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고봉인 매킨리산의 모습. 만년설의 웅장하고도 신성한 모습이다.
빙하와 만년설, 백야와 오로라의 환상으로 다가오는 극지의 땅, 알래스카! 알래스카는 ‘웅대한 대지’라는 뜻의 인디언 말 ‘알리에스카’에서 유래한 이름인데 그 이름처럼 미국 50개 주 중 가장 넓고 한반도 전체의 7배에 달하는 거대한 땅이다.

웅대한 영토 위에 펼쳐진 끝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스케일의 빙하와 지구의 풍경이 아닌 듯 높이 솟은 산, 그 위를 덮은 계절을 초월한 만년설, 북극의 광활한 툰드라와 그곳에 생존하는 동물 등 태고의 신비로움과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알래스카다.

알래스카의 주조인 '퍼핀'
사실 촬영보다는 개인적으로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나라였다. 우리나라에서 알래스카로 가는 정기 직항노선은 아직 없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을 경유해 북미대륙의 끄트머리, 알래스카까지는 총 12시간이 걸린다. 앵커리지에서 다시 남쪽으로 3시간을 달려, 지구 최후의 비경을 간직한 스워드로 향했다.

새벽 5시 반. 스워드 항구는 아직 푸르스름한 새벽빛에 싸여 있다. 미리 전화로 예약한 연어 낚싯배를 찾아 항구를 돌아다니는데, 멀리 두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우리나라 8월에서 9월에 해당하는 알래스카의 여름은 연어의 계절이다. 오늘 이들과 난생 처음 연어낚시를 하러 출발했다.

“굿모닝!”

“안녕하세요 함정민입니다.”

“네이슨이에요.” “난 마이크라고 해요.” “난 선장이죠.”

갑자기 뒤에서 중년의 여자가 나타난다. 당당히 물살을 헤치고 나아가는 이 커다란 배를 책임지는 사람은 여자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렇지만 알래스카에서도 여자 선장은 보기 드물다는데 언제부터 어떻게 배를 몰게 됐을까?

“이 배에서만 20년 됐어요. 그 전에는 연구선에서 선원으로 10년 일했습니다. 아버지가 선원이셨어요. 아버지는 17세 때부터 배를 타셨는데 지금은 85세가 되셨죠.”

30년 경력의 내공으로 다이애나 선장은 연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지점을 향해 정확하게 배를 몰아간다. 연어잡이에는 루어 릴낚시를 사용한다. 가짜 꼴뚜기를 매단 낚싯줄을 바다에 드리우고, 배는 천천히 움직인다. 색깔은 화려하지만 가짜 꼴뚜기인데 연어가 잡힐지 걱정이 앞서는데, 네이슨과 마이크 두 사람은 느긋하다.

양지바른 바위 위에서 한가로이 무리를 지어 쉬고 있는 스워드의 바다사자

“보통 얼마나 기다리면 연어가 잡히나요?”

“4~5분 정도요. 큰 연어는 30~40분 정도면 잡혀요. 큰 연어 같은 경우 50파운드(23Kg) 정도 되죠.”

“크기는요?”

“이렇게 커요. 150cm 정도 될 거예요.”

“150cm면 사람만 한데…. 나 만한 게 잡힌다고?”

미국 미시간주에서 대학교에 다닌다는 마이크와 네이슨은 방학 때마다 알래스카에 올 정도로 둘 다 엄청난 연어 낚시광이란다.

“알래스카는 산도 다르고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 것도 다르고 신선한 공기와
낚시 기술도 달라요.”

“알래스카의 물고기가 더 커요. 맛도 물론 더 좋고요.”

레저렉션 베이에서의 연어잡이. 사이즈가 큰 것은 50파운드 이상이다.
한참 수다를 떨고 있을 때 갑자기 마이크의 낚싯대에 신호가 왔다. 제법 큰 녀석이 걸렸는지 낚싯대가 팽팽하게 휘어진다. 녀석은 꽤 거세게 몸부림을 쳤지만, 결국 잡히고 말았다.

오늘의 첫 포획물은 연어다. 연어낚시가 처음인 나는 이렇게 손쉽게 잡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연어다. 시작이 좋다. 잡힌 연어를 보고 마냥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는데 한쪽에서 ‘릴! 릴! 릴! 릴 감아요, 릴!’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한눈 판 사이, 드디어 내 낚싯대에도 걸려든 모양이다. 어찌나 힘이 센지 쉽지 않다. 하긴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기도 하는 강한 친구들이다.

한참을 씨름하고서야 잡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후 쉴새없이 연어가 잡혀 올라온다. 이 지점이 연어잡이의 명당인 게 확실한가 보다. 갓 잡은 연어는 즉석에서 야구방망이보다 좀 작은 방망이로 기절시킨 후 피를 빼야 한다.

“연어는 잡자마자 피를 빼서 차게 해야 좋은 맛이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2시간 동안 잡은 연어가 총 8마리. 생전 처음 연어 낚시하는 것인데 기분 끝내준다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타누스타 빙하.

지구의 가장 마지막 아름다움

이제 본격적으로 스워드의 자연을 만나러 나섰다. ‘스워드’라는 이름은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구매한 미국 국무장관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당시 스워드 장관은 쓸모없는 땅을 샀다는 비난을 받고 해임되었지만, 곧바로 금과 석유 등 엄청난 자원이 발견되면서 알래스카는 황금의 땅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후 스워드 항구를 통해 알래스카의 주요자원을 실어 내가기 시작하면서, 유서 깊은 항구가 된 것이다. 항구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다 위에 뭔가가 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자세히 보니 해달 한 마리가 바다에 드러누워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해달은 잠도 물 위에 떠서 잔다는데, 개체수가 줄어 국제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종이라 해달이 다치지 않게 배도 조심해서 몰아야 한단다. 해달 한 마리 정도는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좀 더 나가자 섬 하나를 온통 점령하고 있는 수만 마리 새 떼들이 장관을 이뤘다. 알래스카의 여름을 찾아 날아든 철새들이 고요한 바다를 요란한 생명의 소리로 가득 채우고 있다. 왠지 이들만의 평화로운 세상에 불쑥 무단 침입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스워드는 각기 다른 종류의 새들이 같은 공간을 평화롭게 공유하고 있는 곳이다. 가장 눈에 띄는 녀석은 커다란 주황색 부리를 가진 알래스카 주조인 ‘퍼핀’이라는 새다. 머리에 멋들어진 깃털이 달린 녀석들은 수컷이고, 동그란 민머리면 암컷이라는데 속눈썹을 마스카라로 올린 것처럼 눈매가 새치름하다. 건너편 바위 위에는 까만 가마우지들이 사이좋게 줄지어 앉아 있다.

양지바른 바위 위에서 통통한 몸을 게으르게 뉘이고 있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온다. 언뜻 보기엔 물개 같지만, 물개과에 속하는 ‘바다사자’다. 북극지방의 바위나 유빙에서 주로 서식하는 바다사자는 위험을 느끼면 곧바로 바다로 뛰어든다. 동물도감에서나 보던 동물들이 손 닿을 곳에 꿈틀거리고 있으니, 눈을 뗄 수가 없다.

배는 차츰 빙하지대로 접어든다. 알래스카 여행의 백미인 빙하를 배 위에서만 스쳐보기는 아무래도 너무 아쉽다. 알래스카는 대자연의 웅대함을 온몸으로 땅 위에서, 바다 위에서, 하늘 위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완벽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경비행기를 타면 뭘 볼 수 있죠?”

“이걸 타고 다니면서 산, 빙하, 야생동물까지 볼 수 있어요. 특히 흑곰도 볼 수 있죠. 또 높은 산으로 가면 빙원도 볼 수 있어요. 오늘 비행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거리긴 하지만 비행은 가능해요.”

“지금 당장 출발할 수 있나요?”

“그럼요. 경관이 무척 아름답기 때문에 보시면 좋아할 거예요.”

순수함이 느껴지는 빙하지대
영화 <레옹>의 주인공을 닮은 멋진 조종사 짐 크레이가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영어 교사를 했던 경험 때문인지 한국 취재진을 만나 더 반가워한다. 기세 좋게 스워드의 하늘에 올랐다. 연어낚시에 나섰던 항구를 지나고, 이제 발밑으로는 극지 특유의 툰드라 지대가 펼쳐진다.

광활한 벌판에 까만 점 하나가 움직인다. 알래스카 흑곰이다. 녀석은 지류를 거슬러 온 연어를 낚아채기 위해 일대를 어슬렁거리는 중이다. 흑곰은 공격성이 있어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도 사람이 이들의 공간을 침범했을 때의 얘기일 것이다. 온전히 자신의 공간을 누리고 있는 흑곰의 모습은 참 평온해 보인다.

드디어 거대한 빙하가 매혹적인 푸른빛의 몸체를 드러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홀게이트 빙하’. 이 빙하 역시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인 국무장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녹아서 떨어진 빙하 조각들이 수면을 뒤덮고 있다. 여름이라(자연스럽게) 녹은 것도 있지만 지구온난화도 중요한 원인이다. 유빙 위에서 태평하게 노니는 바다사자들. 녀석들은 자신들의 터전이 점점 위태로워지는 걸알고 있을까? 커다란 빙하가 떨어져나가는 현장이 알래스카 최고의 관광상품이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바다사자들에게 뭐라고 말해줘야 할까?

비행기 오른쪽으로 스워드에서 가장 거대한 ‘베어빙하’가 펼쳐진다. 여름엔 빙하가 녹으면서 산의 흙이나 모래가 섞여 거뭇한 색깔이 섞여 있다. 그래도 오래된 빙하일수록 더 진하게 나타난다는 푸른빛은 숨길 수 없다. 그러니까 푸른빛의 농도는 빙하의 나이테인 셈이다. 수만 년의 세월을 단단히 안으로 품고 있는 빙하. 그 푸른 침묵 앞에서 잠시 말을 놓았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일까? 빙하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으론 성에 안 찬다. 이젠 직접 그 위를 걸어보고 싶다.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육지 마타누스타 빙하를 찾아 길을 떠났다. 등 뒤로는 만년설산을 두르고, 앞으로는 빛 고운 단풍을 거느린 마타누스카 빙하! 트레킹에 앞서 아이젠으로 단단히 무장을 해야 한다. 22살 밖에 안됐지만 경력 6년의 빙하 트레킹 가이드 엘리사가 주의사항을 꼼꼼히 일러준다.

“주의할 점은 발을 높게 해서 걸음을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닥에 2인치 길이의 스파이크 달려 있는 거 보이죠? 발은 높게, 발 간격은 넓게 해서 걸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바지를 찢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발 전체로 걸어야 합니다. 뒤꿈치나 앞꿈치로만 걸으면 안돼요. 특히 언덕에서는 더 긴장하고 걸어야 합니다.”

바로 눈앞에서 대면하는 빙하는 멀리서 볼 때와는 그 존재감의 차원이 다르다. 오래된 시간이 뿜어내는 푸른빛은 투명하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다. 내일이면 조금 더 달라질지도 모르는 지구의 오늘 얼굴…. 난 그저 내 눈과 한 장의 사진으로 기록할 뿐이다.

해지기 전에 꼭 봐야할 것이 있다며 엘리사가 걸음을 서두른다. 나를 이끈 곳은 정상에 있는 빙하호수다. 오랜 세월에 걸친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U자곡이 만들어진 뒤 자리에 빙하가 녹은 물이 고이면서 아름다운 빙하호가 형성된 것이다.

“빙하는 집 냉장고에 있는 얼음과는 아주 달라요. 구부러집니다. 그러면 빙하 아래쪽은 그렇지 않아도 위쪽은 갈라터지죠. 그것들이 지금 보고 있는 갈라진 빙하모양입니다. 그리고 빙하가 녹으면 물이 빙하의 낮은 쪽에 고이는데 이렇게 호수가 되는 것이죠.”

빙하호수는 제 몸 안에 빙하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알래스카의 빙하는 지금 이 시간에도 녹아내리고 있다. 여름엔 녹고 겨울엔 다시 얼고 그렇게 제 스스로 소멸과 생성을 거듭하며 이 자리를 지켜왔지만 수만 년을 거듭해오던 그 자연적인 순환이 빠르게 깨지고 있다.

지구 끝에서 만난 경이로운 풍경, 그래서 붙은 ‘지구 최후의 비경’이란 이름이 정말로 ‘최후’의 의미가 되는 일만은 절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드날리 공원의 툰드라 지대
자연의 순수함을 이어가다, 드날리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의 무너짐 속도는 빨라지지만 인간의 노력으로 자연 그대로의 순수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 있다. 알래스카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드날리’다.

‘알래스카를 알래스카답게’ 하는 곳, 드날리국립공원에 새벽 4시부터 완전무장하고 들어섰다. 드날리공원 안에서는 지정된 투어차량을 타야만 돌아볼 수 있다.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동물이 눈에 들어온다. 차도를 가로질러가는 무스 한 마리를 발견하고 투어차량이 멈춰 섰다.

녀석은 ‘말코손바닥사슴’이라고도 불리는 ‘무스’인데 툰드라 지대에만 서식하는 동물이다. 사슴과에서 가장 체구가 큰 무스는, 큰놈은 몸길이가 3m에 체중이 800kg까지 나간다. 덩치는 크지만 작은 관목이나 나뭇잎을 주로 뜯어 먹고 사는 순한 초식동물이다. 머리에 왕관처럼 커다란 뿔을 달고 있는 녀석들은 수컷인데 번식기인 9~10월에는 암놈을 차지하기 위해 뿔을 맞대고 투쟁을 하기도 한다.

드날리는 말이 공원이지 미국의 작은 주 하나를 능가할 정도로 그넓이가 광대하다. 공원 안은 또 하나의 ‘세계’라 해도 좋을 정도다.

이곳에선 가문비나무 등의 침엽수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푸른 타이가 지대, 그리고 키 작은 나무들이 낮게 깔린 울긋불긋한 툰드라 지대가 절묘하게 혼합되어 펼쳐진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자연을 내내 차 안에서만 봐야 하는 게 못내 아쉽다.

무스

“잠깐 5분이라도 내리면 안됩니까?”

“안 됩니다. 절대 차에서 내리면 안 됩니다.”

지정차량과 투어시간까지 엄격히 제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드날리의 주인은 바로 동물들. 사람 손을 타지 않아 야생 그대로의 습성대로 살아가는 동물들을 철저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동물들은 이렇게 거리낌 없이 도로를 누빌 수 있고, 흰머리독수리처럼 한때 멸종위기 보호종이었던 동물들도 마음껏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는 것이다.

차에서 내려 걸을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긴 하지만, 그 장소와 시간 또한 정해져 있다. 

“관광객들이나 당신들처럼 촬영하는 팀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아름다움을 우리 다음세대의 후손들이 보게 하기 위해서니까 당연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큐멘터리 피디로서 항상 욕심이 생긴다. 더 가까이 갔으면, 더 좋은 시간대에 갔으면, 더 머물렀으면 하는 것들. 모든 사람들이 욕심을 채우려고 한다면 자연을 계속 보존하기 힘들 것이다.

북극광이라고도 불리는 오로 라는 알래스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이다.
드날리국립공원은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산을 끼고 있다. 사실 드날리 국립공원은 드날리라는 이름보다 매킨리로 더 유명하다. 차가 산등성이를 한바퀴 돌자 차량에서 신기루처럼 멀게만 보이던 매킨리가 바로 눈앞에 우뚝 솟아 있다. 게다가 가까이서도 쉽게 보기 어렵다는 온전한 자태로 말이다. 이만한 행운이 또 있을까? 그런데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나 보다. ‘맑게 갠 모습만 봐도 좋겠다’ 했던 마음이 이제 하늘에서 굽어보고 싶단 마음으로 바뀐다.

백두산 높이의 두 배가 넘는 북미의 지붕, 매킨리. 매킨리라는 이름은 1886년, 한 미국인이 매킨리의 빙하에 접근하는데 처음 성공한 것을 기념해 당시 미국 25대 대통령인 매킨리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미지의 자연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가 그 이름에 깃들어 있다. 굳이 하늘에서 굽어보고 싶어한 내 욕심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하늘과 가까운 이 눈과 얼음의 땅에 두 발을 딛기 위해 도전한 사람들은 그동안 얼마나 많았을까?

“매킨리 산은 106년의 등정 역사가 있어요. 그동안 3만 2000명이 정상 등정을 시도했고 그중 15% 정도가 정상에 올랐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산악인 고 고상돈 씨가 유명을 달리한 곳도 이곳, 매킨리 산이었다. 드날리국립공원의 상징인 매킨리. ‘드날리’는 알래스카 원주민 말로 ‘신성하다’ 란 뜻이라고 한다.

만년설을 이고 신비한 모습으로 우뚝 솟아 있는 산을 올려다보며, 경이로움을 느꼈을 아타파스칸의 마음이 매킨리 산을 날고 있는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온다. 알래스카에서의 마지막 밤. 알래스카에 오면서 가장 보고 싶고 기대했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오로라’다. 알래스카에서 15일을 지내면서 벌써 6번째 시도다.

“잠도 안 깼는데 도대체 몇 시야?”

새벽 1시에 깨웠더니 카메라 감독이 아직 비몽사몽이다. 북극광이라고도 하는 오로라는 하늘이 청명한 겨울에 더욱 장관이지만, 기온이 비교적 낮은 페어뱅크스에서는 여름에도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날이 많단다. 그런데 이번 촬영기간에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오늘이 마지막인데, 며칠간의 기다림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뿐이다.

그렇게 얼추 1시간 반이 지났을까?
손발이 꽁꽁 얼어붙을 즈음, 드디어 맞은 편 하늘에 오로라가 황홀한 자태를 드러낸다. 저 먼 우주 어딘가에서 지구로 보내는 신호와도 같은 신비한 빛의 향연. 알래스카가 나에게 선사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다. 순수한 대자연과 온전히 하나가 되고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진짜 알래스카에서 얻은 감동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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