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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러시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 거기(?)를 덜렁거리며 눈밭에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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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악의 겨울 최고의 겨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알몸으로 눈밭을 뒹구는 사우나를 경험할 수도 있는 곳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알몸으로 눈밭을 뒹구는 사우나를 경험할 수도 있는 곳이다.
※ 최고의 겨울 블라디보스토크

2003년 겨울. 이듬해 있을 영화 '태풍'의 촬영을 준비하러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로 갔다. 전구 하나부터 열차와 건물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공산주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시는 나를 잔뜩 긴장시켰다. 워낙 추운 날씨라 사진이나 TV에서 보았던 둥그런 털모자를 쓰지 않으면 머리가 터진다고 가이드가 끔찍한 엄포를 놓았다. 어쨌건 미리 그곳의 유력 인사들과 교분을 쌓기 위해 문화 담당 부시장과 함께 한 재력가의 저택을 방문했다. 한 시간 가량 차바퀴가 푹푹 파이는 눈길을 달려 군복의 남자들이 자동소총을 들고 선 게이트를 통과한 다음 저택의 본채 옆에 지어진 한 목조 가옥으로 갔다. 그곳은 특별히 손님을 접대할 때 쓸 목적으로 지어진 사우나였다. 우리를 환영해 준 주인과 함께 보드카를 마시고 얼큰하게 취한 상태로 사우나실로 들어갔다. 친구가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기에 행여 실수를 할까 긴장한 탓인지 편안한 기분이라기보단 일종의 통과의례를 치르는 느낌이었다. 붉게 달구어진 석탄 덩어리에 물을 붓자 치이익~ 하고 순식간에 좁은 사우나실이 뜨거운 수증기로 가득 찼다. 이어, 몸에서 송글송글 땀이 나오기 시작하자 주인이 자작나무 가지를 들더니 나더러 의자에 누우라고 했다. 그러곤 거기(?)를 덜렁거리며 나뭇잎이 달린 가지로 내 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뜰로 나오라고 했다. 아직도 술기운이 남은 터라 에라 모르겠다 싶어 알몸인 채로 따라 나갔다. 시키는 대로 높이 쌓인 눈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내 몸을 던지자 그대로 눈 속에 푹 파묻혔다. 그러곤 으아악~ 아악~ 고함을 치며 눈 속을 뒹굴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눈 속의 벌거벗은 자유로움! 난 아직도 블라디보스토크의 그 겨울을 잊을 수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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