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아름답고 바람은 시원하고 세상은 푸르른 5월이다.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는 견디기 어려운 아름다운 계절이다. 5월에 적당한 곳이 어디 한두 곳일까마는, 그래도 한 곳을 고른다면 시원한 강바람 속에 계곡의 절경을 감상하며 수준 있는 화이트 와인도 즐길 수 있는 오스트리아 바하우(Wachau)는 어떨까 싶다. 

유럽 대륙의 중심을 흐르는 총길이 2826㎞의 도나우 강. 누구나 그림 같다고 이야기하는 곳이지만 그중에서도 제일은 역시 바하우다. 멜크(Melk)에서 크렘스(Krems)까지 이어지는 약 36㎞의 계곡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선정된 곳이다. 계곡을 따라 구비구비 흐르는 강도 아름답지만 경사진 포도밭 사이의 작은 마을들, 강을 내려다보는 가파른 산꼭대기에 남아 있는 수도원과 고성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도 1000년 전 중세시대 모습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12세기 후반 쓰여진 독일의 대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Nibelungenlied)'에도 바하우는 등장한다. 도나우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 계곡에서 느껴볼 수 있다. 

크렘스는 도나우 강 유람선 관광의 중심지면서 바하우 계곡 일대에서 재배되는 포도를 원료로 하는 오스트리아 제일의 화이트 와인 집산지다. 

오스트리아 와인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전통적인 유럽의 와인 강국 와인들에 비하면 그다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와인도 역사적으로 그 전통을 무시할 수 없다. 바하우 계곡에서도 기원전부터 포도가 재배되었다고 한다. 현재 생산되는 와인의 80%가 화이트 와인인데 수십 종의 토착 포도를 이용한다고 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대표 품종은 그뤼너 벨트리너(Gruner Veltlin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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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뤼너 벨트리너는 가볍고 드라이한 듯하지만 미네랄이 풍부하고 맛의 무게감도 확실하다. 오스트리아 와인은 가까운 독일 양조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생산자들은 대부분 소규모이며 극히 제한적인 양의 다양한 와인을 함께 만든다. 단일 품종의 포도를 사용하며 와인의 순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바하우의 음식은 돼지고기 정도를 제외하면 사냥한 고기나 민물고기를 주로 이용한다. 이런 음식에 포도의 순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성 있는 토착 와인이 잘 어울린다. 

유람선을 타고 선상 레스토랑에서 도나우 강의 민물고기 요리를 화이트 와인과 함께 맛보며 계곡의 절경을 여유 있게 즐긴다. 중간중간 와이너리에서 직접 만든 와인을 맛보고 남아 있는 고성 유적과 작은 마을을 들러볼 수도 있다. 포도밭 마을인 슈피츠(Spitz)나 멜크 수도원도 훌륭하다. 멜크 수도원은 움베르토 에코의 세계적인 화제작 '장미의 이름'의 모티브가 된 견습 수도사의 수기가 발견된 곳이다.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바로크 수도원으로 그 규모와 웅장함, 역사적 의미, 내부의 화려함에서 다른 어떤 곳에도 뒤지지 않는다. 10만권의 장서를 지니고 있다는 도서관도 유럽에서 손꼽히는 곳이다. 

[서현정 뚜르 디 메디치 대표·문화인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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