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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일본

일본 야쿠시마 : 오늘, 나는 자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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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드는 빛은 온통 녹색, 귀에 닿는 음향은 옅은 빗소리뿐… 
사슴과 원숭이는 피하지도 않아

야쿠시마에서 만난 사슴, 야쿠시카(屋久鹿).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야쿠시마 사슴에게 작은 인형은 그저 호기심의 대상이다. 사슴의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오히려 놀란 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야쿠시마에서 만난 사슴, 야쿠시카(屋久鹿).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야쿠시마 사슴에게 작은 인형은 그저 호기심의 대상이다. 사슴의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오히려 놀란 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 여행박사 제공

야쿠시마(屋久島)의 천연림에 한 발짝 들어서는 순간 눈에 비치는 모든 세상이 녹색으로 물든다. 숲 속의 모래·돌·나무 등 모든 생태계는 푸른 이끼와 양치식물에 뒤덮여 있다. 인간의 흔적이 지워진, 태곳적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야쿠시마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에 속한 야쿠시마는 가로 28㎞, 세로 24㎞, 둘레 130㎞ 정도 크기의 주먹 모양 섬이다. 제주도 약 4분의 1 넓이(약 500㎢)인 작은 섬인데도,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봉우리가 8개나 되는 데다 자연경관이 수려해 '해상의 알프스'로 불리는 명소다.

야쿠시마의 주인은 인간 아닌 자연이다. 거주민이 1만을 갓 넘는 섬에 사슴과 원숭이가 각각 2만 마리씩 산다. 섬의 동물들은 사람 다니는 길에 예사로 나타날 뿐 아니라, 다가오는 인간 무리를 피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들의 생활 터전인 삼나무 숲 역시 야쿠시마를 대표하는 명물이다. 야쿠시마에서는 삼나무 수령(樹齡)이 1000년 미만이면 '작은 삼나무(小杉)'라 부르며 연소자(年少者)로 취급한다. 16세기부터 시작된 벌채로 상당수 나무가 베어졌음에도, 아직도 수천년을 살아온 삼나무가 숲을 가득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1970년부터 삼나무를 베는 것이 금지되며, 야쿠시마의 삼림은 사람 없던 원시림(原始林) 시절 모습을 거의 완전히 되찾은 지 오래다. 그 결과 야쿠시마는 지난 1993년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몇백 년 몇천 년을 살아온 나무들 사이로 걸음을 옮긴다. 야쿠시마 트레킹에서는 원시림 가운데를 걷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몇백 년 몇천 년을 살아온 나무들 사이로 걸음을 옮긴다. 야쿠시마 트레킹에서는 원시림 가운데를 걷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 여행박사 제공
야쿠시마의 숲에 허락된 인공은 단 하나, 좁다란 길을 따라 놓인 폭 60㎝ 정도의 단선 협궤(狹軌) 철로다. 과거 자른 삼나무를 실어 나르는 수레가 지나던 길로, 몇 남지 않은 벌목의 흔적이다. 철로는 가느다란 혈관처럼 수해(樹海)를 파고든다. 어린이 보폭 정도로 벌어진 침목(枕木)을 등산로 삼아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눈에 드는 빛은 온통 녹색이며 귀에 닿는 음향은 엷은 빗소리뿐이다. 야쿠시마에는 언제나 비가 내린다. 일본의 여류 작가 하야시 후미코(林芙美子)는 야쿠시마를 배경으로 한 장편 소설 '뜬구름(浮雲)'에서 '한 달에 36일은 비가 내린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영화 ‘원령공주’의 한 장면영화 ‘원령공주’의 한 장면.
빗줄기는 숲의 정경에 부드러운 흙 냄새를 더해 한층 분위기를 돋운다. 잎사귀를 울리는 빗소리는 모든 소음을 삼키며 숲을 한층 더 고요하게 해 준다. 만물의 기척이 사라진 숲에는 약동(躍動)하는 대자연의 생명력만이 남는다. 꺾인 나무 그루터기 위에 새 나무가 돋고, 넘어진 삼나무 줄기에서 다시 뻗어난 가지가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광경이 걷는 내내 길 좌우로 펼쳐진다.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가 야쿠시마 자연의 역동성과 신비로움에서 영감을 얻어 인간과 자연의 대결을 그린 역작 '원령공주(정식 발매명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姬)'를 제작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철길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山行)이 시작된다. 돌과 이끼를 딛고 나무뿌리를 넘어 걷다 보면, 기원전에 태어나 2500년 넘게 살아온 대왕 삼나무(大王杉)와 윌슨 그루터기가 오는 이를 반긴다. 세 삼나무가 거듭 겹쳐 자란 산다이스기(三代杉), 두 나무가 한 가지로 연리지(連理枝)를 이룬 부부 삼나무(夫婦杉)도 지친 다리를 쉬어가며 감상할 만한 볼거리다.

(왼)얽히고설켜 있는 나무뿌리 위로 녹색 이끼가 뒤덮인 나무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녹색의 향연이 벌어지는 야쿠시마는 그 자체로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오)철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해 30분 정도면 윌슨그루터기(ウィルソン株)를 만나게 된다. 그루터기 안에 서서 하늘을 잘 바라보면 하트 모양이 나타난다. (왼)얽히고설켜 있는 나무뿌리 위로 녹색 이끼가 뒤덮인 나무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녹색의 향연이 벌어지는 야쿠시마는 그 자체로 신비로움이 가득하다. (오)철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해 30분 정도면 윌슨그루터기(ウィルソン株)를 만나게 된다. 그루터기 안에 서서 하늘을 잘 바라보면 하트 모양이 나타난다. / 여행박사 제공
압권은 13명이 손을 맞잡고 둘러싸야 밑동을 다 감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야쿠시마를 대표하는 삼나무 죠몬스기(繩文杉)다. 죠몬스기의 추정 수령은 2600년부터 7200년까지 분분하다. 그러나 이 25.3m 높이 노목(老木)은 그를 올려다보는 어떤 이보다도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만은 분명하다. 수천년 풍파를 굳건히 버텨온 고목(古木)의 연륜과 생명력은 가히 압도적이다.

산행만이 야쿠시마 관광의 전부는 아니다. 자동차에 몸을 싣고서 산 중턱까지 오르면 해발 1000~1300m 지점에서 자연 삼나무 휴양림인 야쿠스기랜드를 만날 수 있다. 야쿠스기랜드에서는 30·50·80·150분 길이로 구성된 4가지 코스 중 하나를 택해 삼나무와 돌·냇물·이끼가 어우러진 숲을 거닐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수령 3000년에 달하는 높이 19.5m·둘레 8.1m 크기의 기원 삼나무(紀元杉)도 차량으로 찾아갈 수 있는 명물 중 하나다. 야쿠시마 여행을 마무리할 장소로는 '삼나무 박물관'인 야쿠스기자연관이 적당하다. 자연관에서는 야쿠시마에 자생하는 삼나무의 생태와 역사를 소개하며, 삼나무 표본이나 공예품 등도 볼 수 있다.

여행 수첩
여행 수첩

여행박사는 두 종류의 야쿠시마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두 상품의 출발지는 각각 서울과 부산이다. 서울 출발 코스는 2박 3일 일정으로 출발일은 6월 26일부터 8월 28일까지 매주 금요일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출발하며, 상품에는 왕복 항공권과 현지 교통편·숙소·야쿠시마 안내책자가 포함돼 있다. 가격은 77만원이다. 부산 출발 코스는 4박 5일 일정으로 6월 2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예약 가능하다. 부산에서 야쿠시마까지 뉴 카멜리아 여객선을 타고 왕복하며 현지 교통편·숙소·자유여행 가이드 안내서를 포함하는 상품이다. 가격은 67만6000원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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