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한왕용이 직접 걸으며 오감으로 쓴 여행기, 한왕용 대장의 트레킹 세계여행

유럽 3개국을 넘나드는
알프스의 하이라이트 뚜르 드 몽블랑 Tour du mont blanc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등반가이자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히말라야 청소등반을 하는 환경운동가 한왕용. 인생을 똑 닮은 산, 그 산을 사랑하는 사람 한왕용 대장이 직접 걸으며 오감으로 느낀 세계의 트레킹 코스의 그 첫 번째 여행지는 몽블랑 트레킹.

유럽 3국을 넘나드는 몽블랑 일주코스 중 이태리 꾸르마예르 지역 <사진제공 : 백민섭>

단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함께 한 길동무의 말을 빌리면, 앞으로 소개할 길이 딱 이렇다. 초콜릿만큼 달콤하고, 사이다처럼 청량하고, 와인처럼 제대로 숙성된 길!

Oui! (불어, 예스의 의미) 몽블랑 트레킹 (뚜르 드 몽블랑)이다. 

뚜르 드 몽블랑은 몽블랑 일주라는 뜻. 뚜르 드 몽블랑 코스는 알프스의 초고봉 몽블랑( 4810m)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군을 한 바퀴 돌아보는 146km의 라운딩 코스다. 특히 이 코스는 유럽여행 엽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몽블랑을 감상하는 것 뿐만 아니라 변화무쌍한 자태로 곳곳에 자리잡은 빙하와 소박한 멋을 풍기는 야생화, 그리고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3국의 문화를 모두 체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여행코스다. 그래서 달콤한 초콜릿처럼 예쁘고 아기자기한 멋과 사이다처럼 청량한 기운을 주는 빙하, 수 백년 간 전 세계 여행자들이 발로 꾹꾹 눌러줘 와인처럼 잘 숙성된 길들.... 그 표현이 딱 맞을 만한 트레킹 여행이다.

잠깐 쉴 때 조차도 빙하가 만들어준 호숫가에서 그림 같은 풍경이 만들어진다 <사진제공 : 정한용 교수>

‘하얀 눈이 덮인 산’이라는 뜻의 ‘몽블랑’. 유럽 여행을 하는 여행객들이 스위스와 프랑스를 가다 잠깐 들르는 곳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몽블랑은 프로 산악인들에게는 알피니즘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자 전 세계 산악인들이 마지막으로 등반인생에 대해 사색하며 완주하고 싶어 하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224년 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두 도전자가 몽블랑 초등을 두고 경쟁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해 현재 프로 산악인 고봉원정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자 세계등반사의 흐름을 만들어낸 곳이기 때문이다.

(좌) 몽블랑 일주 코스 갈림길에서 만날 수 있는 안내판 (우) 가끔 바위위로 나타나 코스번호를 알려주는 표식들인데 이 조차도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린다 <사진제공 : 백민섭>

이곳을 그저 멀리 보이는 정상만 감상하며 기차를 타고 왔다 갔다 한다면 몽블랑의 진심을 우리가 외면하는 것일 게다. 몽블랑의 진심은 ’오랫동안 지켜져 온 다채로운 트레킹 문화와 100만년은 넘은 빙하, HD를 넘어선 고화질의 풍광‘을 직접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스키어들의 계절이 끝나는 5월을 지나 6,7,8월은 트레커들의 계절이다. 여름이지만 ’건조한 더위‘ 덕분에 햇볕이 뜨거워도 그늘에만 있으면 금방 시원해진다. 땀은 나지만 그늘에서 쉴 때 만큼은 자연 에어컨이 금세 땀을 말려주기 때문에 트레커들이 알프스 산군을 즐기면서 걷기에 최적의 날씨다.

제네바 공항에서 버스로 1시간 10분 정도 달려 도착한 샤모니. 도착과 동시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탁 트인 시야로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정상이 당장이라도 손에 잡힐 듯 하고, 빙하가 곧장 내 앞으로 쏟아져 내릴 듯하다. 3D, 4D 입체영상이 유행이라는데 이건 그냥 뛰어들면 다 내 것이 될 듯 시야가 매우 뚜렷하다.

(1)(2) 동화같은 풍경의 도시, 샤모니 (3) 몽블랑 초등정을 이뤄낸 소쉬르 박사와 발마. 오랫동안 몽블랑 연구를 한 소쉬르 박사가 발마의 초등정을 지원했고, 이로써 샤모니에서 근대 알파니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사진제공 : 백민섭>

샤모니 (Chamonix)는 알피니스트들의 로망이라고 불린다. 알프스에서 가장 큰 도시이며, 모든 트레킹의 시작점이기도 하고, 거친 사람들이라 불리우는 산악인들의 마음까지 녹여버린 로맨틱 풍경 때문이다. 빙하와 설산을 배경으로 둔 알프스식 로맨틱 마을 샤모니....이름만으로도 우리들의 오감을 달콤하게 만들어 버린다. 수 십 개에 달하는 트레킹 코스가 샤모니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트레커들의 베이스캠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샤모니는 그 자체만으로도 완벽한 휴양지다. 해발고도 1,035m위에 구름같이 넘실대는 푸른 초원,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숲, 빙하가 녹은 물이 흐르는 계곡 등 아름다운 동화를 만드는 작가들이 분명 배경으로 삼았을 만한 신비로운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알프스를 오르는 모든 등반가와 트레커들이 샤모니로 모인다고 해서 번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설산으로 둘러싸인 도시 샤모니는 그 자체로 명상을 불러일으키면서 새로운 여행에 대한 설렘도 적당히 자극해주는 독특한 리듬을 준다. 프랑스 시골풍의 건축물 감상까지 하고 나면 여행자들은 샤모니에서  앞으로 시작할 트레킹에 대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가이드 회사를 컨택하고, 트레킹 코스에 대한 정보수집, 빠진 장비 구입하고, 샤모니에만 있는 ‘유명 관광지’도 들러야 하는 등 나름 해야 할 것이 많은 곳이다. 샤모니에는 세계적인 프랑스 국립등산스키학교 엔사(ENSA), 산악박물관(Musee Alpin)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가는 케이블카 ‘아귀 뒤 미디’(Telepherique de L′Aiguille du Mide 3,842m)도 있다. 이러한 샤모니는 유럽을 여행하는 한국, 일본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지만 여기서 시작하는 트레킹 여행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게 없다. 우리의 가이드가 십년이 넘게 알프스 가이드를 했지만 트레킹을 하는 한국 여행자들은 처음 봤다고 하니 금세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샤모니(Chamonix)의 이 동화 같은 풍경이 주는 로맨팀함과 동시에 세계 등반사의 핵심기지가 주는 진지함에 길들여질 때 즈음, 우리의 트레킹이 시작되었다.

뚜르 두 몽블랑 여행의 길동무, 프랑스 하이킹 가이드 베르나데뜨와 패트리샤<사진제공 : 백민섭>

이번 여행은 총 16일 동안 167km를 걸으며 평균해발 1,000m를 하루 6~8시간 정도로 걷는 일정이었다. 샤모니에서 시작해 낭보랑(Nant Borrant)를 거쳐 라풀리(La Fouly), 트렐르샹(Trelechamp), 다시 샤모니로 돌아오는 목가적이면서도 알프스의 자연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코스다.

우리 트레킹의 모든 것을 맡아줄 현지 가이드를 만나는 날. 14명 일행을 책임질 가이드가 나타났다. 의외로 여성분이기에 모두들 놀라는 눈치다. 게다가 그 옛날 좋아했던 영화 ‘셸부르의 우산’의 여주인공 주느비에브(까트린느 드뇌브)를 닮은 푸른 눈의 프랑스 여인이라니... 프랑스 여인의 달콤한 프랑스어 억양이 가미된 영어를 들으니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이것은 샤모니의 비경에 취해버린 우리들의 대단한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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