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는 흔히 남자들이 환락과 유흥을 즐기는 카지노와 술집의 도시로 알려져 있다. 모르는 말씀이다. 2011년의 라스베이거스는 여성, 특히 20~30대의 '골드 미스'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선수'다. 작업 방법은 이렇다.

첫째, 그녀의 현실 감각을 몽롱하게 만든다. 메인 도로 양옆으로 에펠탑,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고대 로마, 피라미드, 할리우드, 중세시대 성까지 '얘기되는' 관광 명소들을 오밀조밀 재현해놓고 "여기는 가상현실이야"라고 끊임없이 속삭인다. 베니스 운하가 흐르고 곤돌라가 떠다니는 베네시안 호텔 안의 그녀, 급기야 '이탈리아로 여행 왔던가?' 헷갈린다.

둘째, 그녀의 오감(五感)을 두루 만족시킨다. 거리 곳곳 '오늘의 쇼'를 알리는 간판이 손짓하고, 쇼핑몰은 눈 닿는 곳마다 있다. 그녀의 혀끝을 유혹하는 음식들은 또 어떤가. 그녀, 라스베이거스의 구애에 "예스(Yes)"를 외치는 순간 깨닫는다. 때론 여심(女心)을 매혹하는 것은 남자가 아니라 도시라는 사실을. 

1 라스베이거스의 중심 지역인 스트립(Strip) 대로의 야경. 이 도시에서 반짝이지 않는 것 은 밤하늘뿐이다. 2 최고급 명품 브랜드만 입점한 쇼핑센터‘크 리스탈즈’에서는 설치미술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3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프렌치 레스토랑‘조 엘 로부숑'의 디저트. 4 '가짜' 엘비스 프레슬리 수십명이 등장하는 '비바 엘비스'쇼. 여자 댄서들은 객석 사이를 휘저으며 관람객의 흥을 돋운다. /라스베이거스관광청 제공

◆그녀의 볼거리

눈과 귀가 즐거운 도시가 바로 라스베이거스. 거리 간판마다 데이비드 카퍼필드, 브리트니 스피어스, 셀린 디옹, 제이 리노 같은 스타들의 '강림'을 예고하고, 상상초월·중력거부·두뇌자극 등의 문구가 제격인 '태양의 서커스'가 모두 7개의 쇼를 펼친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생을 서커스로 그린 '비바 엘비스' 쇼는 관객의 엉덩이를 들썩이지 못하면 환불하겠다고 작정한 듯 내내 흥겹다. 뮤지컬 '팬텀'은 파이프 오르간의 묵직한 소리가 귓전을 때리며 비극적 사랑을 가슴속에 망치질한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틀스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서커스쇼로 만들어져 영생(永生)을 얻었듯, 마이클 잭슨도 내년쯤 서커스 쇼 '임모털(Immortal)'을 통해 부활한다. 라스베이거스관광청의 제넬 잭스(29)씨는 "여기는 쇼마다 전용극장이 있기 때문에 같은 쇼라도 뉴욕 브로드웨이보다 무대가 훨씬 낫다"고 자랑한다.

브래드 피트 같은 스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밀랍인형 박물관 '마담 투소'는 유명 인사들과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붐빈다.

이 사막 위의 '인공 도시'에는 뜻밖에도 자연이 숨 쉰다. 미라지 호텔의 미니 동물원 '시크릿 가든'에는 돌고래·백호랑이·백사자가 어울려 산다. 1m 거리에서 백호(白虎)와 눈맞추는 경험은 어떤 남자와의 눈맞춤보다도 짜릿하다. 벨라지오 호텔의 식물원은 꽃과 식물로 만든 화려한 조형물이 볼거리다.

◆그녀의 밤

호텔 방에만 있기엔 라스베이거스의 밤이 아깝지 않나. 어둠이 깔리면 거리엔 '레이디즈, 애니 클럽(ladies, any club)?' 전단지 돌리는 나이트클럽 호객꾼과 가슴부터 엉덩이까지 최단 길이 원피스로 가린 젊은 여성들이 쏟아져 나온다. 검은색 정장차림의 목 굵은 경비원들의 '심사'를 거치면 클럽 입장. 족히 100㎏은 넘어 보이는 금발 아가씨가 연방 흘러내리는 원피스를 추켜올리며 몸을 흔들고, "너는 몇 살이니? 22살?"이란 꿈같은 말도 들린다.

패리스 호텔의 '샤토(Chateau)'는 야외무대에서 도시 야경을 보며 춤출 수 있는 곳. 아리아 호텔의 '헤이즈(Haze)'에서는 흰 모자를 눌러쓴 마이클 조던에게 카메라를 향하자 클럽 경비원이 금세 제지를 해온다. MGM 그랜드 호텔의 스테이시 해밀턴(35)씨는 "호텔마다 자체 보안팀을 운영하고, 요주의 인물들의 블랙 리스트를 호텔끼리 공유한다"며 "라스베이거스는 여성들이 즐기기에 안전한 도시"라고 했다.

◆그녀의 쇼핑

'돈 쓰면서 돈을 번다'는 즐거운 착각을 도처에서 할 수 있다. 먼저 팔라조 호텔 맞은편에 있는 쇼핑몰 '패션쇼'로 가보자. 메이시즈, 니먼 마커스 같은 백화점 7곳과 중저가 패션 브랜드 포에버21 등 250여개 상점들이 들어선 초대형 쇼핑천국이다. 할인 기간이라면 국내 백화점 구두 한 켤레 값으로 '이름 있는' 구두 3켤레 정도를 족히 건질 수 있다. 시저스 팰리스 호텔 안에 있는 '포럼숍'은 로마 시내를 산책하는 기분으로 160여개 브랜드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 3000달러짜리 신상 명품백을 계속 들었다 놨다하자 여점원이 "하나 남은 건데 오늘밤까지 킵(keep)해 드리죠"라며 고뇌에 빠트린다.

도심에서 택시로 15분 거리의 '프리미엄 아웃렛'도 필수 코스. 랄프 로렌, 코치, 갭 등의 브랜드가 30% 이상 할인된다. 아웃렛 사무실에서 나눠주는 쿠폰북을 챙겨 추가 할인도 잊지 말자. '크리스탈즈'는 티파니·에르메스 등 최고급 브랜드만 입점한 국내 모 명품관 같은 곳. 만약 좋은 물건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면 '로스'나 '노스트롬 랙' 같은 쇼핑몰도 도전해볼 만하다. 산더미처럼 쌓인 재고 상품을 뒤지다 보면 헐값에 '노다지'를 캘 수도 있다.

◆그녀의 음식

두 사람이 10달러면 배불리 먹는 중국 음식점 '팬더 익스프레스(Panda Express)'부터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프렌치 레스토랑 '조엘 로부숑'(1인당 200달러선)까지 입맛대로, 주머니 사정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동부 메인주에서 꿈틀꿈틀 살아있는 채로 공수한 바닷가재, 태평양 굴과 대서양 굴, 스페인의 해물 요리 파예야, 뉴욕산 생맥주 등 메뉴마저 화려하다. 벨라지오 호텔의 '옐로테일'은 한국계 셰프 아키라 백의 총지휘 하에 일식과 서양식의 만남을 맛볼 수 있는 곳. 화이트 초콜릿과 미소 된장국을 섞은 수프에 꼬마 야채들이 앙증맞게 올라앉은 식이다. 석양 무렵 발코니에 앉으면 음악에 맞춰 너울대는 호텔 앞 분수대 물줄기의 군무(群舞)는 덤이다. 팔라조 호텔의 '모렐스'는 느지막한 브런치를 즐기기 좋다. 10~20달러 선. 임페리얼 팰리스, 플래닛 할리우드, 리오 등 7군데 호텔 뷔페를 하루종일 이용할 수 있는 뷔페 패스가 44달러다.

◆그녀의 자연

이 '인공의 도시'에서 승용차로 3시간 달리면 모하비 사막이 끝없이 펼쳐진다. 사람이 하늘 위로 손 뻗은 듯한 형상의 조슈아 나무와 쓰러진 고목(枯木)들로 초현실적인 괴괴한 분위기를 풍긴다. 관광 가이드 빌 케브나(55)씨는 "모하비 사막의 야경에는 두 종류가 있다"며 "보름달이 뜨면 은은하게 아름답고, 그믐달이 뜨면 수백만개 별들이 찬란하게 반짝인다"고 했다.

그랜드 캐니언의 장엄함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방법은 헬기 투어. 5인승용 헬기를 타고 깊이 1.2㎞의 협곡 사이를 가로지르면 마치 신(神)의 눈을 빌린 듯한 기분마저 든다. 협곡 상공 위에 얹어진 투명 유리 다리를 걷는 '스카이워크'도 다리 떨리는 경험. 다리 한가운데서 청혼을 해온다? 쉽사리 거절하기 어려울 것이다. 

여·행·수·첩

●환율
: 1달러=약 1090원

●항공: 대한항공에서 주3회(월·수·금) 라스베이거스행 직항을 운항한다. 라스베이거스 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15분, 20달러 내외)를 이용하면 된다.

●교통: 호텔과 호텔을 잇는 무료 모노레일과 셔틀버스가 있다.

●여행팁: 건조한 사막 기후라 피부는 금세 푸석해지고 목은 칼칼해진다. 선크림과 보습크림, 생수는 꼭 챙길 것. 팁은 20% 수준으로 미국 다른 곳보다 높은 편. 신분증(여권)은 항상 지참하는 게 좋다. 신용카드로 계산할 때나 술집에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라스베이거스관광청 한국사무소(www.VisitLasVegas.co.kr ,02-775-3232)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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