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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일본

일본 도쿄 - 고양이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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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의 가장 큰 고양이 - 고양이 빌딩

‘고양이 빌딩’에는 고양이가 없다. 빌딩 자체가 고양이다. 좁고 긴 빌딩은 전체적으로 까맣고, 그 한가운데 거대한 고양이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캐릭터처럼 귀엽지도, 호러물처럼 무섭지도 않은, 약간 뾰루퉁한 표정의 고양이. 그래서 그 빌딩의 별칭이 ‘고양이 빌딩’이다. 엄청난 다독가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자신이 가진 책과 자료들을 보관하기 위해 이 건물을 지어 올렸다. 지하 1층, 지상 3층, 총 4층짜리 건물은 하루키식 표현을 빌리자면 ‘치즈케이크 모양’을 하고 있다. 좁은 땅에 맞춘 좁고 긴 삼각형 모양.


이 건물을 소개한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 첨부한 상세한 고양이빌딩 내부 부감도를 그린 이는 세노 갓파이다. 독학으로 무대미술가가 된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독특한 세밀화와 손글씨로 재미있는 책을 많이 써 냈다. 굉장한 호기심과 에너지를 가진 그는 마찬가지로 열렬한 호기심의 소유자인 다치바나 다카시와 오랜 친분을 유지했는데, 그 덕분에 고양이 빌딩을 짓는데도 한발 깊이 딛게 되었다.


막연하게 건물 외벽에 뭔가 그림을 그려서 재미있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다치바나 다카시는 세노 갓파와 얘기하며 다양한 의견을 검토한 끝에 현재의 고양이 얼굴을 그리기로 결정했다. 세노 갓파는 종이를 잘라 빌딩 모형을 만들어 보이며 마을 안에 까만 고양이 빌딩이 서 있는 모습을 상상했다. 고양이로 결정된 것은 다치바나 다카시가 고양이를 좋아하기 때문.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한다. 막상 그림을 그린 이는 세노 갓파가 아니라 구름그림은 일본에서 제일 잘 그린다는 세노의 친구 시마쿠라 후치무라다. 덕분에, 이 묘한 눈 색깔을 한 고양이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당당하게 길가에 자리잡게 되었다.



구구가 산책하던 아름다운 공원 - 이노카시라 공원

이노카시라 공원에 간다고 해서 구구를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구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집안에서만 키우던 아사코가 구구를 위해 이노카시라 공원으로 통하는 창문을 만들어줬다지만, 공원을 활발하게 활보하는 아메리카숏헤어 고양이 구구는 영화 속의 상황을 연기한 것일 뿐이니까. 하지만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의 중요한 배경이 된 이노카시라 공원은 실제로 고양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의도 한강시민공원보다 큰 규모의 이노카시라 공원은 고양이뿐 아니라 오리, 까마귀, 금붕어, 그리고 개성적인 아티스트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왕가 소유였던 정원을 개방해 만든 이곳의 가운데에는 호수가 자리잡고 있어, 날씨가 좋은 날이면 보트를 타는 연인들도 자주 볼 수 있다.


[구구는 고양이다]에서 고양이의 매력이 백분 잘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이누도 잇신 감독 스스로가 고양이 ‘챳피'를 키우면서 고양이를 가까이서 관찰한 덕분이다. 그 자신이 유명한 만화가인 원작자 오시마 유미코는 자신의 작품에서 “고양이는 모든 것의 입구”라고 말했는데, 그 의미는 <구구는 고양이다>안에서 유감없이 살아나 있다.


이노카시라 공원은 고양이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동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노카시라 공원이 있는 키치조지는 델리스파이스의 노래 [키치조-지의 검은고양이]에도 나오는 동네이다. 도쿄의 외곽에 위치하고 있지만 벚꽃이 아름다운 이노카시라 공원을 비롯하여 각종 가게들, 재즈클럽, 라이브 하우스 등이 많아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동네로 꼽는 곳이기도 하다.



나쓰메 소세키와 그의 고양이들의 영면지 - 소세키 공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표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吾輩は猫である]의 주인공은 고양이다. 영어교사인 구샤미 선생의 집에 얹혀사는 고양이인 ‘나’는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들을 보며 적나라하게 비웃는다. 고양이의 눈으로 보면 구샤미 선생 일가나, 그의 집으로 모여드는 친구, 후배들이나 다 우습기 그지없다. 더구나 ‘나’는 보통 고양이가 아니다. 온갖 책의 구절들을 인용하며 근거있게 비웃는다. 시선은 어디까지나 고양이이지만, 사람이 들어도 그럴듯하다. "발이 네 개가 있는데도 두 개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사치다. 네 발로 걸으면 그만큼 빨리 갈 수 있을 텐데 언제나 두 발로만 걷고, 나머지 두 발은 선물 받은 말린 대구포처럼 하릴없이 드리우고 있는 건 우습기만 하다." 라는 식.


소설 속 구샤미 선생의 모델이기도 한 작가 나쓰메 소세키 (Natsume Soseki,夏目漱石)는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며 사랑받는 일본의 국민작가다. 그가 1905년에 [호토토기스]에 발표한 이 작품은 그의 처녀작으로, 이후 그는 교직을 사임하고 <아사히 신문>에 입사하여 전속작가가 되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고양이 ‘나’에게도 모델이 있다. 소세키가 키우던 이 고양이는 1908년 9월 13일에 죽었다. 소세키는 친구들을 불러 고양이 무덤을 만들어주고 같이 슬퍼하였다고 한다. 이 고양이의 무덤이 원래 있던 곳은 현재의 아이이치현의 야외박물관 자리인데, 나중에 <나쓰메 소세키 공원>으로 옮겼다.


‘나쓰메 소세키 공원’은 그가 말년에 살았던 집 주변에 조성되어 있다. 와세다대학 근처에 있는 이 공원에는 그의 흉상과 ‘네코즈카(猫塚)’라는 이름의 고양이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이 무덤은 소설의 모델이 되었던 고양이 뿐 아니라 나쓰메 집안에서 기르던 모든 고양이, 강아지, 새들의 공양탑이라고 한다. 나쓰메 소세키의 무덤은 조시가야 공원묘지에 있고, 영국 유학시절 그가 살았던 집 맞은편에는 런던 소세키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고양이 버스를 타러 오세요 - 지브리 뮤지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 [이웃집 토토로]에 나오는 고양이 버스, 네코버스(ネコバス)는 모든 고양이 마니아들의 로망이다. 통통한 다리를 여러 개 달고 있는 고양이 버스는 그 둔중한 몸매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태운 채 나뭇가지 사이로 가볍게 달린다. 그런 고양이 버스를 탈 수 있는 데가 있다면 당연히 달려가보겠다는 사람들을 위해, 미야자키 하야오는 지브리 뮤지움 안에 특별한 방을 만들었다. 고양이 버스를 타볼 수 있는 곳이다.


약 1, 210평 넓이의 공간에 지하 1층, 지상 2층 총 3층으로 만들어진 이곳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세계를 모두 집대성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미술관이다. 이곳의 설계를 직접 맡은 미야자키 하야오는 "우리 모두 이곳에서 길을 잃어버리자“를 모토로 삼았다. 넓어서라기보다 아기자기해서 길을 잃기도 쉬울 뿐 아니라 어느 곳에서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이 곳은 작업풍경이나 과정, 애니메이션의 원리도 볼 수 있는 탐구의 공간이기도 하다. 아이들 뿐 아니라 전연령대의 사람들이 감탄하며 즐길 수 있도록 정교하고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진 전시품들과 절묘한 구조가 환상적이다.


하지만 고양이 버스는 12세 까지만 이용가능하다. 다시말해 어른들은 구경만 해야 한다는 이야기. 헝겊과 솜으로 만들어져 폭신폭신해보이는 고양이 버스는 달리지는 못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그 정도로는 아쉽다는 사람은 뜰로 나가 고양이 모양의 수도꼭지를 만져볼 것. 미타카 역과 지브리 뮤지움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도 고양이버스라 하지만 평범한 버스에 그림을 그려넣은 정도이니, 큰 기대는 금물이다.


지브리 뮤지움의 고양이 수도꼭지



마네키네코의 고향 - 고토쿠지

마네키네코는 일본에서 매우 보편적인 부적이다. 어느 가게에서나 행운을 기대하며 가져다놓은 마네키네코를 쉽게 볼 수 있다. 마네키네코가 한 손을 흔들어 손님을 부른다는 설의 유래는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빙성있는 유래는 예민한 고양이가 사람이 다가올 때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얼굴을 닦는 모양이 마치 사람을 부르는 듯 하다는 것. 원인과 결과가 바뀌어 고양이가 손을 들면 사람이 온다며 마네키네코가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 각지에는 마네키네코의 발상지를 자처하는 곳이 몇 곳 있는데, 설화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고양이의 습성이 반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고양이들은 비가 오기 직전에 날씨변화를 느끼며 얼굴을 닦는다. 날씨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고양이를 불안하게 하여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하는 습관적인 행동인 것이다. 그것을 관찰한 사람들에 의해 세계 여기저기에 "고양이가 얼굴을 닦으면, 비가 온다"라는 의미의 속담이 만들어졌는데, 일본 또한 예외는 아니다.

고토쿠지 근처의 가게들은 마네키네코를 전면에 내세운다.


에도 시대의 히코네 번 제2대 번주 이이 나오타카가 매사냥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고토쿠지의 고양이도 아마 날씨의 변화 때문에 민감해져 있었을 것이다. 그는 고양이가 이리 오라며 손을 흔드는 모양을 보고, 절에 들어가 쉬기로 결정한다. 그가 방에 들어선 직후,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며 날씨가 험악해졌다. 이에 고양이를 기특하게 여긴 그는 고토쿠지에 많은 기부를 하였고, 덕분에 고토쿠지는 이이 가문의 위패를 모시는 절이 되어 부흥하게 된다. 이후 후세에 경내에 고양이를 위한 사당이 세워지고, 마네키네코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설화야 어찌되었건, 고토쿠지는 고양이를 만나기 위해 찾는 이들을 기쁘게 한다. 사람들이 소원을 기원하며 두고 간 마네키네코들을 모아놓은 봉납처는 그 많은 수로 인해 압도적인 느낌을 준다. 그뿐 아니라 소원을 비는 나무판인 에마에도 고양이가 그려져있고, 사방팔방에 고양이들이 숨겨지듯 자연스럽게 놓여있다.



안경 쓴 고양이 료스케의 집 - 카페 란포

카페란포는 ‘고양이카페’라 할 수는 없다. 일본의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인 에도가와 란포에서 따온 카페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주인의 잡다한 취향이 반영되어 있는 카페이다. ‘고양이’도 그러한 주인의 잡다한 취향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페란포가 일본 고양이 카페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고양이지도에 그려질 수 있는 이유는 카페의 사방 벽을 채우고 있는 고양이 그림과 장식품 때문이 아니다. 간판고양이인 료스케 덕분이다.

료스케는 한 마리가 아니다. 현재 카페 란포를 대표하는 료스케는 3대째이다. 마음에 드는 고양이에게만 주어진다는 ‘료스케’라는 이름을 받은 세 번째 고양이인 것이다. 우에노에서 주워왔다는 고양이 ‘료스케’의 매력은 안경 쓴 모습에 있다. 카페주인이 만들어준 작은 고양이용 안경을 쓴 모습이 알려지면서 안경 쓴 료스케와 같이 사진을 찍기 위해 고양이 애호가들이 멀리서도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무리 간판고양이라고는 해도 살아있는 고양이인 만큼, 갈 때마다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는 주변의 희귀한 고양이 수집품들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보는 것도 좋을 듯. 료스케는 이강훈의 [도쿄펄프픽션]중의 한 단편, [그녀를 찾습니다]에도 고양이 탐정단의 일원으로 깜짝출연한다.




고양이 마을로 유명한 야나카지역의 지도

고양이를 주제로 한 카페 겸 공방 - 넨네코야

넨네코야 찾아가는 법.


넨네코야는 고양이를 주제로 한 카페 겸 공방이다. 카페 겸 공방이라고는 하지만 상시겸업하는 것은 아니다. 금토일, 그리고 경축일에는 카페를 운영하지만 주중에는 공방에 전념한다. 카페영업을 하는 날이라도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반에서 오후 6시까지. 이곳에서 자랑하는 냥 카레와 고양이 혀 스튜를 맛보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고양이 얼굴모양의 밥을 얹은 냥 카레나 고양이발바닥 모양의 경단도 고양이마니아들을 열광하게 하는 요소이지만, 이곳의 매력은 단연 상당한 양과 퀄리티의 고양이 관련 상품과 작품들이다.


넨네코야의 입구는 안에서부터 넘쳐나온 고양이 관련 상품들로 가득 차 있어 비좁아보인다. 실내도 넓은 편은 아니지만 꼼꼼히 살펴볼만한 상품들이 진열되어있어 쉽게 자리를 뜰 수 없다. 실내로 들어서면 신발을 벗고 갈아신어야 하는 슬리퍼조차 고양이얼굴이 그려져 있다.


또 하나의 이곳의 매력은 일곱 마리의 고양이 점원. 간판고양이는 최고령 고양이인 신이치로, 어렸을 때 다친 상처로 한쪽 눈을 잃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매력포인트로 인정받아 각종 고양이 그림과 조각의 ‘윙크하는 고양이’ 모델로 등극했다. 이곳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고양이들은 나름대로의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이곳에 모여들었지만 자유롭게 외출하며 넨네코야의 얼굴마담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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