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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미국

미국 하와이 오하우 : 여기, 퓨전 입맛의 天國 Hawa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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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 자연을 지닌 하와이… 동서양 퓨전 요리의 향연
살살 녹는 스테이크에 태국식 향신료··· 한국식 고추장 소스에 얹은 돼지고기
참치를 김밥처럼 말아 살짝 튀긴 요리···하와이에 요리의 진수가 꽃피었다

매년 9월 초 하와이는‘푸드&와인 페스티벌’로 들썩인다. 하와이 특유의 포용 정신이 가미된 퓨전 음식의 가능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사진은 하와이의 유명 호텔‘더 모던’에서 열린 행사 모습(사진 위). 하와이 전통음식 전문점인‘킹스 하와이안’에서 축제에 선보인 음식. 빵 안에 하와이식 갈비찜에 파인애플 절임을 곁들여 싸 먹는다(맨 왼쪽). 퍼시픽 림 퀴진을 대표하는 로이 야마구치 셰프의 음식들. 계란을 얹은 하와이식 덮밥인‘로코모코’를 응용해 고추장을 가미한 소스에 스테이크, 계란 프라이 등을 얹었다. 그 옆은 하와이 식재료를 이용한 생선요리.
매년 9월 초 하와이는‘푸드&와인 페스티벌’로 들썩인다. 하와이 특유의 포용 정신이 가미된 퓨전 음식의 가능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사진은 하와이의 유명 호텔‘더 모던’에서 열린 행사 모습(사진 위). 하와이 전통음식 전문점인‘킹스 하와이안’에서 축제에 선보인 음식. 빵 안에 하와이식 갈비찜에 파인애플 절임을 곁들여 싸 먹는다(맨 왼쪽). 퍼시픽 림 퀴진을 대표하는 로이 야마구치 셰프의 음식들. 계란을 얹은 하와이식 덮밥인‘로코모코’를 응용해 고추장을 가미한 소스에 스테이크, 계란 프라이 등을 얹었다. 그 옆은 하와이 식재료를 이용한 생선요리./ 사진작가 에드 모리타 제공
'그 평화로운 땅, 그 아름다운 대기, 그 기후, 길고 풍요로운 여름날과 선한 사람들은 변함이 없으리니, 모두 천국에서 잠들고 또다시 천국에서 깨어난다.'- 마크 트웨인

하와이에서 머무르는 4개월 동안 그 매력에 푹 빠져버린 미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입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하와이는 어쨌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천국이었다. 지금처럼 '직구(인터넷 등을 통해 직접 구매하는 것)'가 유행하기 훨씬 전부터 직구에 탐닉했던 한 여자 선배가 가장 사랑한 쇼핑 천국이 하와이였으며, 잘 다니던 회사에 기꺼이 사표를 내고 서핑을 떠난 친구가 꿈꾸던 서퍼 천국도 하와이였다. 와이키키 해변이 보이는 리조트에서 결혼했다는 연예인처럼 결혼 사진을 찍은 뒤 절정의 교집합을 느꼈다는 새 신부에게 하와이는 애정의 천국이었다.

사실 그들의 현란한 찬사보다 하와이에 대한 로망은 '하와이언 레시피(2009년)'라는 작은 영화에서부터 시작했다. '꿈이 없는 남자는 머리 나쁜 남자보다 매력 없어'라고 타이르듯 말하는 할머니나, '나이 먹었다고 해서 안 되는 건 없어'라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대사도 깊이 파고들었지만 화면 속 소박한 음식들이 진짜 하와이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어찌 보면 사랑을 확인할 땐 항상 밥이 앞에 있었다. 그것이 남녀 간의 사랑이든 부모·자식 간의 사랑이든 말이다.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퍼먹던 밥에 체해 그릇을 물리다가도 다시금 위로받는 건 밥을 통해서였다. 고은 시인의 말처럼 말이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흔하디흔한 것 동시에 최고의 것. 가로되 사랑이더라.'

그것이 여행 중에 충족된다면 훨씬 낭만적일 듯했다. 이는 전 세계 여행 트렌드로도 이어진다. 여행전문 사이트 트래블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여행의 트렌드 역시 유적지 정도만 보는 '문화 관광(culture tourism)'에서 벗어나 현지인과 어울리고 현지식을 맛보는 적극적인 '창조 여행객(creative traveler)'이 증가할 것으로 진단했다.

실제로 맛본 하와이는 훨씬 능동적이었다. 하와이 하면 떠올렸던 스팸 무수비(밥에 스팸을 올리고 김으로 싼 수제 주먹밥)로는 설명하기 부족한 미각의 형용사들이 절로 입에서 튀어나왔다. 넣으면 녹는 듯한 스테이크에 태국식 향신료가 더해지고, 한국식 고추장 소스로 맛을 가미했다거나 참치를 김밥 말 듯 말아 겉만 살짝 튀긴 뒤 얇은 오이지 같은 피클을 곁들이는 등 언뜻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맛이 이어졌다. 태평양 섬의 신선한 재료에 동서양의 요리법을 접목한 '퍼시픽 림 퀴진(Pacific Rim Cuisine·환태평양 요리)'의 진수가 하와이에서 꽃피었다. 삶이 인생의 여정이듯, 음식도 궁극의 맛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말하는 듯 보였다. 다양성을 담는 그릇, 그것이 하와이였다.

하와이 관광청 유은혜 부장은 "미국 음식 하면 보통 '다양하지 않고 맛이 없다'는 편견이 강한데 하와이에서만큼은 확실히 깨진다"면서 "이국적이면서도 집밥 같은 느낌을 재현하는 톱 셰프의 창작 요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최전선에 있는 것이 '하와이 푸드&와인 페스티벌'이다. 퍼시픽 림 퀴진의 대가인 알란 웡과 로이 야마구치가 세계 유명 셰프들의 교류와 하와이의 건강한 식재료 발굴을 위해 만든 축제로 전 세계의 셰프 80여명이 8월 말부터 약 열흘간 하와이 전역에서 솜씨를 뽐낸다. 이때 선보인 음식들은 현지 레스토랑에서 응용돼 맛볼 수도 있다. 외지에서 입맛에 안 맞는 음식에 고생했던 이들에게 특히 제격이다. 매콤달콤하면서도 짭쪼름한 소스 등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최근 '꿈꾸는 하와이'를 펴낸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는 하와이를 두고 "인간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하는 아름다움"이라 표현했다. 그리고 덧붙인다. "여러분도 인생을 사랑하세요. 단 한 번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이 잊힐 만할 때, 하와이는 언제나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서 만나러 가세요."

1 셰프 낸시 오크스 부스의 요리사들이 전복에 고수(향차이) 등을 가미한 음식을 조리해 즉석에서 선보이고 있다. 2 하와이 원주민들은 땅속에 음식을 묻어 지열과 증기로 익혔다고 한다. 땅을 깊이 판 뒤 바나나 잎 등으로 감싼 돼지고기·닭고기 등을 넣고 잘 달군 용암을 얹은 뒤 흙을 덮는다. 3 고기와 고구마 등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익혀 먹는다.
1 셰프 낸시 오크스 부스의 요리사들이 전복에 고수(향차이) 등을 가미한 음식을 조리해 즉석에서 선보이고 있다. 2 하와이 원주민들은 땅속에 음식을 묻어 지열과 증기로 익혔다고 한다. 땅을 깊이 판 뒤 바나나 잎 등으로 감싼 돼지고기·닭고기 등을 넣고 잘 달군 용암을 얹은 뒤 흙을 덮는다. 3 고기와 고구마 등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익혀 먹는다. / 오아후=최보윤 기자

하와이를 사로잡은 비채나의 물회

지난 4일 오후 호놀룰루의 유명 호텔인 '더 모던'이 시끌벅적해졌다. 유명 셰프 14명과 와인 소믈리에 17명이 한데 모였기 때문. '음식 올림픽'이란 별칭에도 미묘한 경쟁심보다는 '서로의 것을 맛보고 즐기고 싶다'는 표정이 더 진했다. 여유와 낭만이 넘치는 꿈의 휴양지여서 그렇고, 배려와 포용의 철학을 담은 알로하(Aloha) 정신으로 충만해져 그런 듯 보였다.

1년 내내 페스티벌만 기다리는 미식가와 탐식가(貪食家)의 열망이 얼마나 대단한지 대다수는 행사 시작 3개월 전에 7000여장이 넘는 티켓이 모두 매진됐다. 3일 할레쿨라니 호텔에서 열린 크루그(샴페인)&캐비아 행사는 입장료가 1000달러를 호가하는 데도 몇분도 채 안 돼 매진됐다. 더 모던에서 열린 이날 행사 티켓 가격만 최소 200달러, 스시와 소주·사케 등을 선보이는 VIP 디너는 2000달러나 하는데도 입장권 수백장이 모두 팔렸다.

푸드&와인 페스티벌의 특징은 셰프만의 레시피를 선보이면서도 하와이의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하와이 출신으로 행사를 주최한 알란 웡 셰프는 "품질 좋은 하와이 식재료를 세계에 알리면서도 다양한 요리에 접목할 수 있는 유연성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 비채나 조희경 대표와 김병진 셰프가 선보인 '물회' 역시 현지식 재료만 써야 되는 터라 생고추 대신 할라피뇨를, 한국식 국수 대신 중국식 당면을 넣어야 했지만 그 인기는 상당했다. 고추장의 알싸한 맛이 감초와 계피, 배·블루베리 등 각종 과일과 어우러져 달콤상큼한 맛을 극대화했다. 하와이산 도미살 역시 차졌다. 지난해 고추장 목살 찜을 선보였다는 조희경 대표는 "문화를 버무리는 하와이의 특징을 고려해 비벼 먹을 수 있으면서도 고추장의 가벼운 맛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물회를 출품했다"며 "지난해 선보인 작품을 유명 레스토랑에서 굉장히 비슷하게 카피해 인기 끄는 걸 봤는데 물회도 하와이 식문화 속에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물회를 맛본 호놀룰루 매거진의 마사 쳉 기자는 "축제가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날 정도로 물회를 먹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고 평했다.

미슐랭 스타셰프인 낸시 오크스(샌프란시스코 블루바드 레스토랑)와 요식업계 오스카상인 '제임스 비어드 상'을 받은 톰 더글러스(시애틀 롤라 레스토랑 등)도 각각 1000개가 넘는 활전복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축제는 축제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 현지 진출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모리모토 마사하루나 로이 야마구치처럼 하와이에 분점을 오픈해 여행객들의 입맛을 돋운다. 다른 매장에 비해 가격도 좀 더 저렴하다 모리모토 뉴욕의 오마카세는 1인당 135달러인데 모리모토 와이키키는 120달러다. 브런치 메뉴는 10달러 내외.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맛보던 탑셰프 음식을 하와이에선 쇼핑도, 서핑도, 태닝도 하면서 즐길 수 있다. 지난해 하와이를 찾은 한국 관광객은 약 17만명. 일본은 이의 10배가 넘는다. 때문에 일본의 영향을 받은 음식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인 요리사의 명성도 이 못지않다. 하와이의 유명 레스토랑인 '모리모토'나 'MW' 등에 진출해 '퓨전 창작요리'에 머리와 손맛을 더하고 있다.

용암과 땅의 기운이 빚어낸 음식

퓨전이란 건 무(無)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다. 전통에 대한 충분한 고찰이 있을 때 퓨전도 정체성을 찾고 다른 것과 어우러질 수 있는 법이다. '퍼시픽 림 퀴진'역시 하와이 전통 방식을 조금씩 응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와이 푸드&와인 페스티벌에서 중요한 코스 중 하나도 하와이 전통 방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헤에이아' 지역을 찾는 일이었다. 와이키키 해변에서 자동차로 한 40분쯤 달리다 만난 헤에이아. 원시림에 온 듯 울창한 수풀 속에 들어서니 온몸에 걸치고 있는 게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와이 원주민의 노래 의식이 끝난 뒤 사람들이 갑자기 땅을 파기 시작했다. 땅속 오븐인 '이무(imu)'로 만든 요리인 '칼루아 피그(Kalua Pig)'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땅속에 커다란 구멍을 판 뒤에 뜨겁게 달군 용암을 바나나잎이나 연잎, 티(ti) 잎으로 싸서 넣고는 그 위에 통돼지를 바나나 잎 등으로 싸서 올린다. 흙으로 덮은 뒤 하루 정도 숙성해서 먹는 것이다. 지열에 용암석 증기까지 더해 돼지는 잘게 찢을 수 있을 정도로 푹 익는다. 그냥 음식을 먹을 수도 있지만 원주민 체험을 해보라면서 진흙 물구덩이 속의 잡초를 한 시간 가까이 뽑는다. 몸으로 땅을 밟고 땀을 흘리면서 자연을 찬미하고 좋은 음식을 만들기 위한 노동의 대가도 느껴보라는 것이다.

이런 음식은 원주민이 사는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전통음식 전문점인 '오노'를 비롯해 '헬레나스 하와이언 푸드', 하와이를 대표하는 알란 웡의 레스토랑 '파인애플룸' 등에서 다양하게 선보인다. 또 하얀 두부 같은 모양의 코코넛 푸딩인 하우피아(Haupia)는 로이 야마구치의 '로이스'를 비롯해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로 응용돼 사랑받고 있다.

톱 셰프의 퍼시픽 림 퀴진과 전통 음식 맛볼 곳?

일러스트
로이스 와이키키 226 Lewers st. Honolulu. (808)923-7697 알란 웡스 레스토랑 1857 S King St. (808)949-2526 알란 웡스 파인애플룸 1450 Ala Moana Blvd. (808)945-6573 모리모토 레스토랑 1775 Ala Moana Blvd. (808)943-5900 헬레나스 1240 N School St. (808)845-8044 오노 726 Kapahulu Ave (808)737-2275 3660 on the rise 3660 Waialae Ave. (808)737-1177

비행편

대한항공은 인천~하와이(호놀룰루) 직항 노선을 주 10회(비행시간 8시간 30분·서울 도착행은 10시간 내외), 인천~나리타(成田)~하와이 노선(비행시간 10시간 30분)을 주 7회 운항하고 있다.(성수기엔 증편) 그 외에도 아시아나 항공, 하와이안 항공 등이 직항을 운행하고 있다. 또 진 에어는 내년 여름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처음으로 '인천~호놀룰루'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다.

쇼핑

하와이는 쇼핑 마니아들에겐 이미 '쇼핑 천국'으로 명성을 떨쳤다. 주 세금(세일즈 텍스)이 4.712%로 상당수 미국 주 세금(7~9%)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알라모아나 센터'는 세계 최대 규모 야외 쇼핑몰이다. 럭셔리 브랜드 매장을 비롯한 290개가 넘는 숍이 지상 4층 규모의 거대한 쇼핑몰을 꽉 채우고 있다. 메이시스, 노드스트롬, 니만마커스 같은 백화점도 자리하고 있다. 홈페이지는 한국어 서비스가 되고, '프리미어 패스포트 교환 쿠폰'을 프린트해 가면 다양한 할인쿠폰을 받을 수 있다. (808)955-9517. www.alamoanacenter.kr 호놀룰루에서 유일하게 면세 쇼핑이 가능한 'DFS 갤러리아 와이키키 DFS'는 불가리·까르띠에·에르메스 등 유명 럭셔리 브랜드 제품이 있다. (808)931-2700. http://www.dfs.com/

숙소

‘천국 같은 집’이라는 별칭의 할레쿨라니 호텔은 하와이에 몇 안 되는 5성급 호텔이다. 와이키키 해변과 바로 붙어 있다. 남아프리카에서 수입된 유리 타일 120만개로 수놓은 카틀레야 오키드 꽃문양의 수영장이 호텔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하우스 위드 아웃 어 키’ 레스토랑에선 와이키키 해변 바람을 맞으며 밥을 먹을 수 있다. 보통 1박당 50만~60만원. 탤런트 이영애가 결혼식을 올려 유명해진 카할라 리조트&호텔 역시 하와이를 대표하는 호텔 중 하나. 국내 정재계 유명인사를 비롯해 연예인의 ‘아지트’이기도 하다. 1박 30만원 후반대부터. 문의 하와이 관광청 www.gohawaii.com/kr/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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