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로렐라이 언덕·쾰른
강줄기따라 수채화 같은 풍경
언덕아래 마을 '뤼데스하임'엔 골목 곳곳 와인·맥주향 가득
고전·모던 공존하는 '쾰른'엔 632년 걸쳐 건축한 대성당
화려함·웅장함에 탄성이 절로

"가슴 저며 드는 까닭이야/ 내 어이 알리요/ 예부터 전해 오는 옛 이야기/ 그 이야기에 가슴이 젖네/ 저무는 황혼 바람은 차고/ 흐르는 라인강은 고요하다/ 저녁놀에/ 불타는 산정(山頂)/ 저기 바위 위에 신비롭게/ 곱디고운 아가씨가 앉아 있네 (중략) 뱃길 막는 암초는 보지 못하고/ 언덕 위만 바라보네/ 끝내 사공과 그 배는/ 물결에 휩싸였으리/ 로렐라이의 옛 이야기는/ 노래의 요술"

학창시절 누구나 한두 번은 불러 봤던 독일 가곡 '로렐라이'다. 독일의 후기 낭만파 시인인 브렌타노 등 많은 작가들이 문학의 소재로 다룬 '라인강 설화'를 하인리히 하이네가 시(詩)로 만들었고 거기에 프리드리히 질허가 곡을 붙인 것이 오늘날 세계인의 애창곡이 된 '로렐라이'이다.

◇로렐라이 언덕과 뤼데스하임=

로렐라이 언덕이 둥지를 트고 있는 라인강은 총 길이 1,300㎞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독일의 강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알프스 깊은 계곡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스위스ㆍ리히텐슈타인ㆍ프랑스ㆍ오스트리아ㆍ독일ㆍ네덜란드 등지를 거쳐 북해로 흘러들어 가기 때문에 서유럽 6개국이 공동 소유권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유난히 마인츠와 본, 쾰른 사이의 라인강이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이유는 강을 번영의 지렛대로 활용했던 독일 사람들의 근면성과 경제적 성과 덕분이 아닐까 싶다.

라인강 빙겐(Bingen)에서 코블렌츠(Koblenz) 사이의 약 65㎞는 '로맨틱 라인'이라 불리는 곳으로 계절에 따라 색다른 느낌의 아름다운 정취를 선사한다. 로맨틱 라인에서도 뤼데스하임과 장크트 고아르스하우젠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높이 134m의 암벽이 로렐라이 언덕이다. 특별한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찾아간 관광객에게는 실망감을 줄 수도 있는 평범한 바위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로렐라이의 진수는 로렐라이에서 내려다보는 라인강에 비친 푸른 하늘과 흰구름에 있다. 라인강을 따라 펼쳐진 목가적인 풍경과 고즈넉한 마을들,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은 마치 한 편의 수채화처럼 이방인의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강줄기를 따라 몸을 느리게 움직이는 유람선은 독일인 특유의 목가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정취를 싣고 유유히 흘러간다. 6월의 햇살을 받으며 찾아간 로렐라이 언덕 위에는 연인들이 라인강을 내려다보며 로렐라이의 전설을 서로의 귓속에 속삭이고 있어 독일인의 사랑이 새삼 떠오른다.

로렐라이 언덕에서 라인강의 낭만과 사랑을 만났다면 언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작은 시골 마을, 뤼데스하임(Ruedesheim)에서 잠시 이방인의 여유를 즐겨볼 만하다. 한국 여행객에겐 잘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 찾아온 이들에게는 '라인강의 낭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관광 명소로 입소문이 나 있다. '라인강의 진주'라는 별칭까지 갖고 있는 뤼데스하임은 마을 앞으로는 기찻길 너머로 맑고 푸른 라인강이 흐르고 마을 뒤로는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져 독일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다.

뤼데스하임 최고의 명물은 이른바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길'을 자처하는 드로셀 가세(일명 티티새 골목)라고 한다. 두 사람이 비켜가기 힘들 정도로 좁은 골목길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와 노천 카페가 늘어서 있는데 마음에 드는 노천 카페에 들어가 맥주나 와인을 마시며 라인강의 향기를 코 속 깊숙이 들이 마셔도 좋다.

◇고전과 모던이 공존하는 도시, 쾰른=

라인강을 따라 북쪽으로 2시간 정도 올라가면 고풍스러운 멋과 현대적인 멋이 공존하는 도시 쾰른에 이르게 된다. 이 도시는 강을 따라 펼쳐진 중세의 성당과 고성, 크고 작은 탑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하지만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쾰른은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만큼 독일인이 아닌 로마인에 의해 발전한 도시다. 쾰른이라는 이름도 '식민지'라는 뜻을 지닌 '콜로니아(Colonia)'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쾰른 구시가지에 있는 로마-게르만 박물관에 가면 '콜로니아'라는 옛 이름이 새겨진 고대 로마인들의 유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유럽 옛 도시들이 그렇듯 쾰른 역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그 사이에는 마치 경계선처럼 라인강이 흐르고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는 호엔촐레른 다리와 도이치 다리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특히 신시가지는 두 차례의 큰 전쟁, 즉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발전된 시가지로 라인강의 기적이 펼쳐진 현장을 한 눈에 만나볼 수 있다.

쾰른을 대표하는 관광지로는 뭐니뭐니해도 쾰른 대성당을 꼽을 수 있다. 유럽의 수많은 건축물 가운데 공사기간이 가장 길었던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공사기간만 무려 632년. 지난 1248년 건축가 게르하르트에 의해 공사가 시작된 이후 1880년에 이르러 157m 높이의 쌍둥이 첨탑이 완공되면서 이 위대한 건축물이 탄생하게 됐다. 쾰른 대성당의 첨탑은 울름 대성당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다. 대성당은 유려한 역사와 웅장한 외관 못지 않게 내부의 화려한 장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제단을 장식하는 훌륭한 그림과 기둥의 정교한 조각, 화려하면서도 오묘한 빛을 내는 스테인드글라스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라인강변을 둘러보고 나니 라인강의 기적은 독일인의 근면성으로 이룩한 것이 아니라 신(神)이 라인강을 통해 인간에게 선사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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