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야생 돌고래와 화산을 함께 만나는 일은 신비롭다. 일본 규슈(큐슈) 서쪽의 아마쿠사(天草) 제도와 운젠(雲仙)은 한국에는 다소 낯선 땅이다. 시마바라(島原) 반도의 남쪽 바다는 돌고래가 뛰노는 어촌마을 풍경이고, 북쪽으로 향하면 산자락에 기댄 화산지역이다. |
일본 아마쿠사 제도에서는 야생 돌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을 어촌마을 앞에서 목격할 수 있다.
야생 돌고래가 뛰노는 어촌마을
요동치는 것들에는 ‘쉼표’가 없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짜릿함으로 따지면 구마모토현(熊本縣)의 아마쿠사 제도가 생경하다. 일본에 뭐 이런 곳이 있었나 싶다. 120개의 섬으로 이뤄진 아마쿠사 해변은 오니이케항(鬼池港)을 벗어나 10분만 바다로 나서면 돌고래가 뛰논다. 도미오카(토미오카, 富岡) 등 어촌마을 앞바다는 야생 돌고래의 세상이다. 배가 다가서도 아랑곳 않고, 배가 멀어지면 오히려 수십 마리의 돌고래가 뒤따라 온다.
코 앞에서 야생 돌고래가 자맥질을 하는 풍경을 보는 것은 경이롭다. 돌고래들은 손에 닿을 듯 바로 갑판 옆에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일본에서 1년 내내 야생 ‘돌고래 와칭’을 할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다. 조류와 해저지형의 영향으로 먹이가 풍부한 츠지시마 섬 인근에는 300여 마리의 돌고래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드미컬하게 물보라를 튕겨 내던 돌고래들은 ‘끼익 끼익’하는 자신들만의 소리를 내지르기도 한다. 돌고래 구경 뒤에는 이 지역 특산물인 해산물 덮밥으로 배를 채우는 호사스러움이 곁들여진다.
대표적인 돌고래의 서식지인 아마쿠사의 역동적인 모습은 인근 어촌마을들의 단아한 풍경으로 이어진다. 아마쿠사 제도 일대는 일본에서도 가장 석양이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아담한 호텔들이 어촌마을 앞에 한적하게 위치해 있고 마을에서는 민박을 받기도 한다. 천연기념물인 묘켄우라(妙見浦) 바위가 들어선 해안절경은 일본의 아름다운 석양 100선에 이름을 올린 곳이기도 하다. 족탕을 할 수 있는 작은 온천들도 마을 골목에 자리잡고 있다.
아마쿠사는 본래 일본 내에서는 특이한 역사로 알려진 섬이다 이 마을들은 그리스도교가 낯선 일본에서 천주교 전파의 시발점이 된 고장 중 하나다. 마을을 지나다 보면 옛 교회가 들어선 이국적인 풍경이다. 그 중 오에(大江)의 나지막한 언덕에 세워진 로마네스크 양식의 오에 성당(오에텐슈도, 大江天主堂)이나 어촌 마을에 위치한 샤키츠 성당(사키쓰텐슈도, 崎津天主堂 )이 인상적이다. 이곳 농민의 난을 이끌었던 16세 소년 아마쿠사 시로의 동상이 곳곳에 세워져 있는 모습도 독특하다. | |
지옥온천의 산책로. 나무데크 옆으로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
해변온천인 오바마 마을 온천은 족욕탕의 길이가 105m나 된다. |
화산과 지옥온천의 흔적이 서린 땅
아마쿠사 제도는 규슈와 연결되는 5개의 다리가 놓인 뒤로는 육로를 통해서도 구마모토시 방향으로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루트는 바다 건너 운젠으로 향하는 길이다. 시마바라 반도의 구치노츠항(口之津港)까지는 오니이케항에서 페리로 30분이면 닿는다. 운젠 지역은 화산에 얽힌 시린 과거와 흥미로운 온천 체험이 어우러진 곳이다.
운젠 지역의 묘미는 화산의 흔적을 음미하고 그 뜨거운 땅에 몸을 눕히는 것이다. 운젠은 산자락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운젠지옥으로 유명한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나무데크 길을 따라 지옥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이 길을 야간에 이동하는 야간투어도 진행되는데 밤이면 눈보다 코와 귀가 먼저 반응을 한다.
운젠지역은 예전 후겐산(普賢岳)의 화산분출로 용암이 바다까지 흘러내리는 재앙을 겪기도 했다. 예전 피해마을을 고스란히 보존한 ‘미즈나시혼진 후카에(みずなし本陣ふかえ)’가 남아 있고 운젠다케 재해기념관도 세워져 옛 아픔을 곱씹고 있다.
화산이 재앙이라면 온천은 선물이다. 운젠 지옥(운젠 지고쿠, 雲仙地獄) 일대에는 유황온천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이 일대는 1930년대 일본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던 사연을 지닌 곳이다. 해안가에는 특이하게 미국 대통령 오바마와 이름이 같은 오바마 마을 온천도 있다. 105m로 최장길이를 자랑하는 해변가 족욕탕에는 애완견 전용탕이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수건도 제공하는 재미있고 낯선 풍경들이다.
가는 길 아마쿠사에 공항이 있으나 한국에서 직항편은 없다. 운젠에서는 나가사키 공항이, 아마쿠사에서는 구마모토 공항이 가깝다. 시마바라 반도에서 아마쿠사까지는 페리가 수시로 왕복 운항한다. 항공, 현지교통 및 숙박은 일본 규슈 관광기구(한국어지원)를 통해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규슈 서부는 한국보다는 기온이 따뜻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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