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자연 앞에 인간은 초라하다.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초라한 나를 발견하는 것. 그 자체로 감동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만년설로 덮인 거대한 산맥, 수 만년 세월의 빙하, 인간과 공존하는 야성의 동물들, 달리는 열차와 차 안에서 마주하는 시야의 모든 세상은 여전히 태초 모습 그대로이며 원시 세상이다. 인간이 이 땅을 떠나며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물질도, 명예도 아닌 한 인간이 경험한 감동뿐이다.

추카치 산맥의 계곡에 형성된 마타누스카 빙하, 대자연 앞에 인간은 초라하다.



대자연의 감동, 태초의 자연을 겸허하게 마주하는 곳.

앵커리지로 향하는 비행기는 장대한 산맥을 거쳐 설봉이 이어진 추카치 산맥을 바라보며 랜딩을 시작한다. 여름 알래스카는 유빙과 빙하의 녹음으로 짙은 회색 빛 물살을 이루어 바다로 흘러간다. 화려한 색보다 원시의 색채를 드러내는 곳. 대 자연의 세상에 나를 온전히 맡겨 본다. 수 만년 세월을 견뎌온 태초 자연의 모습 앞에 발가벗은 나를 세우는 일, 알래스카에서 볼거리는 찾는 일은 어리석음이다. 원시 그대로의 태초 자연 앞에 고요히 서 있는 일, 그것이 행복이며, 진한 기쁨이 된다.

북극, Gulf of Alaska, 베링해로 둘러싸인 알래스카는 그 주변환경의 특이성으로 인해 멀게만 느껴지는 땅이다. 하지만, 직항 비행기로 8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자연의 순수대지다. 앵커리지를 중심으로 한 빙하지대, 삼림지대의 추카치 산맥과 스키 리조트 거우드, 고래와 바다사자 등 해양 생물을 목격할 수 있는 시워드, 발데스 지역을 둘러보거나, 페어 뱅크스를 중심으로 북극권 투어와 겨울 개 썰매, 오로라 관광이 가능한 두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앵커리지에서 동북쪽으로 이어진 글랜 하이웨이 Glenn Highway의 삼림지대를 달린다.


앵커리지를 벗어나 야성의 자연으로 나선다. 팔머 Palmer를 거쳐 마타누스카matanuska 빙하지역으로 향한다. 앵커리지에서 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마타누스카 빙하는 팔머를 지나 동쪽으로 난 1번 Glenn Highway를 달리면 우측으로 빙하의 흔적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수 만년 동안 알래스카 산을 깎고 평지를 다져온 얼음의 강. 그 고요히 움직여 온 유빙의 흔적 위를 20년 빙하 전문가와 함께 트렉 슈즈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세월의 흔적 위를 걷는다. 온통 머드로 덮여있는 진입로의 빙하는 얇은 머드막을 걷어내면 수 만년 세월의 빙하가 반짝이며 빛을 발하고 있다.


아이젠의 톱니를 빙하 위에 찍어가며 마타누스카의 빙하 몸체 위에 선다. 빙하 곳곳엔 유빙과 크레바스, 빙하 동굴들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깊은 빙하 동굴에 빠져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으므로, 빙하를 걷는 일은 세심한 주위를 요한다. 태양이 구름을 걷어내고 광선을 발하자 빙하의 색깔이 에메랄드로 빛난다. 빙하의 끝자락에서 그 중심부로 옮겨가며, 거대한 빙하의 속살을 마주한다. 빙하 계곡에서 졸졸 흐르는 빙하수를 마시면, 온몸이 짜릿하고 상쾌하다. 피켈로 빙하를 찍으며 거대한 빙하 벽을 오르기도 하고, 빙하 계곡을 거닐며, 수 만년 세월의 흔적을 더듬어 본다.

거대한 빙하 위에 올라보면, 지구 온난화로 녹아 내리고 있는 알래스카 빙하의 현실을 실감한다.


남쪽으로는 호머 Homer, 북쪽으로는 토크 Tok까지 이어지는 알래스카 1번 도로가 동북쪽으로 시원스레 뻗어있다. 대자연의 해양 박물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로 가기 위해, 내륙의 숨은 보석, 발데스로 향한다. 글렌 하이웨이 Glenn Highway 를 가로질러, 다시 남쪽 거대한 추가치 산맥 Chugach Mountains 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거대한 남부 내륙 산악지대를 지나고, 리차드슨 하이웨이를 종단하면, 내륙의 고요한 해양 생태계 발데스에 도착한다.


5월부터, 9월까지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증가하는 시기의 알래스카는 해의 길이도 길어진다. 새벽 1시나 되어야 어둠이 찾아 들고, 다시 세 네 시경이 되면, 아침 해가 솟아오른다. 백야 현상이 지속되는 이 시기는 푸르른 자연이 넘실거리고, 아성의 동물들도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즐리 베어나, 블랙 베어도 6월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살찐 연어를 먹기 위해, 수로가 좁은 강 기슭에 자리를 잡고 주린 배를 채운다.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전진기지 발데스, 내륙 빙하와 험백 고래등 원시 자연을 마주하는 곳.


발데스의 아침은 평화롭다. 분주할 일도, 번잡한 교통 체증도 없는 인구 4000명의 고요한 해안 내륙도시 발데스는 부둣가를 산책하는 일로 시작된다. 발데스 빙하를 배경으로 발데스 항구에 고요히 자리잡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자궁, 발데스는 트렌스 알라스칸 파이프 라인의 최종 목적지로 미 내륙으로 이동하는 석유의 집산지이자, 연어 부화장과 콜롬비아 빙하의 전진기지로 유명한 곳이다.

30년 넘게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콜롬비아 빙하와 해양 야생 동물들의 현장을 안내하고 지켜온 스텐 스테판 Sten Stephens 크루즈는 빙하 투어는 물론, 험백 고래와 바다 사자, 귀여운 해양 조류 퍼핀, 바다 수달과 물개, 돌고래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을 직접 목격하고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다. 발데즈 포트를 출발한 배는 좁은 내륙 수로 해협을 빠져 나가면서, 거대한 알래스카 만 Gulf of Alasaka의 해양 박물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내륙 수로를 전진한다.

Gulf of Alaska,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 크루즈를 즐기며 고래와 물개, 해양 생물을 마주한다.

하루 일정을 모두 투자해야 할 정도로 바다 생물을 마주하는 일은 긴장감과 인내를 요구한다. 돌출한 등지느러미와 거대하게 휘어지는 꼬리를 보여주는 험백 웨일의 등장은 크루즈 선내의 모든 관광객을 긴장 시킨다. 유유히 유영하며 사라지는 험백 웨일을 지켜보는 고래관찰의 백미는 단연 꼬리를 관찰하는 일이다. 몇 번이나 물위로 모습을 드러내지만, 거대한 꼬리를 출렁이며 물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을 마주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인지, 몇 번 모습을 드러내다가 마지막 꼬리를 보이는 순간은 감동이다. 험백 웨일이 바다 깊은 곳으로 사라질 거라는 유일한 증거다. 20미터가 넘는 고래의 등장은 선장이나 모든 여행자들에게 관심의 중심이 된다. 곧이어 나타나는 바다 수달과 거친 바다를 춤추듯 뛰어 다니는 돌고래의 등장, 깎아지른 절벽의 해안가에 거대한 무리를 지어 쉬고 있는 바다사자들과의 조우, 파르르 날개짓 하며, 바다 위를 수놓는 귀여운 퍼핀의 등장은 잠시 고래를 마주한 긴장감을 해소시켜 주기도 한다.

빙하 크루즈는 유빙이 흘러 드는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콜롬비아 빙하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파르스름한 유빙이 하나 둘, 출몰하면서,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콜롬비아 빙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가는 순간이다. 햇빛에 투영되어 에메랄드 빛을 발하는 유빙들의 바라보며, 아름다운 탄성과 동시에 지구 온난화를 염려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차츰 거대한 콜롬비아 빙하 앞으로 다가선다. 얼음의 강이란 표현대로, 수 만년 동안 알래스카의 산을 깎고 추카치 산맥의 평지를 다져온 얼음 줄기가 프린스 윌리엄 사운드의 내륙에 보석의 형체로 가득하다.

햇살에 반짝여 에메랄드 빛을 발하는 수 만년 유빙의 최후를 목격한다. 공기와 해양의 조류에 의해 시나브로 녹으며 천천히 움직이는 유빙들을 바라보며 원시와 대자연의 고향, 알래스카의 미래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가없는 해양을 가르고, 바다와 섬, 피요르드와 빙하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일, 그 자체로 고요한 감동이다. 닿을 수 없을듯한 꿈을 만나는 곳, 라스트 프론티어, 알래스카 대자연은 우리 문명에 지친 영혼들의 순백의 순례를 기다리고 있다.

가족단위의 여행자들이 마타누스카 빙하를 향하여 빙하 트레킹에 나선다.



여행정보
알래스카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7, 8월 한 여름에 손쉽게 대한항공을 이용하여, 8시간 만에 앵커리지로 입국하거나, 시애틀을 경유하여 알래스카 항공으로 앵커리지로 들어갈 수 있다. 장대한 산맥과 빙하투어, 개 썰매와 블랙 베어 혹은 고래 관찰, 매킨리 경비행기 투어도 매력적이지만, 무더운 한국의 여름을 피해, 영상 17, 8도의 선선한 알래스카를 찾아 피서를 겸해 투어를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원시 대자연과 조우하는 일, 거대한 자연 앞에서 초라한 나를 발견하고 좀더 겸손해진 나로 감동의 세상과 마주하는 일, 그 자체로 축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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