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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일본

일본 가나자와 - 문화, 예술, 전통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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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전통의 도시, 가나자와
가나자와는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지난 450년간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쟁은 물론, 대규모 지진의 피해를 입지 않아 교토에 이어 일본의 전통 문화, 옛모습이 잘 남아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게다가 에도시대 도쿠가와 막부에 버금가는 2번째로 큰 다이묘였던 마에다가(家)의 통치가 300년간 평화롭게 이어지면서 가나자와에서는 금박공예(일본에서 생산되는 금박의 99%를 차지한다)∙가가유젠(염색기법) 등과 같은 전통 공예, 다도∙노가쿠 등의 전통 문화는 물론 가가요리∙화과자와 같은 음식문화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풍요롭고 격조 높은 문화가 발달하였고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가나자와성 공원으로 이어지는 이시카와(石川)문

 

 

 

옛 정취에 흠뻑 빠져 걷는 길
교토에 기온이 있다면 가나자와에는 차야(찻집거리)가 있다. 에도시대 게이샤들의 춤과 연주를 술과 식사와 함께 즐기던 일종의 유흥가였던 차야는 히가시차야, 카즈에마치, 니시차야 3곳이 남아있는데 지금까지도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고풍스러운 목조가옥이 늘어선 골목길을 조용히 걷노라면 도시 생활의 번잡함은 다른 세상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히가시차야는 길 전체가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180년 전에 지어진 찻집 내부를 관람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옛 건물들을 살려 음식점, 다실, 기념품점으로 바뀐 곳들도 많아 가나자와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곳이다. 히가시차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카즈에마치도 비록 규모는 작지만 가나자와를 가로지르는 아사노가와 강변에 위치해 있는데다 좁다란 길을 따라 늘어선 벚나무 덕분에 벚꽃이 피는 4월 초중순경이면 특별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 외에도 가나자와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는 겐로쿠엔은 웅대한 임천회유식(林泉回遊式) 정원의 진수를 보여주는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로, 봄에는 매화와 벚꽃, 초여름엔 철쭉과 붓꽃, 가을엔 단풍, 겨울에는 눈 쌓인 유키즈리(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 특성상 눈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나뭇가지에 받침을 대는 것) 등 4계절의 자연미를 만끽할 수 있다.

 

 

 

옛 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웨딩 사진 촬영 스폿으로도 인기있는 히가시차야 벚꽃이 만개했을 때의 카즈에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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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자와의 가장 번화가인 고린보와 가타마치에서 한블럭만 들어가면 옛날 무사들이 살던 저택 터가 모여있는 나가마치가 나온다. 새로 복원된 곳들이 많지만 좁은 골목과 흙으로 만든 담, 예전에는 물자를 수송하거나 집안으로 끌어들여 정원수로도 사용했다는 흙담을 따라 흐르는 맑은 용수는 이곳이 과연 백화점과 상점들이 밀집한 번화가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진 곳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가나자와 시민의 부엌

280년의 기나긴 역사를 가진 오미쵸 시장은 가나자와 사람들의 식탁을 책임져 왔다. 동해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은 물론, 가나자와 지방 특산 야채, 신선한 과일에서부터 갓 튀겨낸 고로케나 군침 돌게 만드는 꼬치구이 등과 같은 간식거리, 상인들의 친근한 호객 소리로 가득 찬 활력 넘치는 시장을 걷는 것만으로도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모든 것을 만족시킨다. 특히 신선한 해산물이 잔뜩 올라간 카이센동(해산물덮밥)은 오미쵸 시장에 왔으면 꼭 맛보아야 할 별미.



오미쵸 시장이 가장 붐빌 때는 해산물이 가장 맛있어 진다는 겨울철. 동해에서 잡아 올린 게와 방어, 단새우는 일본에서도 특히 유명하다. 시장이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지는 오후 4시부터는 신선한 해산물이 반값으로 뚝 떨어지니 이때를 노려보는 것도 좋다.




장인 정신을 체험한다

가나자와에는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노포들이 수두룩 하다. 그 중에는 1600년대 창업해 대대로 화과자를 만들어 온 집도 있을 정도다. 가나자와에서는 오랜 세월 끊이지 않고 면면히 이어온 다양한 전통 문화, 전통 공예를 직접 느껴 볼 수 있다. 금박 공예관에 들러 금박을 만드는 공정을 알고 나면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고되고 끝없는 인내를 요구하는 힘든 그 공정에 금박을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노가쿠(能楽) 미술관이나 가가유젠 전통산업회관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하고 섬세한 그림이 특징인 가가유젠으로 염색된 기모노는 하나의 예술 작품과 다를 바 없다. 내용도 이해하기 어렵고 정적인 움직임과 단조로운 음악과 노랫소리에 지루하기 짝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무용, 극, 시,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현존 세계최고(最古)의 무대예술이라는 600년 역사의 노(能)를 관람해 보는 것은 일본 전통극을 접해보는 흔치 않은 기회다. 300여년간 가나자와를 지배해온 마에다가(家)의 사랑을 받은 덕분인지 노(能)는 유독 가나자와에서 잘 보존되고 현재까지 많은 팬을 유지하고 있다.



이도 저도 힘들다면 역시 먹는 것이 가장 쉽고 즐겁게 체험하는 방법. 가나자와는 교토, 마쓰에와 함께 일본 3대 과자 생산지로 꼽히는데 에도시대 마에다가(家)에서 다도를 장려하였기 때문에 다도에 빠뜨릴 수 없는 과자 산업도 함께 발달한 까닭이다. 가나자와 시내 곳곳에 유명 과자점의 점포가 있으며 가나자와역과 시내 주요 백화점 지하매장에 대표적인 화과자 가게들이 모여있어 쉽게 맛보고 선물로 사갈 수도 있다.

 

 

노가쿠 미술관에 전시된 아름다운 복장

 

 

 

미래로 이어지는 문화∙예술 도시로서의 자부심
가나자와의 예술과 문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단지 전통적인 것을 보존하고 지켜나가는 데에 있지 않다. 종전의 미술관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미술관으로 전시품은 만지거나 앉아보는 등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들로 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무료로 개방된 공간들도 많다. 또한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구역의 경우 밤10시까지 개방해 시민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예술을 접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어 주고 있는 등 가나자와 시민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열려있는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가나자와는 유네스코 창조도시로도 선정된 곳이다. 메이지유신 때까지만 해도 일본 5대도시중 하나였던 가나자와는 이후 산업 중심의 근대화 흐름 속에서 밀려났지만 미래 성장 동력을 산업이 아닌 문화 예술분야에서 찾아 성공하였다. 이는 가나자와의 문화적 전통을 바탕으로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나자와는 하루 정도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한 도시이기는 하지만 가나자와의 정취와 문화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3일 정도는 필요하다.


가는 길
고마츠 공항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대한항공이 월∙수∙금∙일에 각 1편씩을 운행하고 있으며 고마츠 공항까지는 약 1시간 40분이 걸린다. 고마츠 공항에서 가나자와까지는 버스를 이용하며 약 4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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