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에 비낀 바다는 쪽빛이다. 빛바랜 열차 안에는 세련된 프랑스어가 빠르게 흐른다. 1년 중 300일가량 햇살이 비친다는 리비에라의 지중해는 강렬하다. 니스, 칸을 품은 코트다쥐르 지방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의 대표적인 휴양지이다. 그 도시들에 반해 샤갈, 마티스가 여생을 보냈고, 해마다 5월이면 전 세계 스타들이 영화제가 열리는 칸(칸느, Cannes)으로 모여든다. 열차에서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가슴은 빠르게 요동친다. 니스, 칸은 여행자들에게는 ‘본능의 도시’다.

니스의 해변은 운치 있는 호텔들과 여유로운 산책을 하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사색의 해변 '프롬나드 데 장글레'

본능은 테제베(TGV)보다 빠르게 전이된다. 파리를 두세 번 배회할 때쯤이면 니스, 칸은 또 다른 열망이 되고 마음은 벌써 코트다쥐르행 열차에 실려 있다. 니스역에서 해변이 가까운 것은 그래서 고맙다. 새로 생긴 매끈한 트램과 다운타운을 채운 가게들도 성급한 마음을 다독이지는 못한다.

골목을 달려 마주친 니스의 바다는 아득하다. 빼곡히 도열한 낮은 건물들의 꼬리와 파도의 포말이 수평선까지 맞닿아 있다. 이 해변을 사람들은 애완견을 끌고 더딘 산책으로 걷고, 자전거를 끌고 여유롭게 지난다. '프롬나드 데 장글레(Promenade des Anglais)'. 프랑스 남동쪽 끝 해변의 이름이 '영국인의 산책로'다. 예전 영국 왕족이 길을 가꾸고, 100여 세대의 영국인이 이곳에 정착해 살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먼 영국에서도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니스의 해변은 휴양을 위한 안식처였다.

봄의 문턱을 넘어섰을 뿐인데 해변은 햇살에 몸을 맡긴 이방인들로 채워진다. 파리의 골목에서 오랜 건물을 응시하며 카페를 메우던 파리지앵들의 단상과는 또 다르다. 이들은 해변 위 의자에 나란히 몸을 기댄 채 햇살에 부서지는 코발트블루의 바다를 본다. 그리고 바다만큼 깊은 상념에 젖는다.

영국인의 산책로인 ‘프롬나드 데 장글레’

니스 구시가 골목골목에서 향기로운 카페들을 만날 수 있다.


해변의 유혹에서 헤어날 쯤이면 니스가 간직한 다른 매력들에 시선이 담긴다. 니스의 구시가는 해변과 맞닿아 있다. 구시가 살레야 광장(Cours Saleya)에는 꽃시장과 벼룩시장이 들어서고, 골목마다 앙증맞은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낯선 가게에서 기울인 커피 한잔에는 바다향과 퀴퀴한 건물향이 녹아들어 있다. 힘겹게 오른 구시가 꼭대기의 콜린성(La Colline du Château) 공원은 니스 최고의 전망으로 화답한다.

니스는 발걸음을 뗄수록 다채롭다. 구시가와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장 메드생 거리(Avenue Jean Médecin)는 지척거리다. 분수와 높게 솟은 동상이 인상적인 마세나 광장(Place Masséna)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니스의 중심이자 경계가 된다. 마세나 광장은 매년 니스 카니발이 열리는 화려한 공간이다. 샤갈, 마티스의 흔적도 도시에 묻어난다. 해변 대신 고즈넉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미술관에 서면 그들이 이 도시에 머물며 느꼈을 상념이 전해진다. 마티스는 ‘모든 게 거짓말 같고 참지 못할 정도로 매혹적이다'며 니스를 묘사하기도 했다.



스타들의 숨결이 담긴 ‘욕망의 칸’

니스에서 칸으로 이동하면 호흡은 더욱 빨라진다. 니스에서 칸까지는 열차로 불과 30분. 칸은 영화제의 도시답게 기차역부터 이질적이다. 플랫폼에는 영화 포스터들이 즐비하게 붙어 있고, 최초로 영화를 만든 뤼미에르 형제의 대형 사진도 그려져 있다. 임권택, 전도연, 박찬욱 등 한국 영화인들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칸은 어느새 친숙한 도시가 됐다.

영화관련 각종 포스터가 붙어 있는 칸역.

칸의 도심을 오가는 꼬마 열차.

칸의 도로에는 영화제의 상징인 종려나무가 늘어서 있어 운치를 더한다. 가로수들은 붉은 꽃들로 단장 됐고 그 아래로 꼬마열차가 지난다. 부티크 숍들로 채워진 바닷가 크루아제트 거리는 니스의 해변보다는 북적임이 강하다. 그 해변 끝에 들어선 국제회의장에는 레드카펫이 깔려 있어 감정이입을 부추긴다. 이방인들은 과한 포즈와 길 한편에서 유명스타들의 핸드프린팅을 찾는 것으로 욕망을 대신한다. 칸에서는 쉐케르 전망대에 오르거나 생트 마르그리트 섬(Île Sainte-Marguerite)으로 향하는 유람선에 기대 숨 가쁜 도시의 정취를 여유롭게 음미할 수도 있다.



가는 길
프랑스 파리를 경유하는 게 일반적이다. 파리에서 니스까지 테제베(TGV)로 5~6시간이 소요된다. 니스에서 칸은 열차가 수시로 오간다. 칸 보다 니스지역의 숙소나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니스역 인근에 숙소를 마련하고 칸까지 당일치기 투어를 하는 게 편리하다. 프랑스 관광청을 통해 다양한 현지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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