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가타 스키여행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 첫 문장을 읽는다. 눈앞에 눈(雪)의 결정이 아른거린다. 그리고 일본 니가타, 소설 속 반나절 거리의 땅에 선다. 겨울이 그대로 멈춰 있다. 당일치기를 계획한 이상 망설이지 않는다. 스키를 챙기고, 곧장 눈을 찾아간다. 목적지는 니가타현 갈라유자와 스키장. 도쿄에서 조에쓰 신칸센을 타고 끝자락 조모코겐 역에 이르면 11㎞짜리 다이시미즈 터널을 마주한다. 터널의 어둠이 빛으로 바뀌는 순간, 시공을 뛰어넘는 듯한 새로운 감각이 솟아오른다. 거리의 나무는 3~4m쯤 눈에 파묻혀 있고, 건물은 이글루처럼 얼굴에 온통 눈투성이인 채로 서 있다. 불과 1시간여 만에 다른 세계로 와버린 것이다.
종점인 에치고 유자와 역에서 겨울철에만 임시로 문을 여는 종착역 갈라유자와 역으로 간다. 일종의 스키장 전용 역이다. 도쿄에서 200㎞ 정도 떨어진 이 동네는 북서면은 바다에, 나머지는 온통 산에 둘러싸여 있다. 겨울엔 4m 정도의 적설량을 기록하는 곳이다. 눈송이가 무게를 증명하며 툭툭 떨어져 내린다. 푹신한 눈 위를 미끄러지는 상상을 한다. 이 역이 곧 스키장의 입구인 셈이니 지체없이 짐을 풀고 곧바로 스키를 탈 수 있다. 8인승 곤돌라를 타고 숙소 치어스(Cheers)로 올라간다. 정상 부근의 조형물 '사랑의 종'에 닿아 이곳을 기점으로 11개의 코스를 선택해 스키를 타면 된다. 호젓한 라이딩을 즐기고 싶어 초급자용 코스라는 북쪽 '스완 코스'로 간다. 완만한 경사에서 마치 숲 길을 홀로 산책하는 듯 여유로운 활강이 가능하다.
야간 스키는 운영하지 않는다. 오후 라이딩을 마친 뒤 셔틀버스를 타고 에치고 유자와 역으로 간다. 별의별 식당이 다 모인 번화가다. 사케 전문점 폰슈칸에 들어가 니가타현의 술을 한 잔 맛본다. 출출해질 때쯤, 스모 선수들이 몸을 불리기 위해 먹는다는 고열량 스테미너 음식 '창코 나베'를 먹으러 '다니가와'에 간다. 생선·고기·야채 등을 큼직하게 썰어 큰 냄비에 넣고 끓인 것인데,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이라 그런지 맛이 깊다. 보양식으로 모처럼의 운동으로 빠져나간 몸의 원기를 되찾는다. 공항으로 가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다. '히카에리(日歸り·당일치기)'가 끝났다. 몸이 눈처럼 녹아내린다. 문의 일본스키닷컴(02-753-0777), 투어앤스키(02-319-8840). 세부 정보는 일본관광청 홈페이지(jroute.or.kr) 참조.
[여행 수첩]
갈라유자와 스키장 올해는 5월 6일까지 이용 가능. 매일 오전 8시~오후 5시. 스파 갈라 온천은 정오~오후 7시까지 운영. 성인 1300엔, 어린이 800엔. 한국어 홈페이지 galaresort.jp/winter/korean
나스파 뉴 오타니 리조트 갈라유자와 스키장에서 3.7㎞, 자동차로 10분 거리. 무료 셔틀버스 운행.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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