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성]에서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를 가다

홍콩영화 팬들에게 성지로 사랑받는 빅토리아 피크는 수많은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다. 또한, 홍콩 최고의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확실히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다들 비슷한 데가 있다. 수많은 홍콩 영화의 장면으로 이곳을 접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더라도 이곳의 풍광 앞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홍콩이 자랑하는 야경이 바로 여기 있다. 센트럴의 남쪽에 있는 타이핑산의 정상. 빅토리아 피크는 홍콩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홍콩섬은 물론이요, 침사추이의 야경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유리의 성]에서 여명과 서기는 이곳에서 사랑을 확인한다. [성월동화]에서 장국영과 다카코 도키와가 찾아왔던 곳이기도 하다. [영웅본색]과 [도신]에서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빠뜨리지 않는다. [금지옥엽]에서 장국영과 원영의는 이곳에 있는 레스토랑 ‘카페 데코’에 마주 앉는다. [메이드 인 홍콩]에서 이찬삼이 반대파의 두목을 총으로 쏜 후 뛰어내려 가는 계단은 피크 트램 레일을 따라 나 있다. 빅토리아 피크로 올라가는 피크 트램은 홍콩의 또 다른 명물이다. 45도 급경사의 길 373m를 매달리듯 오르는 피크트램의 역사는 무려 100년이 넘지만, 안전성에 있어서는 믿을 만하다고.

 

 

[중경삼림]에서 청킹맨션(Chungking Mansion)을 보다

왕가위 감독의 팬에게, 홍콩의 이미지는 ‘청킹맨션’이다. 금발 가발을 쓴 임청하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곳. 그러다 금성무와 만나 피곤한 머리를 가누며 술 한 잔 하는 곳. 그 시간에 어디에선가 살인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그런 곳. 이곳의 분위기를 좋아한 왕가위감독은 [중경삼림]과 [타락천사]를 이곳에서 찍었다.


[중경삼림]은 [동사서독] 후반작업을 하던 중에 찍은 작품이다. 부담없이, 재미있자고 심심풀이로 2주 만에 만든 작품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영화를 찍을 당시 청킹맨션에서 촬영허가를 받지 못한 왕가위 감독은 게릴라 방식으로 촬영을 감행했는데, 그 덕분인지 청킹맨션은 특유의 음험한 분위기를 영화 속에 잘 살릴 수 있었다.


처음 지어진 당시에는 부유층과 스타들이 살던 고급아파트였다는 청킹맨션은 지금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위층의 닭장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싼 값에 묵으며 아래층 가게들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소란스럽고 낡은 건물로 전락했다. 심심찮게 토막살인사건과 실종자들의 소문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곳은, 여전히 ‘홍콩영화 같은’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이들의 순례지가 되고 있다.


청킹맨션은 지금도 음습하고 활발하다.

 

 

[희극지왕]에서 섹오(Shek O) 해변에 가다

[희극지왕]에는 무명시절 주성치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매니악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주성치의 [희극지왕]. 웃다 보면 어느새 울게 되는 이 영화의 배경이 된 한적한 바닷가가 바로 ‘섹오 해변’이다. 장백지의 큰 키에 맞춰 키스하기 위해 애쓰던 주성치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이곳은 영화 속에서도 한적했지만 지금도 복잡한 대도시 홍콩에서의 피곤을 풀기에 적합한 한가로운 바닷가로 사랑받고 있다.


두 사람이 연극연습을 하던 낡은 단층건물, 식당 등을 찾아볼 수 있어 주성치 팬들에게는 반드시 가보아야 할 곳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많은 홍콩스타들의 화보와 뮤직비디오가 촬영된 배경이기도 하다. 


광둥어로 ‘섹’은 바위를, ‘오’는 해변을 의미한다고 하지만, 기암괴석이 즐비한 경치를 상상하면 안 될 듯. 홍콩인들이 사랑하는 바비큐 파티가 벌어지는 한 켠에는 서핑하는 사람들, 햇볕 쬐는 사람들이 제각각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홍콩에서 찾아가기에는 교통이 불편하지만 한번 가면 후회하지 않을 곳이라고.

 

 

장국영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홍콩(Mandarin Oriental Hotel, Hong Kong)을 보다

홍콩영화의 아이콘으로, 영화보다 더 극적으로 살다 간 장국영. 그가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한 곳이 바로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이다. 죽기 전 그곳의 스위트룸에서 지내던 장국영은 2003년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이곳 24층에서 몸을 던졌다.


그의 죽음이 사람들에게 미친 충격은 대단했다. 사망보도 9시간 만에 홍콩에서 여섯 명의 팬이 모방자살을 했을 정도였다. 그가 죽은 뒤로도 수많은 이들의 애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7주기를 맞는 올해에도 추모기간인 3월 20일부터 4월 6일까지 다양한 행사들이 열렸다.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앞에 헌화대도 마련되었다. 장국영의 마지막 연인이었던 당학덩이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은 끝이 있지만 우리의 사랑은 끝이 없다”는 추모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콩의 5성급 호텔인 이곳은 1963년 처음 지어졌던 당시 그 사치스러움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아시아 최고의 호텔로서 케이트 모스, 케빈 코스트너, 톰 크루즈, 브루나이 국왕, 다이애나 왕세자빈, 리처드 닉슨 등 유명한 인사들이 홍콩에 방문하며 묵는 숙소로 사랑받고 있다.

 

 

[첨밀밀]에서 캔톤로드(Canton Road)를 보다

캔톤로드는 홍콩의 중심가이다. 호화로운 쇼핑몰과 사무실 건물들, 독특한 식당들이 즐비한 이곳은 그러나 가장 ‘촌스러운’ 남녀 덕분에 사람들의 뇌리에 남았다.


[첨밀밀]. 1986년 3월. 돈을 벌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무작정 상경한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 남자, 여명은 어리숙하고 여자, 장만옥은 영악했지만 그들의 삶은 결국 고만고만, 홍콩에서의 정신 없는 삶에 휩쓸려 버리고 만다.


그들이 닭 배달하는 짐자전거를 타고 캔톤로드를 등려군의 노래를 들으며 가로지르는 장면은, 그러나 낭만적이다. 구룡에서 가장 화려하고 번화한 거리. 거대한 쇼핑몰인 하버시티를 따라 나 있을 뿐 아니라 구찌, 샤넬, 루이뷔통 등 온갖 명품샵들이 자리하고 있는 호화찬란한 캔톤로드는 그들에게 꿈의 장소이자, 또 생활의 장소이기도 했다. 그것은 홍콩의 모습 자체이기도 하다. 옛날과 현재가 섞여있고, 부와 빈곤이 섞여 있으며, 꿈과 현실이 섞여 있는 곳. 그 한가운데를 유유히 지나가는 자전거의 모습은 그러므로 모든 이들에게 인상적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캔톤로드는 쇼핑의 거리로 유명하다.

 

 

[툼레이더]에서 IFC(International Finace Center) 타워에 가다

홍콩의 야경을 만드는 고층건물들


홍콩의 멋진 풍경을 완성하는 것은 고층빌딩.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빌딩이 만들어내는 야경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지만, 낮에 봐도 위용이 대단하다. 그중에서도 [툼레이더]에서 안젤리나 졸리가 꼭대기에서 아슬아슬하게 공중낙하하던 빌딩이 바로 IFC. 


오피스 빌딩인 One IFC와 Two IFC를 합쳐 IFC 라고 부르는데, 그중에서도 2003년에 완공된 Two IFC가 유명하다. 88층, 420미터 높이의 초고층 빌딩은 홍콩섬 스카이라인의 한 꼭지점을 이루며 홍콩을 대표하고 있다. [다크나이트]에서도 이 빌딩이 찬조출연한다.

 
세사르 펠리가 건축한 이 빌딩은 다양한 브랜드샵과 레스토랑으로 가득 차 있는 쇼핑가로도 유명하다. 쇼핑몰에서는 정작 이 건물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뿐.

 

 

[천장지구]에서 세인트 마가렛 교회(St. Margaret's church)에 가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상징 같았던 영화, [천장지구]. 창녀촌에서 자라나 내일 따윈 없다는 듯 살아온 폭력배 유덕화와 부유한 여대생 오천련은 외진 성당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린다. 오천련이 입고 있는 웨딩드레스는 유덕화가 절박한 마음으로 쇼윈도우를 깨서 마련한 것이다. 이들 둘은 행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정해진 수순처럼, 웨딩드레스는 피에 젖고 둘은 끝끝내 서로에게 가지 못한다.


홍콩영화에서는 비둘기와 함께 성당이 자주 등장한다. [첩혈쌍웅]에서도 성당이 중요한 장면으로 나오는데, 이 성당은 가상의 성당을 세트촬영한 것이다. [천장지구]에서 이들이 결혼식을 올리는 세인트 마가렛 교회는 홍콩섬의 고급 주거지에 위치한 성당으로, 성녀 마가렛(St. Margaret Mary Alacoque)을 기리는 아시아 최초의 교회이다. 1925년에 세워졌으며, 입구에 성 피터와 성 폴의 동상이 나란히 서 있다.


 

홍콩영화에서 성당은 언제나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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