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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페인

스페인 피게레스 : 꿈속 미술관·달걀지붕 생가… 역시 '달리'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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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를 모델 삼아 여신을 그리고 때론 신화 속 이야기를 패러디했다.

'매 웨스트의 방'은 유명한 영화배우 매 웨스트(Mae West·1893~1980)에게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채워졌다. 방엔 그 유명한 입술 의자와 눈 모양 액자가 걸려 있다. 작은 계단을 올라가 볼록 거울로 방을 내려다보면 방 전체가 우스꽝스러운 금발머리 여인의 얼굴처럼 보인다.

또 다른 방엔 그 유명한 흘러내리는 시계 그림, '기억의 영속성'이 양탄자 위에 인쇄돼 벽 한쪽에 걸려 있다. 저 멀리 달리가 태어난 바다 마을이 보이는 그림. 그 고요하고 또 황량한 풍경 속에 시계는 녹아내린 치즈처럼 늘어져 있고, 개미들은 회중시계 속에서 버둥거린다. 큐레이터는 "달리의 꿈속 세계를 반영한 작품"이라고 했다.

달리의 집 거실.

달리의 집, 카다케스 마을로 가다

해변마을 카다케스(Cadaques)는 달리의 생가(生家)가 있는 곳이다. 피게레스 광장에서 하루 4번 오가는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멀미가 나도록 달렸다. 카다케스 해변에 자리잡은 '포르트 리가트'라는 어촌 마을이 보인다. 꼭대기까지 올라가니 달리의 생가(Casa Museu Dali)가 나왔다. 지붕엔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달걀이 붙어 있다. 입장료 12유로를 내면서 큐레이터인 에바(Eva)에게 "달리는 대체 왜 그렇게 달걀을 좋아한 거냐"고 물었다. "달리는 여성의 자궁을 늘 그리워했대요. 달걀은 바로 그 엄마의 뱃속, 태초의 자궁을 닮은 존재에요. 달걀을 통해 영원한 삶을 꿈꾼 거죠."

달리의 집은 거실과 안방, 침실과 욕조, 사랑방, 그리고 야외 풀장과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안방 한가운데엔 아내 갈라의 초상화가 한쪽에 걸렸고, 그 곁엔 커다란 백조 박제가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집엔 백조 박제만 4개였다. 큐레이터는 "달리가 평소에 키우던 애완동물이었다. 너무 사랑한 나머지 백조가 죽자 이렇게 박제로 만들어 넣어둔 것"이라고 했다.

1982년 아내 갈라가 숨지자 달리는 인근 마을로 집을 옮겨 그곳에서 생을 마친다. 평생을 오만과 광기, 때론 광대 짓으로 보냈던 예술가는 뜻밖에도 이곳에서 영원한 안식(安息)을 꿈꿨던 모양이다. 달리의 집에서 내려와 카다케스 해변을 걸었다. 어촌 마을은 노을에 잠겨 점점 주홍빛에서 진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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