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의 꼬치구이 골목, 야키도리 요코초
도쿄에서 잠깐 살던 당시에는 신주쿠를 돌아다니는 일이 많았다. 도쿄 지리를 익힌 후에는 외곽 철도를 타고 좀 더 멀리까지 나들이를 하곤 했지만, 그전까지 주로 신주쿠나 시부야처럼 내 또래 사람과 밥집, 술집 많은 곳에만 다녔다. 얼굴을 검게 치장한 사람들, 외국인이 많은 클럽과 러브호텔 골목 등으로 알려진 시부야보다 신주쿠는 좀 더 낡은 느낌을 주는 동네라 ‘후루이 모노(오래된 것)’를 선호하는 내 취향에 가깝다. 신주쿠는 서울의 ‘명동’처럼 도쿄 문화의 일번지다. 지금은 빛바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만큼 역사가 깃들어 있고 당대 예술인이 흔적을 남긴 골목이 많다.
서울에서 오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도쿄 시내에 도착한 시각이 초저녁이라면, 나는 바로 신주쿠의 어느 골목으로 향한다. ‘야키도리 요코초やきとり橫町’, 직역하면 ‘야키도리 골목’이다. 이곳이 초저녁 도쿄에 도착한 나를 반겨주는 곳인데, 10곳 남짓한 꼬치구잇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당들의 골목이다. 골목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닭 굽는 냄새나 간장 끓이는 냄새 등이 골목 안을 배회하며 식욕을 자극하지만, 깔끔한 음식점을 찾는 이들에게는 다소 ‘지저분한(!)’ 분위기로 보일 수 있다.
대를 이어 운영하는 곳과 꼬치를 잡은 지 얼마 안 된 주인이 인수해서 운영하는 곳을 분간할 재주가 내게는 없지만, 맛이 넘치는 가게와 새로 문을 연 가게를 구분하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40~50대 일본 아저씨 손님이 많은 집일수록, 그러니까 단골이 일찌감치 자리 잡고 있는 집일수록 오래된 비법의 구잇집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별도의 테이블 없이 주인장이 가운데 쏙 들어가 있는 바Bar 형태인 가게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는다. 감자볶음이나 간단한 고기반찬이 ‘오토시(お通し, 식전에 내는 한입거리)’로 나온다. 늘 이 골목을 다니는 주당처럼 보이려면 메뉴를 찾지 말고 맥주를 주문한다. 맥주를 두어 잔 들이켜고 마무리는 일본 소주를 잔술로 마시면 완벽하다.
꼬치구이는 종류별로 일일이 묻고 주문할 수도 있지만, 꼬치를 굽는 동시에 서빙하기 바쁜 주인장을 배려한다면 ‘모리아와세(もりあわせ, 모둠)’로 주문하자.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사람끼리의 교감은 비슷하니, 주인장을 배려하는 눈치와 맛있다는 눈인사 정도면 간장 냄새에 전 야키도리 골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ADD 신주쿠구 니시신주쿠 1-2-1 新宿区 西新宿 1-2-1
TEL 03-3345-0188
OPEN 월~토요일 16:00~다음 날 05:00/ 일요일 16:00~24:00
SITE gourmet.livedoor.com/restaurant/314866
MENU
구시야키노모리아와세(串焼の盛り合わせ, 모둠꼬치구이) 525엔
규탄구시(牛タン串, 소 혀 꼬치) 3개 세트 390엔
종류- 혀, 심장, 간, 어묵, 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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