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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위스

스위스 알프스 융프라우 : 신이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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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스위스 융프라우는 세계의 알짜 명소다. 여행자들의 로망인 런던, 파리에 이어 누구나 유럽여행 중에 꼭 한 번쯤은 들려봤음 직한 단골 방문지이며, 또 귀에 박힐 정도로 익숙해진 곳이다. 사실 융프라우는 알려진 겉모습보다는 속살이 더 옹골지고 매혹적이다. ‘신이 빚어낸 알프스의 보석’이라는 칭송을 받는 데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


융프라우의 높이는 4,158m다. 아이거, 묀히와 더불어 융프라우 지역의 3대 봉우리 중 최고 형님뻘이지만, 이름에 담긴 뜻은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처녀’다. 그러나 수줍은 처녀처럼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는 날은 그리 많지 않다. 산 밑 인터라켄의 날씨가 화창하더라도 융프라우는 구름에 만년설로 덮인 알몸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융프라우는 여행자들에게 로망의 땅이다. 빙하 위, 세계유산 사이를 걷는 호사스러운 체험이 이곳에서 가능하다.

 

 

빼어난 알프스의 고봉들이 즐비한 가운데 융프라우는 알프스 최초로(200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융프라우와 더불어 산줄기 사이로 뻗은 알레치 빙하도 유산에 속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변화무쌍한 날씨가 등재 이유 중 하나라는 점인데, 유네스코 목록을 뒤져보면 빼어난 산세, 빙하와 함께 끊임없이 계속되는 날씨 변화를 등재 사유로 적고 있다. 유럽 사람들이 정상에 느긋하게 머물며 날씨와 산세를 더불어 음미하는 데는 이런 사연이 있다. 산 위의 날씨가 시시각각 변하는 게 융프라우의 매력이라는 것이다. 3,000m가 넘는 고지에는 천문대와 연구소도 들어섰다. 물론 유네스코는 융프라우가 유럽의 예술, 문학, 등반, 여행에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을 빼놓지 않고 높이 사고 있다.

 


만년설과 빙하 위를 걷다

융프라우가 친숙한 것은 역과 산악열차 때문이다. 암벽을 뚫고 1912년부터 운행되기 시작한 산악열차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3,454m)인 융프라우요흐까지 이어진다. 덕분에 힘 안 들이고도 정상근처까지 오르는 호사가 가능해졌다. 역전 우체국도, 컵라면도 덤으로 유럽 최고가 됐다. 산악열차는 2012년이면 100주년을 맞는다.

 

  • 1 세계유산인 알레치 빙하는 22km나 뻗어 있다. 유럽에서 가장 긴 빙하로 독일의 흑림까지 그 길이 닿는다.
  • 2 붉은 빛의 스위스 산악열차.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인 융프라우요흐까지 톱니바퀴 철로가 이어진다.

 

 

산세를 제대로 감상하는 포인트는 플라토 전망대나 빙하지대로 이어지는 역 뒷문이다. 밖으로 나서면 융프라우와 22km 뻗은 알레치 빙하가 코앞에 펼쳐진다. 알레치 빙하는 유럽 최장 길이로 독일의 흑림지대까지 뻗어 있다. 서 있는 발 아래는 한여름에도 만년설이다.

 

만년설을 밟으며 빙하 트레킹(도보 여행)을 즐기는 게 융프라우 감상의 ‘첫 번째 숨겨진 속살’이다. 트레킹은 묀히산장까지 이어지는데 두세 시간이면 왕복이 가능하다. 걷다 보면 융프라우의 3대 봉우리가 ‘3D 파노라마 영화’처럼 장면을 바꾼다. 산장에서 맛보는 뚝배기 커피(주인장은 마운틴 커피라 부른다)는 감칠맛이다. 

 

 

엽서 속 그림 같은 산악마을

융프라우 여행에도 금기사항은 있다. 열차는 그린델발트, 라우터브루넨, 벤겐 등의 산악마을을 스쳐 지난다. 이런 청정마을을 열차 갈아타는 용도로만 이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위로 올라설수록 마을은 호젓하고 그윽하다. 벤겐, 뮈렌 등의 마을에는 100년 넘은 샬레풍의 세모집들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다. 마당에는 야생화가 가득 피었고 길 옆 노천 바에서는 맥주 한 잔 기울이는 호사스러운 휴식도 가능하다.

 

  • 1 봄이 오면 그린델발트는 변신한다. 오랜 눈을 털어낸 땅에는 샬레풍의 가옥과 푸른 초원이 마을을 수놓는다.
  • 2 산악마을인 벤겐에는 소음도, 먼지도 없다. 전기 자동차만이 유유히 마을 골목길을 달린다.

 

 

이방인들로 흥청거리는 인터라켄보다는 이곳 산악마을에서 꼭 묵어 보기를 권한다. 창문만 열어도 라우터브루넨의 슈타우바흐 폭포와 그린델발트의 아이거 북벽을 감상할 수 있다. 알프스에서 만끽하는 ‘엽서 한 장의 휴식’이란 이런 것이다. 게스트하우스나 산장의 시설은 유럽 어느 곳보다 빼어나다. 캠핑장에 개를 위한 샤워장이 있을 정도다. 


최근 융프라우 일대에서 유행처럼 인기 높은 게 트레킹이다. 70여 개 코스, 200km의 다양한 코스가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 트레킹 루트는 곤돌라를 타고 2,000m 지점에서 시작해 산악마을과 야생화 길을 완만하게 걷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 중 피르스트의 바흐알프(Bachalpsee) 호수로 향하는 트레킹 코스는 백미로 통한다. 설산과 호수가 만들어내는 데칼코마니의 진수를 목격할 수 있다. 피르스트에는 만년설의 봉우리들 사이로 뛰어드는 황홀한 패러글라이딩 포인트도 자리 잡았다.

 

피르스트 트레킹의 백미인 바흐알프 호수. 하늘과 호수가 맞닿은 데칼코마니의 풍경을 연출한다.

 

 

융프라우와 소통하는 데 거친 호흡은 필요 없다. 알프스의 하늘을 날고 땅을 밟고 향기를 맡는 일들이 편리하게 진행된다. 산행을 끝내고 해 질 녘 노천바에 앉으면 ‘행복한 노곤함’은 감동으로 전이돼 가슴에 새겨진다.

 

가는 길
융프라우 여행은 호수마을인 인터라켄이 출발점이다. 스위스의 관문인 취리히, 제네바베른에서 열차를 타고 인터라켄을 경유해 그린델발트나 라우터브루넨에 도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산악열차로 정상까지 이어진다. 이 일대 구석구석을 즐기고 싶다면 3일 동안 산악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VIP 패스를 구입하는 게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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