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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중국

중국 청두 : 돌아서면 또 먹고 싶다, 이 얼얼한 붉은맛에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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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매운맛의 고향 '청두' 미식 여행

마파두부를 처음 만든 ‘원조집’ 천마파두부(陳麻婆豆腐). 화자오·고추를 잔뜩 넣어 얼얼하게 맵고 얼큰한 양념과 비단처럼 매끄럽고 부드러운 두부가 절묘하게 조화롭다. /김성윤 기자

매운맛이 중국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중국 어디건 대세는 매운 음식이다. 이 화끈한 열풍의 진원지는 대륙 서쪽 쓰촨성(四川省)이다. 1960년대부터 중국을 드나든 일본의 음식 평론가 가쓰미 요이치(勝見洋一)씨가 쓴 역작 '혁명의 맛'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한 기관이 진행한 '베이징 맛집 베스트 10' 중 대부분이 '쓰촨 요리나 쓰촨식으로 맵게 만든 지방 요리를 내놓는 가게'였다.

쓰촨 음식은 매운맛을 선호하는 한국에서도 사랑받는다. 뜨겁고 매운 국물에 양고기와 소고기, 두부, 채소 따위를 살살 흔들어가며 익혀 먹는 훠궈(火鍋)의 고향이 쓰촨이다. 전 세계 웬만한 중국집이면 다 내는 마파두부(麻婆豆腐)나 단단면(��麵)도 쓰촨에서 탄생한 요리이다. 원조 쓰촨 요리를 맛보러 쓰촨성 성도(省都)인 청두(成都)를 다녀왔다.

(왼쪽 위부터)단단면 / 마랄 양념 냉채 / 라즈지 / 마랄 양념 만두
◇얼얼한 매운맛 '마랄'… 중독성 있네

쓰촨 음식이 인기를 얻자 국내 중식당에서는 매운 중국요리에는 '사천(쓰촨)'을 이름에 접두사처럼 붙이고 있다. 하지만 청두 사람들은 "맵다고 해서 무조건 쓰촨의 맛은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쓰촨성 성도인 청두에 있는 세인트레지스 호텔 중식 총주방장 리퉈펀(李托芬·51)씨는 "쓰촨의 매운맛은 '마랄(麻辣)' 즉 얼얼하게 매운 맛"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치과에서 잇몸에 마취주사를 맞았을 때와 비슷한 얼얼함"이라고 설명했다.

얼얼함은 '사천후추(Sichuan pepper)'라고도 부르는 화자오(花椒)에서 비롯된다. 화자오는 한국말로 '초피'라고 한다. 경상도와 전라도 등지에서 '천초' '산초' '제피' '젠피'라고 부르기도 한다. 갈아서 그 가루를 추어탕에 넣어 먹는, 후추처럼 작고 동그란 열매다. 여기에 고추를 더하면 '마랄'이 완성된다.

청두 어디를 가나 화자오가 보였고, 어느 식당이나 화자오를 듬뿍 넣었다. 그렇다고 마냥 몹시 얼얼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입맛을 개운하게 하는 산뜻함과 동시에 계속 먹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었다.

리퉈펀 총주방장은 "화자오를 잘못 쓰면 불유쾌하게 쓴맛이 나기도 한다"고 했다. "화자오는 초록색과 붉은색 두 가지가 있어요. 초록색 화자오는 향이 좋고, 붉은색은 맛이 좋아요. 이 두 종류의 화자오와 고추를 얼마나 적절히 섞느냐에 따라 요리사의 솜씨가 판가름납니다."

◇쓰촨 대표 요리 & 청두 대표 식당

국내 중식당에서는 쓰촨 전통 음식에도 화자오 사용량을 본토보다 크게 줄이거나 아예 넣지 않기도 한다. 쓰촨 음식 전문점 '시추안하우스'의 함동우 R&D 담당 과장은 "쓰촨 현지와 비교해 3분의 2 정도만 쓴다"면서 "중국 분들은 마랄을 맛의 하나로 여기지만 한국 손님들은 혀와 입이 마비된다고 불유쾌하게 느끼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쓰촨에 가지 않고도 쓰촨 음식을 제대로 맛보려면 아직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쓰촨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는 역시 마파두부다. 1862년 청두 북부 외곽에 천춘푸(陳春富)란 남자가 식당을 열었다. 곰보였던 천씨의 아내가 두부에 다진 소고기와 화자오, 고추, 기름을 듬뿍 넣어 만든 요리가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손님들은 '천씨네 곰보 부인(麻婆)이 만든 두부 요리'라며 '마파두부'라고 불렀다. 천씨는 요리를 '천마파두부'로 상표등록해 독점하려 했으나, 다른 식당들이 '천'을 떼고 '마파두부'라 부르며 똑같이 만들어 팔았다. 천마파두부 본점은 현재 청두시 칭양(靑羊)구 시위룽(西玉龍)가 197호에 있다. 큰 그릇 20위안, 작은 그릇 12위안(1위안은 약 175원)이면 맛볼 수 있다.

쓰촨을 대표하는 또 다른 음식 단단면도 청두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청두 최고 번화가 춘시루(春熙路)에 있는 유명 대중식당 '룽차오서우(龍抄手)'에서 한 그릇(7위안)을 주문했다. 국물이 거의 없다. 한국이나 홍콩, 일본에서 파는 단단면은 대개 국물이 흥건하다. 잘게 다져 볶은 돼지고기와 간장, 고추, 식초, 마늘, 소금, MSG, 고추기름, 다진 자차이, 마늘, 땅콩가루, 화자오를 버무린 양념이 국수 아래 깔려 나왔다. 짜장면이나 비빔국수에 가깝다. 단단면의 탄생 배경을 보면 국물이 없는 게 당연하다. '단(�)'은 '멜 담(擔)'의 간체자다. 과거 장사치들이 국수와 각종 양념을 등에 짊어지고 다니다 손님이 부르면 재료를 꺼내 잽싸게 만들어 준 것이 단단면의 시초다.

룽차오서우에서는 단단면 외에도 고추기름을 뿌린 물만두(紅油水餃·7위안), 화자오와 고추를 섞은 양념을 얹은 물만두(麻辣水餃·7위안) 등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쓰촨의 여러 요깃거리를 맛볼 수 있다. 2층에선 이런 요깃거리들을 세트 메뉴로 판다. 15가지쯤으로 구성된 세트가 최저 68위안부터 있다.

여행 수첩

청두행 직항편은 많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이 주 5회(월·수·목·금·일요일), 사천항공이 주 3회(화·목·토요일) 운항하며 비행시간은 약 4시간이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을 경유하는 노선은 꽤 있다. 시차는 한 시간. 공항에서 시내까지 거리는 약 20㎞이며 차로 30분쯤 걸린다. 공항리무진버스 요금은 8~10위안이며 배차 간격은 15분이다. 택시를 타면 40위안쯤 나온다. 쓰촨성정부한국대표처가 최근 서울 여행박사 본사에 개설됐다. 문의 여행박사 070-7017-2100, tourbaksa.com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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