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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도

인도 : 히말라야에서 벵골만까지 갠지스 2510km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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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죽음의 사막, 타클라마칸을 도보로 건넜던 카메라를 든 탐험가 남영호. 모래폭풍 속에서 만난 혜초의 그림자를 찾아 이번엔 인도 갠지스로 떠났다. <왕오천축국전>을 쓴 우리나라 최초의 탐험가이자 승려인 혜초는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삶과 죽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영혼의 강’을 오직 카약에 의지해 떠돈 77일 간의 사진 기록은 지독히 아름다웠다.

<남영호 탐험사진가>

“강은 신성했으나 때론 추악했으며, 두려울 정도로 거대했다”

나는 인도에 있었다. 히말라야의 여신은 인류를 위해 인간 세상에서 강이 되어 대지를 적셨다. 사람들은 그 강을 ‘강가(힌디어·Gaⁿga)’라 부르며 세상에서 가장 신성한 곳으로 여긴다.

인도인들에게 갠지스는 어머니다. 어머니의 품처럼 그리운 곳이고, 포근한 곳이고, 따뜻한 곳이다. 강물은 또한 신이 내린 선물이고 축복이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태어나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간다.

강을 따라 많은 성스러운 도시와 신을 찬양하는 ‘만디르’(사원)가 생겨났다. 강물이 흘러온 시간보다, 흐르는 물의 양보다 많은 신과 인간들의 이야기로 차고 넘치는 갠지스.

차가운 히말의 바람과 강물은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땅으로 내려갈수록 그 기운은 약해졌다. 바람은 뜨거웠고 강물은 힘없이 흘러갔다. 시체가 썩어가는 냄새와 신에게 바쳐진 향 내가 섞여 강물 위를 떠다니고 ‘시바야 시바야’를 주문처럼 외는 찬송이 적막한 ‘강가’를 깨웠다. 나는 그 강물에 몸을 적신 채 긴 순례 길에 올랐다. 영혼의 강, 갠지스의 이야기, 신과 인간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서.

인도 문게르. 사막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갠지스의 중류에는 사막의 모래바람이 불고 있다. <남영호 탐험사진가>

“신라의 순례자 혜초를 만나기 위해 또 짐을 꾸렸다. 1,300년 전, 천축국으로 길을 떠났다. 혜초의 길을 탐험하는 나는 매일같이 그에게 보내는 마지막 탐험일지를 썼다. 그 길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길, 마지막 날이라도 나는 행복했다. 타클라마칸을 건너 저 거대한 갠지스에 이르렀다. 혜초가 보았고 만났을 그 숱한 풍경과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에 사라졌지만 강물은 지나온 모든 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다르마의 물살에 몸을 담근 이 탐험은 아직 끝을 모른다. 갠지스의 태풍은 모든 걸 날려버렸고 나는 오랫동안 깨어나질 못했다.”- 탐험일기, 77일 중 마지막 날

인도 우타르카시. 보이는 것은 신상의 발 부분. 그곳 사람들은 가장 낮은 곳에 꽃을 바침으로써 신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남영호 탐험사진가>
인도 하리드와르. 힌두교 최대 축제인 쿰부멜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강가엔 작은 마을이 생겨난다. <남영호 탐험사진가>
인도 바라나시. 매일 저녁 사람들은 강가에 모여 꽃과 불로 신을 찬양한다. <남영호 탐험사진가>
방글라데시 찬드푸르. 외국인의 방문이 없는 외딴 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낯선 이의 출현에 놀라 줄행랑을 쳤다. <남영호 탐험사진가>
<남영호 탐험사진가>
인도 다랄리. 텅 빈 산골마을에서 만난 아이는 적막한 마을의 풍경처럼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 <남영호 탐험사진가>
히말라야에서 발원한 강물을 따라 나는 저 끝 인도양까지 먼 여행을 떠났다. 그 길은 무척 고단했지만 때론 나를 위로하고 보듬어주었다.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만난 여인은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었고 모래바람이 불어대는 평원에선 수박농 농부가 내 갈증을 해소해주었다.

사두(힌두수행 했고 아이들은 환호와 웃음소리로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시커먼 급류는 보트를 뒤집고 헤어 나오지 못하게 나를 마구 흔들어댔다. 거대한 강은 온갖 썩은 것들로 넘쳐났고 나는 그 물에서 허우적거렸다. 수많은 죽은 자들과 함께 강물을 떠다녔고, 밤마다 강가를 떠다니는 혼령들은 내 주변을 맴돌았다. 바람은 내 몸뚱이를 날려버릴 듯 거세게 불어댔고 한낮의 뜨거운 바람은 강물을, 땅을, 바람을 끓게 만들었다.

인도 바라나시. 아름다운 것 같으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수많은 사연이 있는 곳이 갠지스다. <남영호 탐험사진가>


인도 리시케시.인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었지만 결코 같지 않은 순례자. <남영호 탐험사진가>
인도 강고트리. 사두의 입에서 뿜어진 담배연기가 허공을 맴돌다 불빛을 따라 하늘로 올라갔다. 마치 수행자와 신의 교감을 지켜보는 듯했다. <남영호 탐험사진가>
방글라데시. 우리는 물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갠지스에서 나를 맞이한 것도 사람이었고, 마지막 순간을 배웅하는 것도 바로 사람들이었다. <남영호 탐험사진가>
사진을 찍고, 글을 쓴 남영호는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몇 년간 산악전문지 기자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신라의 고승 혜초의 길을 탐험과 사진이란 방식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200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타클라마칸을 도보 종단에 성공했고 올해 갠지스강 전 구간을 도보와 카약으로 탐험하며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 경험을 방송, 기고, 강연 등의 다양한 형태로 공유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도 역사 속 우리의 길을 찾아 나서는 탐험과 사진작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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