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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일본

일본 훗카이도 : 새벽 산 올라 '구름바다'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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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

곤돌라를 타러 가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운카이 테라스’로 올라가도 사람들이 빼곡하다. 새벽 4시에 말이다. 일망무제(一望無際·아득히 멀어 가리는 게 없음)의 하늘 속에서 우리는 몇 개의 점이 되었다.
곤돌라를 타러 가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운카이 테라스’로 올라가도 사람들이 빼곡하다. 새벽 4시에 말이다. 일망무제(一望無際·아득히 멀어 가리는 게 없음)의 하늘 속에서 우리는 몇 개의 점이 되었다. / 호시노 리조트 토마무 한국사무소 제공

'북국(北國)의 젖소들이 눈 위를 산책하는 광경을 상상한다'고 쓴 적이 있다. 여름이었고, 뜨거웠다. 그 계절 나의 소원은 땀을 흘리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절실했다. 열기에 갇힌 채로 상상했던 것이다. 눈과 삼나무와 젖소와 북국과 고립과 따뜻함에 대하여. 내가 상상하는 북국은 그런 곳이었다. 뾰족하지만 부드러운 나무가 있고, 고립되어 있으나 고독하지 않고, 연인의 키만큼 눈이 쌓이나 춥지 않은 곳. 형용 모순의 세계다. 고백하건대 그때 나의 북국은 홋카이도였다. 북해도(北海道)라고 부르기도 하는 곳. 그곳은 가장 가까이 있는 세상의 끝이었다. 하지만 세상의 끝답게 손을 뻗으면 사라져버리는 '다다를 수 없는 나라'.

"홋카이도에 가지 않을래요?"라는 말은 그래서 비현실적이었다. 많고 많은 곳 중에 홋카이도라니. 나는 북국에 대한 공상을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복잡한 기분이었다. 말하자면 이런, 그리워했던 누군가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로 가면서 그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기분이랄까. 누구보다도 보고 싶기 때문에 볼 수 없는 사람 같은 것. 하지만, 간다고 해버렸다. 늘 그렇듯이 여행 가방을 싸면서 후회한다.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을 것 같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없을 것 같다. 세 시간도 안 걸려 신치토세공항에 도착한다. 활주로에 초록이 가득하다. 방음림(防音林)인가? 여름 홋카이도다.

시간은 느릿하게 흐른다. 규정 속도가 50㎞인 2차선 도로를 운전사는 40㎞의 속도로 지나간다. 차도 별로 없고, 경적을 울리는 사람도 없다. 도로 위 공중에 붉은 화살표가 일정한 간격으로 매달려 있다. 겨울을 위한 거라고 했다. 이 거대한 섬의 겨울에는 제설차가 밀어낸 눈이 도로의 선을 잠식해버린다. 도리 없다. 붉은 화살표는 '여기가 차도입니다'라는 안내다. 앞과 뒤와 왼쪽과 오른쪽 모두 초록이다. 산은 높지만 둥글고, 둥글기 때문에 높아 보이지 않는다. 산이라기보다는 두꺼운 초록 융단이 허공에 깔려 있는 것 같다. 북반구의 냉기가 벼린 침엽수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침엽수(針葉樹)지만, 에조마츠는 끝이 둥근 바늘을 달고 있었다.
침엽수(針葉樹)지만, 에조마츠는 끝이 둥근 바늘을 달고 있었다.
부드러운 침엽수가 있었다. 에조마쓰. 일본 소나무다. 홋카이도에만 있는 것들에는 '에조(蝦夷)'를 붙인다고. 홋카이도 사슴은 에조시카, 홋카이도 불곰은 에조히구마다. 홋카이도의 옛 이름은 에조치. 에조는 '아이누'라는 뜻. 홋카이도는 오래도록 아이누의 땅이었다. 이 나무의 다른 이름은 가문비나무. 검은 껍질을 가졌다고 '검은 피(皮)'로 불리다 시간이 흘러 가문비가 된 것이다. 최고급 악기를 만드는 데 쓰이는 목재라고 들었던 바로 그 나무였다. 이 나무의 잎은 자랄수록 아래를 향한다. 잎의 끝도 둥글어서 찔려도 아프지 않다. 그래서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뾰족하지만 부드러운 침엽수가 되는 것이다. 사면은 이 나무들로 빽빽했다. 그리고 후키. 에조마쓰가 있는 곳에는 후키가 있었다. 여러 사람에게 물어 이름을 알았다. 둥근 쟁반 같은 잎을 가진 키 큰 식물이다. 머위란다. 거인만 하게 자라 숲을 호위하고 있는 저게 머위라니. 숲 안의 호수에서 낚시를 했다. 정확히 말하면 낚시꾼들이 낚는 모습을 지켜봤다. 미끼는 호사스럽게도 연어알. 가까이서 보니 공갈 연어알이다. 아무도 아무것도 낚지 못한다. 정적을 깬 소란. "우와, 탱이다."(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이렇습니다.) 길고 굵은 줄무늬 꼬리를 가진 너구리를 닮은 짐승이 호수를 횡단하고 있었다. 탱, 담비였다. 침엽수림에만 서식한다는 담비는 수영도 잘했다.

마지막 날 곤돌라를 타고 토마무산에 올랐다. 새벽에만 형성된다는 구름바다를 보기 위해서. 헉헉대며 두 발로도 산을 오른다. 구름 위에서 요가를 하기 위함이었다. 뾰족해 보이는 잎들이 찌르지만 아프지 않다. 삿포로에서 왔다는 잘생긴 요기는 폴라포리스로 된 노스페이스 겹옷을 입고 있었는데, 묘하게 이국적이었다. 비탈진 산등성이에 서서 그의 숨을 좇는다. 새와 나뭇가지가 바람을 데려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요기가 말했다. "숲에게로 되돌려 주세요." 들숨보다 날숨을 길게 쉬었다. 눈을 뜨니 구름으로 뒤덮인 홋카이도 그린이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니 새벽 다섯 시였다.

토마무 산 정상 표지판
날씨 가늠할 수 없는 땅이다. 높고도 넓다. 위도와 땅덩이 얘기다. 이 섬의 북쪽 끝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보다 더 북반구에 가깝고, 전체 면적은 남한과 비교될 만큼 광대하다. 새벽 4시면 하늘이 환해지고, 오래도록 낮이다. 홋카이도의 여름은 해가 지지 않는다. 내 느낌은 그랬다. 새벽 4시에도 선글라스를 써야 할 것처럼 환하다. 생각만큼 서늘하지는 않다. 아무리 ‘북해도’라고 해도 여름은 여름인 것이다. 습도가 낮아 확실히 쾌적하다.

교통 인천공항에서 홋카이도로 가는 직항이 있다. 인천부터 신치토세까지 세 시간이 안 걸린다. 기내식과 차를 서빙 받다 보면 도착해 있다. 유후쓰군 시무캇푸무라에 머물렀다. 북으로는 후라노와 비에이, 서쪽으로는 삿포로, 동쪽으로는 도카치, 남쪽으로는 쓰가루 해협이 흐른다. 다자이 오사무가 쓴 ‘쓰가루’가 그 쓰가루다.

숙소 숙소는 토마무 리조트. 토마무라는 이름의 신령스러운 산에 둘러싸인 곳이다. 토마무는 ‘늪지대’라는 뜻의 아이누어.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 ‘물의 교회’가 리조트 안에 있다. 이 지역에는 여름에 구름바다가 생성되는데, 곤돌라로 ‘운카이(雲海) 테라스’라는 곳에 오르면 구름 사이를 걸을 수 있다. www.tomamuresort.co.kr 토마무리조트 서울사무소 (02)752 6262

음식 북해도에 가면 연어와 털게, 농산물과 유제품을 먹으라고 들었다. 옥수수와 감자, 깍지콩, 아스파라거스를 끼니마다 거르지 않고 먹었다. 홋카이도의 유제품도 명성대로였다. 버터와 요구르트, 치즈가 맛있다. 후라노산 화이트 와인도 좋다.

볼거리 라벤더 농장으로 유명한 후라노까지는 차로 한 시간쯤 걸린다. 아기자기하고 인공적인 느낌. 오고 가는 길에 스치며 본 비에이가 더 인상적이었다. 자연이 만든 운율이 있었다. www.furano.ne.jp/kankou

한 시간을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아사히카와에 닿는다. 홋카이도에서 삿포로 다음으로 큰 제 2의 도시라고. 아사히야마동물원에 가기 위해서였다. 아사히산(‘야마’로 발음한다)에 있어서 아사히야마다. 산에 있는 동물원은 처음이었다. 펭귄들이 눈 위를 산책하는 광경으로 유명해진 동물원이다. 여름의 펭귄은 권태로워 보였다. www.city.asahikawa.hokkaido.jp/asahiyamazoo

[그래픽] 일본 홋카이도 주요 관광지 위치도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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