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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노르웨이

노르웨이 : 유럽 최북단, 피오르의 나라… 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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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르로 가는 관문' 베르겐
눈 덮인 산·아찔한 협곡, 그리고 바이킹… 겨울 왕국의 속살을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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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제2도시 베르겐의 플뢰엔 산 전망대에 오르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물의 도시라 해야 할까, 산의 도시라 해야 할까. 노르웨이 남서부 해안 도시 베르겐에 들어서는데 산수(山水)가 다 있었다. 항구를 낀 마을 위로 병풍 같은 산이 우뚝하다. 산 중턱에서 정상까지 예쁘게 낮은 집들이 곳곳에 아늑히 자리했다. 저렇게 높은 곳까지 어떻게 올라갈까? 의문은 곧 풀린다. 도심을 내려다보는 플뢰엔 산 정상까지 바위를 뚫고 철로를 놓았다. 가파른 사면(斜面) 위를 케이블카 같은 열차 한 량이 미끄러지듯 오르내린다. 10분도 채 안 걸려 전망대에 올랐다.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피오르 해안이 먼바다에 펼쳐진다.

지금은 오슬로에 자리를 내주고 제2도시가 됐지만 11세기부터 200여년간 이곳은 노르웨이 왕국의 수도였다. 중세 때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도시였다. 노르웨이에서도 1830년대까지 가장 큰 도시였다고 한다. 세계사 시간에 배운 중세 유럽 상인 연합체 한자동맹의 주요 거점이자 무역항이었다. 지역 맥주 이름 '한자(Hansa)'는 여기서 비롯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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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르 지형은 바다가 육지를 향해 긴 혀를 내민 듯한 지형이다.

옛 영광의 흔적은 곳곳에 가득하다. 해안가 브뤼겐 지역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목조 건물이 늘어서 있다. 거의 400년간 북해 연안 무역을 장악했던 한자동맹 상인들의 상관(商館)이 있던 곳이다. 지금은 갤러리, 공방, 옷가게 등이 자리했다. 1150년대 지은 마리아 교회, 13세기 하콘 왕의 저택이 늠름하다. 1710년 지었다고 새겨넣은 건축물에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가 들어서 있었다. 거리 중심부 피시 마켓에서는 청정 바다 북해에서 잡아 올린 대구와 연어 등 수산물을 판다. 가게 상인이 고래고기를 맛보라며 칼로 조금 떼주었다.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작곡가 에드바르 그리그(1843~1907)가 이곳에서 나고 자라고 죽었다. 그가 살던 집이 인근에 있다. 생전에 쓰던 피아노와 가구 등을 그대로 전시했다. 토마스라고 이름을 밝힌 잘생긴 청년이 생가를 안내했다. 그를 바라보는 여성 관람객들 눈빛이 마치 아이돌 그룹 멤버를 보는 듯 반짝거렸다.

베르겐은 여전히 교통의 중심이다. 지역 소개 공식 가이드북에는 '노르웨이 피오르로 가는 관문(Gateway)'이라고 적었다. 항구에서 유람선을 탔다. 노르웨이 피오르 중에서도 가장 긴 송네 피오르로 가는 배다. 길이 204㎞에 이른다. 피오르는 빙하의 침식으로 U자형 협곡을 이룬 지형. 검푸른 바다가 뱀처럼 긴 혀를 내밀어 육지를 파고든 모습이다. 배는 긴 협곡 바닷길을 거슬러 올랐다. 거대한 돌덩어리 산들이 좌우에 이어진다. 눈을 머리에 인 설산(雪山)이다. 높이 1700m가 넘는다고 한다. 바다 깊이는 1300m에 이른다. 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거대한 폭포가 바다로 곧장 입수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처음엔 놀라서 사진을 찍었는데 이런 대형 폭포가 잇달아 나타났다. 워낙 폭포가 많다 보니 이름조차 없는 것도 많다고 했다. 어느 것이든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천연기념물이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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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르겐 시내 피시 마켓에서 파는 해산물이 신선하다. 2 피오르를 항해하는 동안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 모습을 숱하게 볼 수 있다.
배는 중간중간 해안 마을에 들러 손님을 내려주고 다시 태운다. 4시간 항해 끝에 발레스트란에 내렸다. 떠나는 배에 손을 흔들어 배웅했다. 선착장 입구에 1877년부터 영업했다는 크비크네스 호텔이 있다. 마을에서 가장 큰 건물이다.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단골 고객이었다고 한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며 사과 농사를 짓는 엘리 그레테씨는 "할아버지가 이 호텔을 지었다"고 말했다. 그는 30분이면 다 돌아볼 작은 마을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그의 할아버지가 스키를 즐겼다는 거대한 설산이 또 눈앞에 있었다. 이런, 이제는 신기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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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롬~뮈르달 구간을 달리는 산악열차. 눈 덮인 산과 협곡을 지난다. 2 북극권 로포텐 제도 헤닝스베르의 대구 덕장.
플롬~뮈르달 산악열차

피오르는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더 깊어진다. 송네 피오르 해안 마을 발레스트란에서 쾌속선을 타고 4시간을 달려 플롬에 도착했다. 산악열차가 출발하는 곳이다. 해발 2m 해안에서 출발해 해발 865m까지 산맥을 뚫고 달린다. 길이 20.2㎞ 구간이다. 1시간 걸린다. 폭포수 쏟아지는 협곡이 있는 중간 역에 내려 사진 찍는 시간을 준다. 열차는 가파른 협곡을 휘어 돌며 달린다. 차창 밖으로 카메라를 내밀어 열차가 몸을 구부려 터널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셔터를 눌렀다.

눈 덮인 산과 계곡에 철로를 놓는 작업은 난공사였다고 한다. 1920년대 공사를 시작했다. 모두 20개 터널을 뚫었다. 이 중 18개는 일일이 손작업으로 이뤄졌다. 철도 노동자들이 1m를 뚫는 데 한 달 이상 걸렸다고 한다. 20년 공사 끝에 1940년 8월 개통했다.

보되·잘츠라우멘

노르웨이는 북극까지 이어진 나라. 얼음의 나라라는 아이슬란드보다 더 북극에 가까운 땅까지 영토를 갖고 있다. 중북부 보되는 북극권 노르웨이로 가는 관문 도시다. 날씨는 생각보다 춥지 않다. 영상 5도 내외. 난류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보되 항구에서 소형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 해류가 서로 부딪쳐 소용돌이 물결이 이는 잘츠라우멘 해역이다. 작은 배가 소용돌이에 휩쓸리자 좌우로 기울었다. 뱃머리가 1m쯤 솟아올랐다가 곤두박질친다. 스릴 만점이다. 마침 노르웨이 TV에서 드론을 띄우고 촬영 중이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을 12시간이나 계속 방영하는데 시청률이 꽤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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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슬로 바이킹십 박물관. 2 송네 피오르 해안 마을 발레스트란.
북극권 로포텐 제도

보되에서 더 북쪽 로포텐 제도로 간다. 북서부 6개 섬이 잇달아 있는 지역이다. 대부분 다리로 연결됐다. 가장 큰 마을은 스볼베르. 보되에서 연안 크루즈 후티루텐을 타고 6시간 걸려 도착했다. 국내선 소형 비행기를 타면 20분 만에 닿는다. 인근 보르그 지역에 바이킹 박물관이 있다. 1000년 전 이 지역 가장 강력한 바이킹 수장(首長)의 집을 복원했다. 단층집인데 길이가 83m에 이른다. 종묘 말고 이렇게 긴 건물을 본 적이 있던가. 안에 들어가니 바이킹 시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실제로 가죽 옷과 장신구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젊은 여인이 손을 잡고 함께 춤추자고 권했다.

북해는 1m가 넘는 대구가 잡히는 어장이다. 논픽션 작가 마크 쿨란스키는 대구를 ‘세계의 역사와 지도를 바꾼 물고기’라고 했다. 10세기 노르웨이에서 출발한 바이킹은 대구의 서식 경로를 따라 아이슬란드, 그린란드를 거쳐 캐나다 땅까지 닿았다. 바닷가 마을 헤닝스베르에서는 덕장에 대구를 두 마리씩 꿰어 널고 해풍(海風)에 말리고 있었다.

인구 500명 한적한 어촌은 지금 예술가 마을로 변신 중이다. 대구 알 가공 공장이던 건물은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노르웨이 여행의 관문 오슬로

여행은 수도 오슬로에서 시작하고 다시 이곳에서 끝난다. 대중교통으로 국립미술관, 뭉크뮤지엄, 왕궁 등을 돌아본다. 서쪽 외곽에 있는 바이킹십박물관, 노르스크 민속박물관도 함께 들른다. 오슬로 서북부 비겔란 조각공원에는 노르웨이 출신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의 작품 200여 점이 모여 있다. 이곳을 찾았을 때 내내 흩뿌리던 가랑비가 잦아들었다. 파란 하늘이 눈부셨다.

[그래픽] 노르웨이
 인천공항에서 노르웨이 오슬로까지 직항편은 없다.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간다. 6월 말부터 7월 중 대한항공 전세기가 운항한다. 6월 14일, 7월 1·8·15·22·29일 출발 예정. 노르웨이 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3-6428

 1노르웨이크로네(NOK·약 145원). 물가는 꽤 비싼 편이다. 물 한 병 35크로네(5000원), 프로모션 기간이라며 파는 햄버거가 199크로네(29000원)였다.

 오슬로와 베르겐을 여행할 때는 시내 카드를 구입한다. 주요 미술관·박물관, 버스·메트로 등 대중교통을 해당 시간만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한두 곳만 들른다면 구입 때 잘 계산해야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미술관 입장료는 대부분 100크로네 수준. 오슬로 패스 24시간(335크로네), 48시간(490크로네), 72시간(620크로네). 시내 비지터 센터, 호텔 등에서 살 수 있다. www.visitoslo.com, 스마트폰 앱으로도 다운로드. 베르겐 카드 24시간(240크로네), 48시간(310크로네), 72시간(380크로네). visitBergen.com

플롬~뮈르달 산악열차는 18일부터 플롬역에서 오전 7시 30분부터 약 1시간 간격으로 오후 6시 40분까지 10편으로 증편했다. www.visitflam.com

 발레스트란 지역의 유서 깊은 호텔 크비크네스 호텔은 홈페이지(www.kviknes.com)에서 예약할 수 있다. 1박 1750크로네(약 25만원) 이상. 각 지역 스캔딕 호텔(www.scandichotels.com), 톤 호텔(www.thonhotels.com), 퍼스트 호텔(www.firsthotels.com) 등.

 주로 대구·연어 등 생선 요리. 베르겐 플뢰엔 정상에 전통 음식을 낸다는 플뢰엔 레스토랑(www.floienfolkerestaurant.no)이 있다. 오슬로에서는 옛 공장을 식당·쇼핑 공간으로 만든 마탈렌 오슬로(mathallenoslo.no)에 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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