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를 타고 천국에 이른다고? 그럼 죽는다는 말인가?" 라고 너무 앞서가진 마십시오. 여기서의 천국은 말 그대로 눈의 천국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하는 스키장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곤돌라와 리프트가 무수한 사람들을 산 위로 실어나르는 곳입니다. 한 마디로 인간의 손길에 의해 개발이 이루어진 곳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한복판에서 파우더스킹을 즐기고 싶은 것은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하 스키어)의 본성일 것입니다. 이렇게 순수 자연을 찾는 스키어들의 염원이 현실화 되면서 나타난 것이 '헬리스킹'과 '백컨트리 스킹'입니다. 헬리스킹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헬리콥터라는 문명의 이기를 통해 산의 정상에 이르는 반면에 백컨트리 스킹은 자신의 신체적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맨몸으로 자연의 한복판에 뛰어드는 방법입니다.

 


↑ 히말라야의 능선같은 만년설의 봉우리를 헤치며 나아가는 백컨트리 스키어

↑ 함께 무리를 지어 산을 오르는 백컨트리 스키어들. 한 줄로 서서 앞 사람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갑니다

↑ 백컨트리 스키 장비를 활용해 깊은 눈을 헤치고 산 위로 오르는 모습

↑ 대자연의 속살 깊이 들어섰습니다. 설원은 홀로 선 스키어에게 무수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 설원을 헤치며 아무도 지나지 않은 순수 자연설을 찾아 떠나가는 백컨트리 스키어들의 모습

그럼 백컨트리 스킹이라는 생소한 단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백컨트리'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를 말합니다. 스킹의 영역에선 곤돌라와 리프트 등이 설치되지 않아 접근이 어려운 곳을 통칭해서 '백컨트리'라 부릅니다. 하지만 백컨트리 스킹이라 부를 때는 '헬리스킹'이나 '캣스킹'처럼 동력을 이용하는 방법이 아닌 무동력으로 이런 지역에 접근하여 즐기는 스킹을 말합니다.

그럼 어떻게 동력을 사용하지 않은채 사람의 키보다 높게 쌓인 눈을 헤치고 이런 순수 자연상태로 접근할 수 있을까요? 그 비밀은 백컨트리 전용 장비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장비와 사용방법에 대한 언급은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므로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이 자리에선 백컨트리 스킹에 대해서만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만약 스키를 메고 부츠만을 신은 채 오르려 하다가는 백여미터를 전진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백컨트리 장비를 활용하면 생각보다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스키 밑바닥에 부착된 클라이밍 스킨은 아래로 미끄러지려는 스키를 제자리에 붙들어두는 역할을 합니다.

이십대의 한창 나이땐 북미 최고봉 맥킨리를 등정할 정도로 깊이 산에 빠져 있었던 제게는 산을 오르는 것이 스키를 타고 산을 내려오는 것 만큼이나 행복한 행위입니다. 이렇게 깊은 눈을 헤치며 산을 올라가는 것은 산을 즐기는 또다른 방법입니다.

등산과 마찬가지로 힘들여 높게 오를수록 스키를 타고 내려갈 다운힐 코스가 길어집니다. 보다 깊은 파우더, 보다 긴 코스를 즐기기 위해서 몇 시간의 긴 등산을 마다하지 않아야 합니다. 날씨가 화창하고 따스할 때는 흥겨운 설원여행이 되기도 하지만 바람이 심하거나 날씨가 추울 땐 마치 히말라야를 등정하듯이 고생스럽기도 합니다. 휘슬러의 경우엔 해발 2,000m 이상의 고도에서 이루어지는 등산이므로 숨이 쉽게 차오릅니다.

이렇게 산을 오를때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란 노래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됩니다.

"묻지 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하지만 높이 오른만큼 이제 내려갈 시간이 되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깊이 빠지는 신설을 헤치고 자신만의 자욱을 남기며 내려가는 기쁨은 얼마나 큰 것인지. 특히 걸어서 올라온 만큼 더욱 다운힐의 한턴 한턴은 소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무릎이상 빠지는 파우더를 헤치며 달려 내려갑니다.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우~후!" 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깊은 눈에서의 스킹은 보기에는 쉬워보일지라도 실제론 상당히 어렵습니다. 스키가 무언가에 닿는 느낌이 오지 않고 구름 위에서 널뛰는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타이밍을 놓치거나 밸런스가 흐트러지면 깊은 눈 속에 내팽겨치기 일쑤입니다. 마치 물속에 빠진것처럼 허우적대야만 합니다.

하지만 정확한 타이밍을 찾으면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부드러운 힘에 의해 둥실둥실 떠내려가는 느낌을 만나게 된답니다. 자신이 스킹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자신의 뒤로 흘러지나가는 것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입니다.

이렇게 황홀한 스킹을 하고 내려온 후에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지나지 않은 버진 파우더이기에 자신만의 스킹 자욱이 그대로 남습니다. 그 자욱은 자신의 스킹 철학이고 자신을 나타내는 자신만의 싸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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