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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일본

일본 도야마현 : 雪壁 사이로… 황홀을 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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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야마현의 호쿠리쿠 관광 명소

일본 도야마현의 호쿠리쿠 관광 명소
해발 3000m를 넘는 높은 봉우리들이 절경을 이루는 다테야마 연봉. / 롯데관광 제공
산악인 고(故) 박영석 대장은 생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히말라야 등반에 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히말라야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은 몇 가닥뿐입니다. 신(神)이 허락해주는 시간에만 우리는 잠깐 올라갔다 내려오죠. 전율이 돋습니다."

그의 말처럼, 신은 우리에게 아주 잠깐만 웅장한 자연의 속살을 내보이는 걸 허락해 줄 때가 있다. 인간은 그 허락을 받고 찰나의 황홀경을 꿈꾸며 전인미답의 땅에 감히 발을 들여놓는다. 일본 도야마현의 호쿠리쿠(北陸) 지역은 예로부터 그런 전인미답의 땅 중 하나로 꼽혔다. 겨울이면 최고 30m 높이의 눈이 쌓이는 이 고원(高原)은 사람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메이지 시대 유럽의 알프스 산맥을 보고 돌아온 일본인들은 호쿠리쿠 지역에 경의와 동경의 뜻을 담아 북알프스라고 이름 붙였다. 그로부터 100여년이 지난 지금, 이 땅은 이제 사람들에게 그 속살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긴 시간은 아니다. 신이 허락하는 단 두 달의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자연이 우리에게 허락하는 황홀을 잠깐 훔쳐본다. 그런 황홀이 아마 박 대장을 산으로 홀렸으리라.

일본 도야마현의 호쿠리쿠 관광 명소
일 년에 단 두 달만 볼 수 있는 일본 북알프스의 설벽 풍경. 힘 안 들이고 버스만 타도 볼 수 있다. / 롯데관광 제공
◇4~6월 두 달, 우리가 설벽을 사랑할 시간

매년 4월 중순이면 북알프스 다테야마 연봉(連峰)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해발 3000m 높이의 봉우리가 이어지는 이곳에 봄이 찾아오고, 산의 아랫자락부터 쌓인 눈이 녹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정상으로 가는 길을 낸다. 3월부터 한 달간의 제설작업을 마치면 정상까지 가는 길이 뚫리는데, 그렇게 되면 길 양쪽은 20m가량 솟아오른 설벽(雪壁)으로 둘러싸이게 된다. 아니, 눈으로 된 대륙 사이에 인간이 갈 수 있는 좁은 길을 뚫는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예전에는 산악인조차 접근하기 힘들었던 지역이지만, 이제는 GPS 시스템을 장착한 불도저로 눈의 대륙 사이에 길을 뚫는다. 신이 인간의 이런 욕망을 어떻게 볼진 모르겠으나, 신이 이 설벽을 구경할 수 있게 허락한 시간은 4~6월 사이 두 달이다. 그 후엔 설벽이 녹는다. 이 길을 지나는 알펜루트(설벽 관광)는 그야말로 관광(觀光), 설벽의 빛을 보는 경험이다.

◇설벽, 협곡, 그리고 댐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던 고원이라고 지레 겁먹을 건 없다. 어떤 지형이든 집요하게 길을 놓는 데 재능이 있는 일본인들답게 이곳 역시 케이블카, 버스, 로프웨이, 트롤리버스 등의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편하게 이동하며 절경을 즐길 수 있다. 다테야마 연봉이 시작되는 다테야마역에서 케이블카로 산 중턱까지 간 뒤 그곳에선 버스로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웅대한 설벽을 감상하게 된다. 버스가 중간중간 정차하기 때문에 주마간산 식으로 훑어보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은 접어둬도 좋다. 다테야마 연봉을 지나서 펼쳐지는 구로베 협곡은 일본에서 가장 깊은 'V자' 협곡이다. 이 협곡을 정면으로 가로지르는 도롯코(광산이나 토목공사장에서 사용하는 광차)를 탑승하는 것은 '철도 마니아'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도롯코의 발밑으로 올라오는 물소리의 풍류를 뒤로하고 전진하면 이내 다테야마 연봉의 명물 중 하나인 일본 최대의 수력발전소 구로베댐을 만나게 된다. 2억t의 물을 담고 있는 이 댐은, 일본 제일인 186m의 높이를 자랑하는 거대한 아치형 댐으로, 댐 전망대에서 이 댐의 방류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천하장사의 힘자랑을 보는 것처럼 압도된다. 이 거대한 댐이 가두고 있는 물만으로도 하나의 호수가 완성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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