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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이탈리아 : 지중해의 포근한 햇살 담은 맛있는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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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맛 기행일지라도 뻔한 맛 기행문을 쓰지는 말자. 생각했다. 이탈리아의 역사부터 줄줄이 읊어야만 하는 교과서 같은 기행문 역시 되지 말자. 생각했다. 내가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시야를 텄듯이 새로운 모습의 이탈리아를 담아내고자 한 글의 의도를 먼저 밝히고 싶다. 이탈리아의 거대한 역사를 알기도 전에 이탈리아가 전하는 맛에 충성을 맹세한 후 피자와 파스타 등 이탈리아 음식을 만들고 맛 볼 수 있는 요리사의 길을 걷던 내가 동경의 나라 이탈리아에 입성, 지금부터 이 나라가 지닌 식(食,eat)의 색깔이야기가 유쾌하게 시작된다.

이탈리아인들에게 음식은 역사이고 문화이며, 생활이고 삶이다. 식(食,eat)의 즐거움을 아는 민족이기 때문에 여행자들 역시 이탈리아 식(食,eat)을 즐겨야 그들의 생각과 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탈리아라는 나라는 그들의 음식과 생활 등의 문화를 알기위해 굳이 책을 찾고, 인터넷 검색엔진은 쉴 새 없이 가동시켜 머리로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피자(Pizza), 파스타(Pasta), 리소토(Risotto) 만으로 이탈리아 음식을 다 안다 자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지만, 이런 음식이라도 당신에게 거부감 없이 익숙하다면 이미 당신은 지중해 따뜻한 햇살을 품은 이탈리아의 매력을 받아들일 준비가 끝난 것이다. 입 안의 행복은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큰 마법이다. 

1 이탈리아 재래시장 과일들은 빨갛거나 노랗거나 그 색의 구분이 선명하다. 지중해성 기후가 낳은 천연색색 찬란한 보물들이여! 2 이탈리아에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점 피제리아(Pizzeria) 3 기본 10종류 정도의 피자를 구비하고 있는 피제리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피자는 단연 생모짤렐라치즈와 토마토, 바질로 만든 마르게리타 피자.
맛, 포만감, 합리성 3박자 갖춘 한 장의 악보 
16시간의 오랜 비행,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포크를 집어 든 맛 모를 3번의 기내식, 건조한 비행기내 공기로 인한 최악의 컨디션, 이런 몸을 이끌고 로마 레오나르도다빈치 공항에 착륙한 시간은 밤 10시 남짓. 사위는 컴컴했고 사방에서 들리는 각국의 언어에 귀는 혼잡했다. 누구나, 또 그 누군가가 어디서든 그렇듯, 낮선 땅에서의 이방인은 여행을 준비하던 그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우왕좌왕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눈과 코는 행복했으니 공항 내 드문드문 자리한 스낵바(snack bar)에 있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피자모습과 토마토소스와 치즈가 뿜어내는 익숙한 피자냄새가 그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피자냄새를 익숙한 한국의 냄새로 착각할 만큼 이탈리아 음식이 우리에게 깊숙이 베어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이탈리아는 어느 공간에서도 피자를 판매하는 피제리아(Pizzeria)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흡사 떡볶이와 순대를 파는 분식점마냥. 이탈리아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다녀가기 때문에(이탈리아는 건축, 역사, 음식, 유럽여행 등 다양한 목적을 지닌 관광객으로 온 거리가 활기를 띈다. 편리하고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우려는 사람들부터 정통 이탈리아 코스요리를 먹으리라 작정하고 오는 사람들까지) 모든 관광객의 상황을 고려한 레스토랑들이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피제리아는 이탈리아의 명물이다. 나라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이탈리아의 도시도시를 관광하며 사람들은 그 시간 틈새틈새 ‘눈만 즐거우면 될소냐 입도 즐거워보자’ 현지인과 관광객이 혼재되어있는 피제리아를 들락날락거리기 바쁘다. 다양한 토핑만큼이나 많은 종류의 피자들, 신선한 채소만큼은 아낌없이 넣어 만들어내는 담백한 포카치아 샌드위치. 한 입 베어 물면 아! 이것이 이탈리아의 맛이로구나. 

바쁜 시간 선택만 하면 바로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Fast food)지만 절대 정크푸드(Junk food)는 아닌 음식들. 단 저렴하지 않은 가격에 비해 양과 맛은 관광에 지친 여행자에게 약간 서운함으로 남는다.
빨주노초파남보 아름답게 비추네
토마토와 블러드오렌지(blood orang), 파스타 면과 레몬, 올리브, 허브와 다양한 젤라토(Gelato)와 와인. 무지개색 재료들과 음식들이 이탈리아를 아름답게 비추면 테이블 위 사람들의 손은 부단히도 바빠진다. 지중해성이라는 복 받은 기후 덕분에 이곳의 토마토는 새빨간, 당장 톡 터질 듯한 탱글함이 좋다. 피자건 파스타건 샐러드에도 메인요리에도 식욕을 자극하는 빨간 토마토는 그 어울림이 좋다. 

겉은 푸르스름할지라도 이탈리아의 오렌지와 귤은 설탕의 단맛보다 더욱 단맛이라는 반전의 재미가 있다. 특히 과육이 붉은 블러드오렌지는 첫인상은 얼룩덜룩 피가 묻은 듯해 꺼려지지만 그 선입견 때문에 먹어보지 않는다면 당신은 정말 어리석다는 얘기를 들어도 하는 수 없다. 일반 오렌지보다 당도가 10배는 높은 블러드오렌지 맛은 신(新)세계일테니.
우리나라에서는 고급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만 사용하는 프레쉬 허브(Fresh Herb)(한 때 내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몸담고 있을 때 장마철과 한겨울에는 1KG에 10만원에 달하는 프레쉬 바질을 써야만 했다. 그 어떤 식재료보다 귀한 몸값 자랑하시는 허브들은 이탈리아레스토랑의 가장 큰 공신 중 하나이자 가장 큰 골칫덩이 중 하나이기도 하다.)가 이탈리아에서는 참 인심도 좋다. 피자 한 조각 한 조각에 바질 잎을 통째로 하나씩 놓아주기도 하니 말이다.  


달콤함과 쌉싸름함의 맛 대결, 과연 승자는?
이탈리아의 돌체(Dolce, 디저트)는 우리나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디저트 카페의 모티브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짧게는 2코스, 제대로는 안티파스토-프리모피아토-세콘도피아토-돌체의 4코스를 거치는데 코스가 길던 짧던 돌체는 생략하지 않는다. 때문에 레스토랑에서는 자기 식당만의 대표적인 돌체를 한 두가지 정도 구비해 놓는다. 이탈리아 돌체의 간판 티라미수(Tiramisu)는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디저트 케이크. 국내 티라미수가 달콤한 맛이 지배적이라면 본토 티라미수는 달콤한 맛 뒤의 쌉쌀한 맛의 조화가 환상이다. 그릇에 케이크 시트를 넣고 에스프레스 1잔(30ML)을 그대로 붓는다. 그 위에 부드러운 치즈와 달콤한 코코아파우더를 올리면 끝. 간단한 과정에 비해 그 맛은 정말 이름 그래도 ‘나를 끌어 올려주는 맛’이다. 케이크 시트에 스며있는 에스프레소의 쌉쌀한 맛을 지나 양질의 마스카포네 치즈와 코코아파우더의 부드러운 단 맛을 만나고 나면 신기하게도 다시 처음의 커피 향이 입 안을 정리하고 나선다. 이래서 이탈리아인과 한국인을 포함 한 전 세계인들이 티라미수를 최고의 케이크로 꼽는구나, 절실하게 인정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달콤함이 좋은 젤라토와 쌉쌀한 맛의 절정 에스프레소(Espresso). 젤라토가 뭔지는 모른다 해도 ‘로마의 휴일’ 오드리헵번이 스페인 광장에서 먹던 아이스크림은 알 것이다. 에스프레소란 말이 생소하다하더라도 국내 바리스타 붐을 일으켰던 드라마‘커피프린스1호점’에서 주인공 고은찬(윤은혜)이 마시던 작은 잔에 들어있는 새까만 커피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아~ 할 수 있을 것이다. 

1 정말 많은 종류의 젤라토. 하지만 이는 젤라토 판매가 점점 상업적으로 변하면서 낳은 폐해이기도 하다. 같은 초콜릿 맛 젤라토에 고추를 넣거나, 치즈를 넣거나, 민트를 넣어서 그 종류를 무한대로 불린다. 역시 돈 앞에는 장사 없다. 2 초콜라또 페페론치노(초콜릿과 고추 맛). 지금에 와서야 한 번 도전해볼 걸 아쉬움이 짙어진다. 이 젤라토 맛은 그럼 매콤달콤일까? 3 식후 즐기는 티라미수는 배가 불러도 꼭 먹어야만 하는 필수코스다. 그 이유는 먹어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그 달콤쌉쌀함의 중독성때문. 4 두가지 맛 젤라토는 약 2유로정도. 어느 나라에서든 가장 안전한 맛은 딸기맛임을 이탈리아에서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탈리아 맛 기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기대한 것 중 하나는 지중해 햇살 속에 하늘거리고 있을 올리브 나무를 만난다는 것이었다. 이탈리아는 로마나 피렌체 등 대도시의 중심을 약간만 벗어나도 우리나라 은행나무처럼 늘어선 올리브 나무들을 볼 수 있다. 올리브 나뭇잎은 앞면과 뒷면의 색이 약간 차이가 져 바람이 불고 햇빛이 비치면 사라락 소리와 함께 나뭇잎의 색이 변해가면 반짝반짝 빛나는 신비로운 광경을 목도할 수 있다. 매일 재래시장에서는 갖가지 향신료와 허브에 재워 진 그린올리브와 블랙올리브 장사업자들을 볼 수 있다. 첫 맛은 짭조름, 하지만 중독성 있는 올리브의 맛은 이탈리아 음식의 감초로 손색없다. 입맛을 돋우고 기름진 입맛을 정리해주기도 하는 올리브 열매는 정말 엄지를 들어 올리게 만든다. 

이탈리아의 중심도시 외곽에는 프랑스를 제치고 최고의 와인 생산국으로 떠오른 이탈리아답게 많은 와이너리(Winery)가 포도밭을 일구고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명성 높은 토스카나 주 끼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지역 와인은 미국과 일본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한다. 프랑스 와인이 최고고 보르도와 부르고뉴만 얘기하면 와인에 대해 조금 아는구나 치부되던 과거에 찬물을 끼얹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어쩜 이렇게 이탈리아는 알면 알수록 반전이 곳곳에 숨어있는 흥미로운 나라일까? 

1 오전 11시부터 삼삼오오 모여드는 노천좌석은 그 어느 거리보다 더욱 활기차 보인다. 이것이 진정 인간광합성의 좋은예라 하겠다. 2 수퍼마켓에 즐비한 생파스타. 우리나라 대형마트에 산처럼 쌓여있는 쌀포대처럼 이탈리아에는 파스타가 넘쳐난다. 3 가장 이탈리아스러운 아침식사. 유명 이탈리아 커피브랜드 라바짜 에스프레소 한잔과 슈가파우더 듬뿍 뿌린 페스츄리 한조각. 페스츄리의 버터향과 에스프레소의 향은 그 궁합이 가히 놀랍구나!
젤라토는 이탈리아 정통 아이스크림이다. 자연에 가까운 맛을 구현하기 위해 과즙, 물, 설탕, 계란흰자 등을 주재료로 하며, 유지방 함량을 4~8%정도로 낮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탈리아의 대표 음식 중 하나다. 공기함유량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이탈리아 젤라토에는 쫀득한 식감이 살아있다. 여행객들은 하루에 한 번은 꼭 젤라토를 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을 여행해도 모든 맛을 섭렵하지 못하는 것이 이탈리아의 젤라토다. 팔마라는 이탈리아 대표 젤라토 체인점에서는 고추 맛(Peperoncino) 젤라토를 판매한다. 짧은 여행객인 나는 차마 도전해보지 못했지만-1가지 맛의 젤라토 가격은 대략 1.5유로. 비교적 저렴하지 않은 가격의 젤라토에서 모험은 무모해보이기도 했다. 아마 고추 맛 젤라토는 여행객들이 가장 늦게 도전하게 될 맛이지 않을까? 

이탈리아의 커피문화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맹목적이다. 이런 이탈리아인들에게 전 세계인이 맹신하는 소위 별다방, 콩다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탈리아인들은 출·퇴근길에, 식사 후에, 말 그대로 그냥 길을 가다가 카페(Caffe)에 들른다. 에스프레소를 시킨 후 설탕을 듬뿍 넣어 마신다. 주문에 30초, 에스프레소 추출과 서빙에 1분 30초, 마시는데 20초 정도다. 2분 안에 커피를 마시고 그들은 가던 길을 간다. 물을 마시듯 그들은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이런 이탈리아인들을 어찌 신기하게 바라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커피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커피가 생활이고 삶인 이탈리아인의 모습은 동경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처음 했던 얘기로 돌아가 보자. 달콤함VS쌉싸름함 맛 승부 승자는? 이탈리아에서만큼은 無 . 승자는 없다. 이곳에서만큼은 젤라토의 달콤함도 에스프레소의 쌉쌀함도 티라미수의 달콤쌉싸름한 맛도 모두 최고의 맛이다. 

(좌) 어느 카페든 이탈리아는 자체 로스팅 과정을 거친다. 이탈리아 카페가 100이면 100 모두 다른 맛의 커피를 만들어내는 이유가 바로 이 로스팅. (우) 진한 악마의 유혹이라 불리우는 새하얀 컵 새까만 에스프레소의 도도한 자태는 마시지 않아도 그 진한 향을 느낄 수 있을것만 같다.

노천 문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그들만의 문화
이탈리아는 다 알다시피 반도국가다. 그 모양은 흡사 장화모양과 같다. 신발을 닮은 나라에 사는 이탈리아인들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예술가 기질이 넘쳐나는 듯 보였다. 국토의 모양과 선천적 기질을 연관 짓는 무리수를 둠에도 나는 그렇게 주장하고 싶다. 적어도 내가 다녀오고 겪은 그들은 그래보였다. 호랑이를 닮은 국토에 사는 우리 민족이 용맹한 기개를 지닌 것처럼. 이탈리아는 어디에나 노천 테이블이 깔려있다. 어떤 레스토랑은 내부 좌석보다 노천공간이 더 넓은 곳도 있을 정도다. 아직은 노천카페나 노천레스토랑을 하나의 멋으로 여기는 우리나라 사람들 인식과는 다르게 이탈리아에서 노천 좌석은 하늘과 햇빛과 바람과 별을 벗 삼아 시간을 즐기는 하나의 공간일 뿐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식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고 사랑을 하며 인생을 즐긴다. 이것이 이탈리아다. 그냥 이 자체만으로 이탈리아는 충분하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노천카페에서 토마토와 올리브오일이 듬뿍 들어간 샐러드를 시작으로 파스타와 피렌체풍 스테이크를 먹은 뒤 깔끔하게 에스프레소와 티라미수로 마무리하는 한 끼의 식사만으로도 이탈리아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버린 느낌이 든다. 이탈리아는 그런 곳이다. 

<이탈리아 맛 기행>은 모든 길이 통한다고 하는 로마부터 물의 도시 베니스까지 이탈리아 중북부 지역의 소박하면서 풍부한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식문화 기행이다. 같은 식재료로 그 도시만의 특색 있는 식문화를 창조하는 이탈리아인들의 식문화는 숱하게 거론되고 숱하게 들어도 항상 새롭고 흥미롭다. 

거대한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의 심장, 로마(Rome)는 2016년 현재 어떤 음식이 테이블 위를 장식할까? 다음 편에서 그 테이블이 차려진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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