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창조한 위대한 풍경과 섬들.’ 세계 여행자들의 가이드북인 론리 플래닛은 올해 초 ‘2011년 최고의 여행지 10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그중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오세아니아 전역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곳이 오스트레일리아 동부의 휘트선데이 제도(諸島)다. 푸른 행성에 옥빛 수를 놓은 듯한 신기루의 풍경은 스치는 섬 곳곳에 녹아 있다.

옥빛 수를 놓은 듯한 휘트선데이 제도의 바다. 하트모양의 ‘하트 리프’ 위를 날며 젊은 청춘들은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최고의 여행지 톱10’에 선정된 섬들

‘바다가 창조한 섬들’로 지목된 휘트선데이 제도 74개 섬의 면면은 다양하다. 휘트선데이섬의 화이트 헤븐 비치는 7km의 아득한 모래해변으로 젊은 청춘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세계 최고 비치에도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다. 섬 전체가 리조트인 데이드림 아일랜드는 100% 휴양을 위한 섬이다. 무성한 숲과 해변만 뻗어 있는 ‘수줍은 섬’도 있다. 모두 오스트레일리아(호주) 퀸즐랜드주의 바다가 창조한 ‘위대한 탄생’의 단상들이다.

휘트선데이 제도는 1770년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발견한 영국 해군 장교 제임스 쿡이 대보초 지역을 항해하다 가톨릭의 성령강림절인 ‘휘트선데이’에 섬들을 찾아내 붙여진 이름이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대산호초)를 수놓는 섬들 중 ‘아지트 섬’으로 꼽히는 곳은 해밀턴 아일랜드다. 섬들 사이에 웅크린 해밀턴 아일랜드는 삼박자를 갖춘 보물섬이다.

휘트선데이 제도의 쾌속선에 탑승해 환호를 지르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젊은이들.

섬에는 언덕 숲과 해변에 기댄 리조트가 있고 아련한 포구와 바가 있으며 모래해변도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까마득한 오스트레일리아 동부의 섬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제트기 공항이 들어선 제법 규모 있는 곳이다. 인근 섬들로 향하는 유람선과 요트들을 에워싼 단아한 포구도 운치를 더한다.

섬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북쪽 ‘원쓰리’ 힐에 오르면 인근 휘트선데이 제도의 섬들의 군락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감상하는 일몰과 캐츠아이 비치의 전경이 탁월하다. 남쪽 패시지 피크는 유칼립투스 숲으로 뒤덮인 산책로가 있고 섬 북단은 퀼리아 등 최고급들이 들어서 있다.


산호바다의 아지트인 해밀턴 아일랜드

해밀턴 아일랜드는 2년 전 ‘세계 최고의 직업’이라는 슬로건아래 대대적인 구인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섬 관리인을 뽑는데 200여 개국 3만 4,0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려 화제를 낳았으며 행운을 차지한 30대 영국인은 6개월간 섬의 휴양시설을 마음껏 즐기며 15만 오스트레일리아달러(약 1억 5000만 원)를 받기도 했다. (관련 뉴스 검색)

요트클럽이 어우러진 해밀턴 아일랜드의 포구. 포구 인근은 운치 있는 레스토랑들이 늘어서 있다.

해변과 고급 리조트만 있었다면 섬의 의미는 퇴색됐을지도 모른다. 해밀턴 아일랜드의 마리나 인근에는 분위기를 돋우는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다. 촛불 아래 품격 높은 이탈리아 요리를 즐길 수 있으며 요트클럽에서는 와인 한잔에 취할 수도 있다. 갤러리가 문을 닫을 쯤이면 클럽과 바가 들썩거리며 산호바다의 밤을 밝힌다.

생선 튀김과 피자 한 조각만 있어도 바람에 실린 섬의 정취는 살갑다. 섬 안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버기’(골프장에서 타는 전기차)를 타고 다닌다. 섬 안의 대중교통인 미니버스도 섬에 체류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다. 인근 섬 하나를 오롯이 골프장으로 만든 해밀턴 아일랜드 골프코스도 독특하다. 브리티시 오픈 챔피언이었던 피터 톰슨이 설계한 골프장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유일한 섬 골프장이다.


휘트선데이 제도는 산호바다로 나서면서부터 감정이 증폭된다. 이곳의 매력에 빠지려면 하디 리프(hardy reef) 등에서 헬기를 타고 창공으로 올라야 한다. 배 위에서, 바닷속에서 봤던 광경과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바다가 창조했다’는 지나친 칭송에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진다.

섬 하나가 골프장인 해밀턴 아일랜드 골프코스. 섬을 바라보며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옥빛 산호 군락 중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게 ‘하트 리프’로 불리는 하트모양의 산호초다. 전 세계 숱한 연인들이 깜짝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들리는 명소로 오프라 윈프리도 하트 리프를 보고 단단히 반했다고 한다.

휘트선데이의 섬들은 본토와 연결된 에얼리비치(Airlie Beach)의 슈트 하버(Shute Harbour)에서도 다가설 수 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배낭족들은 에얼리비치에 머물며 섬을 돌아보는 투어에 나선다. 한낮에 요트가 떠 있던 평화로운 비치는 밤만 되면 전 세계 청춘들이 뒤엉키며 요지경 세상으로 변하기도 한다.

가는 길
인천에서 브리즈번을 경유해 해밀턴 아일랜드로 가는 게 일반적이다. 브리즈번까지는 대한항공 직항편이 운항 중이다. 동부해안 에얼리 비치에서 배를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인근 섬이나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하는 배편은 매일 출발한다. 해밀턴 아일랜드에서는 전기차인 버기를 대여하면 편리하다. 해파리가 나타나는 시즌에는 별도의 전신 수영복을 입어야 한다. 오스트레일리아관광청과 퀸즐랜드 관광청을 통해 자세한 현지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호주 북동부의 포구, 포트 더글라스는 1년 내내 훈풍이 부는 도시다. 규모로 치자면 호주 땅덩이에 비해 앙증맞고 단출하다. 바다를 향해 엄지 손가락이 튀어나온 듯한 모양의 해안선 안쪽으로 작은 마을과 거리들은 소담스럽게 들어서 있다.

부호들의 휴양지였던 포트 더글러스는 은밀한 여행이 실현되는 꿈의 공간이기도 하다. 눈부신 비치, 짜릿한 액티비티,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바다, 발코니와 라군이 맞닿은 럭셔리 빌라가 아담한 땅에 담겨 있다. 시끌벅적한 도시를 벗어나 ‘우리’만의 그윽한 휴식을 원한다면 포트 더글러스가 단연 매력적이다. 해변에 몸을 기대면 흰 돛을 올려 세운 요트들이 선명한 바다 위를 유유히 가로지른다.

포트 더글러스는 요트가 떠다니는 단아한 포구의 풍경을 지니고 있다.

1년 내내 훈풍이 부는 휴양도시

포트 더글러스의 길목은 바다향을 머금은 호젓한 산책을 부추긴다. 중앙로와 포마일 비치 사이에는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고 바다로 향하는 좁은 길들이 뻗어 있다. 대산호초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바라보고 늘어선 포마일 비치는 이 도시의 정서를 잘 대변한다. 모래사장이 4마일 뻗어있어 포마일 비치로 불리는 해변은 아침 일찍부터 조용히 산책하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세련된 옷매무새 따위는 이곳에서 필요 없다. 해변 산책은 아담한 휴양도시에서의 일상과 휴식의 작은 워밍업일 뿐이다.

그렇게 산책을 끝내면 번화가인 매크로슨 거리로 향한다. 머피 거리와 매크로슨 거리 사이에는 차 한잔, 혹은 브런치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겉은 평범해 보여도 맛이나 사연은 예사롭지 않다. 한 낮의 도심은 낯선 시골마을에 온 듯 한가로운 풍경이다. 언덕을 넘은 해풍만 살랑거릴 뿐 거친 요동이 없다.

매크로슨 거리에서 서쪽으로 향하면 일요일마다 선데이마켓이 열리는 안작공원이다. 동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플래그스태프 언덕으로 연결된다. 플래그스태프 언덕은 포트더글러스에서 최고의 전망을 지닌 곳이다. 언덕위 빛바랜 나침반 아래로는 포마일비치가 펼쳐지고 비치 너머로는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짙은 바다가 수평선까지 아득하게 이어진다.

작은 도심에서 느꼈던 한적함은 포구로 나서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오전부터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은 마리나 미라지이다. 이 포구는 예전 골드러시 때 금맥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던 곳이다. 지금은 표정이 완연히 다르다.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는 나무데크에는 크고 작은 호화스러운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그 풍경이 황금만큼이나 단아하다.

상공에서 내려다 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플래그스태프 언덕에서 바라본 포마일 비치.

심장 박동을 부추기는 산호바다

이곳에서 쾌속선 위에 몸을 싣는다. 배가 향하는 곳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로 불리는 산호초 군락이다. 대산호는 세계 최대 자연유산으로도 등재된 곳이다. 포트더글러스에서는 진행됐던 휴식과 워밍업은 여기서 잠깐 ‘업 그레이드’ 된다. 바다로 나서면 심장 박동은 32비트로 빨라진다.

대보초의 먼 바다에서 경외스러운 것은 산호바다의 물고기들이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산호나 열대어들은 고맙게도 보존이 잘 된 편이다. 무분별한 개발이 유산을 망치는 일 따위는 삼갔다.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을 응용한 해저 액티비티들도 이곳에서 한결 짜릿하다. 산호바다에서는 해저 웨딩도 치러진다.

대산호초 여행은 삼박자로 진행된다. 바다를 질주하고, 황홀한 해저세계를 봤으면 헬기를 타고 하늘에 오른다. 푸른색을 이용해 바다라는 캔버스 위에 추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화폭에는 푸른 혹성도 담기고, 동물모양의 형상도 춤을 춘다. 6성급 호텔보다 황홀한 휴식과 감동이 이곳에서 완성된다.

대산호초의 바다에서 흔하게 만나게 되는 물고기들.

다시 돌아온 포트 더글러스의 포구는 그윽한 저녁 풍경이다. 산호초 투어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마리나 포구에 앉아 저녁을 맛본다. ‘바라문디’. 이 곳 레스토랑들에서 메인 요리로 나오는 생선은 대부분 호주에 서식한다는 바라문디다. 암컷으로 살다가 2,3년이 되면 숫컷으로 성전환을 한다는 생선은 포트 더글러스처럼 독특하면서도 반전의 맛을 갖췄다.

밤이 이슥해져 별이 총총 떠 있는 숲으로 들어서면 전통악기인 디제리두의 선율이 흘러나오고 호주 원주민들이 캥거루 춤을 춘다. 이들의 춤은 신과의 교감을 의미한다. 진한 ‘롱 블랙’ 커피와 함께 한 디제리두 선율은 밤새도록 여운이 돼 귓가에 웅웅거린다.

가는 길

포트 더글러스까지 직항편은 없다. 퀸즐랜드주의 케언즈가 포트 더글러스의 관문이다. 케세이패시픽으로 홍콩을 경유하거나, 대한항공을 이용해 브리즈번을 경유해 케언즈까지 이동할 수 있다. 케언즈 공항은 국제선, 국내선 공항이 구분돼 있다. 사전에 예약하면 포트 더글러스에서 공항까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1시간 소요. 고급 숙소는 포마일 비치 주변에 들어서 있으며 라군과 골프장을 갖춘 곳도 있다.

벌거벗은 오페라 하우스

"시드니 항구의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나는 포기했다." 영국의 소설가 앤서니 트롤럽은 이렇게 썼다. "이 만을 아름답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묘사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대영제국의 통치자들이 꼴 보기도 싫은 죄수들을 지상 낙원으로 보냈을 리는 만무하다. 1788년 그들이 이 해변에 깃발을 꽂았을 때, 물 한 톨 찾아보기 어려운 퍽퍽한 벌판에는 땅에 떨어져도 썩지 않는 독성의 식물들만이 시큰둥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유형수들과 군인들은 기근과 고통의 공감대 속에 이 도시의 터전을 만들었다. 이 항구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변모시킨 뒤, 그 아름다움의 정점에 오페라 하우스를 세웠다. 덴마크 출신의 건축가 외른 우트존(Jørn Utzon)의 설계안이 공모를 통해 당선되고, 1973년 완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아직도 미스터리로 여겨질 정도로 파격이었다.


신대륙에 건설된 아름다운 고전 예술의 장. 그러나 자유분방한 시드니 시민들은 이곳을 고리타분한 장식물에 머무르게 하지 않았다. 2010년 3월 1일, 공공장소에서 대규모 누드 사진을 찍는 프로젝트로 유명한 스펜서 튜닉이 이 오페라 하우스 앞에 자원 참가자들을 불러 모았다. 유명한 동성애자 퍼레이드(Sydney Gay and Lesbian Mardi Gras) 행사의 일환으로 벌어진 이 프로젝트에 모여든 사람은 5,200명. 2001년 멜버른의 4,500명 기록을 깼다.  

 

 

우리는 록스를 부술 수 없다

오페라 하우스의 건설은 시드니 중심가의 대대적인 현대화 과정의 일환이었다. 더불어 항구 주변의 허름한 지역들을 정비하기 위한 공사 프로젝트들이 줄을 이었다. 그 와중에 커다란 논란거리가 등장했다. 록스(the Rocks) 지역은 시드니 정착의 역사를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동네. 곳곳에 남아 있는 역사적 유물들의 처리가 문제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건설 노동자 조합의 지도자였던 잭 먼디가 반대하고 나섰다. 조합원과 지역 주민들이 주축이 된 '그린 밴스(green bans)'는 개발의 우선순위는 공공장소와 역사적 유산을 보존하는 것이지 대규모 상업 시설을 짓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교외에 있는 켈리스 부시(Kelly's Bush)를 보존하기 위해 시작된 '그린 밴스'는 왕립 식물 공원(Royal Botanic Gardens)을 오페라 하우스의 주차장으로 만들려는 계획과도 맞섰다. 개발업자와 지역 주민들의 다툼은 폭행, 납치, 심지어 살인으로까지 이어졌다. 시드니의 몽마르트르라고 불리는 빅토리아 스트리트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려는 시도 속에, 지역 신문의 발행인이었던 후아니타 닐슨이 실종되었는데 그녀는 아마도 살해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주거 건물인 록스의 캐드먼스 코티지(Cadmans Cottage). 건설 노동자들은 이 건물을 부수는 것을 거부했다.


 

 

뉴타운을 그래피티로 뒤덮자

뉴타운의 그래피티는 고전의 패러디, 팝스타에 대한 오마주, 정치적 발언 등 여러 형태를 띠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아웃백, 그리고 아웃도어의 나라다. 젊은이들은 언제나 반바지 차림으로 스케이트보드, 서핑 보드, 묘기 자전거를 타고 다닐 것만 같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는 당연하게도 스프레이가 들려있을 것 같지 않나?

 

1980년대부터 시드니 서남쪽의 '뉴타운' 지역에서 시작된 그래피티 열풍은 이 도시의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갖가지 주제와 스타일로 그려진 벽화들은 길거리 청년들의 거친 낙서가 아니라, 도시 자체를 캔버스로 삼은 집단 예술 프로젝트로 보인다. 작은 크레인을 이용해 킹 스트리트에 '아이 해브 어 드림'을 그린 앤드류 아이켄(Andrew Aiken)은 이것이 "포스트모더니즘의 무의미함에 맞선 휴머니스트의 저항"이라고 주장한다.

 

 

살짝 맛이 가서 즐거운 놀이동산

멜 깁슨, 휴 잭맨, 니콜 키드먼…. 할리우드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배우들의 이름을 하나씩 떠올리다 보면 마음이 짠해지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바로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떠올라 [다크 나이트]의 조커로 피어나던 순간, 약물과다 복용으로 요절해버린 히스 레저. 그가 마약중독자로 등장해 마치 그 최후를 예견하는 듯한 슬픈 영화가 된 [캔디]. 거기에 시드니 시민들이 사랑하는 놀이동산 루나 파크(Luna Park)가 등장한다.


9미터 높이의 거대한 사람의 입을 통과해 들어가야 하는 이 놀이동산은 1930년대에 세워져 오랫동안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왔다. 흥미로운 점은 입구의 얼굴이 낮에는 웃고 있는 것 같지만, 밤에는 기괴한 조명을 받아 공포 영화의 살인마처럼 변신한다는 사실. 그만큼 기괴한 유머 감각의 공간인 셈인데, 1979년에 '유령 열차 화재'로 여러 명의 사상자를 내고 시설 대부분이 파괴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놀이기구가 좀 더 짜릿해질 것 같다.


루나 파크는 놀이기구를 이용하지 않으면 입장료는 무료다.

 

 

본다이 비치의 숨바꼭질

본다이 해변의 초창기 방문객들. 지금에 비하면 옷감의 사용량이 10배는 넘어 보인다.


 

시드니의 거주민과 방문자는 해양성 종족이다. 선원, 낚시꾼, 요트 여행객, 수영복 모델, 그리고 서퍼들은 곳곳에 널려 있는 항구와 모래사장을 즐겨 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받아온 해변은 본다이 비치(Bondi Beach). 보통의 해수욕장과는 다르게, 마치 공원을 찾아온 듯 느슨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가 적도 위쪽의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오랫동안 본다이에서는 조금이라도 적게 입으려는 시민들과 그걸 눈뜨고 못 봐주는 감시관 사이의 숨바꼭질이 이어졌다. 1950년대 비키니가 유행했을 때는 감시관들이 해변을 다니며 수영복의 길이를 재서 해변에서 쫓아내기도 했다고. 그러나 점점 규제에 대한 저항이 커지면서 1980년대 이후에는 토플리스 차림도 일반화되기에 이른다. 시드니 해변의 또 다른 즐거움은 다른 곳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

 

서퍼들이 줄지어 뛰어노는 파도 너머로 돌고래와 고래가 노니는 걸 볼 수 있고,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남쪽에서 놀러 온 펭귄도 만날 수 다고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영화 [죠스]의 한 장면을 만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 아래로 튼튼한 상어 막이 그물이 가로막고 있다.

 

 

뮤리엘과 엘튼 존의 의심스러운 결혼식장

1988년 실직 상태의 영화감독 폴 제이 호건은 단골 카페에서 쓸쓸히 앉아 있었다. 연이은 실패로 절망감에 빠진 그는 길 건너 신부 의상실을 오고가는 여자들은 관찰하게 되었다. 그러고는 여자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간 뒤 신부로 변신해서 나타나는 웨딩드레스의 마법에 감동하게 된다. 그러곤 생각한다. "누군가를 가짜 신부로 만들면 어떨까?" 그리하여 바닷가 마을에서 지루한 인생을 살아가던 평범녀 뮤리엘로 하여금 시드니로 와서 가짜 신부가 되게 만든다.

 
[뮤리엘의 웨딩]의 결혼식 장면이 펼쳐지는 곳은 달링 포인트의 세인트 막스 교회(St Marks Anglican Church). 그런데 뮤리엘 이전에 바로 이 교회에서 대단히 유명하면서도 의심스러운 결혼식이 벌어졌다. 팝 스타 엘튼 존은 1970년대에 자신이 양성애자라고 주장하고 다녔다. 적어도 여자도 좋아한다고. 그리고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1984년 발렌타인 데이에 이 교회에서 레나테 브라우엘과 결혼식을 올렸다. 올리비아 뉴튼 존 등 유명인사들이 이 결혼을 축하하러 왔는데, 결국 4년 여의 시간 뒤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엘튼 존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숨길 수 없었던 것이다.


바닷가 처녀 뮤리엘에게 시드니에서의 결혼식은 환상 그 자체.


 

 

빨간 약 먹을래, 파란 약 먹을래? - 마틴 플레이스

마틴 플레이스 1번지인 시드니 중앙 우체국. 현대식 비즈니스 건물 사이에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준다.


 

아르데코와 현대적 건물이 조화를 이룬 시드니의 중앙 비즈니스 구역(central business district)은 영화와 드라마를 위한 이상적인 배경을 만들어준다. 마틴 플레이스는 국내 광고에도 즐겨 등장하는 명소이지만, 할리우드에서는 미래 영화의 배경으로 인기가 높다.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네오가 빨간 옷을 입은 여자에게 혼란을 느끼는 장면에서 피트 스트리트의 분수가 등장하고, [매트릭스 레볼루션]에서 네오가 스미스 요원과 최종적인 결투를 벌이는 장면도 마틴 플레이스에서 촬영되었다. [슈퍼맨 리턴즈] 역시 대부분의 장면이 시드니 주변의 세트와 거리에서 촬영되었는데, 슈퍼맨의 도시 '메트로폴리스'가 바로 마틴 플레이스 주변의 비즈니스 거리인 셈이다. 슈퍼맨이 여주인공 키티를 자동차 사고로부터 구해내는 장면이 어디였을까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투어코리아=조민성 기자] 요즘 신혼여행은 해외가 대세다. 그것도 바다를 빼놓을 수가 없다. 눈이 시릴 정도로 새파란 바다와 파도가 스며드는 하얀 백사장, 그리고 그 배경을 무대로 아름답게 펼쳐진 리조트는 허니무너의 로망이다.

"남태평양 청정 바다와 상큼한 무공해 공기를 자랑하는 곳, 호주 현지인들도 가보고 싶고 살고 싶어 하는 귀족적 휴양지 휘트선데이만의 해밀턴 아일랜드로 고~ 고~! "



허니문 커플들 단골 여행지

호주 퀸즐랜드 주에는 세계 최대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가 있다. 길이만도 2,000km가 넘고 햇빛과 바람에 따라 수시로 물빛을 바꿔 황홀경을 연출한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해양 생물의 천국이기도 하다. 400여 종의 산호초와 1,500여 종의 어류, 4,000여 종의 연체 동물이 살고 있다. 듀공(Dugong, 바다소)과 멸종 위기에 처한 거대한 바다거북(green turtle)의 서식지여서 과학적으로도 흥미로운 곳이다.

또한 억겁의 세월과 청정 바다의 합작품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하트 리프'(Heart Reef)는 '영원한 사랑을 지킬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어, 허니문 커플들의 단골 방문 코스로 유명하다. 인류는 이곳을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허니무너를 위한 지상 최고 낙원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중앙에는 해밀턴 아일랜드(Hamilton Island)가 위치하고 있다. 74개의 휫선데이 제도의 섬(Whitsunday Islands) 중 하나이지만, 여타의 다른 섬들과는 뭔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해밀턴 아일랜드는 휫선데이즈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여러 섬 중 유일하게 전용 공항도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관광객들은 시드니(Sydney), 멜버른(Melbourne), 브리즈번(Brisbane), 아들레이드(Adelaide), 케언즈(Cairns)에서 직항으로 들어갈 수 있다. 다른 주요 도시와도 편리하게 연계돼 있다. 슈트 하버(Shute Harbour)에서 해밀턴 아일랜드로 오는 배로 갈아타면 단 30분 만에 도착한다.



해밀턴 아일랜드는 작아서 더 특별한 섬이다. 리조트는 11개에 불과하고 주요 교통수단인 버기카도 350대가 전부다.

하지만 호주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은 이곳에서 모두 다 누릴 수 있다. 축복받은 날씨, 하늘빛 푸른 물, 반짝이는 하얀 해변, 장엄한 산호초, 매혹적인 동식물, 20킬로에 달하는 오솔길, 맛난 음식과 와인, 너무 많아서 일일이 다 언급하기도 힘들 정도로 즐길 거리들이 다양하다.

화이트해븐 비치의 새하얀 모래사장을 따라 산책하고, 아름다운 일몰 속에서 씨(sea) 카약을 타고 구석구석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퀄리아 포커스온

호주 문화 축소판 다양한 문화 감상


해밀턴 아일랜드는 크기는 작지만 휴양지가 갖춰야 하는 편의 시설은 모두 다 구축해 놓았다. 숙소만 해도 호텔에서부터 방갈로와 아파트, 콘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마련돼 있어 여행 스타일에 맞춰 묶을 수 있다.

이중 '퀄리아(Qualia)'는 최고급 리조트로 해밀턴의 자존심과도 같은 곳이다. 해밀턴 아일랜드 북단의 아주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 입구에서부터 투숙객과 레스토랑 예약 고객들에게만 입장을 허용할 정도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고수한다.



원목을 활용한 인테리어와 최고급 시설은 전체적으로 아름다우면서 격조가 있고, 객실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완벽하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돼 있다. 16세 미만은 출입을 허가하지 않는 점도 퀄리아의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남몰래 들어와 자신만의 공간에서 안락한 휴가를 즐기려는 스타들이 많이들 찾는다고 한다.



▲리프 비치클럽 포커스온

퀄리아 숙박 기회를 잡지 못했다면 해밀턴 아일랜드에 머무는 동안 저녁 만찬으로 아쉬움을 달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풀코스 정찬은 한 사람 당 대략 150달러 정도 한다.

해밀턴 아일랜드의 다운타운은 요트 클럽이 잘 발달돼 있다. 마리나에는 빵집과 식료품점, 클럽, 개성 넘치는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모여있다.

마리나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식당은 요트 클럽 안의 '보미'(Bommie) 레스토랑. 해가 진 저녁 시간에만 문을 여는데, 식사는 물론 바다를 바라보며 와인이나 칵테일을 마시는 모습들이 한결 운치가 있어 보인다.



시원한 맥주 한잔에 캐주얼한 식사를 원한다면 이탈리아 풍의'만타레이 카페(Manta Ray Cafe)를 찾아보자. 장작구이 피자도 놓치기 아까운 메뉴다. 포장도 해 갈 수 있어 여행하면서 먹는 맛도 남다르다.

와일드라이프파크는 코알라를 바로 옆에 두고 식사할 수 있는 이색적인 장소다. 아침 식사 시간에 전문 스태프가 코알라를 안고 식당 안을 다니며 설명 해주는데, 코알라를 안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대신 비용은 지불해야 된다. 참고로 코알라는 호주에서도 퀸즐랜드 주를 비롯해 극히 일부 주에서만 손으로 만지고 안아보는 것이 허락된다.

골프도 즐길 수 있다. 선착장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섬 '덴트'(Dent)는 호주에서 유일하게 섬 전체가 골프장인 해밀턴 아일랜드 골프 클럽이 있다. 이 골프장은 브리티시 오픈 5회 우승에 빛나는 '피터 톰슨'이 설계한 코스로도 유명하다. 카트와 골프장까지의 왕복 배편이 포함된 그린피는 18홀 기준 150달러 정도 한다.

저녁에 해밀턴 아일랜드의 전망대에서 붉은 선셋과 아름다운 산호바다를 배경으로 열리는칵테일파티는 현지인들과 함께 호주의 귀족사교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신비한 경험이다.

호주 문화와 대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호주 속의 작은 호주, 해밀턴 아일랜드에서 호주식 휴양 문화를 체험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해밀턴 아일랜드 곳곳에 숨어있는 새로운 경험과 모험의 세계로 빠져 보자.



▲퀄리아 포커스온

가족 휴양지로도 안성맞춤


해밀턴 아일랜드에는 어린이와 어른들이 함께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키즈 클럽도 있다. 키즈 클럽은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과 무료서비스 시스템이 발달돼 있어 가족 관광객들이 편안한 휴양을 즐길 수 있다.

가족의 형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숙박 시설과 아이들이 호주의 자연 생태계를 만끽할 수 있는 해안 생태 체험 프로그램, 금성과 남십자성 등을 바라 볼 수 있는 이국적인 천체 체험, 귀중한 이국 문화와 언어 체험 등은 안전한 해밀턴 아일랜드 어느 곳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체험 거리다.

태초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해밀턴 아일랜드에서 대자연과 이국적인 문화 체험은 가족에게 최고의 추억과 행복을 선사할 것이다.



여행 Tips


가는 길 : 해밀턴 아일랜드는 시드니나 멜버른 등 호주 본토 주요 도시에서 항공기가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대략 1~2 시간. 해밀턴 아일랜드 내에서는 무료 셔틀이 운행된다. 마리나와 리조트를 연결하는 그린 셔틀은 15분마다, 섬을 일주하는 셔틀은 4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버기 렌트는 1시간 45달러, 하루 70달러다.

기후 : 북반구의 호놀룰루, 남반구의 모리셔스와 비슷하다. 연 평균 기온은 27도의 열대 기후. 겨울철은 평균 22~23도를 유지한다.




  1. Favicon of https://travelbible.tistory.com 오리궁둥이 2013.08.12 12:59 신고

    이야 죽이네

바위 하나가 숙연한 감동이다. 울루루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중부의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산만 한 바위다. 바위는 오랫동안 원주민들의 성지였고,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의 로망의 땅이 됐다. 바위에 대한 고정관념은 울루루 앞에서 초라해진다. 울루루의 높이는 348m, 둘레가 9.4km로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다. 그나마 2/3는 땅속에 묻혀 있고, 걸어서 둘러보려면 몇 시간이 걸린다.


울루루는 ‘지구의 배꼽’, ‘세상의 중심’이라는 수식어를 지녔다.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배경이었고, 일본 연인들이 방문하고 싶은 인기 여행지로 꼽힌다. 이곳에서 유독 달뜬 얼굴의 일본 청춘들을 여럿 만나게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울루루는 하루에도 몇 차례 색이 변한다. 감동의 수위도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지구의 배꼽, 세계 최대의 바위

영화 속 사연이 아니더라도 울루루는 덩치만큼이나 큰 전율이다. 바위는 수억 년 세월 동안 풍화와 침식을 거치며 온몸에 굴곡과 생채기를 만들어 냈다. ‘그늘이 지난 땅’. 원주민의 말로 울루루는 그런 의미를 지녔다.

울루루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얼굴을 바꾼다. 시간에 따라, 하늘과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새벽녘부터 여행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해 질 녘이면 울루루 주변에 도열해 대자연이 연출하는 ‘홍조’를 감상한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런 말도, 어떤 미동도 없다. 영겁의 세월을 거친 바위는 그대로인데 울컥거리는 가슴의 수위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감동을 연출하기 위한 조연은 이곳에서 따로 필요 없다.

  • 1 원주민들의 전통악기인 디제리두. 사막 위의 특별한 만찬에서 그 선율을 들을 수 있다.
  • 2 해 질 녘이면 여행자들은 울루루의 주변으로 찾아든다. 감동의 순간에는 아무런 말도, 미동도 없다.

숙연함을 받아들이는 데 이방인과 원주민의 호흡은 다르다. 여행자들에게 가쁜 감탄의 대상은 원주민인 ‘아그난족’에게는 조상의 거룩한 숨결이 담긴 성지다. 죽은 자들의 혼령이 머무는 땅에는 부족의 주술사만이 오를 수 있었다. 낮은 곳에는 아그난족의 벽화가 새겨져 있고, 바위에 난 생채기 하나하나는 영혼의 흔적으로 여겨졌다. 원주민들은 울루루의 정상에 오르는 것과, 혼령의 터를 촬영하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간곡하게 부탁하고 있다.


‘고유의 것’을 탐하려는 정복자들의 의지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울루루는 오스트레일리아 초대 수상(Henry Ayers)의 이름을 따 공식명칭이 한때 ‘에어즈 록’으로 불리기도 했다. 정상에 오르는 편의를 위해 바위의 심장부 길에는 쇠말뚝이 박혔다.


최근에는 원주민들의 땅을 온전히 지켜내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입장객들에게는 엄격한 주의사항이 요구되며,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는 울루루의 둘레길을 걷는 것을 권유한다. 울루루의 주변을 거닐면 말 없는 울루루가 단순한 대자연만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벽화와 생채기를 스쳐 지나면 척박한 땅에서 살아온 지난한 삶들의 온기가 전해진다.

시시각각 변하는 원주민의 성지

울루루를 감상하는 방법은 그밖에도 다양하다. 그중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체험은 스러져가는 바위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와인 한 잔을 기울이는 체험으로 구성된다. 해 질 녘, 달려드는 파리떼의 고충만 견뎌낸다면 자연이 만들어내는 경이로움은 로맨틱하다. 원주민의 전통악기인 디제리두의 연주도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 1 울루루에는 고급 숙소에 머물며 색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는 사막 위의 리조트들이 자리잡았다.
  • 2 카타추타는 조각난 바위의 모습을 지녔다. 울루루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울루루 주변에는 숙소에 누워 오로지 바위만 감상할 수 있는 고급 리조트도 자리 잡았는데 이곳에서 이색 신혼여행을 즐기는 커플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결코 요란하지 않고 고요하게 자연과 동화된다는 것이다.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울루루 주변을 질주하는 좀 더 역동적인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울루루는 서쪽으로 수십km 떨어진 카타추타와 함께 유네스코 복합유산으로 지정됐다. 자연과 원주민들의 문화적 가치가 동시에 존중받은 결과다. 카타추타는 바위 한 개가 36개로 조각난 모습을 지녔는데 역시 성지 중 하나다. 카타추타는 ‘머리가 많다’는 의미를 지녔는데 원주민들은 조각난 바위에서 사람 머리군을 연상해냈다. 이곳에서는 바위를 가로질러 바람의 계곡까지 트레킹 하는 코스가 인기 높다.

  • 1 바람의 계곡 트래킹. 카타추타는 울루루와 달리 조각난 바위의 형태다. 이곳에서는 바람의 계곡으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인기가 높다.
  • 2 앨리스 스프링스 도심의 벽화. 사막의 도시에는 원주민과 초기 정착 백인의 삶이 뒤엉켜 있다.

울루루를 여행하는 거점 도시는 인근 앨리스 스프링스 다. 앨리스 스프링스에서는 사막에 초기 정착했던 백인들과 원주민들의 삶이 뒤엉켜 있다. 안작 힐(Anzac Hill)에 올라 황야를 조망하거나 낙타를 타는 사막 사파리 등의 체험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자연은 좀 더 친밀하게 다가선다.

가는 길
인천에서 시드니를 경유해 울룰루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시드니 울룰루간 3시간30분 소요. 공항에서 숙소가 밀집되어 있는 리조트 단지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된다. 울룰루에서 앨리스 스프링스까지는 항공편으로 50분 소요. 투어버스를 이용하면 5시간30분 걸린다. 울룰루에 일단 도착하면 국립공원 관리소에서 주의사항을 전달받은 뒤 출입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각 호텔에서 일출·일몰을 보는 프로그램에 관한 참가신청을 할 수 있다.

 

요트 위에 몸을 눕힌다. 발끝 사이에서 찰랑대는 파도에 훈풍이 실린다. 쏟아지는 햇살은 바람보다 강렬하다. 누군가 레드 와인 한잔을 건넨다. 갑판에 기댄 연인들의 얼굴은 벌써 발그레하다. 요트는 바다 위에 아련하게 떠 있고, 해 질 녘의 포구는 불빛에 은은하다. 오스트레일리아(Australia, 호주) 케언즈(Cairns, 케언스) 북쪽, 포트 더글러스(Port Douglas)의 단상이다.

포트 더글러스 포구의 해 질 녘 풍경. 한낮의 포구와는 달리 그윽한 정취를 자아낸다.

케언즈만 해도 낯선데 포트 더글러스의 풍경은 더욱 이질적이다. 앞바다 어디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로 불리는 산호초 군락이 늘어서 있다. 2,000km 대산호가 세계 최대 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으며, 달에서도 보인다는 설명은 솔깃하면서도 달콤하다. 요트 위에, 와인 잔 속에 쏟아지는 사연들은 어느새 사랑 얘기다. 남태평양의 훈풍과 수천 종 바다생물이 사는 해저세계의 신기루는 청춘들의 어색했던 빗장을 슬며시 풀어낸다.

요트 투어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그 포구에 앉아 저녁을 맛본다. 메뉴의 대부분이 해산물이다. 노을이 지고, 가슴을 쓸어내렸던 배들이 가지런하게 떠있고, 나무 데크 아래는 물고기들의 세상이다. 골드 러시때 금맥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포구, 빌 클린턴 대통령이 휴가차 방문했던 곳. 사치스러운 수식어들은 보이는 포구의 아늑함을 넘어서지 못한다. 부호들의 휴식처, 포트 더글러스는 그 자체로 황금처럼 단아하고 눈부시다.

세계최대 산호초에서의 은밀한 휴식

아침이면 스쿠터 한 대를 빌린다. 작은 포구 마을을 구경하는 최적의 교통수단이다. 차들은 드문드문하고 갓길도 잘 마련돼 있다. 얼굴에 닿는 바람은 지난 저녁 요트 위에서 맞은 훈풍과는 또 다르다. 손목을 비틀어 기어를 올리면 탄성이, 함성이 저절로 쏟아져 나온다. 누군가 함께였다면 등 뒤에서 전해질 따뜻한 온기가 그립다.

강렬한 햇빛 아래, 배 위에서의 휴식은 은밀하고 달콤하다.

포트 더글러스에는 신혼여행객을 위한 일몰 요트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부호들의 별장과 고급 리조트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포트 더글러스의 번화가는 매크로슨(Macrossan) 거리다. 다운타운이지만 앙증맞은 바와 레스토랑들이 몇백 미터 가량 줄지어 있다. 마을의 명물인 철로 만들었다는 카페와 이방인 커플들이 결혼식을 올린다는 바닷가 교회도 스쳐 지난다. 브런치로 허기를 채우거나 커피 한잔 기울이며 여유를 부려본다. 아메리카노 커피? 이곳에는 그런 것 없다. 잘 알아듣지도 못한다. ‘롱 블랙’을 주문한 뒤 우유를 살짝 타면 비슷한 커피 맛이다. 포트 더글러스를 찾은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바쁜 투어보다는 이런 식의 휴식에 익숙하다.

고갯길을 올라 플래그스태프(Flagstaff) 언덕에 닿는다. 부호들의 별장이 담긴 해변의 정경과 마을의 보석인 포 마일 비치가 내려다보인다. 산호 바다와 맞닿은 모래사장은 비키니 차림에 강아지와 함께, 혹은 슈트에 백을 메고 고요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로 채워진다. 야자수가 솟은 이국적인 해변의 풍경은 이름처럼 4마일가량 뻗어 있다.


바다와 하늘과 숲에 뛰어들다

포트 더글러스에서 케언즈까지는 승용차로 1시간 거리다. 케언즈는 온갖 액티비티의 아지트다. 포트 더글러스에서의 음률이 재즈풍이었다면 이곳에서는 16비트의 빠른 템포가 어울린다. 하늘을 날고 바닷속에서 다이빙을 즐기는 본격적인 체험에 가슴은 콩닥거린다.

산소 헬멧이 달린 오토바이인 ‘스쿠비드’ 체험.
초보자도 산호초 바다를 누빌 수 있다.

케언즈 해변에 인공으로 조성된 에스플러네이드 라군. 바다를 보며 무료로 수영을 즐길 수 있다.

해양 레포츠의 출발점은 말린 제티(Marlin Jetty)다. 탑승객들은 평범한 여행자의 모습이지만 모두들 거대 산호초에서 다이빙을 탐하려는 사람들이다. 쾌속 보트는 그린 아일랜드를 넘어서 아우터 리프(outer reef) 지역까지 달린다. 바다 위에는 액티비티용 정거장이 둥둥 떠 있다. 산호의 훼손을 막기 위해 다이빙 포인트는 시즌에 따라 달라진다. 그 덕에 바닷물에 몸을 담그면 아이들 몸통만한 물고기도 오간다.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 외에도 산소 헬멧이 달린 오토바이인 ‘스쿠비드’를 타는 체험은 이색적이다.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산호초를 가로지르는 순간은 일상의 삶에서 지우지 못할 추억이다.

벌루닝은 동트기 전부터 그 감동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열기구를 타고 오르면 케언즈 일대의 식생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하루가 바뀌면 이번에는 하늘 높이 오른다. 케언즈가 속한 퀸즐랜드는 인기 연예인 커플의 열기구에서의 프러포즈로 화제를 모은 곳이기도 하다. 케언즈에서의 벌루닝(열기구)은 멀리 열대우림까지 내다볼 수 있어 한층 더 깊고 푸르다. 새벽녘 도착한 열기구 탑승장은 케언즈 서쪽 평야인 마리바 지역. 별이 채 지기 전에 풍선에 더운 공기가 채워진다. 기다리던 가슴은 부푼 풍선만큼이나 먹먹해진다. 구름을 뚫고 벌룬이 솟으면 오스트레일리아의 평원이 언뜻언뜻 열린다. 캥거루 사촌격인 왈라비가 뛰노는 모습도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케언즈 인근의 쿠란다 지역은 깊은 숲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동북부의 열대 습윤 지역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그 숲을 100년 넘은 세월의 열차가 가로지른다. 다리를 지나면 폭포가 열리고 터널을 벗어나면 아득한 숲이 펼쳐진다. 쿠란다 인근에는 이곳 원주민의 삶을 엿보고 캥거루, 코알라를 구경할 수 있는 공간들이 함께 공존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의 전통 악기인 디제리두
연주하는 차푸카이족.

쿠란다 일대에는 수륙양용차를 타고 열대우림 숲을 구경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예전 케언즈 일대의 원주민인 차푸카이(Tjapukai)족은 바다의 토템과 육지의 토템을 믿는 부족들이 서로 엇갈려 혼인을 했다. 그들의 현명한 선택처럼 산호초도, 열대우림도 도시인과 여행자의 삶을 보듬고 있다. 차푸카이족의 캥거루 춤이나 케언즈 해변에 인공 조성된 라군에서의 휴식은 평화로운 풍경이 서로 닮아 있다.

가는 길
케언즈는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주 북동부 해변에 위치했으며 겨울에도 온난하다. 1년 내내 래프팅, 스카이다이빙 등의 액티비티가 가능하다. 케언즈까지 직항편은 없으며 대한항공 등을 이용해 브리즈번을 경유해 갈 수 있다. 인천~브리즈번 9시간 소요. 브리즈번~케언즈 2시간 소요. 케언즈 시내에서 포트 더글러스까지 셔틀버스가 수시로 오간다. 스쿠터는 한국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현지에서 빌릴 수 있다.

이런 상상, 꽤 흥미롭다. 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돈 뒤, 바다 향 가득한 도심에 앉아 커피 한잔 홀짝이는 상상 말이다. 이쯤 되면 휴일의 오후는 더 없는 낭만으로 채워진다. 호주 서쪽 프리맨틀에서는 그윽한 휴식을 꿈꾸는 여행자들의 오랜 로망이 현실이 된다.

서호주의 항구도시인 프리맨틀과, 30여 분 떨어진 로트네스트 아일랜드는 '쉼표 투어'의 찰떡궁합을 갖춘 여행지다. '카푸치노'라는 흥미로운 애칭을 지닌 골목에서의 커피 한잔과 무공해 섬에서의 자전거 여행이 소담스럽게 이어진다. 화창한 하늘과 짙푸른 해변은 넉넉한 덤이다.

로스네스트 아일랜드의 아미 제티의 풍광. 보트 위에서 낚시를 하는 한가로운 모습들이다.

커피 한잔의 여유 '카푸치노 거리'

바다 바람이 살랑 불어오는 프리맨틀은 서호주의 주도 퍼스에서 페리로 1시간 정도면 닿는 곳이다. 열차도 다니고 도로도 뚫려 있지만 프리맨틀까지 스완 강변의 정취를 감상하며 이동하는 것은 꽤 매력적이다. 강변을 수놓은 호사스런 별장과 그 앞을 흰 요트들이 가로지르는 풍경은 숨통을 확연하게 틔워준다.

프리맨틀은 진한 바다 내음과 커피향이 묻어나는 도시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거리 이름도 카푸치노 거리다. 배들이 한가롭게 드나드는 도시는 아담한 규모다. 시청사가 들어선 킹스 스퀘어 광장에서 10여 분 거닐면 노천 카페가 줄지어 들어선 카푸치노 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굳이 이 골목까지 찾는다. 이곳에서 카푸치노를 주문하는 것은 분위기에 취하려는 낯선 이방인들의 선택이다. 서호주의 청춘들은 카푸치노보다는 라떼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에스프레소 샷이 추가된 '화이트플랫'을 즐겨 마신다.

낭만의 거리는 예전 죄수들의 유배지였던 반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1829년 찰스 프리맨틀이 영국 죄수의 유배지를 찾던 중 발견했고 도시에 지어진 첫 번째 주요 건물 역시 감옥이었다. 프리맨틀 교도소, 라운드 하우스 등 작은 도시 곳곳에 투박한 사연의 교도소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관광명소로 변한 감옥은 프리맨틀 마켓과 마주보고 서 있다. 1890년대 처음 개장한 프리맨틀 마켓은 주말에만 열리는 시장으로 이 일대의 과일들과 서민들의 삶이 북적거리며 녹아 있다. 예술 센터가 들어선 도심 거리에서는 아트 페스티벌도 열린다. 뒷골목에서 만나는 앙증맞은 갤러리들은 포구도시에서의 휴식에 품격을 더한다.

로트네스트 아일랜드는 자전거를 타고 섬을 순회하는 코스로 유명하다.

친환경 자전거 섬 로트네스트 아일랜드

프리맨틀은 서호주의 명성 높은 친환경 섬인 로트네스트 아일랜드로 향하는 경유지이기도 하다. 페리를 타고 섬에 닿으면 교통수단의 99%가 자전거로 채워진다. 아예 배를 탈 때부터 자전거용 승선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섬을 둘러보다 우연히 만나는 외딴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하거나 낚시를 즐기면 된다. 수영복을 뒷주머니에 꼽고 자전거로 섬 한 바퀴를 도는 데는 넉넉잡아 서너 시간이면 족하다. 달리다 보면 젖었던 몸은 태양과 해풍에 금새 말짱해진다.

로트네스트가 간직한 바다는 연두빛 라군으로 단아하게 치장돼 있다. 선착장 인근의 톰슨 베이를 시작으로 캐서리 베이, 리틀 암스트롱 베이 등 20여개의 독립해변과 등대, 전망대 등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다. 현지 주민들은 아예 방갈로에서 며칠씩 머물며 한가로운 휴가를 즐기기도 한다.

로트네스트 아일랜드는 단순 휴양섬만은 아니다. 섬의 가치는 섬의 동식물들이 철저하게 보호되고, 자연 그대로 남아 있어 더욱 도드라진다. 섬 이름의 유래가 된 쥐를 닮은 '쿼카' 역시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섬 하나를 지켜내려는 깐깐한 노력은 호주 최대의 친환경 관광 섬을 만들어 낸 셈이다.

프리맨틀이 그랬듯 로트네스트에도 반전의 과거는 담겨 있다. 섬은 본래 호주 원주민을 가뒀던 감옥을 세운데서 그 유래가 출발한다. 섬 초입에는 섬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 묘지, 교회 등이 들어서 있어 여운을 남긴다.

가는길

한국에서 홍콩, 싱가포르나 호주 시드니를 경유해 퍼스로 향한다. 퍼스에서 프리맨틀까지는 버스, 열차, 페리 등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서호주관광청을 통해 교통 숙박에 대한 상세한 현지정보를 얻을 수 있다. 프리맨틀 시내는 대형 고양이가 그려진 '캣'이라는 순환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프리맨틀에서 로트네스트 아일랜드까지는 페리로 30여 분 소요된다. 섬에서 자전거와 스노클링 도구 등을 대여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서북부 브룸(Broome)은 숨은 보물 같은 땅이다. 오래된 붉은 바위, 푸른 바다, 경이로운 노을이 어우러져 이방인의 닫힌 빗장을 허문다. 현지인들에게도 꿈의 휴양지로 여겨지는 브룸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마지막 미개척지인 킴벌리(Kimberley) 고원을 연결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브룸의 자연이 던져주는 감동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케이블 비치의 경이로운 일몰.

벌통을 닮은 2억 5천만 년 된 바위

브룸 투어의 진면목은 세계자연유산인 ‘벙글벙글 레인지(Bungle Bungle Range)’의 기괴함 속에 빠져드는 것이다. 킴벌리의 푸눌룰루 국립공원(Purnululu National Park) 내에 위치한 벙글벙글은 2억 5천만 년 전에 형성된 사암 지형이다. 바다 밑 땅은 해수면이 낮아지고 침전되기를 반복하면서 검은 줄무늬를 지닌 주황색 단층지대로 새롭게 태어났다. 봉긋한 사암의 무리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꼭 수십만 개의 탐스러운 벌통을 늘어놓은 듯하다. 벙글벙글의 또 다른 이름인 푸눌룰루라는 명칭에는 원주민 말로 모래바위라는 뜻이 담겨 있다.

뒤집은 벌통을 닮은 벙글벙글 바위의 모습.

벙글벙글로 깊숙이 들어서는 과정부터 스릴 넘친다. 브룸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야생 캠프가 듬성듬성 나타나는 사막지형을 2시간 30분 남짓 날아야 한다. 아득한 지평선 너머 모습을 드러낸 벙글벙글의 첫인상은 물고기 비늘을 촘촘하게 쌓아놓은 형상이다. 사막인 이곳이 예전에는 바다였다는 주장이 낯설지만은 않다.

푸눌룰루에서 여행자들은 캐시드럴 협곡(cathedral gorge) 속으로 하이킹에 도전한다. 길목 곳곳에 주황색 봉우리들이 늘어서 있어 외딴 행성 마을을 거니는 듯하다. 터키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 지형이 사람들의 삶터와 어우러져 있다면 이곳은 완연한 외딴 공간이다. 지난한 세월을 거치며 만들어낸 협곡과 물웅덩이만이 경외감을 자아낸다. 협곡에 들어서면 해변에서나 볼듯한 잔모래들이 가득하다.

브룸에서는 붉은 바위와 푸른 해변이 어우러진 풍경을 흔하게 만나게 된다.

황무지인 이곳에도 인간의 숨결은 언뜻언뜻 실려 있다. 벙글벙글의 주인인 원주민들은 오랜 모래의 땅에 암각화를 새겨놓았다. 옛 원주민이 그랬듯 사막 위 캠핑장에서 밤을 보내면 무수한 별과 함께 한때 바다였다는 대지의 향기가 전해진다.

현재 남아 있는 원주민의 실상을 엿보려면 비글베이(Beagle Bay)에서 케이프 레베크(Cape Leveque)로 이어지는 오지 탐험 투어에 나서도 좋다.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오프로드를 사륜구동차로 달리면 원주민들의 삶터와 연결된다. 마을 교회와 학교, 구멍가게에서 콜라 한 병을 들이키는 원주민의 모습에서 브룸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브룸에서 아득한 사막 위를 날아야 푸눌룰루에 닿을 수 있다.

진주잡이 땅에 깃든 숭고한 노을

원주민의 터전이던 브룸은 1880년대부터 진주잡이의 땅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이곳 자연산 진주의 가치가 소문나면서 진주 채취를 위해 일본인 등 아시아 곳곳에서 다이버들이 찾아들었다. 브룸은 한때 세계 진주의 80%를 채취할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초창기 진주잡이 다이버들이 시내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도심 한편에는 일본인들을 기리는 묘지가 있으며 진주잡이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펄 러거(pearl luggers)’에서는 잠수복도 입어보고 다이버들의 애환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감상할 수 있다. 채취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투어에 참가하면 진주 양식장을 지키는 악어도 만나게 된다.


브룸 시내에서 생경스러운 장소는 ‘선 픽처스(Sun Pictures)’라는 노천 영화관이다. 1916년 문을 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야외 영화관이 브룸에 있다는 사실이 의외다. 이곳에서는 쏟아지는 별과 함께 마당 간이의자에 앉아 영화를 감상한다. 영화관 입구에는 초창기 사용하던 영사기와 다양한 포스터들이 즐비하게 전시돼 있으며 브룸 일대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촬영됐던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의 포스터도 중앙에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케이블 비치의 상징인 낙타 투어.

브룸 감동의 종결편은 케이블 비치(Cable Beach)에서 찍는다. 22km가량 이어진 아득한 해변은 일몰이 탐스럽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칭해도 과언은 아니다. 해 질 녘이면 사륜구동차들이 밀려들고, 모래 위에 간이 의자를 펼친 채 와인을 즐기는 청춘들이 곳곳에 모습을 드러낸다. 노을 사이로 돛단배가 지나고, 낙타들의 행렬이 더해지며 케이블 비치의 일몰 광경이 무르익는다. 반대편 로벅 베이(Roebuck bay)에서는 보름달 뜰 무렵 개펄이 달로 향하는 계단처럼 보이는 '달로 가는 계단' 현상도 만날 수 있다. 브룸 어느 곳에 발을 딛든 자연이 전해주는 신비로운 광경에 가슴은 먹먹해진다.

가는 길
한국에서 브룸까지 직항편은 없다. 서오스트레일리아의 관문인 퍼스를 거친 뒤 브룸행 국내선으로 갈아타는 게 일반적이다. 브룸에서는 사륜구동 렌터카를 빌리면 인근 투어에 수월하다. 브룸은 건기인 5~10월이 여행하기 적합하다. 우기에는 비가 많은 편이다. 서오스트레일리아정부관광청을 통해 자세한 현지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저거, 신기루야."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호수가 지평선과 만나는 데를 가리키며 가이드 맷이 말했다.

발라드 호수(Lake Ballard). 호수이되 물이 없다. 죽은 호수다. 붉은 땅은 군데군데 소금으로 하얗다. 선사시대 바다였던 흔적이자 수십만 년 엉기고 녹기를 반복한 소금이다. 그 호수의 지평선에서 아지랑이 품은 땅이 아른거렸다. 영락없이 물의 반영인데, 맷은 아니라고 자꾸만 고개를 저었다.

그를 설득해 호수를 가로질렀다. 날카로운 햇빛 아래 땅은 힘없이 갈라져 속살을 내보였다. 가까이 혹은 멀리 영국 조각가 안토니 곰리가 세운 동상이 까맣게 빛을 흡수했다. 옆에서 맷이 투덜거렸다. "신기루는 다가갈수록 멀어진다고. 그렇게 물을 쫓다가 옛날엔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다니까."

호수는 크다. 49㎢. 여의도 6배에 가까운 크기다. 곰리가 이곳 원주민을 본떠 조각했다는 동상 51개는 이중 딱 여의도만한 크기를 차지하고 서로를 바라보거나 호수를 응시했다. 단지 일부를 차지했어도 그 정도 크기면 지상 최대의 야외 갤러리라 불릴 만했다. 호수 끝까지는 됐으니 다만 황량한 정적을 견디고 선 최전방 동상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20분쯤 걷자 환영(幻影) 아닌 물이 호수를 채웠다. 맷이 틀렸다. 동상은 물에 비친 자기 반영과 발을 맞대고 서 있었다.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한 그가 중얼거렸다. "이건 신기루(mirage)가 아니라 기적(miracle)이야."

붉다. 1890년대 엘도라도를 찾아 수만 명이 탐험했던 길이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이 물의 신기루에 속아 길 위에서 쓰러졌다.
드넓은 유채밭과 목초지가 땅을 수놓은 서호주 에스페란스.
금을 찾아 떠난 길

발라드 호수로 달리는 세 시간쯤의 길 위에서도 자꾸만 눈을 비볐다. 길의 굴곡 위로 분명 물이 고였다가, 다가가면 환영처럼 증발해 버렸다. 이 신기루의 길을 품은 거대한 불모의 땅을 호주 사람들은 '골든 아웃백(Golden Outback)'이라 불렀다.

신기루는 이 늙은 땅이 까마득히 어린 인간을 꾀는 유혹이다. 호주는 늙었다. 다른 젊은 대륙이 활발하게 화산 활동과 조산 활동을 반복하는 동안 골든 아웃백을 품은 대륙은 그 자리에서 고요했다. 물을 오래 품어내지 못하는 늙은 땅은 대신 신기루를 품었다. 그 신기루에 현혹된 이들이 수없이 이곳에 발을 디뎠다 돌아가지 못했다. 신기루 대신 물이 고인 건 불과 100년 전 일이다. 1903년에서야 서호주 연안 도시 퍼스(Perth)에서 골든 아웃백 한가운데 있는 도시 캘굴리(Kalgoorlie)로 물을 끌어오는 송수관(送水管)이 개설됐다. 길이 560㎞. 당대 최장 길이의 송수관이었다.

그때까지 골든 아웃백의 주인은 유칼립투스 나무였다. 오랜 세월 버텨 낸 유칼립투스의 자태는 매력적이다. 그 나무는 자작나무의 하얀 색깔을 지녔고, 서걱대는 댓잎 소리를 내며 소나무의 유려한 몸매를 뽐낸다. 붉은 흙과 하얀 유칼립투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은 골든 아웃백의 주조를 이룬다. 이 원색은 선명함으로 신기루의 환영을 지워낸다. 해가 뜨고 질 때면 다 같이 붉게 물들어 신기루의 일부가 된다.

불모지라니, 쓸데없는 땅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1930년대 전 세계를 휩쓴 대공황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이 여기 있다. 바로 금(金)이다. 1892년부터 1911년까지 골든 아웃백에서 생산된 금의 가치가 현재 기준으로 대략 180억 호주달러(약 19조7816억원)다.

광산 따라 흥하고 망한 도시의 흔적은 발라드 호수의 곰리 조각상을 닮았다. 캘굴리를 기점으로 '브로드 애로(Broad Arrow)'와 '멘지스(Menzies)' 등이 불모지 위에 띄엄띄엄 서 있다. 술집과 여관, 주유소 등 도시를 구성하는 최소 요소로 지금껏 버티고 선 이 마을들은 발라드 호수 찾는 길의 오아시스다.

호주에서 가장 하얀 모래 해변

늙음으로 금을 품은 서호주의 땅은 같은 힘으로 눈부시게 하얀 모래를 품었다. 캥거루가 물을 마시고 쉬러 오는 곳, '럭키 베이(Lucky Bay)' 얘기다. 단순한 수식이 아니다. 이곳 해변은 과학적으로 호주에서 가장 하얀 모래라 입증됐다. 이 색을 구성하는 건 석영(quartz). 북쪽에서는 석영을 정제해 금을 내놓았으나 여기에서 석영은 잘게 부서지며 해변을 하얗게 수놓았다. 럭키 베이를 품은 지역은 호주 남부 해안도시 에스페란스 인근 '케이프 르 그랜드(Cape Le Grand) 국립공원'이다. 캘굴리에서 남쪽으로 400㎞ 거리다.

캘굴리를 기점으로 발라드 호수로 가는 길이 할리우드 서부 영화의 풍경을 닮았다면, 남쪽으로 뻗은 이 길은 고전 로맨스 영화의 목가적인 풍경을 닮았다. 에스페란스에 근접할수록 붉은 땅은 초록을 담은 땅에 자리를 내준다. 그 땅 위로 때로 양이나 소, 말이 풀을 뜯고 때로 유채가 출렁인다. 출렁이는 유채밭은 지평선 끝까지 노랗게 물들인다. 바닷바람으로 연안까지 달려온 구름은 파란 하늘을 점점이 수놓아 북부와는 다른 광활함을 완성한다.

그 길 끝 케이프 르 그랜드 국립공원은 놀라운 풍경으로 가득하다. 사륜구동차로 20㎞ 넘는 해변을 가로지르면 여유로운 수평선과 다급한 지평선을 동시에 만나고, 그 끝엔 하얀 해변 위에 몸을 누인 캥거루가 기다린다.


>> 여행수첩

▲환율 1호주달러=약 1100원

▲항공편 캐세이퍼시픽이 홍콩을 경유해 퍼스공항까지 하루 1회 운항한다. 11월부터 주 10회로 증편될 예정이다.

▲교통 사륜구동차를 빌리는 것이 서호주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대체로 빌리는 데 하루 100호주달러 이상.

①운전을 좋아한다면 퍼스 공항에서 차를 빌려 캘굴리까지 이동, 캘굴리를 기점으로 북쪽 발라드 호수와 남쪽 에스페란스를 돌고 퍼스로 돌아올 수 있다.

②운전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퍼스∼캘굴리, 에스페란스∼퍼스 간을 비행기로 이동한다. 구간마다 콴타스(Qant as) 항공이나 스카이웨스트가 매일 운항한다. 캘굴리 공항에서 차를 빌려 북쪽 발라드 호수를 다녀오고 에스페란스에선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캘굴리에서 에스페란스까지는 주 3회 버스가 운행된다.

▲안내소·여행상품 이 여정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도시가 캘굴리와 에스페란스다.

①캘굴리 시내 한가운데 방문자 센터(Visitor Centre)가 있다. 지도와 여행책자를 무료로 구할 수 있다. (08)9021-1966, www.kalgoorlietourism.com

②에스페란스 '에스페란스 에코 디스커버리 투어(www.esperancetours.com.au)', '케파 쿨 에코 컬처럴 디스커버리 투어(www.kepakurl.com.au)'에서 반나절~2일 등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80호주달러부터. 공식 안내소 홈페이지는 www.visitesperance.com

▲숙박 캘굴리·에스페란스에 큰 호텔은 없다. 캘굴리에선 '뷰 온 하난스(www.theviewonhannans.com.au)'가, 에스페란스에선 '제티 리조트(www.thejettyresort.com.au)'와 '베스트 웨스턴 호스피탈리티 인 에스페란스(www.esperance.wa.hospitalityinns.com.au)'가 깨끗하다. 100~300호주달러 선.

감탄사를 자아내는 짙푸른 남태평양의 바다… 사납고도 거센 파도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
비행기 안, 시드니 국제공항인 킹스포드 스미스(Kingsford Smith)공항으로의 착륙 안내방송이 나올 때쯤 창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면, 짙푸른 남태평양의 바다와 사납고도 거센 파도, 그를 따라 춤추듯 구불구불 이어진 지형 위로 자리한 푸르른 나무 숲, 그 나무 숲 사이로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옹기종기 자리 잡은 낮은 지붕들이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매서운 남태평양의 파도는 노스 헤드(North Head)와 사우스 헤드(South Head)를 시작으로 부딪힐 듯 부딪히지 않으며, 이어진 수많은 만(Bay)들의 자연 방파제 역할로 순한 양처럼 파도가 잦아들고 고요함까지 느껴지는 그 순간, 세계 3대 미항 중 한 곳이며 세계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항만으로는 가장 크다는 시드니항을 맞이하게 된다. 

1788년 영국의 정착민들이 처음 발을 딛기 전까지 순수한 자연 항만의 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던 그 곳에 지금은 하버 브리지(Harbour Bridge)와 오페라 하우스(Opera House)가 자리 잡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아치형 다리인 하버 브리지는 차량뿐 아니라 대중교통인 기차를 위한 기찻길과 자전거 도로, 인도로 나뉘어져 있다. 현지인들에게는 시드니의 남부와 북부를 이어주는 역할이 크지만, 현지인에게도 여행객들에게도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시드니 항만을 한 걸음 한 걸음 느끼며 소화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기에 하버 브리지 횡단은 꼭 추천한다.

가장 유명하고 인상적인 20세기 건축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오페라 하우스는 1957년 뉴사우스웨일스 주 정부가 주최한 디자인 콘테스트에서 우승한 덴마크 건축가 요른 우촌의 작품으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잘린 오렌지 조각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는 그는 오페라 하우스 건축으로 건축가의 명예라고 하는 프리츠커상을 2003년에 수상하기도 했다. 오페라뿐 아니라 다양한 공연의 장이 되고 있는 오페라 하우스가 더욱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시드니의 맑은 하늘과 더 없이 어울리는 외관 덕분이기도 한데, 특수 제작한 외벽의 타일이 햇빛의 강도에 따라 다른 색을 띠기 때문이다. 맑은 날과 흐린 날, 각각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오페라 하우스는 시드니의 아이콘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뿐 아니라 건물과 자연의 어우러짐까지 함께 고려한 대표적인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도심 속 푸르른 자연을 간직한 도시, 시드니

하이드 파크
하이드 파크
높은 빌딩들과 수많은 차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로 호주에서도 가장 활기찬 도시의 매력을 뿜어내는 시드니지만 곳곳에 공원이 자리 잡고 있어 도심 속에서도 자연의 여유로움을 한껏 누릴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공원에서 자주 보이는 ‘잔디를 밟지 마시오’라는 안내 문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누구에게나 내 집 앞마당처럼 활짝 오픈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현지인들에게는 커피 한잔의 여유를, 여행객들에게는 그 동안 쌓인 피로를 내려 놓을 수 있는 더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시드니 시내의 동쪽에 위치한 하이드 파크(Hyde Park)는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공립 공원으로 런던의 하이드 파크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 무려 40에이커에 달하는 면적을 자랑하는 이곳은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굵은 둥치의 거목을 성인 두어 명이 에워싸기에도 힘들어 놀라움을 주기도 하지만 쭉 뻗은 가지와 아치형으로 이어지는 나무 지붕들이 아늑함까지 느끼게 해준다. 공원의 남쪽에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호주와 뉴질랜드의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지어진 아르데코 양식의 앤잭 전쟁 기념관이 있다. 그 당시 참전했던 지원병들을 의미하는 12만개의 금으로 만들어진 별이 돔 형식의 천장에 장식되어 있고 앤잭 데이에는 주요 행사로 많은 사람이 붐비기도 한다. 

미세스 매쿼리 포인트에서 바라본 시드니 하버 전경
미세스 매쿼리 포인트에서 바라본 시드니 하버 전경 ⓒHamilton Lund
하이드 파크를 지나 조금 더 북쪽으로 이동하면 과거 매쿼리 총독이 개인적인 공간으로 사용하며 애정을 가졌던 로열 보타닉 가든(Royal Botanic Garden)을 마주할 수 있다. 이곳은 시드니 시내에 위치한 3대 식물원 중 하나로 현재는 더 많은 수종의 나무들이 심어져 일년 내내 푸르름을 느낄 수 있고 계절마다 다채로운 꽃들의 향연을 만날 수 있기도 하다. 로열 보타닉 가든의 미세스 매쿼리 포인트는 과거 매쿼리 총독이 영국으로 돌아가야 할 때마다 그의 부인이 그가 안전하게 시드니로 돌아오길 기원하며 앉아 있었다는 미세스 매쿼리 의자가 있어 유명하기도 하지만 시드니 시내와 오페라 하우스, 하버 브리지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 포인트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로열 보타닉 가든의 산책로는 초록빛의 공원 뒤로 솟아오른 시드니 시내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하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조깅을 하거나 시드니 항만을 만날 수 있는 장소로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

블루 마운틴, 남반구의 그랜드 캐니언을 찾아서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약 1시간 정도를 달리면 푸른빛의 산악지대인 블루 마운틴이 펼쳐진다. 가로 약 100km, 세로 약 100km로 넓게 형성된 블루 마운틴 국립공원(Blue Mountains National Park)의 대부분은 5억 년 전에 조성된 유칼립투스 원시림으로 형성되어 있다. 유칼립투스의 많은 성분 중 하나인 알코올 성분과 이를 포함한 나무의 수액이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발생되는 자외선과 만나면 그 주변의 대기가 푸르스름해 보이는 현상이 일어나 현재의 이름인 블루 마운틴을 가지게 되었다. 이로 인한 가치를 높게 평가 받아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됐다. 

시닉월드 스카이웨이 / 블루마운틴 웬트워스 폭포 ⓒHamilton Lund
블루 마운틴 내에는 세 자매의 전설이 담겨 있는 세 자매 봉, 그를 감상할 수 있는 에코 포인트, 케이블카, 궤도열차 및 스카이웨이의 다양함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시닉월드 등과 같이 여행객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포인트들도 있지만 그보다 알려지지 않은 전망대들과 수억 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 낸 장엄함이 담긴 깊은 계곡들이 지난 모습 그대로를 간직한 채 현재를 보내고 있다. 셀 수 없는 시간 동안 모래가 쌓이고 침식되며 만들어진 사암층은 단단하기도 하지만 의외로 부드럽기도 해 침식작용이 강하게 일어나면 돌판처럼 부서져 수직으로 벽면을 형성하게 된다. 그 숨막히는 시간들을 직접 눈으로 만나고 발로 걷다 보면 블루 마운틴이 왜 남반구의 그랜드 캐니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블루 마운틴을 여행하고자 한다면 잘 알려진 포인트들뿐 아니라 그 심장 속으로 살포시 들어가보자. 어느새 쥐라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로의 여행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또 다른 해변들을 만나다, 사우스 코스트

그랜드 퍼시픽 드라이브
그랜드 퍼시픽 드라이브 ⓒTourism Wollongong
수많은 해변들이 있는 시드니지만 각 해변마다 다른 이름을 가졌듯 그들이 풍기는 분위기도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다른 매력을 가진 해변들과 그들을 이어주는 해안가를 달리는 최고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면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약 140km의 그랜드 퍼시픽 드라이브(Grand Pacific Drive)를 따라 달려보자.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을 따라 놀라운 기술로 만들어진 이 드라이브 코스는 해안 절벽에 맞닿은 하늘과 바다가 장관을 이루고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는 수많은 바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특히 절벽에서 굽이쳐 나와 있는 665m의 시 클리프 브리지(Sea Cliff Bridge)에서 보는 장관은 숨 막힐 듯 아름답다.

그랜드 퍼시픽 드라이브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있다 보면 어느새 ‘바다의 소리’라는 원주민어 이름을 가진 울런공(Wollongong)을 만난다. 울런공의 해변은 시원하게 부서진 파도에 서핑을 즐기기에도, 뜨거운 태양 아래 한낮의 여유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지만 그를 따라 천천히 걸어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등대까지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다.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바다가 만들어 내는 소음’이라는 원주민어 이름의 키아마(Kiama)를 만난다. 이곳에서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또 다른 위대한 작품인 블로우홀(Blowhole)을 볼 수 있는데 오랜 시간 파도를 맞은 바위에 풍화, 침식작용이 계속되어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이다. 파도가 칠 때마다 높이 솟아오르는 물기둥은 최고 60m까지 오른다니 자연의 예술품을 감상하는 기분 또한 색다를 것임에 분명하다.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남쪽으로 달리다 보면 세계에서 가장 하얀 모래 해변을 가지고 있다는 하이암스 비치(Hyams Beach)에 다다른다. 그 속까지 다 보일 듯 맑은 바닷물과 하얀 모래를 스치듯 밟으며 걷노라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간 듯 묘한 아지랑이가 올라온다. 참, 이 곳까지 왔다면 바로 옆 저비스 베이(Jervis Bay)에서 야생 돌고래를 만나는 것도 잊지 말자.

키아마 블로우홀 / 저비스 베이
키아마 블로우홀 / 저비스 베이

· 글 : 앨리스 리('세상 어디에도 없는 호주 TOP10' 저자)
· 사진 : 호주정부관광청,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관광청
· 기사 제공 : 대한항공 스카이뉴스(www.skynews.co.kr)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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