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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터키

터키 이스탄불 : 터키 남자에 얽힌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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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urkey, I am beautiful.' 이라는 말이 있다.

터키에서는 누구나 아름다울 수 있다는 뜻.

물론, 여자에게만 해당한다. :)

 

동양적 외모에 대한 신비감을 가진 터키남자들은

우리가 지나가는 곳마다 ‘뷰티풀’이란 단어를 연발한다.

고작 며칠 본 사이인데 프러포즈도 서슴없이 한다.

 

한국에서는 남편에게도 잘 듣지 못하던 '예쁘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공주병에 걸려버린 나. 

자칫 큰일 날뻔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터키남자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초상권 보호를 위해 얼굴을 흐리게 처리했습니다.)

 

 

이스탄불 아야소피아 성당에서 혼자 셀카를 찍고 있을 때였다.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한 남자가 다가왔다.

 

스페인계 터키쉬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남자는 이스탄불에 꽤 오랫동안 머물고 있어

아야소피아에 여러번 와봤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곳에 얽힌 역사, 꼭 봐야 할 포인트 등을 설명하며

가이드처럼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닌다.

 

그런데... 이 남자. 갑자기 한국어를 한다!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니 한국외대에서 어학연수를 했단다.

이대 앞에서 쥬얼리 사업도 좀 했단다.

 

심지어 당시 인기 드라마였던 '아이리스'에 단역으로 출연도 해봤단다.

한국 사람 보니 반갑다며 차나 한잔 하잔다.

 

솔직히 내키지 않았지만 '터키 젊은이들이 자주 가는 아지트 같은 곳'을 소개해준다기에

너무 구석진 곳이 아니라면 속는 셈 치고 따라가 보기로 했다.

 

 

 


 

 

 

 

카페는 의외로 멋졌다. 

이스탄불 한복판에 있는 공동묘지. 비석이 즐비한 묘지 한 편에 있는 작은 카페.

 

사실 이곳은 트램 정거장 근처에 있는 곳이어서 오가다 몇 번 본 적이 있다.

왜 도시 한복판에 공동묘지가 있는지, 왜 묘지 옆 카페에 이렇게나 사람이 바글거리는지 궁금해했던 곳이다.

 

의외의 사람을 만나 뜻밖의 장소에 오게 될 줄이야!

 

 

 

 

 

 

빽빽하게 들어찬 테이블,

사람들은 그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저마다 차이 한 잔씩을 시켜놓고 이야기 삼매경이다.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펴든 사람들도 보인다.

나르길래(시샤, 물담배)를 피워문 사람도 있다.

그들 속에 터키남자와 함께 있으니 나도 이방인이 아닌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친김에 평소 궁금했던 나르길래도 피워보기로 했다.

 가장 향기롭다는 사과향으로...

담배치고는 상당히 순했고, 입속에 머금은 달콤한 사과 향에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여행 막바지였기에

그간 궁금했던 터키 문화에 대해 내가 집중적으로 물었던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차도 두어 잔 마셨다.

 

 

 

 

 

 

 

나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카페를 나서며 헤어지려고 하는데,

그가 배고프지 않냐며 저녁을 먹잔다.

선약이 있다며 핑계를 댔더니 그럼 저녁 먹고 다시 만나 맥주나 한잔하잔다.

피곤하다고 거절했더니 그럼 내일 관광을 돕겠다며 전화번호를 달란다.

 

=_= OTL... 나는 잠시 잊고 있었다. 그가 터키 남자라는 사실을.

 

하지만 차값도 그가 계산했고, 나름 유익한 정보도 많이 줬으니

 매몰차게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하는 수 없이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로밍폰이니 국제전화요금 부과된다고 겁을 잔뜩 주면서...

 

 

 

 

 

 

 

다음날.

그는 비싼 국제전화비에도 틈틈이 내게 전화를 했다.

여행수첩에 적힌 것을 보니 저녁에는 무려 다섯 번이나 만나자는 전화를 했다.

정중히 거절하는 것도 한두 번. 이후엔 그냥 휴대폰을 꺼뒀다.

 

내가 그렇게 매력적이었나?

분명 남편과 아이가 있다고 밝혔는데, 대체 무엇 때문에 내게 관심을 보이는 걸까?

불쾌하고 두려운 마음 한켠엔 왠지 모를 흐뭇한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사진은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그저 앙카라 오토가르에서 친절하게 티켓을 끊어준 훈남들일 뿐...;)

 

 

 

... 후에 들은 말인데 터키 남자들 사이에는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이 오간다고 한다.

 '일본 여자를 만나면 호텔을 차리고, 한국 여자를 만나면 식당을 차린다.'

 

혼자 여행을 다니는 여자라면 일단 돈이 많고 성에 개방적일 것으로 생각한단다.

그런 동양 여자를 잡아 팔자를 고치려는 터키 남자들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 하나는 터키를 여행하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훈훈한 외모의 남자가 다가와 첫눈에 반했다며 '차나 한잔 하자'면 어디 쉽게 뿌리칠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또 하나. 이런 쓸데없는 관심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꼭 반지를 낄 필요가 있겠다. ^^

 

터키 여행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이유는

이국적인 경관이나 맛있는 음식, 역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친절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과도한 친절을 베풀어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내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선만 명확하게 긋는다면

그 어느 나라보다 편하고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 터키인것 같다.

 

물론, 여자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ㅋ

그린데이
그린데이

뜻밖의 멋진 풍경, 알 수 없는 만남과 헤어짐, 다양한 사람들의 천차만별 삶의 방식, 해변의 석양과 맥주 한 병을 사랑하는 낭만 여행가. 10년간 IT기업 홍보팀에서 웹과 소셜미디어 관련 일을 했으며 현재는 여행 블로거로 '그린데이 온더로드'(greendayslog.com/ 2011, 2012 티스토리 여행분야 우수 블로그) 및 각종 매체에 감성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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