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의 보고 Tasmania

호주에는 숨겨진 '보물섬'이 하나 있다. 호주 남동쪽 가장 끝에 자리 잡은 섬 '태즈메이니아(Tasmania)'다. 섬 크기는 우리나라의 3분의 2 정도지만 인구는 50만명밖에 되지 않는다. 놀라운 건 전체 면적의 40%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과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는 것. 오랜 기간 호주 대륙과 떨어져 있었던 때문인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하고 희귀한 동식물들이 넘쳐난다.

호주 태즈메이니아 크레이들산 국립공원 내 도브호수. 수백 년이 넘은 이끼와 희귀 야생동물과 만날 수 있는 이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호바트

태즈메이니아 여행은 대부분 호바트(Hobart)에서 출발한다. 멜버른에서 비행기로 50분, 시드니에서는 1시간 50분이면 갈 수 있다. 호주에서 시드니 다음으로 오래된 도시다.

호바트에서 처음 찾아간 곳은 웰링턴 산(Wellington Mountain). 고사리과 식물들과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산 초입부터 무성하게 자라있어 때묻지 않은 원시림으로 들어서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조금 더 올라가면 '오르간 파이프(Organ Pipe)'라고 불리는 붉은색의 규조현무암 바위들이 우뚝 솟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해발 1271m의 산 정상에 오르자 남극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더해져 쌀쌀했다. 호바트 전경과 태즈맨 반도 일부가 눈앞에 시원스럽게 펼쳐졌다.

작고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호바트 항구 주변에는 해산물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살라망카 스퀘어 주변에서 매주 토요일 열리는 벼룩시장 '살라망카 마켓'도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다. 태즈메이니아산 굴을 맛보기 위해 바릴라 베이(Barilla Bay) 굴 양식장으로 이동했다. '모둠 굴 접시'를 주문했더니 익힌 굴과 각종 소스를 얹은 굴, 생굴 등 30여 가지 굴요리가 나왔다. 와인까지 곁들이니 '천국의 맛'이었다.

(좌) 태즈메이니아산 굴. (우) 캥거루와 닮았지만 몸집은 절반인 왈라비.

◇프레시넷 국립공원·크레이들 산 국립공원

호바트에서 출발해 넉넉잡아 네 시간이면 프레시넷 국립공원(Freycinet National Park)에 도착한다. 주차장에서 와인글라스 베이 전망대(Wineglass Bay Lookout)까지는 1.5㎞. 전망대에 도착하자 세계 10대 해변에 뽑힌 와인글라스 베이가 한눈에 들어왔다. 눈부시게 하얀 백사장으로 유명하지만 이름에 얽힌 사연은 슬프다. 고래잡이가 한창이던 시절, 이곳은 고래들이 죽어 흘린 피로 빨갛게 물들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이 마치 와인 잔에 레드 와인을 따른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와인글라스 베이'로 부르기 시작했다.

크레이들 산(Cradle Mountain) 국립공원은 태즈메이니아 북서쪽 산지에 있다. 크레이들 산으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하고 도로 주변에는 숲과 계곡이 가득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산으로 설악산보다 네배쯤 크다. 크레이들 산에서 세인트클레어(St. Clair) 호수까지 걷는 오버랜드 트레킹 코스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코스 길이는 무려 80㎞. 완주하려면 5~6일 정도 걸린다. 수백년이 넘은 녹색 이끼, 깨끗한 물과 공기, 희귀한 야생동식물을 만날 수 있었다.

마침 풀을 뜯고 있는 웜뱃(Wombat)을 발견했다. 웜뱃은 몸길이가 70~120㎝ 정도 되는 초식 동물이다. 다리가 짧고 뚱뚱해 곰과 비슷하지만 얼굴은 코알라와 닮았다. 캥거루의 절반만한 왈라비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태즈메이니아를 대표하는 동물은 '태즈메이니안 데빌(Tasmanian Devil)'. 이곳에서만 사는 동물로, 이름과는 달리 온순하게 생겼다. 19세기 탐험가들이 상륙했을 때 숲 속에서 모습은 드러내지 않은 채 악마 같은 울음소리를 내는 것을 듣고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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