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룰루·카타추타 국립공원

사막의 하루가 저물고, 보랏빛 하늘은 울룰루를 감싼다. 거대한 바위는 수줍은 여인처럼 점점 더 붉어지다, 짙은 갈색으로 되다, 종국엔 캄캄한 밤 속으로 숨어든다.
태초에 지평선이 있었다. 하늘과 땅이 나란히 누워 서로 눈을 마주치던 애틋한 시절이었다. 6억년 전 땅이 울고 하늘이 요동쳤다. 그리고 그들의 결실이 솟아올랐다. 세상에서 가장 큰 바위 울룰루(Uluru)다. 높이 348m, 둘레 9.4㎞. 마치 거대한 산처럼 보인다.

호주 중부 사막 한가운데 있는 울룰루는 거칠고 황량한 아웃백(Out Back·개척되지 않은 오지)의 상징이다. 거대한 지각변동으로 위로 솟구친 퇴적물 층이 빗물과 바람의 풍화 작용으로 연약한 지반이 깎이고 남은 부분이 울룰루가 되었다.

울룰루행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대지는 붉은 캔버스 위에 유성 물감을 떨어뜨린 것처럼 암녹색과 황록색, 검은색의 거대한 선(線)으로 출렁인다. 하얗게 메마른 웅덩이들은 유성(流星)의 무덤 같다. 비행기 좌석 위치야 여행자들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울룰루로 향할 때만큼은 꼭 창가에 앉길 권한다. 그래야 아웃백의 '나체'를 제대로 관람할 수 있을 테니까.

따로 마련된 전망대에서 바라본 카타추타.

◇붉은 사막 위로 솟아오른 '지구의 배꼽'

울룰루는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의 배경이 됐다. 영화 속 미완의 사랑이 마침표를 찍었던 곳이다. 호주대륙 한가운데에 있어 '세상의 중심' '지구의 배꼽'이라고도 불린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울룰루의 커다란 바위 몸체 곳곳에는 할퀸 것 같은 굴곡과 크고 작은 구멍들이 숭숭 나있다. 처음 발견됐을 때 남호주의 첫 주지사였던 헨리 에어스경의 이름을 따 '에어즈락(Ayer's Rock)'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 원주민의 언어인 울룰루가 공식 명칭이다.

이곳의 여름은 12월. 기온은 섭씨 30~40도를 오르내리지만, 1년 강우량이 200mm 안팎에 불과해 산불이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까맣게 타버린 올가(Olga·울룰루 지역에서 사는 나무) 아래 사막 잔디가 까까머리를 내미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된다. 화마도 꺾지 못한 자연의 의지다. 그 옹골찬 생명력에 경배를!

울룰루 일몰을 바라보며 샴페인을 마신다. 샴페인 잔 속으로 울룰루가 빠졌다.
바위나 모래는 녹이 슨 것처럼 붉다. 지면과 바위 철분이 공기 중 산소와 만나 산화된 결과다. 울룰루 둘레길은 12㎞이며 한 바퀴 도는 데 걸어서 4시간 정도 걸린다. 모두 14개의 작은 코스로 이뤄져 있는데, 한 번에 한 바퀴를 모두 도는 것보다는 투어 차량을 이용해 코스 몇 개를 선택해 찬찬히 걸어보는 게 좋다. 대부분 평평한 길이라 트레킹이 그리 피곤하지 않다. 울룰루의 바위 표면을 타고 정상까지 오를 수 있으나, 바람이 심하면 등산로가 폐쇄된다.

울룰루는 태양의 높낮이에 따라 색이 다양하게 변한다. 이른 새벽에는 검은 실루엣만 보여주다가 여명이 밝기 시작하면 태양은 야금야금 울룰루의 한쪽을 잘라먹는다. 그때 울룰루는 보랏빛을 머금은 짙은 회색이 된다. 태양이 점점 하늘 높이 걸리면서 울룰루는 다시 잿빛에서 주황빛 머금은 황토색으로 바뀐다. 해질녘의 울룰루는 밝은 주홍색으로 타오르는 거대한 불덩어리처럼 보인다. 대자연의 에너지가 이곳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는 것 같다.

일출과 일몰을 보기 위한 '명당'이 따로 있는데, 저녁에는 관광객들이 샴페인과 와인을 마시며 그 장관을 음미한다. 샴페인 잔을 들고 울룰루를 향해 건배하면, 붉은 바위가 잔 속으로 퐁당 빠진다. 울룰루가 식도를 타고 흘러 몸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바위산 카타추타(Kata Tjuta)

울룰루 전통 민속춤
울룰루에서 서쪽으로 42㎞ 떨어진 지점에 카타추타(올가산)가 있다. 서양말로 올가스(The Olgas)라고 알려진 카타추타는 원주민어로 '많은 머리'라는 뜻이다. 바위 한개로 이루어진 울룰루와 달리 최고 높이 546m에 이르는 36개의 바위가 모여 있다. 이 중 6개가 크게 돋보인다. 남성적 강인함을 상징하는 곳으로, 남자만 들어가 제사를 지냈던 성스러운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산은 바람이 많이 불어 위험하기 때문에 아이와 여자들의 출입을 금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마이산처럼 몇 개의 봉우리가 쫑긋 솟아있다. 바위는 군데군데 풍화되어 여드름 자국처럼 뻥뻥 구멍이 나 있다. 36개의 머리가 호위하는 산책길을 걷다 보면 캥거루보다 작고 왈라비보다 큰 이 지역의 동물 '유로'를 만날 수도 있다. 울룰루와 카타추타는 하나의 국립공원으로 입장권을 끊으면 3일동안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울룰루와 카타추타는 이곳 토착 주민인 아난구(Anangu)부족이 신성시하는 곳이다. 이 부족은 약 2만2000년 전부터 이곳에서 살아왔다고 한다. 태고적부터 이어온 그들의 설화와 관련된 신비한 바위벽화들을 곳곳에서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1850년 유럽인이 울룰루를 발견하면서 아난구족의 수난은 시작됐다. 1950년대 호주 관광 붐이 일면서 아난구족은 이곳에서 쫓겨나기도 했으나, 1985년 울룰루는 다시 제 주인의 손으로 돌아갔다. 아난구족은 자신들이 신성시하는 울룰루의 몇 곳은 절대로 사진이나 영상으로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면서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

☞여행수첩

룰루를 가슴에 넣어 오고 싶다면 헬기를 꼭 타보길 권한다. 하늘에서 바라볼 때 울룰루의 위용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헬기 이용료는 15분에 약 145호주달러. 사막지역이라 따분할 것 같다고?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황야의 반항아가 되어보기도 하고, 낙타를 타고 유목민이 될 수도 있다. 오토바이 이용료는 1인당 보통 200호주달러. 낙타 트레킹 요금은 1시간 30분에 75호주달러.

울룰루에는 국제공항이 없기 때문에 시드니에서 콘넬란(Connellan)공항으로 가는 호주 국내선을 이용해야 한다. 비행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

이곳에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도시가 없다. 다만 리조트들이 사막 가운데 오아시스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롱기튜드 131’은 텐트 모양의 별채형으로 된 고급 리조트로, 총 15채다. 좀 더 저렴한 숙소를 원하면 에어즈락 리조트를 이용하면 된다. 헬기·자동차 대여, 투어 예약 등이 가능하다.

호주관광청 www.australia.com

호주관광청은 연말특별 이벤트로 ‘나의 호주여행 이야기’를 21일까지 진행한다. 호주 여행 이야기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호주 왕복 항공권을 준다. www.facebook.com/wowaustralia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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