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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발리 : 다시 만난 발리 새로운 놀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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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붓에서 북쪽으로 30분을 달려 만날 수 있는 뜨갈랑랑의 계단식 논. 발리의 자연은 풍요롭다.


발리는 허니무너의 여행지이기 이전에 서퍼들의 메카였다. 거센 파도가 빚어낸 해안 절벽과 풍요로운 논길, 독특한 전통문화 그리고 국제적인 라이프스타일까지 누구나 사랑에 빠지고 마는 섬. 이제 발리를 다시 주목할 때다.

↑ 발리 최대 명절인 녜피를 맞기 전 정화 의식을 치르기 위해 쿠타 비치를 찾은 아이들.


발리의 새해인 '녜피Nyepi'를 맞아 쿠타 해변에서 대대적인 제례 의식이 거행됐다. 전통 의복을 차려 입은 발리인들이 머리에 꽃과 제물을 이고 바닷가를 행진했다. 그 뒤로는 반라의 서퍼들이 파도를 갈랐다.

세계 일주를 떠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원-유로 환율이 1천2백원대 후반을 기록했던 6년 전으로 기억한다. 이미 지구 한 바퀴를 돌고 온 현자들은 마법의 '원월드 티켓'으로 5대양 6대주를 정복하는 방법을 설파했다. 나 또한 부푼 꿈을 안고 1년간의 세계 일주를 위한 루트를 짰다. 욕심이 많아 바삐 움직여야 했지만 그래도 각 대륙별로 한 곳은 '머무는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그중 가장 오래 머물기로 한 곳은 무려 두 달이나 할애한 발리였다.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이미 두 번이나 여행한 곳을 다시 찾을 만큼 발리가 매력적인가요?"

대부분 발리를 허니문 여행지로만 떠올린다. 처음 발리를 찾은 그땐 나도 그런 줄만 알았다. 적잖이 충격적이던 비행기 속 풍경이 떠오른다. 누사두아Nusa Dua에 생긴 호텔의 오프닝 파티에 참석하는 길이었는데, 여기에 초대된 3명의 기자를 제외하곤 모두 허니무너였다.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한 쌍'임을 과시하려는 듯 똑같은 상의를 입고 온갖 애정 표현을 퍼붓는 연인들 틈에서 7시간을 보냈다. 허니무너들이 발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풀 빌라' 때문이다. 발리에 풀 빌라가 발달하게 된 것은 해변 및 바다의 상태가 주변 휴양지인 푸껫, 보라카이에 비해 좋지 못해서다. 이러한 단점을 상쇄시키고자 리조트의 시설에 집중했고, 훌륭한 시설과 디자인, 서비스를 갖춘 풀 빌라로 승부를 걸었다.

↑ 경이로운 전망이 펼쳐지는 남서부 해안 절벽에는 그림 같은 호텔과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향긋한 꽃 무리가 띄워진 수영장, 은은한 촛불을 밝힌 로맨틱 디너. 행복한 표정으로 잠이 든 옆 좌석 커플과는 달리 나는 공황 상태에 빠졌다. 연인들로 가득한 여행지에 홀로 내던져지다니, 이렇게 가혹한 고행이 또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 만난 발리는 '완벽한 반전'을 선사했다. 발리 덴파사르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10분도 되지 않아 첫 번째 쇼크를 맞이했다. 호주에서 날아온 비행기가 한 무리의 청년들을 쏟아냈다. 스무 살 즈음으로 보이는 풋풋한 청춘들은 자신의 키를 훌쩍 넘기는 거대한 짐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서핑 보드였다. 그러고 보니 공항 한편엔 배포용 지도와 잡지, 로컬 여행사들의 브로슈어를 모아놓은 게시판이 있었다. 그 중 가장 자주 눈에 띄는 브로슈어가 서핑 스쿨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 울루와투의 술루반 비치 앞엔 세계의 서퍼들이 집결하는 바와 식당이 늘어서 있다.

↑ 서핑 홀리데이를 위해 울루와투를 찾은 브라질과 포르투갈의 서퍼.


"발리는 서퍼들의 천국이야. 원래 발리를 세상에 알린 건 호주와 유럽에서 찾아온 서퍼였어. 특히 발리는 호주인들에게 인기가 높아. 호주 북부 도시인 다윈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로 국내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발리를 여행하는 편이 더 저렴하거든."

공항 도착 라운지에서 만난 호주 노던테리토리 뉴스의 기자인 레베카가 귀띔했다. 그녀 또한 같은 행사에 초대되었고, 발리를 찾은 것은 세 번째라고 했다. 그녀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스미냑Seminyak이라는 지역에 근사한 패션 부티크가 들어서고 있대. 시드니 출신 디자이너가 오픈한 숍이 있어서 가볼 참인데 함께 갈래? 참, 그런데 혹시 저사람들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이지? 왜 쌍둥이처럼 같은 옷을 입고 있어?"

↑ 신선한 로스팅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로컬 카페.

↑ 골목 안, 혹은 건물 안엔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숨어 있다.

↑ 인기 서핑 브랜드와 디자이너 부티크가 어우러진 라야 스미냑 거리

↑ 미냑엔 스페인 이비사 섬, 남프랑스의 생트로페, 하와이 오아후에서도 잘 어울리는 세련된 서머 드레스가 있다.


레베카와 함께 서퍼들의 아지트라는 쿠타, 아기자기한 숍과 카페가 모여 있는 스미냑 그리고 바와 클럽이 모여 있는 레기안Legian을 쏘다녔다. 쿠타에서는 서핑 레슨에 도전하고 스미냑에서는 하늘하늘한 튜브 톱 드레스를 구매했으며 레기안에서는 구매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클러빙에 나섰다. 발리는 허니무너 혹은 연인만의 여행지가 아니었다. 여행자의 거리인 포피스Poppies에 한 달간 머물며 서핑을 즐긴다는 캘리포니아 청년, 발리의 독특한 종교와 문화가 궁금해 찾았다는 독일인 아티스트, 매년 같은 리조트를 찾아 휴가를 보낸다는 호주인 가족을 만났다. 이들은 자연과 문명을 오가며 발리의 매력을 듬뿍 즐기고 있었다

"무엇보다 매혹적인 것은 발리의 독특한 문화예요." 여행으로 찾았던 발리가 좋아 10년째 살고 있다는 프렌치 셰프가 말했다. "발리는 이슬람 문화를 가진 인도네시아 본토와는 달리 힌두 문화를 지니고 있어요. 이들은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고 여전히 하루에 세 번씩 신에게 제물과 기도를 바치죠. 자신들만의 종교와 문화가 확실한 민족의 경우 배타적이게 마련인데 발리인들은 그렇지 않아요. 힌두교가 관용과 포용의 종교이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발리인과 이방인, 전통문화와 트렌디한 놀거리가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거죠.'

6년이 지났다. 그동안 발리는 쉬지 않고 진화해왔다. 그러던 중 3년 전 세계의 이목을 받게 되었는데,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다. 발리는 삶의 균형을 찾아 여행을 떠났던 주인공의 마지막 여행지다. '힐링'을 위해서든 '사랑'을 찾아서든, 부쩍 늘어난 여행자들을 반갑게 맞이하듯 발리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스타우드 호텔 그룹의 W 리트리트&스파 발리-스미냑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브랜드 호텔들이 새 호텔을 열거나 오픈 계획을 발표했다, 또 미슐랭 스타가 참여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파리 마레 지구에나 있을 법한 셀렉트 숍 등이 등장했다.

"발리를 찾는 이들이 달라졌어요. 과거에는 서핑 보드를 든 히피들과 풀 빌라를 찾은 허니무너 위주였다면 지금은 자연과 함께 패션, 디자인, 예술, 고급 다이닝 등을 즐기기위해 발리를 찾아요. 쉐라톤 호텔과 새로운 쇼핑몰로 다시 주목받는 쿠타, 북쪽으로 끝없이 팽창해가는 스미냑, 발리의 진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예술인 마을 우붓까지, 발리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어요."

발리는 크다. 제주도의 2.7배로 지금까지 알려진 쿠타, 스미냑, 우붓, 짐바란Jimbaran 등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여행엔 짐바란의 남쪽 지역인 울루와투Uluwatu를 추가했다. 이렇게 한 곳씩, 오랜 시간을 두고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발리다.

*Getting There
대한항공과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인천-발리 덴파사르 간 직항편을 운항한다. 대한항공은 주 9회,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은 주 5회 운항 중인데, 6월의 발리 신공항 오픈 이후 주 6회로 증편할 예정이다. 가장 먼저 예약 마감되는 항공편은 인천에서 오전 11시 5분에 출발해 오후 4시 30분에 도착하는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노선이다. 공항에서 조금 서두르면 선셋을 즐기며 호텔 체크인을 할 수 있다. 7월부터는 발리로 향하는 항공편이 더욱 넉넉해진다. 아시아나항공이 7월 25일부터 인천-발리 노선을 주 2회 운항한다. 매주 목, 일요일 오후 7시 30분에 인천 공항을 출발해 다음 날 오전 1시 40분에 도착한다.
WEB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www.garuda-indonesia.co.kr 대한항공 kr.koreanair.com 아시아나항공 www.flyasiana.com

*Local Transportation 
발리에도 버스가 있긴 하다. 시내버스와 쿠타, 사누르, 우붓 등 주요 관광 지역을 연결하는 프라마 버스Perama Bus로, 저렴하지만 배차 간격이 길고 느린데다 에어컨이 없어 매우 덥다. 여행자의 경우 택시를 이용하는데, 미터기로 계산하는 공영 택시인 '블루버드 택시Blue Bird Taksi'를 타는 것이 현명하다. 문제는 '짝퉁'이 많다는 것. 블루버드 택시의 경우 호객 행위를 하지 않으며, 외관에 블루버드 그룹의 영문 홈페이지가 기재돼 있다. 기본 요금은 5천루피아. 장거리 이동의 경우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렌트할 수 있는데 도로가 혼잡한 편인데다 운전 방향이 우리와 반대편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Climate 
발리는 적도에서 8도 아래 위치, 열대우림의 사바나 기후에 속하고 1년 내내 밤낮의 길이가 비슷하다. 4월부터 9월까지 건기로 25~30도의 화창한 날씨, 푸른 하늘과 바다를 즐길 수 있다.

*Currency 
1천루피아 = 113원(3월 18일 기준). 인도네시아의 화폐 단위가 커서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 현지의 숍이나 레스토랑의 경우 뒷자리 '000'을 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More Information 
호텔 예약 및 현지 이동 등 여행사를 통하면 더욱 편리하다. 하나투어는 여행자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 패키지를 제안한다. WEB www.hana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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