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호수. 유럽 배낭여행자들이 동경하는 호수 중 최고의 반열에 올라 있다. 소문을 듣고 우연히 들렸든, 작심을 하고 방문했든 사유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호수에 우연히 들른 여행자라면 하루 묵을 결심을 하게 되고, 하루 묵을 요량이었다면 떠남이 아쉬워 한 사나흘 주저앉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호수다. 호수의 이름은 할슈타트(Hallstatt). 오스트리아 잘츠카머구트(잘츠캄머구트)에 있는 한적한 호수다.

배를 타고 들어서는 할슈타트의 전경은 데칼코마니를 이룬 듯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알려지기야 잘츠카머구트의 이름이 더 귀에 익숙하겠다. 잘츠부르크 사이에 위치한 잘츠카머구트는 알프스의 산자락과 70여 개의 호수를 품은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휴양지이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도 나왔고, 영화의 무대가 됐던 대저택, 성당 역시 화제를 모았다. 장크트 길겐, 장크트 볼프강, 볼프강 호수 등이 대표적인 명소인데 그중에서도 ‘잘츠카머구트의 진주’로 꼽히는 곳이 할슈타트 호수다.

할슈타트의 지우지 못할 단상들은 이렇다. 열차에서 내려 배를 타고 들어서면 흰 마도로스 모자를 쓴 선장이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호숫가 너머 산등성이에는 동화 속에서 봤을 듯한 마을이 매달려 있다. 해 질 녘 호수 위는 물새들이 가로지르며 언뜻 눈을 뜬 새벽이면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아침에 빵 굽는 냄새가 솔솔 피어나는 길목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호숫가를 지나치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짧은 인사를 나눈다. 그렇게 머무는 며칠. 아련한 호수마을의 주인공이 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긴 설명들은 어쩌면 감동을 정리하지 못한 사족일지도 모른다. 들어서는 순간 마음을 강렬하게 뒤흔드는 호수마을. 할슈타트에 대한 ‘찡’한 충격과 사연은 그렇게 압축된다.

할슈타트 마을 여행의 중심이 되는 중앙 광장. 광장이라지만 아담한 규모다.

할슈타트는 연인들이 추억을 만들기에도 적합한 곳이다. 호숫가에는 낭만이 가득하다.

그 호수마을이 1997년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고, 마을의 역사가 BC 1만 2000년 전으로 아득하게 거슬러 올라가며 유럽의 초기철기문화가 이곳에서 발견됐다는 내용도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들이다. 그런 기록적인 수식어가 없더라도 호수마을은 가슴에 오래 내려앉아 여행자들의 추억 속 안식처가 된다.

깊은 호수마을은 예전에는 소금광산이었다. 할슈타트의 ‘hal'은 고대 켈트어로 소금이라는 뜻을 지녔다. 세계최초의 소금광산도 이곳에 있었다고 한다. 귀한 소금산지였던 덕에 풍요로운 과거를 지녔던 마을은 소금산업의 중심지가 옮겨가면서 관광지로 모습을 바꿔 갔다.

소금광산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 남아 있다. 마을 뒤로 돌아서 케이블카를 타고 다흐슈타인 산에 오르면 광산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폴란드 크라쿠프 비엘리치카 소금광산처럼 대규모는 아니지만 한적하고 외진 호수마을에서 오래된 광산을 만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면 낮은 눈으로 봤던 호수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촘촘히 둘러싸인 산자락 안에 호수는 아담하게 웅크려 있다.


호수마을은 고즈넉한 분위기다. 마을 한가운데 중앙 광장이 있고 광장을 둘러싸고 꽃으로 창을 단장한 세모 지붕 집들과 레스토랑들이 늘어서 있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예전 소금광산에서 나왔던 암염조각을 팔기도 한다. 소금을 캐던 녹슨 장비며, 마을의 오랜 역사를 알려주는 아기자기한 박물관도 작은 구경거리다. 소금광부들의 삶과 함께한 중세 교회나, 1,200여 개의 해골을 전시한 전시관 등도 함께 둘러볼 만한 곳이다. 골목을 따라 거닐면 투박한 쪽문, 담장을 채색한 작은 장식 하나에도 눈길이 간다.

자전거 탄 풍경이 어울리는 할슈타트의 아침 골목. 골목 어디에서나 호수 향이 묻어난다.

여행자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골목을 서성이며 ‘zimmer(방)'라고 쓰여 있는 마음에 드는 민박집이나 펜션을 정한다. 흰 빨래가 나풀거리는 뒷골목 소박한 민박집 문을 두드리고 하룻밤 청하면 된다. 창을 열면 상쾌한 호수의 향기가 폐까지 밀려들고 마을 골목은 설렘에 잠을 이루지 못한 여행자들의 잡담들이 맴돈다. 아침이면 주인 아줌마가 내놓은 빵과 채소가 담긴 정성스런 음식으로 배를 채우면 된다. 호수마을은 유럽의 웅장한 도시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으로 여행자의 어깨를 토닥여준다.

최근 중국 광둥성에서는 할슈타트를 그대로 모방한 호수마을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유럽 외딴 호수마을의 풍광을 중국에서 만난다는 게 아이러니지만 아름다움을 근거리에서 재현하고 싶은 그들의 열망은 사뭇 이해가 된다.

가는 길
항공기로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에 도착한 뒤 잘츠부르크를 경유해 열차로 이동한다. 잘츠부르크에서 온천휴양지인 바트이슐을 거쳐 할슈타트까지 열차가 다니며 버스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열차에서 내리면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마을 초입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숙소 예약이 가능하며, 입소문이 난 뒤 한국 배낭족들의 흔적도 마을 골목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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