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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필리핀

필리핀 팔라완 : 혼상의 섬 바로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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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7개의 섬. 일단 숫자부터 압도적이다. 남국(南國)의 뜨거운 햇볕 아래 새파랗게 빛나는 짙푸른 물결은 그 자체가 그림이고 광고나 영화의 한 장면이다. 지구상 최다의 섬나라 필리핀에서도 1780개의 섬으로 이뤄진 또 하나의 섬 천지 팔라완(Palawan)과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긴 쪽의 거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보다 더 긴 600㎞, 섬의 폭은 40㎞에 불과한 오이 모양의 길쭉한 섬인 팔라완은 필리핀 최서단 지역에 있는 지역적 한계로 세부나 보라카이에 비해 개발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팔라완 주정부는 관광지 개발 대신 섬 하나하나의 자연을 세심하게 보전해 나갔고 그 결과 초록바다 거북, 바다코끼리 등 희귀한 멸종위기 동물들과 전 세계에 존재하는 산호종의 75%가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寶庫)가 됐다. 자연생태를 지키려는 이유로 인해 팔라완의 1780개 섬 중 관광객이 접근할 수 있는 섬은 24개에 불과하다.

팔라완의 바다는 짙푸른 청록빛이다. 물결은 잔잔하고 조류(潮流)도 세지 않다. 청록빛 바다로 둘러싸인 하얀 섬에선 어디를 찍어도 화보가 될 것 같았다. / 조선닷컴 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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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을 벗고 순수를 거닐다

필리핀은 마닐라 등 대도시를 제외하면 트라이시클이 택시의 역할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마닐라공항을 출발한 필리핀 국내선 비행기는 1시간 20분 후 팔라완의 주도(州都) 푸에르토 프린세사(Puerto Princesa, PPS)에 착륙했다. 푸에르토는 스페인어로 '항구(port)를, 프린세사는 공주(princess)를 뜻한다. 시골 간이역이 연상되는 아담한 공항 건물의 모양새는 규모와 현란함으로 경쟁하는 세계 각국의 공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안락함마저 느껴진다. 과거 스페인에 의해 350년간 통치를 받으면서 남아있는 그 시대의 잔재가 토속적인 풍경과 어울려 이국적인 매력을 더한다.

차를 타고 공항을 나서니 편도 2차선쯤 되보이는 아스팔트 도로에 트라이시클(Tricycle)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트라이시클은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자동차로 군용 지프를 버스로 개조한 지프니(Jeepney)와 함께 필리핀을 상징하는 대중교통 수단이다. 도시는 생각보다 규모가 크긴 하지만 번잡스럽지 않다. 마닐라나 세부에 비해 교통사정도 훨씬 더 여유 있고, 사람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보인다. 필리핀의 다른 도시에서 흔히 마주치는 뒷골목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도 없다.

 

 

◇ 동굴 속 '거대한 원시'로 빨려 들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된 지하강(Underground River)은 이곳의 대표적인 볼거리다.

(위) 사방 해안과 지하강을 연결하는 필리핀 전통 선박 Banca 선착장
(아래) 지하강으로 들어가는 보트에는 보통 6-7명이 탈 수 있다.
에메랄드 빛 바다 때문인지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이 가득하다.

이곳은 푸에르토 프린세사에서 북서쪽으로 약 80㎞ 떨어진 세인트폴 산 내부가 녹아 형성된 석회동굴 속 강으로 지하강 전체 길이 8.2km 중 1.5km 구간을 배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하루 입장객은 1200명으로 제한한다.

지하강으로 가는 여정은 간단치 않다. 푸에르토 프린세사 도심에서 차로 2시간 가량 떨어진 사방(Sabang)해안 선착장에서 필리핀 전통 선박인 방카(Banca)를 타고 다시 뱃길로 20분을 달려야 한다. 하지만 이동거리와 경치는 비례한다고 하지 않나.

배에서 내리니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한 바다와 수많은 기암절벽이 이 말이 사실임을 증명한다. 지하강 주변엔 도마뱀과 원숭이 등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연생태도 잘 보존돼 있다.

작은 나룻배를 타고 녹색의 물빛을 거슬러 지하강에 들어섰다. 가이드는 서서히 노를 저으며 랜턴으로 자연과 세월이 빚은 동굴의 속살을 비춰 준다. 까마득한 천장엔 수많은 박쥐가 매달려 있다. 갑자기 겸허한 마음이 든다.

암흑 속 박쥐들의 날갯짓이 섞인 기괴한 소리와 더불어 1㎜ 자라는 데 100년의 세월이 걸린다는 대형 석순, 종유석들의 기묘한 형상을 보고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은 경탄뿐이다. '느림의 미학'이 빚은 위대한 조각 작품을 보니 맨살을 드러낸 지구 대자연의 위용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 남국(南國)으로의 탈출…때묻지 않은 순수함

팔라완은 원시의 자연에서 은밀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지하강으로 가는 동안 황금빛 백사장,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울창한 밀림까지 우리가 남국의 풍경에서 떠올려온 상상을 실제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

 

 

가는 길 

팔라완은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의 공항이 관문이다. 한국에서 가는 직항편은 없고 마닐라에서 국내선을 이용해야 한다.
비행시간은 인천~마닐라 약 3시간 40분, 마닐라~푸에르토프린세사 약 1시간 20분. 푸에르토 프린세사행 비행기를 타려면 현지 기후로 인한 연착 등 여러 문제로 1~2시간 연착되는 경우가 많다. 충분한 여유를 두고 공항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

주의점 

1. 통화는 페소다(1페소는 약 25원). 공항에서 달러를 페소로 환전할 수 있으나 호텔이나 상점에서 달러와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많으니 넉넉하게 환전하는 것이 좋다.

2. 지하강 관람은 미리 신청하지 않으면 참여할 수 없다. 국내 여행사 패키지 혹은 현지 여행사 사이트를 통해 미리 예약해야 한다.

3. 지하강 관람 시 동굴 천장의 갈라진 틈새로 새어 나오는지 석회암 물방울 혹은 박쥐의 배설물이 떨어질 수 있으니 헬멧을 꼭 착용해야 한다. 선착장에서 배를 탈때와 내릴때 바다에 발을 담궈야 하기 때문에 운동화보다는 샌들이 좋다.

4. 바다가 잔잔한 3월부터 7월 초까지 여행 최적기다. 선크림, 모기 기피제, 바르는 모기약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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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항공(http://air.philippineair.co.kr)에서는 인천-마닐라 구간을 주 14회, 마닐라~푸에르토프린세사 구간을 일 3회 운행하고 있다. 

유용한 정보 

1. 지하강 투어 온라인 예약 사이트
2. 필리핀관광청 공식등록여행사 온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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