 과일나무들 숲이 있었고, 조금 더 지나자 폭포로 이어진 개울이 나타났다. 개울 좌우측으로 길이 나 있어 수시로 개울을 건너며 트레킹을 이어가야 한다. 며칠째 계속된 비로 물은 무릎 높이까지 불어 있었지만 개울 폭이 좁아 건너기에 무리가 없었다.

멀리서 물소리가 들리더니 다가갈수록 귀를 먹먹하게 하는 굉음으로 바뀌었다. 폭포 앞으로 다가가니 허공에 흩뿌려져 부서진 물방울들이 온 하늘을 덮으며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나이아가라 폭포 높이가 55m라는데 이 폭포는 족히 100m는 됨직했다. 이미 비에 홀딱 젖은 몸, 물이 허리춤까지 오도록 들어가 한참 동안 폭포를 올려다보았다. 생각과 감각이 모두 정지한 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엔 구름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숲을 빠져나와 비치에 다다르니 하늘은 완전한 제 파랑을 드러냈고 황토 진창길도 꾸덕꾸덕 말라가고 있었다. 마음이 바빠졌다. 절벽을 조망할 수 있는 언덕까지 서둘러 올라가니 상상과 현실이 뒤섞인 시야가 그곳에 펼쳐져 있었다. 직각으로 바다에서 솟아난 절벽들이 뾰족뾰족 끝없이 겹쳐서 이어지고 그 아래 펼쳐진 바다의 낯설고 신비로운 물빛들. 너무 그림 같은 선경(仙境)이라 오히려 비현실적이었다.

와이메아 캐니언의 대표적 트레킹 코스는 3개다. 왕복 5.8㎞의 '캐니언 트레일'과 왕복 10.5㎞의 '아와아와푸히 트레일', 그리고 아와아와푸히 트레일과 합쳐지는 편도 9.3㎞의 '누아로이오 절벽 트레일'. 가장 멋지다는 '누아로이오 트레일'은 아쉽게도 폐쇄돼 있었다.

하와이 카우아이 트레킹

아와아와푸히 트레일을 따라 이어지는 숲은 이른 아침의 생기와 상쾌함이 넘쳤다. 나무가 터널처럼 하늘을 가린 폭 2~3m의 길은 황토로 포장한 것처럼 푹신하고 아늑했다. 신기하게 새 소리 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내리막 숲 터널을 1시간쯤 내려가자 주변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는가 싶더니 100m쯤 전방 푸른 하늘 밑에 작은 황토 언덕이 나타났다. 언덕을 향해 서너 걸음 더 내디뎠더니 모든 풍광이 한순간에 돌변했다. 거대하고 거친 협곡의 주름들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 위로 긴 꼬리를 남기며 가는 흰 유람선. "숨이 멎을 것 같은 풍경을 원한다면 아와아와푸히 쪽으로 가라"는 관광청 직원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눈앞 펜스에 '갑자기 땅이 꺼질 수 있다'는 경고판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저 앞 언덕에서 누군가 팔을 흔든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래, 가 보자. 엉덩이를 뒤로 빼고 반쯤 주저앉은 채 전진해 허벅지에 손을 대고 엉거주춤 일어섰다. 땅이 무저갱처럼 꺼지면서 갑자기 나타난 90도 가까운 1200m 수직 절벽. 그곳에서 어떻게 사진을 찍었는지, 몇 분이나 머물렀는지, 어떻게 돌아왔는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자연이 이토록 크고 무섭게 느껴진 적은 결단코 없었다.

호놀룰루에서 29분 날아온 카우아이는 와이키키 하와이와는 180도 다른 하와이였다. 수영복은 한 번도 입지 못했고, 닷새 중 나흘을 비 맞으며 산속을 헤맸지만 사람들에게 할 말이 하나 생겼다. "너희가 진짜 하와이를 알아?"

여행노트

1. 카우아이는 연 강우량이 1만㎜가 넘는 세계 최대 다우지역 중 한 곳이다. 이 비가 산을 깎아 협곡을 만들고 수많은 폭포가 강을 만들어 섬 전체를 열대 정원처럼 만들어 놓았다. '정원의 섬'이란 별칭으로 불린다.

2. 호텔이 몇 곳 없는 데다 매우 비싸 호놀룰루에서 아침 비행기로 왔다 저녁 비행기로 돌아가는 '하루 관광'이 대부분이다. 호놀룰루 여행사 및 한인 여행사인 엠(M)투어에서 판매한다. 문의 808-431-4328

3. 헬스조선 힐링여행사업부는 11월 5~12일 카우아이 트레킹과 오하우 휴식을 함께 하는 '카우아이 힐링 트레킹'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문의 1544-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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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제도의 470개 해변 중 나름의 사연과 숨겨진 매력을 간직한 이곳 

미국 천연자원 보호 협회(NRDC)의 보고에 따르면 하와이 제도에는 약 470개의 해변이 있다고 한다. 수치만 보더라도 하와이에서 해변이 자연과 인간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지금부터 둘러볼 해변들은 하와이의 수많은 해변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나름의 사연과 매력을 간직한 곳들이다.

와이키키 비치
와이키키 비치

부족함이 없는 휴양지, 와이키키

하와이 여행을 계획하는 이라면 꼭 한번 찾게 되는 오아후 섬. 이곳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는 와이키키다. 와이키키 비치는 호놀룰루 남쪽 알라와이 운하에서 다이아몬드 헤드에 이르기까지 약 3.2km 구간에 펼쳐진 몇몇의 크고 작은 해변들을 통틀어 일컫는 명칭이다. 이 해변들은 각기 다른 개성과 즐길 거리를 갖고 있다. 

와이키키 해변을 대표하는 곳으로 먼저 알라와이 운하 근처의 듀크 카하나모쿠 비치를 꼽을 수 있다. 하와이 출신의 올림픽 수영 챔피언 듀크 카하나모쿠의 이름을 딴 이 해변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곳으로 파도가 매우 잔잔해서 아이와 함께 온 가족에게 인기가 높다.

듀크 카하나모쿠 비치 옆에 있는 포트 드루시 비치 파크는 잔디밭, 야자수 그늘, 피크닉 테이블, 비치 발리볼 경기장 등을 두루 갖추고 있어 해변에서의 스포츠와 피크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해안을 따라 내려가면 와이키키 비치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그레이스 비치가 있다.

오아후 섬의 다이아몬드 헤드 / 오아후 섬의 라니카이 비치
오아후 섬의 다이아몬드 헤드 / 오아후 섬의 라니카이 비치
연못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며 잔잔한 파도를 간직한 쿠히오 비치에서는 무료 훌라 공연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로열 하와이안 센터에서 주최하는 이 행사는 일주일에 세 번 열린다. 석양이 지는 해변을 무대로 횃불을 부는 전통 세리머니로 시작되는 훌라댄스와 음악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쿠히오 비치를 지나 퀸즈 서프 비치에 도착하면 활기 넘치는 분위기에 마음이 들뜬다. 퀸즈 서프 비치에서는 주말 밤이면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악사와 코미디언들이 야외에서 공연을 하고 거리에서 음식을 사먹을 수도 있는 등 작지만 운치 있는 해변의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상수시(San Souci) 비치는 현지인들이 와이키키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갖가지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매력을 지닌 곳이다. 어린이가 있는 가족 여행이라면 퀸즈 서프 비치 근처에 있는 호놀룰루 동물원이나 상수시 비치 근처의 와이키키 아쿠아리움에 들르는 것 또한 신나는 경험이 될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하날레이 베이

카우아이 섬 북쪽에 있는 하날레이 베이는 카우아이 섬은 물론 하와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알려져 있다. 약 3.2km에 달하는 황금빛 모래사장이 바닥이 투명하게 비치는 에메랄드 빛 물 주위를 초승달 모양으로 감싸 안은 듯한 모양을 한 하날레이 베이에는 해질녘이 되면 성벽처럼 에워싼 웅장한 절벽들이 거울같은 수면 위로 비친다. 초승달 모양의 해변 중간 지점에 있는 부두 주변에는 보트와 요트들이 호수 위의 백조들처럼 유유히 떠 있다.

카우아이 섬의 포이푸 비치 / 하날레이 베이
카우아이 섬의 포이푸 비치 / 하날레이 베이
하날레이 베이를 무대로 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하날레이 베이'는 하와이에 바치는 한 편의 헌정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하와이의 순수한 아름다움이 압축되어 있다. 하날레이 베이에서 서핑을 하던 아들이 상어에게 물려 익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주인공 사치가 황망히 하와이로 날아가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 후 사치는 매년 가을, 아들의 기일을 전후로 3주를 하날레이 베이에서 보낸다. 하날레이 베이에서 경이로운 자연을 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죽은 아들과 자신에 대해 생각하면서 슬픔을 극복해 나아간다는 것이 소설 '하날레이 베이'의 줄거리다.

소설에 묘사된 하날레이 베이는 영화 '블루 하와이' 속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허리케인이 할퀴고 간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고 가을이 되면 일기는 불안정하다. 때때로 폭우가 쏟아지고 겨울 밤에는 실내에서도 스웨터가 필요하다. 

소설은 픽션이지만 엄연한 진실을 말하기도 한다. 하와이의 자연은 결코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때때로 사나운 태풍이 몰아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그렇지만 자연에는 어떠한 편견도, 감정도 없으며 죽은 사람들도 결국 자연의 사이클 안에 있는 것이라고 하루키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말한다. 카탈로그 속의 하와이가 아닌, 소설 속의 대사처럼 ‘있는 그대로 이 섬을 받아들여야’ 비로소 하와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캡틴 쿡’의 비극적 최후, 케알라케쿠아 베이

하와이에서 가장 큰 섬 하와이 아일랜드(빅아일랜드)는 눈 덮인 화산과 거대한 열대우림,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듯한 바다 등으로 각광받는 여행지다. 하와이 아일랜드 서쪽에 위치한 케알라케쿠아 베이는 바다 생물의 낙원으로 불리는 곳. 덕분에 이곳은 하와이에서도 손꼽히는 스노클링의 명소다. 이곳에서 스노클링을 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는 해변에 있는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James Cook)의 추모비다. 카약이나 스노클링을 하러 온 사람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외딴 곳에 역사적인 인물의 기념비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케알라케쿠아 베이
케알라케쿠아 베이
태평양 항로 개척길에 올랐던 제임스 쿡이 첫 번째로 발견한 곳은 소시에테 제도와 뉴질랜드. 두 번째 항해에서는 남국에 근접한 항해를 하여 항로 개척과 과학적 발견의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왕립협회의 회원이 되는 행운도 얻게 된다. 그리고 1776년 2월, 쿡은 그의 인생에 마지막이 될 세 번째 항해를 시작한다. 1778년 어느 날 태평양의 북동쪽을 지나던 쿡 일행은 지도에 없는 섬들을 발견한다. 이를 표기하기 위한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던 쿡의 머리에 후원자였던 샌드위치 백작 - 빵에 고기와 채소를 끼워 먹는 음식, 샌드위치를 고안한 장본인으로 알려진 - 이 떠올랐다. 이리하여 ‘샌드위치 제도’라는 이름으로 서양에 처음 알려진 은둔의 화산섬이 바로 하와이다. 

처음에는 쿡 일행에게 우호적으로 극진히 대하던 원주민들의 태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적대적으로 변하기 시작했고, 하와이를 발견한 이듬해인 1779년 2월 14일 쿡은 케알라케쿠아 베이에서 원주민들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창에 찔려 파란만장한 생을 마감한다. 그로부터 약 100년이 지난 1874년, 쿡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에 간소한 추모비가 세워져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아픈 역사의 잔상을 안은 채 새하얀 추모비는 오늘도 무심히 코나의 푸른 바다를 내려다볼 뿐이다.

고독한 낙원, 파포하쿠 비치

파포하쿠 비치
파포하쿠 비치
오아후와 마우이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몰로카이 섬은 하와이의 주요 섬들 가운데 서구 문명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은 곳이다. 섬 북쪽의 칼라우파파 지역에는 고대 하와이 원주민의 흔적이 남아 있고 서쪽의 마우나 로아는 훌라의 발상지로 통한다. 지금도 주민들은 자부심을 갖고 태초의 모습을 보존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가장 하와이다운 섬이라고도 일컬어진다. 

몰로카이는 ‘프렌들리 아일랜드(Friendly Island)’라는 애칭으로도 불리지만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몰로카이로 가는 교통편은 드물다. 섬에 있는 호텔도 단 하나다. 편의점도 패스트푸드점도 거의 없다. 쇼핑몰이나 화려한 엔터테인먼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곳을 알아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수고스럽게 이 섬을 찾은 소수의 모험가들에게 몰로카이는 완전한 자유라는 값진 선물로 보답한다.

특히 몰로카이 서쪽의 파포하쿠 비치는 고요와 고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낙원이다. 관광지의 번잡함에 싫증난 하와이 현지인들이 특히 이 곳을 소중히 여긴다. 화이트 골드 컬러의 모래 해변이 약 4.8km에 걸쳐 직선으로 뻗어 있는 파포하쿠 비치는 하와이에서도 가장 긴 해변 중 하나다. 해변을 따라 산책하거나 모래밭에 앉아서 해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몰로카이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하와이 아일랜드
하와이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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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자가 남자? 터프한 남자가 여자?… 이곳에선 원칙을 논하지 말라

한때 다니엘 페낙의 '말론센' 시리즈에 열광했던 나는 그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벨빌' 같은 곳에서 살면 소설은 절로 써질 것이라 상상하곤 했다. 인생의 절반을 거대한 아파트 단지 속에서, 비슷한 억양의 한 가지 언어만 듣고 살아온 내게 유대인 이민자들과 불법 체류자들, 아랍인과 흑인, 중국인들이 다닥다닥 모여 사는 시끄러운 동네가 매력적으로 보인 건 어쩌면 필연적인 일인지도 모른다.

영화‘브루클린으로 향하는 마지막 비상구’를 본 사람들에게 뉴욕의 브루클린(Brooklyn)은 몽롱한 도시다. 그러나 작가 폴 오스터는 여러 작품을 통해 브루클린의 매력을 세세히 보여준 다. 사진은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브루클린교(橋)의 모습. / AFPㆍ연합
"가지각색으로 다른 외국의 억양이 합쳐진 소리에, 그곳의 아이들과 나무들에, 열심히 살아가는 중산층 가정에, 레즈비언 커플들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료품점에, 길거리에서 마주칠 때마다 고개를 숙여 내게 인사를 하는 헐렁한 흰 옷을 걸친 인도인 성자들에게, 그곳의 난쟁이들과 불구자들에게, 보도를 따라 굼벵이 걸음을 걷는 늙은 연금 수령자들에게, 그곳의 교회 종소리와 수천 마리 개들에게, 지하 셋방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길거리를 따라 손수레를 밀고 돌아다니며 빈병과 폐품을 찾아 뒤지는 떠돌이 넝마주이들에게 애착을 느끼고 있었다."

폴 오스터가 묘사하는 브루클린과 다니엘 페낙이 속삭이는 벨빌의 모습은 놀랄 정도로 비슷해서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인종과 언어를 초월한 욕망의 집결지 같다. 언젠가 '엘르'에서 폴 오스터의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나는 이런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70년대에 인구통계 조사원으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할렘가 담당이었죠. 아주 나이 많은 흑인 여자의 집을 방문하게 됐어요. 시력을 거의 잃은 여자였는데 나를 멀찍이 보더니 이러더라고요. 당신은 흑인이 아니군요. 백인이에요. 내 인생 통틀어 우리 집에 온 첫 번째 백인이네요."

그 첫 번째 백인의 존재는 작가라는 자기 정체성과도 깊게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벨빌이나 브루클린 같은 곳에 아이가 탄생한다면 로맹 가리의 소설 '자기 앞의 생'에 나오는 주인공 '모모' 같은 존재, 아이지만 신비로운 눈망울을 가진 '어른아이'로 태어날 가능성이 크다. '브루클린 풍자극'에도 어느 날, 이런 존재가 선물처럼 배달된다.

"나는 조용히 죽을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었다"로 시작하는 소설 '브루클린 풍자극'은 퇴직한 59세 생명보험판매원인 네이선 글래스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폐암으로 항암치료를 받던 중 회사에서 잘리고, 아내와는 일찌감치 이혼했으며,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과도 사이가 틀어지기 일보 직전인 이 위기의 남자가 어느 날, 죽을 만한 장소로 브루클린을 선택한다.

뉴욕시 브루클린의 워터프론트 공원에서 한 부부가 마천루를 뒤로 산책을 하고 있다. / APㆍ뉴시스

하지만 그는 우연히 헌책방에서 오래전 소식이 끊겼던 조카 톰을 만나게 되고, 타고난 엘리트로 영문학 교수가 될 재목이었던 톰이 어떤 사연인지 한껏 뚱뚱해진 몸으로 택시 운전을 하다가 브루클린의 헌책방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톰이 변한 이유를 찾던 네이선은 주소 하나 달랑 적힌 쪽지를 들고 자신에게 찾아온 톰의 조카 루시와 살게 되고, 곧 톰과 함께 행방이 묘연한 루시의 엄마를 찾아 긴 여행을 나서게 된다.

그들의 기이하고 괴상한 여행이 주는 선물은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느냐는 폴 오스터의 오래된 질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죽음의 끝에서 삶 쪽으로 걸어 나오던 주인공 네이선이 마주친 뉴욕의 하늘은 세계무역센터의 북쪽 타워에 첫 번째 비행기가 충돌하기 딱 46분 전인 2001년 9월 11일 오전 여덟시. 그의 증언대로 "그로부터 두 시간 뒤에는 3000명을 재로 만들어 버린 연기가 브루클린 쪽으로 밀려올 것이고 그와 함께 죽음과 재가 하얀 구름으로 우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이다.

브루클린을 '브루클린으로 향하는 마지막 비상구' 같은 영화의 배경으로 기억하는 사람에게 이곳은 분명히 술에 취한 몽롱한 눈빛의 창녀 '트랄라'의 도시이다. 그러나 폴 오스터가 말하는 브루클린, 특히 '에드거 앨런 포우'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비교논문으로 삼촌 네이선을 늘 기쁘게 했던 톰이 택시 운전기사로 이 도시를 누비며 이 도시를 예찬하는 장면에선, 그만 이 욕망의 집결지에 비추는 수많은 네온들이 결국 도시의 별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새벽 세 시 반에 타임스 광장을 미끄러지듯 통과하다 보면 모든 통행이 다 끊어져서 문득 세상 한복판에 나 혼자만 남은 것 같은 때가 있어요. 머리 위로는 사방에서 온통 네온 불빛이 쏟아져 내리고요. 아니면 브루클린 다리를 건너는 찰나에 아치 사이로 막 보름달이 떠오르는 순간이나, 그런 순간이면 보이는 거라곤 밝고 둥근 노란 달뿐인데, 그 달이 너무 커서 놀라게 되고 내가 여기 지구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날고 있는 중이라는, 택시에 날개가 달려 있어서 실제로 우주 속을 날고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되지요."

이토록 시적인 문장이 가능한 도시에서 처참한 테러가 자행될 수 있다는 아이러니, 저토록 아름다운 여자가 남자이고, 누구보다 터프한 저 남자가 여자라는 또 다른 역설, 이것이 브루클린이 가지고 있는 삶의 역동성은 아닐까. 인간은 죽음으로서 또한 살아가는 그런 존재는 아닐까라는 거대한 질문이 유효한 곳 말이다.


열차로 종단하는 알래스카 여행

미국 알래스카. 만년설과 빙하로 뒤덮인 땅일 거라는 막연한 짐작은 북부 내륙에 위치한 제2의 도시 페어뱅크스(Fairbanks) 국제공항에 내리는 순간 보기 좋게 빗나갔다.

북위 65도의 페어뱅크스는 자정이 임박한 시각임에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백야(白夜). 백야라면 그저 어슴푸레한 저녁 분위기 정도일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한낮이나 마찬가지다. 거리의 사람들은 반소매 옷과 반바지를 입고 활보했다.

여객기의 창을 통해 내려다보며 연방 탄성을 토했던 그 많은 설산과 빙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곳에서 조금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북위 66.5도 이상을 일컫는 북극권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페어뱅크스의 한여름(7~8월) 평균 기온은 섭씨 27~28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인데다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여름엔 덥고 겨울엔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 반면 남쪽으로 500㎞ 이상 떨어진 제1의 도시 앵커리지(Anchorage)는 해양성 기후라 한여름 기온이 섭씨 16~17도로 오히려 선선한 편.

빙하로 뒤덮인 설산들을 배경 삼아 달리는 알래스카 관광열차. 좌석 옆부터 천장까지 통유리창이라 여행객들이 편하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열차가 달리는 도중 곰 등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승객들이 편히 볼 수 있게 그 자리에 몇 분씩 멈춰 서는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 / 알래스카철도 제공

천혜의 환경 등 다양한 볼거리로 유명한 알래스카를 즐기는 방법이야 많겠지만, 페어뱅크스에서 앵커리지까지 576㎞를 열차로 종단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내리 달리면 12시간 걸리는 여정이지만 곳곳에 펼쳐진 매력적인 여행지들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중간에 여러 차례 내리게 될 것이다.

페어뱅크스: 순수한 원주민 문명과 조우

알래스카 철도를 이용한 열차여행의 북쪽 출발지는 페어뱅크스. 내륙의 대표 도시이자, 빙하가 만들어낸 유콘강을 따라 형성된 원주민 문명과 현대 문명이 공존하는 관광·교육·군사 중심지이다. 매년 겨울철이면 오로라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미국 어린이들이 산타클로스가 사는 마을이라고 굳게 믿는 노스 폴(North Pole)이 근처에 있다.

먼저 중심가에 위치한 모리스 톰슨 문화관광센터에 가보자. 지역 원주민 문화 등 알찬 볼거리는 물론 여행자를 위한 각종 책자와 지도를 제공한다. 알래스카대학 북극박물관에서도 다양한 원주민 유물을 만나볼 수 있다. 알래스카에 있는 79개 온천 중 하나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치나(Chena) 온천에서 분당 1500L씩 솟는 섭씨 59도의 유황온천수에 피로를 푸는 것도 좋다.

문득 북극에 가보고 싶다면 북위 66.5도선을 넘어가는 북극권 탐험도 할 수 있다. 경비행기로 1시간쯤 걸리는 거리지만 직접 두 발로 북극권을 밟아봤다는 묘한 성취감이 들 것이다.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만년 빙하가 만들어낸 경이로운 풍광은 보너스.

토키트나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매킨리 산 베이스캠프. 눈밭에 착륙하는 순간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잊지 못할 추억을 더한다. / 김선호 기자
드날리: 알래스칸들의 마음의 고향

페어뱅크스에서 열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4시간쯤 내려오면 드디어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산(6194m)과 드날리(Denali) 국립공원이 나온다.

드날리는 매킨리산의 원래 이름으로 원주민 말로 '위대한 자'란 뜻.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이 산을 보러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맞기 위해 호텔과 캠핑장 등 많은 관광시설이 밀집해 있다. 공원 내 절경을 감상하려면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146㎞에 이르는 공원 내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경치는 물론 곰·카리부·늑대·무스·산양 등 야생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빙하 녹은 물이 흐르는 네나나(Nenana)강에서 즐기는 래프팅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다시 열차를 타고 4시간쯤 내려오면 토키트나(Talkeetna)에 도착한다. 아담한 시골 마을이지만 이곳은 매킨리산에 도전하는 산악인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집결지이다. 이곳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직접 매킨리 산자락까지 날아갈 수도 있다. 운이 좋다면 매킨리산을 등반하려는 사람들이 현지 적응 훈련을 하는 베이스캠프 텐트촌 눈밭에 내릴 수도 있다.

앵커리지: 문명과 야생이 공존하는 땅

주(州) 인구의 절반 가까운 30만명이 살고 있는 제1의 도시지만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이 살아있는 곳. 도심에는 레스토랑·박물관·영화관이, 앞바다엔 연어를 비롯한 신선한 해산물이 있고, 조금만 시외로 벗어나면 야생의 어드벤처를 경험할 수 있다.

알래스카에서 살아온 11개 주요 원주민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알래스카 원주민센터는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원주민 유산은 물론 알래스카를 대표하는 현대 미술작가들의 작품까지 망라해 첨단 전시 장비를 활용해 보여주는 앵커리지 박물관도 볼거리로 가득한 명소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인 포테지(Portage) 빙하에 가면 바닷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빙산을 볼 수 있고, 크로우 크릭 광산에선 직접 콸콸 흐르는 냇물에서 사금을 채취하며 금을 좇아 캘리포니아에서 알래스카로 흘러든 초기 이민자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지역에 가면 빙하가 바다와 만나며 펼쳐내는 장관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 김선호 기자

빙하, 드디어 바다와 만나다

다시 열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Prince William Sound) 지역이 나온다. 바다와 섬, 피오르(峽灣·협만)와 1만여개의 빙하를 아우르는 광활한 지역(2만5900㎢)이다. 위티어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와 전세 보트를 이용하면 시야를 압도하는 빙하지대를 감상할 수 있고, 발데즈에서는 폭 6㎞가 넘는 웅장한 컬럼비아 빙하와 트레킹, 카약, 스키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코르도바에선 오르카 내수로와 카퍼 리버 삼각지 투어와 함께 연어 낚시와 철새 구경 등을 할 수 있다.

산꼭대기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쌓이고 쌓인 눈이 엄청난 압력으로 에메랄드빛 얼음이 되고 그 얼음이 또 굳어져 마침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천천히 낮은 곳으로 향하는 빙하가 되어 바다에 이르는 장면은 장관 중의 장관이다. 우르릉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바다로 쏟아져 내리는 얼음덩이들은 보는 이들에게 경외심마저 들게 한다. 반팔 옷을 입고 만년빙과 빙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건 알래스카 여행객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우리에게 혹한과 에스키모의 땅으로 알려진 알래스카는 지금 막 여름이 무르익고 있다. 8개월 가까이 이 땅을 지배한 겨울은 마침내 그 기세를 여름에 내어주고 있다. 9월 초까지는 모든 게 풍요로울 것이다. 알래스카는 지금 여름과 겨울이 함께 가고 있다.

■여행정보

●항공: 대한항공에서 올 7월과 8월 각 3차례씩 6번 직항 전세기를 띄운다. 한진관광·하나투어에서 관련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직항로를 이용하면 인천공항에서 앵커리지까지 8시간 걸려, 지금의 시애틀을 경유하는 노선에 비해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여행 팁: 110볼트 전압을 사용하므로 노트북이나 휴대전화용 충전기를 따로 준비한다. 햇살이 제법 따가우니 모자·선글라스·자외선 차단제는 필수. 얇은 옷을 여러 벌 준비해 날씨에 따라 겹쳐 입고 두터운 윈드자켓 하나쯤 가져가자. 모기에 민감한 사람들은 모기약을 챙겨가면 좋다.

●환율: 1달러=약 1080원(7일 현재)


미서부 캘리포니아 해안가에 희귀어종인 그러니언(Grunion)이 몰려온다. 때는 초승달과 보름달이 시작된 다음날로부터 각각 나흘동안의 만조 밤시간대, 장소는 소음과 불빛이 드문 곳으로, 캘리포니아주 남부 샌디에고·LA에서 샌타바버러에 이르는 캘리포니아 중부의 태평양 해안 백사장. 기간은 오는 8월 중순까지다.  

이런 때에 이런 곳을 찾으면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경험해볼 수 있다. 그러니언 떼가 해안 모래밭까지 찾아와 펼치는 한밤의 퍼레이드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언은 칠흙처럼 어두운 밤의 만조시간대에 높은 파도를 타고 뭍으로 나와 산란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백사장에 펼쳐지는 은빛 그러니언떼의 모습은 실로 경이로움 그자체다.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흔히 볼수 있는 5∼7인치 크기의 그러니언은 엄밀히 말해 캘리포니아 그러니언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뭍으로 나와 알을 낳는 정어리과의 희귀종.   이 그러니언은 3월부터 8월까지 산란지로서 샌타바버러 인근 포인트 컨셉션(Pt. Conception)에서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 푼타 아브레호스(Punta Abrejos)에 이르는 서부해안지역으로 몰려든다.

그러니언은 바닷물이 가장 많이 뭍으로 들어오는 초승달과 보름달의 만조 밤시간대에 백사장을 찾는다는 것이 또 다른 특징. 그러나 그러니언과 달 주기의 상관관계는 아직까지 규명되지 않고 있고 단지 알의 부화과정상 필연적인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학계에서는 그러니언의 산란과정이 최고의 만조상태에서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때에 시작함으로써 알이 파도에 휩쓸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모랫속에 알을 묻음으로써 다른 해양생물에 희생되는 것을 최소한도로 줄이는 한편 외부의 극한적인 기온으로부터 알을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어쨌든 이러한 그러니언은 밤 만조시간때가 되면 약 30분간 걸쳐 모습을 서서히 나타내기 시작하는데 이로부터 1시간 정도 지나면 마릿수가 크게 불어난다. 만조의 높은 파도를 타고 젖은 모래위로 올라온 암컷은 머리를 하늘로 향한 채 춤을 추듯 꼬리를 모래속에 묻고 3000개에 달하는 알을 낳는다.

그러나 암컷은 이때 자신 주변에 수컷이 없으면 알을 낳지 않고 물속으로 들어가 다음 만조때의 기회를 기다리는 성질을 갖고 있다. 알을 낳게 된 경우 암컷 주변을 감싸고 있는 수컷은 곧 이어 수정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나서는 파도를 타고 바다로 되돌아간다. 이때 걸리는 시간은 30초정도. 이렇게 해서 모래밭에 묻혀진 그러니언의 수정란은 이로부터 열흘여 뒤인 다음의 최고 만조때 밀려온 파도의 충격에 의해 깨지게 되면서 마침내 그러니언 새끼로 변해 태평양에 첫발(?)을 내딛게 된다.

산란예정일(그러니언 떼가 해안가로 몰려드는 예정일 및 시간**) 7월 1 금 9:45 p.m. - 11:45 p.m. 2 토 10:25 p.m. - 12:25 a.m.* 3 일 11:10 p.m. - 1:10 a.m.* 4 월 11:55 p.m. - 1:55 a.m.* 15 금 9:55 p.m. - 11:55 p.m. 16 토 10:35 p.m. - 12:35 a.m.* 17 일 11:10 p.m. - 1:10 a.m.* 18 월 11:45 p.m. - 1:45 a.m.* 30 토 9:35 p.m. - 11:35 p.m. 31 일 10:15 p.m. - 12:15 a.m.* 8월 1 월 11:00 p.m. - 1:00 a.m.* 2 화 11:50 p.m. - 1:50 a.m.* 13 토 9:45 p.m. - 11:45 p.m. 14 일 10:15 p.m. - 12:15 a.m.* 15 월 10:50 p.m. - 12:50 a.m.* *는 자정을 넘긴 다음날 시간. 예로 7월18일의 경우 18일 자정을 지나 사실상 다음날 새벽이 되는 19일 오전 1시45분까지 지속된다는 의미다. **

상기 시간표는 로스앤젤레스 인근 샌페드로 해안에 그러니언 떼가 몰려드는 시간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샌디에이고 지역 경우는 이 시간 보다 5분가량 일찍, 샌타바버러 지역 해안은 이보다 25분 가량 늦게 시작된다. 

이렇게 잡자 구경하는 것 보다는 역시 잡는 것이 더 재밌다. 그렇다고 낚싯대나 그물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맨손과 주어담을 버켓만 있으면 족하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 그러니언을 구경해서 좋고 잡을 수 있어 금상첨화라는 마음만 갖고 떠나자.  

무엇으로 잡나 맨손으로 잡는 것만 허용된다. 낚시도구 사용은 물론, 장갑 낀 손으로 잡거나 버켓으로 퍼서 잡는 것도 불법이다. 그러니언은 만조때의 파도를 타고 백사장으로 나와 알을 낳는 독특한 습성을 갖고 있는데 이같은 산란때(그러니언 산란 스케줄 참조)를 기다렸다가 모래밭위에서 펄덕거리며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려는 그러니언을 놓치지 않고 손으로 잡으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니언이 산란하는데 적절한 환경을 갖춘 곳이라면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참고로 그러니언은 이빨이 없는 만큼 겁낼 필요가 전혀 없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16세 이상은 일반 낚시점에서 판매하는 캘리포니아 피싱 라이선스를 갖추야 한다. 반면 15세 이하는 라이선스 없이 그러니언을 잡을 수 있다. 참고로 라이선스는 눈에 띄는 옷소매에 부착해야 한다. 이밖의 준비물로는 그러니언을 담을 버켓과 랜턴, 그리고 재킷과 함께 물에 젖을 것을 고려해 여벌의 옷과 수건이 필요하다. 옷차림으로는 반바지 및 비치샌들에 소매를 걷어 올리기 쉬운 긴팔 스웨터가 좋다. 그러니언 잡기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바닷물기에 끈적한 손과 발을 닦아낼 수 있는 물을 아울러 갖추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깊은 밤에 해변을 찾는 것인 만큼 정성껏 마련한 커피와 간식은 별미다.   

어디로 갈까 고운 모래의 백사장이 형성된 바닷가라면 원론적으로 샌타바버라에서 샌디에고에 이르는 남가주 해안 어디든지 그러니언이 찾아든다고 할 수 있다. 단, 그러니언을 잡는데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조건은 빛과 소음이 없어야 한다는 점. 즉,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사방에서 불빛이 비쳐지는 곳은 절대로 좋은 장소가 될수 없다.

또하나 사람이 많다보면 먼저 잡으려는 욕심에 서로 랜턴을 켜고 법석을 부리다가 허탕치기가 십상인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래서 소음도 소음이거니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이래저래 좋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곳에서는 그러니언 보다 사람이 더 많이 몰리는 기현상까지 빚기도 한다. 올해의 경우 베니스비치에서 맨해턴비치·토렌스 비치에 이르는 바닷가 가운데 불빛과 소음이 적고 백사장이 잘 형성된 곳에서 그러니언떼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헌팅턴비치도 좋은 장소로 손꼽힌다. 물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그러니언떼가 많이 나타나는 곳으로는 뭐니해도 카브리요 해양박물관 인근의 카브리요 비치다. 그러나 카브리요비치를 비롯해 남가주 많은 해안가는 오후 10시부터 폐장되는 단점이 있다. 즉, 카브리요비치의 경우 인근 해양박물관의 그러니언 관찰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날이 아니고서는 일반인들의 밤시간대 진입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바닷가로 진입이 언제나 가능한 주택가 형성의 해안가 가운데에서 인적이 없고 불빛이 없는 곳을 택하도록 하는 게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 참고로 같은 바닷가라도 잘 나올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으며 또한 같은 바닷가에서도 특정 지점으로 몰려 나오기도 한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비치 끝자락 부분은 대체적으로 그러니언이 잘 몰려드는 곳이다.  

잡는 요령과 잡는 시기 뭍으로 나오기 시작한 첫 그러니언 떼의 경우 잡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급한 마음에 백사장으로 올라오는 대로 잡으려다가는 결국 그러니언의 그림자조차 더이상 발견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상륙(?)하게 되는 지점이 과연 안전한지의 여부를 확인해 동료(?)들에게 알리는 첨병이기 때문. 따라서 본격적인 그러니언떼가 몰려오기 전까지는 소리내는 것은 물론 랜턴을 켜는 것도 삼가해야 한다.     또한 그러니언이 뭍으로 처음 나오기 시작한 때로부터 적어도 30분에서 1시간정도는 기다리는 게 좋다. 날짜별로는 나흘주기에서 사나흘째가 가장 좋다. 그렇다고 꼭 나흘동안만 그러니언이 출현하는 것은 아니고, 이기간 전후로도 적은 수지만 만조때가 되면 그러니언이 뭍으로 올라온다. 월별로 본다면 상대적으로 날씨가 따뜻한 7월이 좋다. 8월중순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그러니언 규모가 급격히 줄어든다. 시간으로는 첫 출현시기의 만조때를 기준으로 30분에서 1시간 가량 지나서가 좋다. 대개의 경우 시작후 1시간 지나서가 피크다. 따라서 처음부터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 한편 이러한 그러니언의 출현은 불빛이나 소음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짧게 1시간에서 3시간 가량 지속된다. 또하나, 그러니언을 잡게 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러니언 출몰이 늦게 시작하는 주중의 날을 선택하는 것도 요령이다. 주중 새벽까지 버티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 

안전수칙 깊은 밤 바닷가에 나간다는 것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는 만큼 안전수칙을 지키자. 특히 파고가 높을 경우라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조용한 곳을 찾겠다는 마음에서 혼자 가는 것은 절대 금물. 완만한 백사장이 형성된 곳이 할지라도 특히 어린이의 경우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니언 요리는 어떻게 기름에 튀겨낸 그러니언은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우선 비늘을 벗긴 다음, 머리와 내장을 따내고 몸통을 깨끗이 씻는다. 통째로 식용하기도 하는데 잡는 과정에서 모래와 뒤덤벅이 되는 관계로 머리와 내장은 버리는 게 좋다. 가위를 사용하면 쉽게 잘라낼 수 있다. 몸통은 튀김가루 반죽에 넣다 꺼낸 다음 튀김가루에 다시한번 묻힌다. 이제 황갈색이 날때까지 튀겨내면 뼈까지 씹어먹을 수 있는 고소한 튀김이 된다. 저녁 반찬으로는 물론, 간식이나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이탈리아 북부도시 베니스는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온 낭만의 도시다. 특히 수로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곤돌라는 베니스를 대표하는 낭만의 상징이다.

곤돌리어의 흥겨운 노랫소리를 들으며 운하를 돌게되는 곤돌라 유람은 이곳을 찾는 이방인들로 하여금 이국적인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운치를 맛보기 위해 로마행 티켓을 구입할 필요까진 없다. LA에서 30∼40분 남짓 거리인 롱비치에서는 미국판 베니스 곤돌라가 남가주 연인들을 매일 실어나르고 있다.

 

롱비치 최남단 벨몬트 쇼어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곤돌라 게터웨이(Gondola Getaway)’는 미국판 곤돌라 관광업체.

이 곤돌라는 롱비치 고급주택가인 네이플스(Naples·영어로 나폴리를 의미함) 섬 주변 1마일 구간의 운하를 돌며 남가주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낭만의 세계로 안내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곤돌라 게터웨이 선착장을 떠나 네이플스 섬 내부의 네이플스 운하와 리보 알토 운하를 돌아보는 것이 1시간 남짓 걸리는 이 곤돌라의 유람코스다. 

이 유람코스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흥겹게 노젓는 곤돌리어가 분위기를 한껏 잡아가면서 안내를 맡는다.

그러나 로맨스의 압권은 곤돌라 유람 자체가 결코 아니다. 해가 저물면서 찾아오는 황혼과 어두움이 바로 무드 조성의 주역이다.

한잔의 와인을 마시면서 황혼빛에 시시각각으로 붉게 타들어가는 주변 풍치를 감상해보라. 그래도 수줍다면 달빛이 흐르는 밤하늘 아래 등불을 켠 곤돌라에 몸과 마음을 실어보자.

이 대목에 들어서면 제 아무리 부끄럼을 타는 연인들이라 할지라도 밀어 한두마디는 나누게 마련이다.

곤돌라 게터웨이측은 연인 그리고 결혼을 앞둔 커플이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찾는 부부들이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물론 유람하기가 무섭게 연인에게 키스를 퍼붓는 열정파가 있는가 하면 유람하는 동안 내내 한마디의 말도 나누지 않는 지조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곤돌라 유람이 끝나갈 무렵이면 비록 와인 한잔에 몸이 취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매혹스런 분위기에 마음이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이 곳 곤돌리어들의 말이다.

곤돌라 게터웨이의 곤돌라 유람은 아침 11시부터 밤 11시까지 주 7일 계속되며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루 전날 예약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저녁이나 밤시간대에 유람을 즐기려면 적어도 1∼2주전에 시간을 잡아둬야한다.

주말 저녁 시간대에는 특히 그렇다.

곤돌라 승선비는 커플당 85달러며 최고 6명(3쌍)이 승선할 경우 추가 인원당 20달러. 그러니까 4명이서 곤돌라를 즐길 경우 125달러다.

업소측은 최소 7명에서 최고 19명이 승선할 수 있는 중형 곤돌라 유람관광도 제공하고 있는데 이 경우 1인당 25달러.

물론 같은 일행이 아닌 경우에는 함께 승선시키지 않는다. 연인하고만 함께 하고싶은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기 위함이다.

한편 곤돌라 게터웨이측에서는 모든 유람객들에게 얼음은 든 아이스 버켓 및 글래스와 함께 샐라미와 치즈 그리고 프렌치 브레드를 제공한다.

따라서 곤돌라 유람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와인만 준비하면 된다. 물론 양주나 소다수 등을 대신 가져와도 상관없다.

참고로 유람이 끝난후에는 곤돌리어에게 20% 정도의 팁을 주는 것이 상례다.

또한 예약 스케줄대로 진행되는 만큼 시간적 여유를 갖고 미리 도착해야할 필요가 있다.

 가는 길

LA에서 35마일 거리에 위치해 있다. 남쪽방면으로 710번 롱비치 프리웨이를 타고 끝까지 가다보면 맨 왼쪽 차선으로 롱비치 다운타운 방면으로 빠지면서 프리웨이가 쇼어라인 드라이브(Shoreline Dr.)로 바뀌게 되는데 이를 따라가다 오션블러바드(Ocean Bl.)에서 우회전해 5마일 가량 더 가면 왼쪽에 나타나게 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오션 스프레이 협동조합

물에 떠오른 크랜베리를 한데 모아 수확하는 모습
물에 떠오른 크랜베리를 한데 모아 수확하는 모습 /박정우 사진작가
따뜻한 오전 햇살을 받으며 방수(防水) 장화를 신는다. 지하수가 가득 채워진 크랜베리(cranberry) 밭에 발을 내디딘다. 축구장 25개 넓이 밭에 크랜베리 열매들이 송골송골 물 위로 떠올라 주변을 발갛게 물들이고 있다. 둥둥 떠다니는 크랜베리를 장화로 가르며 농장 주인 에이드리언 몰로(43)와 함께 붉은 세상 한가운데에 섰다.

여기는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 핸슨(Hanson) 농장. 지평선 아래로는 크랜베리의 빨간 기운이, 위로는 가을 하늘의 파란 기운이 서로 기분 좋게 맞대고 있다. 가을 내음이 코를 휘감는다. 크랜베리는 북미(北美)에서 자라는 시큼한 맛의 과일. 가을이면 영롱한 붉은색을 띠고 오동통하게 익는다. 크기는 대추만 하다. 9월 말~11월 중순 사이 이곳 농민들은 크랜베리를 거둬들이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

무수히 달린 크랜베리를 하나하나 손으로 따는 건 어려운 법.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습식(濕式) 수확이었다. 먼저 크랜베리 밭에 지하수를 끌어와 무릎 높이로 붓는다. 그다음 워터릴(water reel)이라는 장비로 물속에서 크랜베리 가지를 흔든다. 그러면 열매들이 덩굴에서 떨어져 나가고, 즉시 물 위로 떠오른다. 몸 안에 네 개의 구멍을 가진 크랜베리는 수영장 튜브처럼 가볍게 수면 위로 얼굴을 내민다. 저마다 농도가 미세하게 다른 붉은빛을 내뿜는 크랜베리들이 사방을 뒤덮는다. 둥둥 떠다니는 크랜베리를 한 데 모아 커다란 호스로 빨아들여 트럭에 담는다. 붓으로 수채화를 그리는 듯한 수확 과정이다.

호스에 빨려 들어가기 직전의 크랜베리를 하나 집어 그대로 입에 넣었다. 상큼함이 온몸에 퍼진다. 크랜베리는 햇과일로 먹는다.

크랜베리로 만든 살사 소스를 얹은 칩스(왼쪽)와 크랜베리 소스를 발라 오븐에서 구워낸 칠면조 요리(오른쪽).
크랜베리로 만든 살사 소스를 얹은 칩스(왼쪽)와 크랜베리 소스를 발라 오븐에서 구워낸 칠면조 요리(오른쪽). /박정우 사진작가
미국인들이 먹는 연간 18만t에 달하는 크랜베리의 20%는 추수감사절(11월 넷째 주)에 소비된다. 수확이 끝나고 밭에서 물을 빼면 이듬해 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새로운 싹이 돋는다.

농장 주인 몰로는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다 9년 전 농장으로 돌아와 가업을 잇고 있다. "어릴 적 가축도 길러보고 채소도 재배했지만 크랜베리는 특별해요. 땅이 사람에게 주는 즐거움을 한껏 맛볼 수 있게 하는 과일이죠."

크랜베리에는 미국 역사가 있다. 원래는 북미 인디언들이 즐겨 먹었다. 염색 재료로 썼을 뿐 아니라 화살 상처에 발라 독(毒)을 빨아내는 데도 사용했다. 사슴고기와 크랜베리를 다지면 사냥 갔을 때 비상식량으로 제격이었다. 쓰임새가 하도 많아 '원더베리(wonderberry)'라고도 불렀다.

크랜베리라는 이름은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두루미(crane) 베리"라고 부르면서 생겼다. 늦봄에 크랜베리 덩굴에서 피는 옅은 색깔의 꽃이 두루미의 머리와 부리를 빼닮았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는 19세기 초 내다 팔기 위해 크랜베리를 대량 재배하기 시작한 곳이다. 세계 최대의 크랜베리 협동조합인 오션 스프레이(Ocean Spray)도 85년 전 이곳에서 태동했다. 1930년 일대의 농장주 셋이서 손을 잡고 설립한 오션 스프레이는 지금은 700여명의 농장주를 빼고도 임직원이 2200명에 달한다. 연 매출은 20억달러(약 2조3400억원)에 이른다.

각 농장에서 크랜베리를 가득 싣고 온 트럭들은 오션 스프레이 집하장에 모인다. 트럭들이 짐칸을 뒤로 들어 올려 후두두 크랜베리를 쏟아내면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한곳에 모인다. 깨끗하게 씻어낸 뒤 다시 공장으로 옮겨 갖가지 웰빙 상품으로 가공한다. 주스나 소스는 기본이다. 건포도(raisin)처럼 크랜베리를 말려 가공한 크레이진(craisin)은 건포도보다 단맛이 덜하고 시큼하다. 초콜릿으로 만들기도 하고, 요구르트와 섞기도 한다. 아몬드 같은 곡류와 크레이진을 버무린 상품도 출시한다. 물론 생과일로도 먹는다.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 핸슨(Hanson) 농장 위치도
크랜베리의 의학적 효능은 입증돼 있다. 요로(尿路) 건강에 좋다는 건 임상시험에서 확인됐다. 시큼한 맛을 내는 원천인 프로안토시아니딘이라는 천연 영양소는 신체를 정화시키는 효능이 있다.

오션 스프레이의 연구개발 총괄인 크리스티나 쿠 박사는 "크랜베리를 먹으면 세균이 위벽에 달라붙는 현상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며 "아시아인의 70%가 갖고 있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국에도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냉동 크랜베리, 크레이진, 크랜베리 주스가 시판되고 있다.

날이 저물자 크랜베리를 이용한 가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숙박업소를 찾았다. 메이플 시럽과 크랜베리 소스를 온몸에 바른 칠면조 한 마리가 그릇에 담겨 있다. 과일향 풍기는 칠면조 가슴살은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크랜베리와 양파 볶음을 곁들인 와일드 라이스는 가을에 어울리는 미국 음식이란 느낌이 가득하다. 디저트로 나온 파이는 속에 채워넣은 크랜베리와 사과의 조합이 풍미가 있다. 이야기꽃이 피는 사이 어둑해진 바깥에서는 귀뚜라미가 울었다. 가을밤은 그렇게 깊었다.
변희원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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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캘리포니아 관광청

아프리카 원주민어로 ‘큰 물’을 뜻하는 타호는 여의도 면적 147배의 큰 호수로 2012년 USA투데이에서 독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호수 1위로 뽑힌 곳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에 걸쳐 있는 시에라네바다 산맥 중턱에 있는 이곳에는 10여 개의 스키 리조트가 있으며, 최상급의 설질을 자랑한다. 스키장은 보통 11월 말쯤 개장해 다음 해 4월까지 운영된다. 타호 지역에 있는 리조트 중 캘리포니아 관광청이 올겨울 휴가 시즌을 맞아 추천하는 리조트를 소개한다.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Heavenly Mountain Resort)

레이크 타호(Lake Tahoe) 남쪽 호반에 있는 스키 리조트인 헤븐리 마운틴 리조트는 개관 60주년 기념행사를 12월 내내 진행한다. 12월 4일부터 12일까지 9일간 리조트 내 봉우리에서 DJ 초청 파티가 펼쳐지며 헤븐리의 베이스 타운인 ‘헤븐리 빌리지(Heavenly Village)’에서는 다양한 복고풍 테마의 콘서트가 개최될 예정이다. 특히 헤븐리 리조트는 12월 한 달 동안 등불, 데코레이션, 얼음 조각 등으로 꾸며진 화려한 겨울 동화 나라로 변신, 다양한 볼거리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http://www.skiheavenly.com)

맘모스 마운틴(Mammoth Mountain)

맘모스 마운틴 스키 리조트는 평균 9m에 달하는 적설량을 자랑하며, 해발 3천 미터의 봉우리, 거창한 소나무 숲 전경 및 맘모스 레이크(Mammoth Lakes)가 어우러져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스키 리조트 중 하나다. 특히, 1월 17일, 2월 14일 그리고 2월 20일 각 3일 동안은 리조트 내 튜브썰매장인 ‘울리 튜브 파크(Woolly’s Tube Park)’에서 특별 DJ가 진행하는 라이브 콘서트가 진행되며, 화려한 레이저와 형광 데코레이션을 이용해 튜브 파크 전체가 화려한 파티장소로 변신할 예정이다. (http://www.mammothmountain.com)

스쿼 밸리 리조트(Squaw Valley Resort)

레이크 타호 지역에 있는 스쿼 밸리 리조트는 1960년 제8회 동계 올림픽이 개최된 리조트다. 스쿼 밸리는 오는 겨울 스키 시즌을 맞아 시베리아 익스프레스 리프트 등의 스키 시설을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또한, 스키어들이 방문 전 스키장 현황을 관찰할 수 있도록 360도 웹캠 시스템을 설치했다. (www.squawalp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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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 해안도로

17마일 드라이브의 해안 절벽에 앉아 있는 티베트 여승
17마일 드라이브의 해안 절벽에 앉아 있는 티베트 여승. 한참 있다가 바다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변희원 기자

"빅 서(Big Sur)는 사람들이 수년 전에 꿈꾼 캘리포니아이자 발보아(최초로 태평양을 본 유럽인)가 다리엔의 정상에서 바라본 태평양이고, 신이 처음에 만들려던 세상의 모습이다."

소설 '북회귀선'의 작가 헨리 밀러는 뉴욕뿐만 아니라 파리에서도 살았고, 기행 산문도 출간할 정도로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가 1944년, 50대에 들어서 정주한 곳이 바로 샌프란시스코 남쪽 태평양에 면한 작은 마을 빅 서였다. 구겨진 흑백사진 같은 글을 쓰는 작가가 상큼한 오렌지 같은 캘리포니아에 제 발로 찾아가 살다니.

샌프란시스코 바로 아래 있는 몬터레이가 빅 서로 향하는 바닷길의 시작이었다. 한때 정어리 어업과 생선 통조림 공장이 번성했던 어촌이었다. 존 스타인벡이 이 마을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는 덕분에 이 마을은 본업이 망한 뒤에 관광업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일명 통조림 공장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는 '캐너리 로(Cannery Row)'는 레스토랑과 카페, 기념품 가게로 가득 찼고, 그 길 끝에 몬테레이만(灣) 수족관(http://www.mon tereybayaquarium.org)이 있다. 국내의 유명 수족관에 비해서도 규모는 작았지만, 수달이나 해파리 등으로 차별화를 한 곳이다. 정어리 떼가 반짝반짝 빛을 내며 지나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있자면, 고요한 수면 아래로 걸어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 마을을 먹여 살린 정어리가 퍽 대단하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캘리포니아
(위)빅 서의 협곡을 잇는 빅스비 다리./ 데스밸리의 ‘자브리스키’. ‘죽음의 계곡’보다는 ‘외계의 분지’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팀 버튼의 ‘혹성탈출’(2001)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캘리포니아 관광청 제공, 변희원 기자

몬테레이에서 하루를 보낸 뒤 17마일 드라이브의 시작인 퍼시픽 그로브에 들어서자마자 밀러의 선택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해가 모습을 드러내기 직전, 어두컴컴한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도로 한가운데 차를 잠깐 세울 수밖에 없었다. 하늘이나 땅이나 바다나 모두 잿빛으로 뒤섞인 가운데, 그나마 파도 소리로 간신히 그 경계를 알 수 있었다. 소리의 간격과 크기는 제멋대로였다. 함부로 발을 내디뎠다간 파도에 휩쓸려 갈지도 모를 것 같았다. 안개와 파도가 뒤섞여서 공기가 축축했다.

10여 분 뒤 해가 걷히자 해무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도로를 한가운데 두고 바다 반대편으로 초록색 잔디가 드러났다. 골프를 치는 이들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는 페블비치 골프장. 드라이브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17마일 드라이브의 심장이라는 론 사이프러스(Lone Cypress)에 다다랐다. 절벽 끝에 나무 한 그루 서 있는 그 모습이 동양의 산수화에서 많이 본 듯 익숙했다. 때마침 서부 해안 도로를 따라 여행을 하던 티베트 여승들이 절벽에 모여들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다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그들은 곧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주섬주섬 꺼내 들어 기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17마일 드라이브가 끝나는 캐멀(Carmel)은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을 지낸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건물 높이와 모양, 간판 색까지 규제를 하는 바람에 동화 속 마을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획일화된 '시골스러움'에 질릴 무렵, 캐멀 비치가 눈에 들어왔다. 여벌의 옷만 있었다면 신발을 집어던지고 바다에 뛰어들어가고 싶었다. 수평선 위에 걸린 해에 바다가 반짝반짝 빛나고, 모래사장에서는 어린아이들과 개가 뛰어놀았다. 바닷물과 모래사장의 열기가 식을 무렵 아이들은 엄마 손에 이끌려 해변을 나왔다. 대신 손을 잡고 걷는 남녀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캐멀을 떠나면 바로 빅스비 다리를 건너게 된다. 빅서(Big Sur) 캐멀에서 샌시미언에 이르는 145㎞ 구간이다. 도로 왼쪽에는 깎아지를 듯한 산이 있고 오른쪽에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바다가 있는 길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불구불하고 펼쳐져 있다. 17마일 드라이브가 한 폭의 동양화라면 이곳은 로드무비에 더 가깝다. 길과 바다, 하늘이 모두 역동적이다. 차 안에 앉아서도 손을 뻗으면 바다에 닿을 것만 같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나오는 광고를 상상하면 그게 딱 이곳의 풍경이다.

해안도로 여행은 베이커스 필드에서 끝이 났다. 바닷길을 사흘 동안 내달린 끝에 다다른 곳은 라스베이거스로 이어지는 사막이 있는 데스밸리. 연 강수량이 50㎜밖에 안 돼서 '죽음의 계곡'이란다. 이날 데스밸리는 섭씨 40도를 넘나들었다. 차에서 내리자 땅의 열기가 뺨까지 닿았다. 가까이엔 이미 말라붙다 못해 곧 불이라도 붙을 것 같은 메스키트 나무가, 멀리서는 사구(砂丘)가 보였다. '스타워즈'나 '마션' 같은 영화에서 익히 봤던 외계 행성이나 '매드맥스'의 황폐해진 지구의 모습이 딱 이랬다. 도로에서 고온과 탈수를 주의하란 팻말을 보자 머리가 지끈거렸다. 가져온 물도 이미 온수가 됐다. 바다를 더 열심히 볼 걸 그랬나.

인간의 몸과 마음이란 게 요망하기가 한여름 날씨 같다. 비 올 것 같으면 해가 나고, 맑거니 싶으면 소나기가 내리는 것처럼. "숨도 못 쉬겠다"면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차에서 나오려고 하지도 않다가 이내 사막의 공기를 "훈훈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적응이 됐다. 데스밸리의 절경 중 하나로 꼽히는 자브리스키에 도착했을 땐 비탈길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붉은 벨벳 천을 마음대로 구겨서 주름을 만들어놓은 것 같은 관능적인 풍광에 흥분이 됐다.

헨리 밀러는 결코 틀리지 않았다. 물의 길과 흙의 길이 맞닿은 이곳은 신이 처음에 만들려던 세상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성(聖)과 속(俗)이 뒤섞인 이 초현실적인 장소야말로 밀러에게 더할 나위 없이 어울렸다.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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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애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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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바다와 하얀 모래, 호텔·리조트가 어우러져 있는 마이애미비치. 고급 휴양지이지만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주민들은 낯선 이방인에게 “올라(안녕)” 하며 말을 걸어왔다. / Getty Images Bank
마이애미비치에 도착하고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나서 "여긴 뭐지?"라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꼭 가봐야 할 휴양지 중 하나'라고 해서 화려한 고급 리조트들이 이어진 해변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 밖이었다. 화려하기보단 소박했다. 마이애미비치는 최고급 휴양지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따스한 햇볕,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의 정이 부족함을 채워준다. 더 좋은 게 있다. '도시 자체가 미술관'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곳곳에서 다양한 미술품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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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사우스 비치’호텔에 걸려 있는 앤디 워홀과 장 미셸 바스키아의 공동 작품. / 정유진 기자

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사는 곳

마이애미비치는 플로리다반도 마이애미 앞바다에 있는 인공섬이다. 마이애미 공항에서부터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을 지나 바다 위에 있는 다리를 건너면 마이애미비치에 들어서게 된다.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화려한 부티크 호텔과 상점들로 이루어진 번화가는 해변가에서 한 블록 떨어진 콜린스(Collins) 에비뉴로 들어가야만 볼 수 있다. 길거리에선 방과 후 공원에 모여 앉아 수다를 떠는 교복 입은 소녀들, 햇볕을 피해 그늘막에 의자를 가지고 나와 앉은 동네 아저씨들이 먼저 반긴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 화랑 그리고 수퍼마켓도 늘어서 있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수퍼마켓인 '델리'에서 먹는 샌드위치는 꿀맛이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올라!"(스페인 어로 '안녕'이란 뜻)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어준다. 바다 건너 이민 온 쿠바인들이 많은 이곳에선 그들의 정취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쌀과 검은콩 그리고 고기가 주재료인 쿠바 음식에 럼과 민트잎 그리고 설탕을 으깨 넣은 모히토 한 잔을 마시면 금상첨화. 사람들이 말하는 스페인어를 배경음악 삼아 홀짝홀짝 술을 마시다 보면 금세 취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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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가 서 있는 바닷가. 산책로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이가 많다.
바다와 도시가 한곳에 어우러진 곳

마이애미비치의 매력은 자연과 도시가 어울려 있다는 점이다. 수영을 하고 싶다면 바닷가로, 쇼핑을 하고 싶다면 번화가로 걸어가면 된다. 많이 걸을 필요 없다. 마이애미비치의 매력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은 바닷가 앞 야자수로 둘러싸인 산책로. 한쪽엔 새하얀 모래사장과 푸른 빛 바다, 반대쪽엔 호텔과 상점들이 있는 콜린스 에비뉴가 보인다. 화려한 도시와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대비되는 곳이다. 음악을 들으며 산책로를 걷다 보면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누구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는다. 모든 게 자유롭다. 푸른 하늘과 야자수를 바라보며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다. 거리 곳곳에 자전거 대여대가 있어 누구든지 원한다면 자전거를 탈 수 있다. 걷다 보면 호텔 담장 너머 있는 수영장도 시야에 들어온다. 호텔마다 다른 스타일의 수영장을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이곳이야말로 미술 도시

이곳은 '아트바젤 마이애미비치'가 열리는 곳. 그러나 미술품을 보기 위해서 12월에 열리는 아트바젤 때에 맞춰 갈 필요는 없다. 관람비를 안 내고도 좋은 미술을 볼 수 있는 곳이 많다. 가장 손쉽게 다양한 미술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호텔이다. 'W 사우스 비치' 호텔은 다양한 현대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호텔 입구 분수대엔 헬로키티와 토끼 캐릭터인 미피 조각이 설치돼 있다. 미국 현대미술가 톰 색스의 작품이다. 호텔 안엔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1970~80년대 작품부터 장 미셸 바스키아, 줄리안 슈나벨과 같은 유명 작가들의 대형 작품이 있다. 앤디 워홀의 오줌 작품으로 알려진 '산화'(1978)도 프런트 데스크에 멋스럽게 걸려 있다.

사가모어(Sagamore) 호텔은 컬렉터인 주인이 모은 작품을 내부에 걸어놓아 '아트 호텔'로도 불린다. 사진작가 개리 위노그랜드의 사진 외에도 판화, 비디오 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품이 있다. SLS 사우스 비치는 유명 디자이너인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호텔이다.

더 많은 미술품을 보고 싶다면 마이애미 다운타운에 있는 개인 컬렉터들의 컬렉션 방문을 추천한다. 택시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다리를 건너가야 하지만, 거리가 멀지 않아 한번 나갔을 때 다 돌고 오면 된다. '드 라 크루스(de la Cruz) 컬렉션'은 쿠바 출신 컬렉터 부부가 30년 동안 라틴아메리카와 전 세계를 오가며 모은 작품들로 이뤄져 있다. '마글리스(Margulies)' 컬렉션도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곳을 운영하는 마틴 마글리스는 미술잡지 '아트뉴스'가 톱 200위에 선정한 명성 있는 컬렉터. 윌렘 드 쿠닝, 호안 미로 등의 작품을 상설 전시한다. '루벨(Rubell) 패밀리 컬렉션'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개인 현대미술 컬렉션을 가진 재단 중 하나로 손꼽힌다. 팝 아티스트 키스 헤링, 제프 쿤스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전시는 매번 바뀐다. 오고 가는 교통비가 아깝지 않다.

마이애미까지는 직항 노선이 없다. 주로 뉴욕·댈러스·샌프란시스코에서 비행기를 갈아탄다. 아메리칸항공으로 공동 운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선에 따라 15~20시간 정도 걸린다. 마이애미에서 마이애미비치로 가려면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된다. 택시 가격은 35달러(4만1000원) 수준. 마이애미공항에서부터 마이애미비치까지 가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택시 안에 미터기가 없다 해도 걱정할 필요 없다. 택시 기사에게 부탁하면 영수증을 바로 적어준다. 
마이애미에 갔다면 미국 동남쪽 끝인 키웨스트(Key West)를 꼭 들르고 오자. '미국 속 쿠바'라고 불리는 곳이다. 쿠바인들의 삶이 녹아 있다.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생가와 박물관이 이곳에 있다. 헤밍웨이는 1931년부터 8년간 이곳에 살면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킬리만자로의 눈' 등을 집필했다. 키웨스트에서 보낸 생활은 '노인과 바다' 집필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슬리피 조'는 그가 즐겨 찾던 바(bar)다. 바 안에는 헤밍웨이의 자취가 담긴 사진과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키웨스트를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오버시스 하이웨이'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 곳이다. 마이애미에서부터 키웨스트까지 42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다. 자동차로 3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바다 위를 달리다 보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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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키웨스트자동차 여행

차가 막히지 않았지만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소요시간을 훌쩍 넘겼다. 어쩔 수 없었다. 도저히 달리는 차를 멈추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풍경이었다. 바다 위로 솟은 42개의 작은 섬들과 이들을 잇는 다리, 따사로운 햇살에 부서져 애메랄드색을 내뿜는 바다를 지나칠 순 없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Miami)에서 플로리다키스제도를 거쳐 미국 최남단 지점인 키웨스트(Key West)로 향하는 여로(旅路)는 여행의 묘미가 종착지가 아니라 중간 여정(旅程)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 남동쪽 플로리다주 남단부에서 남서쪽으로 휘어져 240㎞ 정도 펼쳐지는 플로리다키스(Florida Keys)제도와 서쪽 종착지인 키웨스트는 미국의 유명한 휴양지다.

플로리다키스제도에 뻗은 도로는 야자수 등의 푸른 열대성 관목으로 덮여 있고, 섬이 지겨울 만하면 푸른 바다와 하늘만 보이는 다리가 나왔다. 이 길 끝에는 소설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31년부터 8년간 살았던 곳, 붉게 물든 석양이 이곳에 발걸음한 모든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곳, 밤새도록 흥겨운 음악 소리와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버무려지는 키웨스트가 있다. 길을 따라 키웨스트까지 남쪽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바다 위를 걷는 기분

플로리다키스 중 두 섬을 잇는 세븐 마일 브리지(7mile

샌프란시스코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자유의 여신상과 에펠탑, 콜로세움이 한 군데에 모여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야경(사진 왼쪽). 사막 한가운데서 세계 문화·경제의 중심지와 고대 유적을 흉내 내는 게 귀여워 보였다. 소살리토에서 돌아온 뒤, 호텔까지 걸어갈 힘이 나지 않아서 이 도시의 명물인 스트리트 카를 탔다. 편도 2.25달러인데 거스름돈을 내주지 않으니 딱 맞게 잔돈을 준비해야 한다.
자유의 여신상과 에펠탑, 콜로세움이 한 군데에 모여 있는 라스베이거스의 야경(사진 왼쪽). 사막 한가운데서 세계 문화·경제의 중심지와 고대 유적을 흉내 내는 게 귀여워 보였다. 소살리토에서 돌아온 뒤, 호텔까지 걸어갈 힘이 나지 않아서 이 도시의 명물인 스트리트 카를 탔다. 편도 2.25달러인데 거스름돈을 내주지 않으니 딱 맞게 잔돈을 준비해야 한다. /라스베이거스·캘리포니아 관광청 제공
모든 길은 과정에 불과하지만 출발점과 도착점은 따로 있는 법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여행을 시작한다면 라스베이거스에서 끝내는 게 여정의 완성이다. 샌프란시스코는 가장 살고 싶은 도시이며 라스베이거스는 가장 놀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두 도시 이야기는 한마디로 귀결된다. 남들처럼 안 놀아야, 혼자 놀아야 더 재밌다.

◇천천히 봐야 예쁘다,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자전거를 타고 금문교를 건너 소살리토에 가는 여정이 그렇게 좋더라"는 정보를 들었다. 요즘 샌프란시스코 날씨는 한국의 늦가을과 비슷하다. 자전거 여행에 들뜬 일행에게 "저는 자전거를 타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행과 떨어져 피셔맨스워프 근처에 있던 호텔 제퍼(Zephyr)에서 소살리토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호텔에서 나와 모퉁이만 돌면 금문교가 보였다. '저 정도 거리면 간단하지'라고 생각했는데 금문교까지 걸어가는 데까지 세 시간 가까이 걸렸다. 샌프란시스코만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때로 공원으로 이어지기도 해서 심심할 일은 없었다. 자전거를 타는 관광객들과 유모차를 밀며 조깅을 하는 가정주부들 사이에서 세 시간 정도 때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 구경이 도보 여행의 전부는 아니다. 아마 자전거를 타고 금문교를 건넌 일행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수교라는 것을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한 시간 동안 다리를 올려다보고 있으면 기둥과 케이블로 이뤄진 이 다리가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너무 오래 걷다가 머리가 어지러워서 그렇게 보인 것은 아니었다.

금문교를 걸어서 건넌 뒤, 막막해졌다. 차가 쌩쌩 달리는 차도밖에 없다. 다리 옆 전망대에 있는 주차장에 갔다. 소살리토를 가는 이들의 차를 얻어 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관광버스가 한 대 오길래 손을 흔들어 세웠다. 10달러를 내니 소살리토까지 태워주겠단다. 살기 좋은 도시에서는 혼자 다녀도 좋은 법이다.

헬리콥터를 타고 본 그랜드캐니언의 풍광(왼쪽)과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헬리콥터를 타고 본 그랜드캐니언의 풍광(왼쪽)과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라이베이거스·캘리포니아 관광청

◇어른의 놀이공원,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에 가기도 전부터 머릿속에서 그곳을 마음대로 상상했다. 모조품으로 이뤄진, 촌스럽고 경박한 도시였고,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들이 흥청대는 곳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파리나 로마를 흉내 내 만든 카지노 안에서 초점을 잃은 눈으로 슬롯머신을 바라보지 않겠다고. 하지만 라스베이거스의 MGM그랜드호텔에 묵고, 근처의 호텔 아리아나 미라지 등을 오가면서 카지노에 가지 않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어른의 놀이공원'이나 다름없는 라스베이거스에는 카지노 말고도 혼을 쏙 빼놓을 것이 많았다. 일단 호텔의 뷔페와 이름난 식당을 끼니마다 찾아가는 것 자체로도 미식 여행이 될 수 있다. 케이블에 매달려 인간 탄환처럼 허공을 가로지르는 슬롯질라나 라스베이거스를 조망할 수 있는 세계 최대 대관람차 하이롤러는 아이와 함께 체험하기에도 좋다. 헬리콥터를 타고 그랜드캐니언을 돌아봤다. 시간 관계상 땅에 한 번도 발을 딛지 못한 게 아쉬웠다.

놀이기구나 미식, 그랜드캐니언의 재미는 호텔 미라지의 '지그프리트와 로이의 비밀 정원과 돌고래 서식지'의 재미에 비할 수가 없다. 돌고래 서식지는 돌고래를 보호하고 연구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쇼를 하지 않는다. 대신 관람객이 먹이를 주고 이들과 잠깐 교류를 할 수 있게 한다. 이 영특한 것은 생선을 주면 고맙다는 몸짓을 보이고, 헤어질 때 "안녕" 하고 인사를 하면 화답을 해줬다. 이종(異種)의 생물과 소통한다는 짜릿함에 돌고래 앞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밤이 되면 네온사인 불빛이 반짝거리고 호텔 안에선 달러($)가 그려진 칩이 오갔다. 일행 중 한두 명은 수백달러 이상 돈을 땄다. 그것들을 보고 있자면 내 것이 아닌 걸 알면서도 괜히 설레고 들떴다. 평소라면 절대 입지 않았을 옷을 꽤 거금 들여 샀고,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공연을 보며 노래도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그리고 하릴없이 게임 테이블 근처를 어슬렁대며 맥주를 시켜 마셨다. '촌스럽고 경박한 도시에서 정신이 반쯤 나간 채 흥청대는 사람'이 딱 나였다.

[여행정보]

샌프란시스코 블레이징 새들스(www.blazingsaddles.com)에서 자전거를 대여한다. 자전거 대여 시간당 8달러+자전거 보험 5달러(옵션)+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페리티켓 11.50달러 (옵션). 대여시간 4시간 넘어갈 경우, 1일 비용인 32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자전거로 금문교를 건너갔다가 페리를 타고 돌아오면서 1인당 약 50달러씩 냈다.

캘리포니아 관광청: www.visitcalifornia.co.kr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www.visitlasvega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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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댈러스와 칠레 산티아고

긴 여행 뒤에 쌓인 사진들은 여행의 기억처럼 뒤죽박죽이다. 엉뚱한 사진들이 짝을 맺는다. 그 사이에 나만의 여행 이야기가 놓인다.

미국 댈러스의 엘름가 아스팔트 도로 한복판에 작은 엑스(X)자 표시가 그려져 있다. 관광객들이 도로 이쪽저쪽에 서서 그 엑스표를 사진 찍는다. 엑스자 표시는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퍼레이드를 하며 이동하던 중 총에 맞은 장소를 표시한 것이다.

아스팔트 도로 바닥에 그려진 엑스자를 사진에 담은 관광객은 이번에는 고개를 들어 옆 빌딩을 찍는다. 옛 교과서 보관창고 빌딩이다. 이 빌딩 6층에서 리 오즈월드라는 젊은이가 케네디를 쏘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알려져 있다'는 불안한 표현은 이 빌딩 안내 동판에 새겨져 있는 표현이다.) 지금 그 6층은 '6층 박물관'이라는 이름의 박물관으로 바뀌었고 내부에는 장총 한 자루가 당시의 모습대로 거리를 겨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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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도로 위에 케네디 대통령이 총을 맞은 자리를 표시한 엑스 표시가 있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채승우 사진가
박물관만이 아니라 도로 곳곳에 안내 표지가 있다. 나무 담이 있는 언덕 위의 안내판은 '이곳에 수상한 사람이 보였다는 증언이 있지만 증거는 없었다'며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고, 도로 가까운 언덕에는 '이곳에서 제프 루더라는 양복점 주인이 무비카메라로 케네디의 암살 순간을 찍었다'는 설명이 사진과 함께 붙어있다.

그 안내판들만으로 대통령 암살 스토리에 만족 못 했다면 코팅한 사진을 들고 서성이고 있는 관광 가이드에게 물으면 된다. 제프 루더의 사진을 다각도로 분석해가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이드가 이야기를 하며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킬 때마다 관광객들은 그곳을 사진으로 찍는다.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케네디 대통령 추모비도 있지만, 관광객들의 관심사는 그쪽보다는 박물관 옆 기념품점이다. 케네디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머그컵부터 티셔츠까지 다양한 물건이 준비되어 있다.

칠레 산티아고
칠레 산티아고의 대통령 궁인 ‘모네다 궁’ 앞 광장 주변에 전 대통령들의 조각상들이 서 있다. 그중에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인지 관광 상품으로 만든 것인지 헷갈리던 댈러스를 보고 나서 생각난 것은 나와 아내가 몇 달 전에 지나온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였다. 우리는 세계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여행할 나라들을 공부하기 위해 몇 권의 책을 읽었는데, 칠레에 대한 책은 '칠레의 모든 기록'이었다. 관광 안내서인 줄 알고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칠레의 민주화와 독재 시절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에는 대통령 두 명이 등장한다. 민주국가를 이루려던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과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뺏은 피노체트이다. 탱크가 둘러싸고 비행기가 폭격을 하는 순간까지 아옌데 대통령이 대통령 궁에서 끝까지 항전하다 사망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칠레를 이해하는 데 이 시기는 중요하다. 피노체트 독재정권은 수천명을 학살하는 큰 상처를 남겼다. 힘든 시기에 예술가들이 사람들에게 힘을 주었다. 빅토르 하라나 비올레타 파라, 인티 이이마니를 포함한 가수들의 음악은 아직도 울림이 크다.

지도
댈러스에는 케네디 저격 장소 외에 추신수 선수가 있다. 대부분의 미국 여행이 그렇듯 자동차가 없으면 여기저기 여러 곳을 둘러보기가 쉽지 않다. 저격 장소는 내비게이션에서 ‘6층 박물관’을 찾으면 된다. 칠레 산티아고 중심부인 아르마스 광장 옆에 관광 안내소가 있다. 시내 지도를 하나 얻으면 쉽게 걸어다닐 수 있다. 서울에서 산티아고까지는 직항 비행기 편이 있다.
한 칠레 청년이 우리에게 '그는 시인 이상의 시인이야'라고 소개했던 파블로 네루다도 있다. 네루다는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가 아옌데에게 양보하고 민주화를 위해 힘을 모은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라는 소설이 유명한데, '이슬라 네그라'에 있는 그의 집이 배경이다. 네루다의 집들은 그가 직접 지은 독특한 모양으로 시인의 흔적이 진하게 남아 있다. 산티아고에서 멀지 않은 바닷가에 있다. 동네 이름이 '검은 섬'이지만 실제 섬은 아니다.

칠레는 댈러스만큼 관광객에게 친절하지 않다. 아옌데와 네루다, 빅토르 하라의 흔적을 보기 위해서 여기저기 찾아다녀야 한다. 나에게는 그것이 칠레를 여행하는 좋은 방법이었다. 비록 빅토르 하라의 공연장은 주민들의 소음 항의에 문을 닫았고, 비올레타 파라의 노래를 들으러 갔을 땐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바람에 가수의 목소리는 안 들렸지만 말이다. 칠레 역사박물관에는 아옌데가 마지막 순간에 썼던 부러진 안경테가 전시되어 있다. 관심이 있다면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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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홀리役은 헵번이 아니라 먼로였다

문 리버. 헨리 맨시니의 아련한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뉴욕의 옐로우 캡 한 대가 맨해튼의 텅 빈 아침거리에 도착한다. 택시에서 한 여자가 내린다.

지방시의 우아하고 고혹적인 블랙 드레스를 차려입은 미스 '홀리 고라이틀리(오드리 헵번)'가 크루아상과 커피를 마시며 보석상 '티파니' 쇼윈도 앞에 서서 아름다운 보석들을 바라본다. 아침을 먹기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문 닫힌 티파니. 그러나 이 장면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영원한 고전 영화의 첫 장면으로 가슴 깊이 간직하게 된다.

언젠가 '노스탤지어'에 대한 글을 쓰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도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을 들으면서 떠나간 첫사랑 생각하고 그러니? 향수에 젖어서? 거긴 가본 적도 없으면서 말이야." 음악이란 국적을 초월하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문 리버'를 듣는 것만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맨해튼 '티파니'에 향수 따위를 느낄 리 없다. 제아무리 헨리 맨시니가 오드리 헵번의 목소리에 어울리는 곡을 쓰기 위해 어마어마한 창작의 고통을 겪었다는 걸 알아도 말이다. 창가에 걸터앉아 조그마한 기타를 들고 '문 리버'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단어는 단 하나다.

노스탤지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배경이 되는 뉴욕 맨해튼의 모습. 화려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뉴욕 맨해튼에서 찍은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본 뒤 느껴지는 감정은 '노스탤지어'다.
홀리 골라이틀리. 가난해서 구걸을 해야만 했던 어린 시절을 거쳐, 겨우 16살에 아내를 잃은 텍사스 농부와 결혼한 미스터리 한 여자. 과거를 지우고 뉴욕으로 온 후, 언제라도 떠날 사람처럼 명함에 항상 '여행 중'이라는 문구를 새기고 다니는 이 여자는 이름 없는 길고양이를 키운다. 고양이를 '나비'나 '해피'라 부르지 않고 그저 '고양이'라고 부르는 이 독특한 고양이 주인은 부유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게 꿈인 '파티 피플'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대책 없는 낭만주의자 홀리 골라이틀리는 다이아몬드는 나이 든 여자에게나 어울린다고 믿고, 단지 착한 사람 같다는 이유로 마약업자인 '샐리 토마토'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편지를 전하기 위해 교도소를 들락거린다. 삶이 공허할 때면 맨해튼의 '티파니'에 가는 그녀. 보석이 좋아서가 아니라, 불행한 일이 모두 빗겨갈 것 같은 티파니 특유의 친절한 공기 때문에 그곳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만인의 연인 같은 모습으로.

홀리의 아파트 위층에 사는 '폴'은 가난한 작가로 부유한 여자의 후원을 받는 한량이다. 그는 이웃인 홀리의 매력에 점점 빠지며 그녀의 알 수 없는 과거를 하나씩 알게 되고, 그녀의 전남편을 만나 홀리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된다. 마약업자 '샐리 토마토' 사건에 연루된 그녀를 도와주다가 사랑을 확신한 폴은 비 오는 거리를 달리는 택시 안에서 사랑을 고백하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세상의 모든 일 가운데 가장 슬픈 것은 개인에 관계없이 세상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연인과 헤어진다면 세계는 그를 위해 멈춰야 한다" 같은 문장을 쓴 작가라면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 남자, 트루먼 카포티가 바로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다.

원작은 사실 영화와 상당히 다르다. 특히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홀리가 어디론가 계속 '여행 중'이란 암시를 주며 끝나는 원작의 '열린 결말'과 상당히 다른데, 무엇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작품을 쓸 때 트루먼 카포티가 홀리 역할로 '매릴린 먼로'를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다. 만약 원작자의 의도대로 영화화되었다면 뇌쇄적인 금발의 섹시한 홀리 골라이틀리가 탄생할 뻔했던 것.

그토록 다른 결말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배우 중에 소설에서 묘사하는 '유난히 큰 눈, 큼직한 입에 납작한 엉덩이의 깡마른 여자'에 부합하는 것은 '오드리 헵번'뿐이다. 가끔씩 상점에서 사소한 물건을 훔치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남자들에게 50달러씩을 뜯어내는 속물인 콜걸을 순진무구한 낭만주의자 스타일로 연기할 만한 배우가 도대체 오드리 헵번 말고 누가 있겠는가.

이윤기 감독은 언젠가 씨네21에 쓴 '스크린 속 나의 연인'이란 글에서 오드리 헵번에 대해 "한 여배우를 바라보며 신비롭다라는 느낌으로 마음마저 뭉클해진 경험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헵번은 '영혼은 그대 곁에'를 끝으로 착한 일 많이 하다가 4년 뒤인 1993년에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그녀에 대한 무수한 좋은 평판으로 보건대 아마도 지금은 마지막 영화에서처럼 천사가 되어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천사로 헵번을 기용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새삼 뛰어난 예지력을 가진 감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재미 있는 우연은 그가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란 동명의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아직 개봉은 하지 않았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1961년 블레이크 에즈워드 감독 작품. 오드리 헵번, 조지 페퍼드가 출연했다. 이 영화로 헨리 맨시니는 34회 아카데미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성큼 다가선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가져다주는 풍요로움은 역시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서 주택가마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집과 거리를 치장해놓은 각종 성탄 장식물이 올해의 마지막 달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크리스마스 시즌만 되면 빼어난 성탄 장식물로 관광명소로 떠오르는 주택가들이 있다.

◇행콕파크(Hancock Park)

동서로 웨스턴 애비뉴(Western Ave.)에서 하일랜드 애비뉴(Highland Ave.), 남북으로는 6가에서 3가사이의 행콕팍 주택가는 부촌답게 각 가정마다 화려한 점등장식물로 치장해 이 지역을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특히 윈저 불러바드(Windsor Blvd.)와 3가(3rd St.) 교차지점 일대의 주택 점등장식은 이 가운데서도 하일라이트다.

◇패사디나 헤이스팅 랜치(Hastings Ranch)

남가주 최고의 점등장식 주택가로 손꼽히는 곳이다. 리비에라 드라이브(Riviera Dr.)에서 미칠린다 애비뉴(Michillinda Ave.)에 이르는 시에라 마드레 불러바드(Sierra Madre Bl.) 선상 북쪽지점의 커뮤니티는 화려한 불빛 축제의 한마당을 펼친다. 무려 1,100여가구가 펼치는 지역 커뮤니티 행사다.

특히 구간별로 각기 다른 주제의 점등장식을 선보이고 있는데 주택을 아름답게 가꿔 선보이려는 주민들의 이러한 노력에서는 미국인들 특유의 공동의식 세계를 아울러 찾아볼 수 있다.

이 가운데서도 리오나드 애비뉴(Leonard Ave.) 거리와 화려함이 더욱 빛나는 헤이스팅스 랜치 드라이브(Hastings Ranch Dr.) 일대는 시즌을 맞아 관광버스까지 거쳐가는 명소다. 놓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로스펠리츠(Los Feliz)

버몬트 애비뉴(Vermont Ave.)에서 웨스턴 애비뉴(Western Ave.)에 이르는 로스 펠리츠 불러바드 상의 주택들은 부촌 커뮤니티를 나타내 보이기라도 하듯 불빛의 향연장을 형성하고 있다.

◇파운틴 밸리(Fountain Valley)

오렌지카운티 최고의 할러데이 장식 주택가로 손꼽히는 곳이다.

브룩허스트 스트릿(Brookhurst St.)과 하일 애비뉴(Heil Ave.) 북서쪽, 브룩허스트(Brookhurst)로 진입해 티슬 애비뉴(Thistle Ave.) 또는 하일(Heil)로 진입해 시캐모어 스트릿(Sycamore St.)로 이르는 일대는 경찰이 차량소통을 정리할 정도로 붐빈다.

◇오렌지(Orange)

모레이다 드라이브(Morada Drive)는 이지역에서 가장 손꼽히는 점등장식 주택가다.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노스웨스턴 웨이(Northwestern Way) 일대는 할러데이 시즌만 되면 몰려드는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유명 주택가이다.


하와이 빅아일랜드 화산국립공원

하나의 섬인가 싶었다. 한쪽에선 해 지는 밤이면 붉은 용암과 푸른 바다가 만나 하얀 연기를 토해냈다. 다른 한쪽에선 해 뜨는 아침마다 야자수와 반얀 나무(banyan tree), 멍키 포드(monkey pod)가 찬란한 녹색의 스펙트럼을 드러냈다. 구름 위로 솟은 산은 눈으로 하얗고, 그 풍경을 바라보는 바다는 서핑과 수영을 즐기는 이로 가득했다. 풍요와 불모, 추위와 더위가 함께였다.

젊어서 가능한 일이다. 지구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이 여기 있ㅁ다. 지구에서 가장 젊은 땅이다. 하와이 군도에서 가장 큰 섬, '빅 아일랜드' 얘기다.

하와이 화산국립공원 킬라우에아 이키 분화구 위를 걷는 느낌은 묘하다. 땅 위를 까맣게 물들인 용암의 기운이 발에 확연하다. 발이 불모를 밟을 때, 눈은 사방의 벽을 둘러싼 열대림으로 풍요를 누린다.
하와이라면 서핑의 고향인 줄만 알았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에메랄드 빛 파도로 충만한 물의 나라인 줄만 알았다. 빅 아일랜드에서 비로소 깨달았다. 하와이에선 물과 불이 공존한다.

불의 고리. 환태평양 화산대를 일컫는 말이다. 서핑의 고향 하와이도 이 일대다. 불과 하와이의 조화가 낯설다면 빅 아일랜드에 있는 하와이 화산국립공원(Hawaiian Volcanoes National Park)으로 가야 한다. 거기, 지금도 끊임없이 용암을 쏟아내며 섬의 크기를 키우는 활화산이 있다.

화산국립공원은 넓다. 설악산 국립공원의 네 배다. 구석구석을 다 살피기엔 일주일이 모자란다. 그래도 시작하기 좋은 지점이 세 곳 있다. 시선의 높이와 속도를 달리하며, 원경과 근경 사이를 오가는 곳들이다.

먼저 화산국립공원 여행의 서곡, 중경(中景). 지름 4㎞의 칼데라에 또 다른 분화구를 품은 킬라우에아(Kilauea) 정상을 향한 길이다. 산을 차로 오를 때 다우림(多雨林)이 펼쳐내는 진녹빛 향연은 지상을 배회하는 수증기의 등장으로 모습을 감춘다. 하늘 높이 솟은 야자수 자리를 불모의 까만 흙이 대신한다. 그 끝에 불의 여신 펠레가 머문다는 궁전, 할레마우마우(Halemaumau) 분화구가 있다. 펠레는 불의 여신이되, 고요하다. 할레마우마우에서 용암은 하늘 높이 치솟는 대신 조용히 흘러내렸다. 마지막 분출이 1982년이다. 그 이후로 29년간 할레마우마우는 주변으로 숨소리 같은 수증기만 내뱉어 왔다.

분화구에서 북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마우나 로아(Mauna Loa) 산이 구름을 허리에 걸쳤다. 4039m. 까마득한 높이지만 경사가 완만해 위압적이지는 않다. 가까이 펼쳐진 초원이 분화구와 함께 낯선 대비를 이룬다.

전형적인 하와이 풍경, 민속촌.
이젠 좀 더 가까워질 차례다. 킬라우에아에 작다는 뜻의 이키(Iki)를 붙인 분화구 트레킹이 기다린다. 1959년 킬라우에아 이키에서 1000번이 넘는 지진이 감지됐다. 끝내 용암이 분출돼 깊이 60~80m의 용암 호수가 형성됐다. 여전히 뜨거운 땅속 바위가 비와 만나 수증기가 곳곳에서 솟아오르는 이 땅을 직접 걸을 수 있다. 약 6㎞로 두 시간쯤 걸리는 트레킹 코스다.

이 길, 물과 불이 서로 대항하다가 끝내 묘한 조화를 보인다. 분화구 위에서 시작한 길이 아래를 향할 때 밀림 속 오솔길에서는 물이 이겼다. 습하다. 고사리를 닮은 고비과 다년초는 낮게 엎드린 대신 줄기를 여럿 세우며 높게 자랐고, 현무암은 이끼로 푸르게 젖었다.

풍요로운 물의 기운이 사라지는 건 분화구 바닥에 닿을 때다. 밀림 끝에 까마득한 넓이의 검은 땅이 펼쳐진다. 달 표면을 닮은 모양새다. 간혹 갈라진 땅이 내뱉는 수증기는 열기를 머금었다. 황량하되, 낯선 풍경으로 사람을 매혹한다. 문득 눈을 드는 순간, 대다수 이방인은 탄성을 내뱉는다. 낮은 곳은 적막한데, 이를 둘러싼 사방의 벽은 온통 열대림으로 찬란하다. 불이 낳은 폐허와 물이 낳은 풍요가 극적으로 만난다. 해서 자꾸만 걸음이 멈칫한다.

마지막 원경(遠景)은 헬기 투어로 맛볼 수 있다. 소형 헬리콥터를 타고 화산국립공원 일대를 도는 여정이다. 킬라우에아 이키에서 물과 불의 자식이 서로 만난다면, 상공에선 물과 불이 직접 만나는 풍경을 눈앞에서 목격한다.

주무대는 푸우 오오(Puu Oo) 분화구. 분화구 중 가장 젊다. 1983년부터 지금까지 쉼 없이 용암을 쏟아내는 중이다. 2007년엔 건물 189채를 불태웠고 고속도로 14㎞ 구간을 지도에서 지워냈다. 교회도, 상점도, 주택도 같이 사라졌다. 대신 지난 20년간 푸우 오오는 2㎢가 넘는 땅을 하와이에 선물했다.

킬라우에아 정상 드라이브와 킬라우에아 이키 트레킹이 그러했던 것처럼, 헬기 투어는 극과 극의 풍경을 보여준다. 규모는 더 크다. 힐로(Hilo) 공항에서 출발한 헬리콥터가 남진(南進)할 때 정면으로 달려드는 뭉게구름 아래 광활한 마카다미아 농장이 있다. 점점 솟구치는 수증기가 구름과 구별되지 않더니 이윽고 흐릿한 시야 안에 붉은 분화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푸우 오오다. 여기부터 바다에 이르기까지 땅은 기묘한 형태로 끊임없이 흐른다. 땅을 붉게 물들인 용암과 그 위로 섬처럼 고립된 숲이 교차한다. 마침내 바다에 닿은 용암은 한바탕 연기를 쏟아내곤 땅이 된다. 땅 위에 쌓여 갔던 것들이 소멸하는 대신 땅 아래 숨죽였던 용암이 새로운 땅을 토해낸다. 신생과 죽음을 함께 품은 젊은 땅이 자아내는 풍경은 그렇게 사람을 압도한다.

◆강추

●환율
1달러=약 1100원

①항공편: 오하우섬 호놀룰루와 빅 아일랜드를 같이 볼 요량이라면 최근 인천-호놀룰루 노선 운항을 시작한 하와이안 항공을 추천한다. 인천에서 하와이 군도 내 섬들을 가는 항공권 요금이 모두 같다. 모든 노선이 호놀룰루를 경유하므로 두 섬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셈. 인천-빅 아일랜드 왕복 항공권을 끊을 경우, 호놀룰루 3박·빅 아일랜드 1박 일정이 가능하다. 사전 예약은 필수. 현재는 전화로만 예약이 가능하다. 인천-호놀룰루 노선은 월·수·금·일 주 4회 운항한다. 일반석 110만~180만원. 세금·유류할증료 불포함. (02)775-5552, www.hawaiianairlines.co.kr 오아후섬 호놀룰루에서 빅아일랜드 힐로까지는 하루 수십 회 하와이안 항공이 운항한다. 약 50분.

②힐로~화산국립공원: 공항 앞 렌터카 업체에서 차를 빌려 가는 편이 낫다. 때에 따라 다르나, 소형차를 하루 60~80달러에 빌릴 수 있다. www.priceline.com 등에서 예약 가능. 11번 고속도로를 타고 50㎞쯤 달리면 하와이 화산국립공원이다.

◆산행안내

①킬라우에아 방문자 센터에서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할레마우마우 분화구와 킬라우에아 이키 분화구가 여기서 가깝다. 승객 포함 차 한 대 입장료가 10달러. 일주일간 이용 가능. (808)985-6000, www.nps.gov/havo

②헬기 투어는 힐로 공항에서 이용할 수 있다. 출국장 옆에 헬기 투어 관련 여행사가 모여 있다. 블루 하와이안 헬리콥터스가 오래됐다. 50분 기준 1인 약 200달러 내외. (808)961-5600, www.bluehawaiian.com

③국립공원 주변에 숙박시설이 많다. 저렴한 곳을 원하면 '홀로 홀로 인(Holo Holo In)'이 무난. 56달러부터. (808)967-7950, www.volcanohostel.com 고풍스런 곳을 원한다면 1886년에 지은 '마이 아일랜드 B&B 인(My Island Bed & Breakfast Inn)' 추천. 90달러부터. (808)967-7216, www.myislandinnhawaii.com




사랑의 종
눈부시게 빛나는 파란 하늘, 에메랄드 빛 바다, 바람에 춤추는 야자수들…. 관광과 휴양 그리고 쇼핑까지 3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괌은 영혼의 안식처라 불릴 만 한 여행지다. 때문에 괌은 신혼 여행객이나 가족단위 관광객 모두가 오감 만족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괌의 또 다른 장점은 뛰어난 접근성. 인천공항서 비행기로 4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 덕분에 최근 일본 대지진에 따른 원전 폭발 등으로 일본 여행이 어렵게 되자 그 대체 여행지로 톡톡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마이크로네시어 몰
◆눈이 즐거운 볼거리

▶아름다운 해변=드넓은 백사장을 가진 아름다운 해변이 섬 특성상 여러 곳에 산재해 있다. 특히 이판, 건, 탈라포포, 리티디안 비치 등은 잔잔한 파도와 적당한 수온으로 해수욕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투명한 바다 속을 헤엄치는 열대어들과 산호도 특별한 장비 없이 스노클링 만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사랑의 절벽=괌이 스페인 식민지 시절 스페인 장교의 구혼에 못 견딘 차모로족 여인이 자신의 연인과 함께 머리를 묶어 투신한 슬픈 전설을 지닌 곳이다. 이곳을 방문, 사랑의 약속의 징표로 걸어놓은 자물쇠와 종을 치면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는 '사랑의 종'이 있어 신혼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해양수족관 '언더워터월드'=총 2층 규모로 세계 최장 터널 수족관을 자랑하는 언더워터월드는 약 100종의 해양생물 5000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머리위로 지나는 상어, 가오리 등 물고기들은 아이들이 있는 가족 여행객에겐 필수 여행 코스다.

▶샌드캐슬쇼=화려한 마술과 무용수들이 펼치는 환상 무대는 라스베이거스쇼를 압도한다. 무대와 객석이 근접해 있어 눈앞에서 펼쳐지는 매직 마술과 공중을 날아다니는 밧줄쇼는 관객들을 꿈의 세계로 인도한다.

◇인천공항서 4시간 남짓, 접근성이 뛰어난 괌은 관광과 휴양, 쇼핑까지 여행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여행지다. 사진은 괌 해변 전경.<사진 제공=괌 관광청>
◆가슴이 뛰는 즐길 거리

▶해양레포츠=요트를 타고 20분만 나가면 파도를 따라다니며 재주를 부리는 돌고래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오색 빛깔 물고기들을 눈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스노클링과 스킨스쿠버 등도 인기다. 이 밖에 제트 스키, 카약, 낚시 등도 즐길 수 있다.

▶정글 체험=도심에서 40분 거리에 위치한 강에 도착하면 정글 크루즈를 타고 강을 내려가며 울창하게 우거진 열대 나무들과 동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골프 체험=자연 그대로의 해안선을 살린 코스에서 바다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골프는 이미 마니아들의 입소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레오팔레스 컨트리클럽, 망길라오 골프클럽, 괌인터내셔널 컨트리클럽 등이 대표적이다.


유명 휴양호텔-리조트가 들어선 괌 해변.
◆마음이 편안한 휴식처

▶아웃리거 괌 리조트=세계 유명 호텔 체인으로 쇼핑몰의 중심인 투몬 지구 중심에 있다. 최근 600개 객실을 리모델링해 더욱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저녁 무렵 호텔 바에서 칵테일이나, 음료 등을 마시며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PIC괌=총 770개의 객실을 보유한 괌 최대의 호텔로 4만평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워터파크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키즈클럽은 클럽메이트와 함께 미술, 공작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호텔 니코 괌=전 객실이 바다 전망으로 보는 곳마다 투몬 베이 뷰와 파란 바다가 정면으로 펼쳐지는 중앙 뷰가 일품이다. 또한, 괌 최장의 워터 슬라이드가 있어 가족 여행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쇼핑이 행복한 괌

섬 전체가 면세구역인 괌은 쇼핑 천국이다. 최신 유행하는 브랜드의 예쁜 디자인 제품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가히 '쇼핑 천국'이라 할 수 있다.

▶DFS 갤러리아=괌에서 가장 번화한 플레저 아일랜드에 위치해 있으며 패션, 뷰티, 부티크 등에서 유명 브랜드들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쇼핑 중 시장할 때는 2층에 위치한 플래닛 할리우드에서 식사나 가벼운 음료도 마실 수 있어 편하다. 또 전화로 요청하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무료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마이크로네시아 몰=데데도에 위치한 괌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다. 뉴욕 고급 백화점 메이시스를 비롯해 총 130개의 전문 매장이 입점해 있다. 시기에 따라 유명 제품들을 25~30% 세일하고 있으며 매장 중앙에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도 갖추고 있다.

▶K-마트=연중무휴 영업하고 있는 거대한 미국식 할인 마트다. 괌에서도 가장 저렴하게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으로 현지 주민과 실속파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다.

◆괌 여행메모

괌은 15개 섬으로 이루어진 마리아나 군도 중 최남단에 위치해 인천공항에서 약 4시간이면 도착한다. 인구는 약 16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제주도의 3분의 1 크기다. 미국령 자치지역으로 한국 여권 소지자는 미국 비자 없이도 45일 미만 체류할 수 있다.

◇여행 문의= 괌 정부 관광청 한국사무소(02-725-3107, www.welcometoguam.co.kr). 라이브괌(070-8637-8708, www.liveguam.co.kr)


◆"클린 앤 세이프!(Clean and Safe!)"

에디 B. 칼보 괌 지사는 "일본 원전 폭발로 인한 방사능 유출을 걱정하는 관광객들이 많지만 이곳 괌만큼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칼보 괌 지사와 몇몇 긴급 대응 정부기관 대표들은"간혹 일부 관광객 중에는 안전 여부를 문의 하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와 오해로부터 빚어진 결과이며, 괌은 청정하고, 안전한 관광지"라고 전했다. 또한 칼보 괌 지사는 "괌 국토 안전청 및 괌 주방위군이 일본으로부터 오는 대기, 수화물, 우편물 등을 매일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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