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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년 중국역사 품은 산시성을 가다]
[2] 왕자다위안 & 핑야오구청
이곳에 발 디디는 순간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
과연 대륙의 위엄이 느껴졌다. 산시(山西)성 핑야오(平遙)에서 차로 한 시간이면 닿는 왕자다위안(王家大院).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광활한 규모의 대저택이 위용을 뽐낸다. 집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가이드의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 저택들은 상업이 급속히 발전했던 명·청 시대에 소금장사로 많은 부를 모았던 왕씨 형제가 지은 것들로, 기둥과 벽 등 집 안 곳곳에 다양한 문양들이 남아 있으며 수백년된 고풍(古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핑야오하면 거장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홍등'(紅燈)의 촬영지로 유명한 차오자다위안(喬家大院)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영화 내에서 웅장한 모습을 자랑했던 차오자다위안도 왕자다위안 앞에서는 새발의 피다. 왕자다위안은 면적이 45,000㎡로 차오자다위안의 5배에 이르고, 50년에 걸쳐 지어진 방 1000여개가 있다. 축적한 부를 지키기 위해 높은 보루와 두께가 1미터가 넘는 성벽으로 집을 둘러쌌을 정도니 당시 통상에 종사했던 산시성의 대부호들이 가졌던 부(富)의 규모를 짐작할 만 하다.
- ▲ 목조 삼층 누각 스러우에서 바라본 핑야오구청 내 시가지의 풍경.
핑야오구청의 주 여정은 목조 삼층 누각인 스러우(市樓)에서 시작한다. 입장료 5위안(약 850원)을 주고 누각 내 아슬아슬한 계단을 오르면 고성 전체가 한 눈에 펼쳐진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듯한 느낌이랄까. 성안은 개발이 엄격히 제한돼 있어 고층건물 하나 볼 수 없고 시멘트 없이 온전히 흙으로 지어진 집들이 마치 서울 북촌마을의 풍경처럼 수십개씩 몰려 있다. 중국 최초의 금융기관인 리성창(日昇昌)을 비롯하여 고성 내 대부분의 건물이 명·청시대 양식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한국민속촌처럼 박제되어 있는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놀랍다.
- ▲ 핑야오구청에서 성업 중인 사쿠라 카페. 간판 내 '벚꽃마을'이란 한글이 눈에 들어온다. 카페 주인의 부인이 한국 사람이라고 한다.
리장고성(麗江古城) 등 다른 중국 내 세계문화유산과는 달리 상업화에 물들지 않은 탓에 고성 특유의 멋과 사람들의 순박한 인심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핑야오구청. 자전거를 타고 골목과 유적을 돌아보는 다소 단조로운 여행도 이곳에서는 남다르게 느껴진다. 심장을 멎게 할 만한 으리으리한 관광지들이 몇년 사이 중국을 가득 메워나가는 지금, 이상하게도 정작 중국을 찾은 이방인들이 매혹된 것은 화려한 건축물도 세련된 쇼핑몰도 아닌 사람 냄새 가득한 고성(古城)이었다.
왕자다위안도 그렇고 핑야오구청도 그렇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 나간 도시의 마천루 사이에서 이렇게 옛것 그대로 남아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장조림 맛이 나는 '핑야오 소고기'와 산시성의 펀주(汾酒)가 이곳의 대표 특산물이다. 중국 전통 가옥을 개조한 객잔(客棧)에서 숙식을 하면 중국 전통 정원문화를 더 친근하게 체험할 수 있다. 핑야오구청 내 16개 고건축물 전체를 관람할 수 있는 표를 판매하고 있으나 일부 성황묘나 관아 등은 외곽쪽에 위치해 관람이 쉽지 않다. 여행 성수기는 4월에서 10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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