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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중국

중국 후베이성 : 삼국지의 고향이자 중국의 심장… 역사의 길목에 남은 아찔한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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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황학루 & 이창 삼협인가

사람의 첫인상은 외모다. 큰 키와 날씬한 몸매, 아름다운 얼굴은 상대방에게 호감을 준다. 하지만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신체 부위는 단연 심장이다. 세계인들이 보는 중국의 외모는 현재 중국의 얼굴격인 베이징과 상하이를 비롯해 톈진, 광저우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심장은 아마도 후베이성(湖北省)의 성도, 우한(武漢)이 아닐까.

아름답게 변모한 황학루
여러차례 재건되면서 더욱 웅장하고 아름답게 변모한 황학루. ※사진을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도시를 호령하는 역사의 관제탑, 황학루

중국을 떠올리면 청나라, 명나라, 송나라 등 역사서에서 봤음 직한 국가들이 으레 먼저 떠오른다. 현재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며 큰손 역할을 하는 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모습이다.

필자에게 익숙한 지역이 아니어서인지 처음 우한이란 지명을 들었을 때 우리네 시골이 그렇듯 다소 척박하지만, 정감 있는 농촌의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필자의 무지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우한의 첫 느낌은 꽤 번듯해 보이는 부유함이 먼저였다. 쭉쭉 뻗은 신작로와 하늘 높이 치솟은 건물들이 흡사 서양의 유명 도시에 온 착각마저 불러일으켰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고층 빌딩의 공사 소리가 흡사 새롭게 도약하고 있는 중국의 심장 소리와도 같았다. '다음에 오면 또 얼마나 변해있을까?' 그렇게 우한의 첫인상은 놀라움과 기대로 시작됐다.

우한은 예로부터 상해와 견주는 대도시로 '대우한'이라 불렸다. 중국에서 가장 긴 강으로 장강(長江)으로 불리는 양쯔강이 이곳을 관통하며, 160여 개나 되는 호수가 도시 전체를 풍요롭게 했다. 연중 상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농작물은 해마다 쑥쑥 자라주어 도시민의 삶을 풍족하게 해주었다.

우한 공항에서 차를 타고 1시간 정도 달렸다. 눈앞으로 양쯔강이 들어온다. 가장 높이 솟은 구릉 위에 '황학루(黄鹤楼)'가 떡하니 서 있었다. 중국 강남의 3대 명루로 입장료 80위안(한화 약 14,000원)이라는 다소 비싼 금액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의 발길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수차례 훼손되어 1985년도에 재건한 모습이지만 중국인들이 자금성과 더불어 생애 꼭 한번 가보고 싶어 하는 명소라고 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입구까지 걸으며 3대 화로(火爐)라 불리는 우한의 날씨를 실감했다. 한국은 가을이 시작됐는데 이곳에서는 등에 땀이 비 오듯 한다. 하지만 숨 막힐 듯한 더위도 황학루에 오르고 나면 금세 잊히고 만다.

노란 기와 위로 햇살이 쏟아져 눈이 부시다. 황금으로 치장한 듯 번뜩이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층마다 전망하기 좋게 탁 트여있는 대형 누각은 외부에서 볼 땐 5층이지만 실제 내부는 9층으로 이뤄졌다. 황학루와 관련된 전설을 오색빛깔 타일 작품으로 표현한 1층 벽면을 지나 내부 계단을 타고 오를 수 있다. 맨 꼭대기 층은 바로 아래층 기와가 시야를 가려 사진 찍기에 좋지 않다. 가장 전망이 좋은 층은 외부에서 볼 때 4층 높이. 멀리 양쯔강과 장강대교, 우한 시내 전경이 펼쳐진다. 시야가 탁 트이니 시원스럽다. 역동하는 도시의 한가운데 이토록 전망 좋은 누각을 품고 있다니 새삼 놀랍다.

본래 황학루는 삼국시대 손권이 군사적 용도로 지은 망루다. 이후 전망이 빼어나 수많은 문인이 즐겨 찾았다. 당나라 시인 최호(崔顥)의 작품 '황학루'는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그 뒤를 이어 이백(李白)이 황학루에 올랐다가 최호의 시보다 더 뛰어난 시를 지을 수 없다며 붓을 내려놓았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백의 이야기가 깃든 각필정(搁笔亭)과 복을 기리며 종을 직접 쳐볼 수 있는 천년길상(千年吉祥) 종, 남송의 장수 악비(岳飛)의 동상 있는 광장 등 주변에 볼거리도 많다. 출구는 입구와 반대편에 있다. 2시간 정도면 곳곳의 전경을 사진으로 담기에 충분하다.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용진계
협인가에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용진계

 삼협인가, 자연을 품은 소수민족의 삶 속으로

우한에서 4시간 이동하면 이창(宜昌)이다. 이곳 지명이 낯선 이들도 세계 최대 규모의 삼협댐이 있는 곳이라고 하면 무릎을 탁 친다. 2009년 삼협댐 완공 이후 이창은 중국의 자랑 장강삼협(長江三峽)의 서릉협(西陵峽) 구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서릉협의 맨 끝 갈주댐 부두에서 장강삼협 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서릉협을 감상하고 '삼협인가(三峽人家)'를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맑은 날 험준한 산세와 비취색 물빛의 수려한 협곡을 만나길 기대했건만 아침부터 내린 비는 속도 모르고 더욱 세차게 퍼붓기 시작했다. 덕분에 흐린 날의 풍광을 실컷 카메라에 담았다. 언제 다시 찾을지 모르는 비경의 색다른 면모를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 한편으로 감사하다.

굽이치는 협곡을 따라 1시간여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자 겹겹이 쳐진 장막이 하나둘 열리며 시야가 트였다. 유람선의 종착역 용진계(龙进溪)부두가 가까워져 온 것이다. 그때 청아한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오색빛깔 전통옷을 곱게 차려입은 토가족(土家族) 여인들이 노래를 부르고 한쪽에서는 뱃사공의 시연이 펼쳐졌다. 난생처음 보는 소수민족의 독특한 환영인사에 관광객들은 어린아이처럼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공연에 빠져들었다.

장강삼협의 서릉협 구간을 통과하는 크루즈
장강삼협의 서릉협 구간을 통과하는 크루즈는 중국인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삼협인가는 토박이 토가족의 전통 삶의 모습을 감상하며 걷는 트레킹 코스다. U자형의 3km 구간으로 잘 닦여진 나무데크라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다. 전통옷을 입은 토가족 여인이 관광객 무리마다 한 명씩 따라 붙는다. 처음엔 몰랐지만, 허리춤에 스피커를 차고 멋들어지게 해설하는 전문 안내자다. 그를 따라 울창한 숲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쉴 새 없이 내린 비로 계곡물이 옅은 황톳빛을 띠었다. 그럼에도 시야는 더욱 맑아졌다. 이내 바깥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깊은 산 속으로 접어든다. 동화 속 환상의 나라가 있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젖어든다.

잔잔한 계곡 물 위로 두둥실 뜬 나룻배 위에 노래하는 여인이 서 있고, 낚싯대를 드리운 뱃사공도 보였다. 빨래하는 여인들과 노래하는 소녀들, 무지개다리 위에는 아름다운 한 쌍의 연인이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삼협인가의 요정을 따라 꿈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다. 궂은 날씨에도 토가족은 그동안 준비한 기량을 마음껏 뽐내주었다.

습한 공기 탓인지 나무데크에 금세 이끼가 끼는 모양이다. 청소부가 부지런히 제거 작업을 하는데도 군데군데 미끄러운 구간이 있었다. 비 오는 날 이곳을 찾는다면 등산화는 필수다. 나오는 길목에 독수리 폭포와 관이 박혀있는 수직 절벽,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혼례 공연도 묘미다. 삼협인가 트레킹은 공연 관람까지 합쳐 넉넉잡아 2시간 정도 소요된다. 협곡 트레킹을 좀 더 즐기고 싶다면 이곳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삼협죽해(三峽竹海)' 코스도 매력적이다.

중국 우한

☞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창 여행수첩

● 환율 : 1CNY(중국 위안)=약 176원(2013.09.27 기준)

● 항공 : 부산-중국 무한을 오가는 에어부산 특별전세기가 운항중이다. 10/3, 8,  13, 18, 23, 28, 11/2 출발. 비행시간은 약 2시간 30분 가량 소요.

● 여행상품 : 중국 무한·의창·은시 지역 관광을 묶은 패키지 상품이 나와 있다. 5박 7일 일정(79만9000원부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http://www.goddagzi.com, (02)6925-2569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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