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빙하에서 녹아 내린 물

'세상의 중심' 티베트의 불교와 옛 티베트 토착교인 뵙교, 힌두교와 자이니교가 카일라스를 일컫는 말이다. 해발 6656m, 산악인이 도전하는 히말라야 고산들에 비하면 다소 높지 않은 산이지만 신이 머물고 있는 카일라스의 등정은 쉽지 않다고 한다.

다소 황량한 주변 산세와는 달리 카일라스의 중심은 푸른 풀들과 군대 군대 피어난 야생화 그리고 카일라스 빙하에서 녹아내리는 물줄기로 마치 그림을 그려 놓은 듯 따듯한 어머님의 품처럼 안락하다.





세상의 중심이라 일컫는 카일라스. 차량을 이용하여 카일라스의 중심에 도착하였다.

ⓒ 오상용





돌아가신 장모님 납골당에 넣기 위해 물통으로 카일라스의 생명수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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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만년빙하로 덮여 있는 카일라스는 날씨에 따라 적당한 양을 녹여 아래로 흘러보낸다. 작년에 갑자기 돌아가신 장모님을 위해 납골당에 넣을 물을 담으려 아래에서 가져온 물통을 꺼내 물속으로 손을 넣는데 그 물이 무척 차갑고 바닥이 다 보일 정도로 깨끗하다.

여름임에도 겨울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추운 날씨이지만 차갑고 깨끗한 카일라스의 물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양말을 벗어 물속 넣는다.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갑지만 짜릿한 그 느낌으로 긴장되었던 내 몸이 조금씩 풀린다. 저 멀리 불어오는 자연 바람과 나의 머리 위로 흘러가는 많은 구름과 따뜻한 빛을 내리쬐는 태양이 나의 행복 주머니를 채운다.





카일라스 봉우리가 잘 보이는 한쪽에 돌을 쌓고 다음을 기약한다.

ⓒ 오상용

다시 이곳으로 오라고 하는 것일까? 한참 동안을 그곳에서 머물렀지만 아쉽게도 구름 속에 가려진 카일라스를 보지 못했다. 다소 아쉽기도 하지만 이곳에 올 수 있는 것을 허락해준 카일라스에 고마움과 인사를 전하고 차량에 오른다.

나의 아쉬움을 알았는지 가까운 온천을 가보겠느냐며 티베트 기사 아저씨가 제안한다. 고산 지대에서 피로도가 쉽게 증가하는 목욕은 피하는 것이 좋지만 다른 곳도 아닌 카일라스 주변에 온천이 있다는 말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고민 없이 o.k를 외친다.

거칠어지는 호흡, 빨리지는 심장 박동





평균 해발 4,400m 이곳에 있는 온천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고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높은 고도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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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해발 약 4400m 인 이곳 서티베트는 호수는 물론 모든 것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고도가 높다. 이곳에서 나오는 온천수는 어떠할까? 세상의 중심과 멀지 않고 무엇보다 높은 고도에 있는 온천이 무척 기대된다.

카일라스를 출발하여 약 1시간이 걸려 도착한 티베트 작은 마을 한쪽에서 백두산에서 맡았던 유황냄새가 가득하다. 차에서 내려 아래를 내려보니 작은 호수와 그 앞에 작은 건물로 온천이라 쓰인 문구가 눈에 띈다.





펌프를 이용해 땅 아래 물을 끓어 올린다.

ⓒ 오상용

고산 지대인 티베트에서 양파첸 등 여러 지역에서 온천을 만날 수 있지만 유독 다른곳에 비해 유황 냄새가 강하다. 이곳을 추천해 준 티베트 기사 아저씨에게 물어보니 이곳은 티베트의 성호인 마나사로바 호수와 가장 가까이에 있고 무엇보다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한 온천이라 한다.

건물을 살펴보니 땅 아래 온천수를 끌어 올리는 시설이 한쪽에 준비되어 있다. 난방 시설이 무척 미흡한 이곳 티베트 지역에서 뜨거운 물을 시간과 날씨에 상관없이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여행자의 오아시스가 아닐 수 없다.





나무 욕조와 의자가 전부인 공간.

ⓒ 오상용

입장료를 지불하기 이전에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살펴보니 중국 다른 지역의 온천 시설과 같게 개인 공간마다 1인 욕조가 비치돼 있다.

다소 시설은 좋지 않지만, 온기로 따뜻한 이 공간. 티베트 라싸를 출발하여 이곳까지 오면서 좋지 않은 난방시설로 단 한 차례도 샤워를 하지 못한 터라 온천욕을 즐기기로 하고 주인장을 불러 요금을 지불한다.





비닐을 씌우고 온천수를 받는다. 유황냄새와 온기가 나를 설레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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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을 지불하니 직원이 다가와 방을 배정하고, 나무 욕조에 비닐을 씌우고 온천수 밸브를 튼다. 수도꼭지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흘러나오면서 방 가득 유황냄새와 온기가 가득하다.

손으로 물을 만져보니 미끈함은 전혀 없는 유황 온천수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온도가 뜨거워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고산지대에서는 목욕은 쉽게 피로해지고 무엇보다 호흡이 거칠어져 오랜 시간 욕조에 있을 순 없다. 그래도 오랜만에 씻을 수 있다는 행복감에 서둘러 욕조로 들어간다.

몸이 절로 늘어질 정도로 따뜻한 온천수. 금방이라도 터질 듯 심장 박동수는 빨라지고 호흡은 거칠어 지지만 이곳은 그야말로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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